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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09 [기자칼럼]BTS 열풍에 부쳐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첫 공연이 지난 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틀간 회당 6만명씩, 총 12만명의 관객이 로즈볼을 가득 메웠다. BTS는 7월 중순까지 미국 시카고와 뉴저지,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와 시즈오카 등지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런던에선 그룹 ‘퀸’이 공연한 9만석 규모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공연이 예정돼 있다. ‘축구의 성지’로도 불리는 이곳은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가 최근까지 홈구장으로 이용해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BTS의 월드투어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어림잡아도 50만명 이상이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2015년 모 대기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K팝 콘서트에 가본 적이 있다. K팝의 의미와 성과를 놓고는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해외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를 현지에서 체험한다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 가수가, 한국어로 부르는 그 노래와 몸짓에 열광하는 현지팬들의 모습은 ‘문화 충격’ 그 자체다. ‘이것이 꿈인가’ 생각했다. 당시 2만명가량의 관객이 콘서트장을 찾았는데, 관객들의 함성이 얼마나 컸던지 공연장을 나온 후에도 한참 동안 귀가 먹먹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사회자가 괜히 ‘귀마개’를 쓰고 BTS를 소개한 게 아니다. 6만명이 들어찬 로즈볼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을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5월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팝스타 할시(왼쪽에서 다섯번째)와 함께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로이터연합뉴스


‘이렇게 대단한 BTS’에게 군면제를 해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가뜩이나 젊은층 지지율이 떨어져 고민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문제로 논란을 자초하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다. BTS도, 그들의 팬그룹인 ‘아미(ARMY)’도 원치 않는 일이다. 나이가 차 내년이면 입대해야 하는 BTS 멤버 ‘진’도 최근 인터뷰에서 “(군대에) 당연히 가야 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BTS를 계기로 K팝의 의미와 성과를 ‘진지하게’ 재평가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음악만큼 한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오롯이 전파되는 도구도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일의 한 서바이벌 음악프로그램 유튜브 영상을 보면 14살 독일 소녀가 BTS의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며 첫 관문을 통과하는데, “BTS 음악을 듣고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배우게 됐다”고 밝힌다.


BTS를 키워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는 최근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내 성공의 원동력은 ‘분노’”라고 말해 큰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그가 현재 가장 ‘분노’하고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그는 “K팝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팬들은 지금도 ‘빠순이’로 비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K팝의 발상지인 대한민국에서 K팝이 오히려 차별받고 천대받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병역법의 ‘예술·체육요원’ 조항만 해도 1위에 입상할 경우 현역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총 48개의 음악·예술·무용 대회가 있지만 K팝과 같은 대중음악에 적용되는 대회는 하나도 없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면 단지 그것이 ‘포퓰리즘’이고, ‘팬심’인 것일까. 징병제가 갖는 온갖 부작용과 불합리성을 알면서도 병역특례를 다 없애자고 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그래서 이참에 고백해야겠다. 아주 오래전부터 K팝을 사랑해왔다고. 빅뱅을 즐겨듣고, 소녀시대와 씨스타를 좋아한다고. 늦은 밤 야근을 하고 지쳐 집에 오면서, K팝을 듣고 위로와 휴식을 찾는다고. BTS가 유엔에서 한 연설을 듣고 코끝이 찡하도록 감동받았다고. ‘아재’인 나도 ‘아미’라고.


<송진식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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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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