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감독의 영화 <청년경찰>은 외출 중 우연히 범죄를 목격한 두 명의 젊은 경찰대생이 사건에 개입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최근 <택시운전사>의 스크린 독주 속에서도 누적관람객 300만명을 넘기는 알토란 같은 흥행을 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이번 영화 <청년경찰>은 지금까지 제작된 한국 영화 중에서도 ‘조선족’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악의적인 혐오가 가장 짙게 그려진 영화다. 영화의 대부분은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일터이자, 수만명의 거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대림동은 아무런 개연성 없이 범죄의 소굴로 묘사된다. ‘여권 없는 중국인이 많아서 밤에 칼부림이 자주 나는 곳’이라거나, ‘경찰도 손을 못 대는 곳’이라는 대사가 이어진다. 

 

영화 <청년경찰> 스틸 이미지

여성을 납치하여 불법적으로 난자를 채취하는 인신매매 범죄조직원의 대부분은 어눌한 ‘옌볜 사투리’를 구사하는 조선족이다. 선과 악, 젊고 정의로운 영웅과 무자비한 악당의 대결에서 조선족 동포는 늘 악역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국 영화에서 최근 10년 사이 ‘조선족’을 폭력적인 범죄 집단으로 손쉽게 소비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영화 <황해>(2010)에서 조선족은 돈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폭력적 존재로, 산발한 머리에 짐승뼈다귀를 메고 다니는 모습으로 소개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신세계>(2013)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자로, <차이나타운>(2014)에서는 채무자들로부터 신체포기각서를 받고 장기매매를 하는 폭력조직으로 그려졌다. 최근에는 스크린을 넘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늘어가고 있다. 일제강점기 폭압을 피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이주했던 역사를 가진 동포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오로지 폭력조직과 범죄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실제 조선족의 범죄율이나 폭력범죄 발생률이 내국인에 비하여 높은 수준일까? 객관적인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오히려 그 반대로 조사된다.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최근 발행한 <외국인 폭력범죄에 관한 연구(2017)>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외국인 범죄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던 2011년에도 내국인의 범죄율이 외국인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문화적인 이유로 조선족이 칼이나 무기를 소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이 있는데,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본국에서는 치안의 부재와 방어 목적으로 무기를 소지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치안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총·칼과 같은 무기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 법제도와 공권력의 신뢰도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조선족의 경우에 ‘한국의 폭력 관련 법지식’이 오히려 내국인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과거 조선족의 잔인한 강력범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의 흉악 범죄가 조선족 전체의 모습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외국인의 범죄가 내국인에 비해 사회적으로 더 주목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질적인 타자로 인식되고, 개별 피해자를 넘어 우리 공동체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의 경우 낮은 범죄율을 보이면서도 더 큰 공포와 두려움을 준다. 조선족을 범죄자로 묘사하는 영화적 소비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족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은 부당한 차별을 만들고 사회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 등 또 다른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근거 없는 혐오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편견을 지우고 바라보는 대림동 거리는 어느 곳보다 평화롭고 활기차다.

 

조영관 |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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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세계’ 속 이정재는 경계에 선 인물이다.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 스파이이자 조직 후계자의 오른팔. 전에는 미처 몰랐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위태로운 그를 보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일일 줄은.




배우 이정재(39)는 대중에게 스타일로 대표되는 인물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슈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배우. 세련됨과 여유로움으로 무장한 그의 젠틀함은 전작 ‘하녀’와 ‘도둑들’에서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캐릭터를 연기할 때조차 흐트러짐이 없었다.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어땠을까? 영화 ‘신세계’에서 범죄조직에 몸담고 있는 경찰 스파이 이자성 역을 맡은 그는 여유로움 대신 위태로움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민식과 황정민, 에너지 강한 두 배우와의 연기 대결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맨 처음 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어요. 최민식과 황정민 사이에서 존재감이 미미할 거라는 거였죠. 저 역시 ‘아, 이걸로 내 연기 인생이 끝나겠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동시에 두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어 욕심을 냈습니다. 캐릭터상 감정을 자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현장에서 무척 즐겁게 촬영했기 때문에 그러한 스트레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가 연기한 이자성은 신입 경찰 시절 국내 최대 범죄조직에 잠입한 뒤 8년 동안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조직 후계자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정의를 내세우며 자신을 장기판의 말처럼 취급하는 경찰과 형제의 의리로 아껴주는 조직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물을 연기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면서도, 결코 선을 넘지 않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흡입력 있게 표현해냈다. 굴레를 안고 시작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절제였다.


“표현하기에 쉽지 않은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어요. 조금 더 하면 오버스럽고 덜하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역이거든요.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이 아닌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이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이 덜 드러나도록 두 인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만 잘 살려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심플한 블랙 슈트를 모던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비주얼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빛을 발한다. 이번 작품을 위해 제작된 슈트만 1백20벌. 18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재희를 떠올리게 할 만큼 변함없는 그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 역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별다른 비결은 없어요. 다른 분들과 똑같이 운동 열심히 하고 음식 조절하는 정도예요. 사실 요즘은 운동도 귀찮아서 빼먹고 군것질도 많이 해요. 여름에 촬영을 하느라 살이 좀 빠졌어요. 개인적으로는 좀 체격이 있는 모습으로 나오고 싶었는데 아쉽기는 합니다.”


처절한 액션신이나 울부짖음없이 위태로운 눈빛만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이정재라는 배우가 가진 진면목일 것이다. 영화 ‘하녀’로 칸영화제에 진출하고 ‘도둑들’로 명실상부한 흥행 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그에게 또 하나의 대표작이 추가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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