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세계적 거장 감독 반열에 오른 봉 감독 개인의 크나큰 영예이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높인 쾌거다. 올해는 한국 영화 역사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화인들의 피땀 어린 헌신과 열정 하나로 한국 영화는 놀랄 만한 성취와 진전을 이뤄왔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 영화 100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선물이 됐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 프랑스 칸에서 진행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반지하 방’으로 상징되는 다분히 한국적 방식으로 빈자와 부자를 드러내지만 다양한 장르 변주를 통해 빈부격차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계 보편적 현상인 양극화와 빈부격차 문제를 한국적 감수성과 장르적 독창성으로 풀어낸 것이다. 칸 영화제가 중시하는 다양성을 담지하면서 재미와 작품성을 확보했기에 ‘콧대 높은’ 칸의 문이 열린 것이다. 봉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조화하면서 사회성도 겸비하는 ‘장르 영화’의 독보적 자리를 지켜왔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작품마다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보편적 재미를 갖춘 장르 영화의 틀 안에 그만의 독창적 영화문법과 색깔을 입혀온 성과다. 봉 감독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로 ‘장르’를 확장·변주하면서도, 언제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섬세한 연출 속에 새겨넣어 울림 큰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포토콜에서 상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르 영화에 인색한 칸 영화제가 봉 감독의 <기생충>에 최고상을 수여한 것에 외신들은 주목하고 있다. “장르 영화의 쾌거”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봉준호만의 장르적 독창성과 스토리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한동안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주변의 특이함이나 색다름, 아니면 예술성만으로 주목받았다. <기생충>은 세계 영화의 주류인 ‘장르 영화’에서 최고로 평가받음으로써 한국 영화의 성취를 각인시켰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 영화가 세계적 보편성을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번 수상이 한국 영화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기가 되고, ‘또 다른 100년’을 여는 힘찬 북소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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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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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칸 국제영화제에선 ‘사건’이 벌어졌다.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이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에 돌아간 것이다.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안은 것은 사상 최초였다.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감독과 공동 수상이었지만 빛이 바래지 않았다. 이후 ‘제2의 제인 캠피언’이 나올지가 칸 영화제의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제2의 캠피언은 24년간 배출되지 않았다. 2015년 아녜스 바르다 감독이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뿐이다.

 

영화<피아노>의 한 장면.

 

14일 아침 경향신문 1면 사진의 제목은 ‘82 대 1688’이었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가한 여성 영화인 82명이 레드카펫에서 영화계 내 성평등을 요구하며 펼친 퍼포먼스를 담은 사진이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외쳤다. “우리는 82명입니다. 1946년 칸 영화제가 시작된 이후 71년 동안 82명의 여성 감독만이 이 계단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남성 감독 1688명이 이 계단을 오를 동안 말이죠.” 혹여 영화감독 가운데 남성이 많아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계산해보자. 해마다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남성 감독은 23.77명, 여성 감독은 1.15명꼴이다. 지난 71년간 활동한 전 세계 영화감독의 성비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남녀 비율이 20 대 1이기야 하겠는가.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지구촌을 휩쓴 올해도 경쟁부문 초청작 21편 중 여성 감독 작품은 3편뿐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영화계의 여성차별을 ‘유리 천장’에 빗대 ‘셀룰로이드(필름의 재료) 천장’이라 일컫는다. 90년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은 5명뿐이다. 수상자는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가 유일하다. 한국 현실은 더 척박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3~2017년 개봉 한국 영화 중 총제작비 10억원 이상이거나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인 상업영화에서 감독이 여성인 작품은 전체의 6.8%에 그쳤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스웨덴과 영국, 호주 등은 인구의 50%가 여성이듯 영화계에도 여성 비율이 50%에 이르러야 한다는 정신 아래 다양한 지원책을 실험 중이다. 한국도 이 같은 실험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경향신문 3월2일자 26면 보도)고 했다. 셀룰로이드 천장을 이대로 놔둘 순 없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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