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별’로 군림하던 동방신기 5명의 멤버가 오랜만에 가요계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남은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SM을 탈퇴한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은 ‘JYJ’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멤버들은 전성기 때의 5명 그대로이고 팬들의 호응도 뜨겁지만 두 팀으로 갈라진 이들의 방송활동은 천양지차다

동방신기는 지난 5일 공식컴백 이전부터 티저광고를 통해 복귀를 알려왔다.
이들은 음반 발매와 동시에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 방송 3사의 주요 음악 프로그램과 <연예가중계> <한밤의 TV연예>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으며 새 음반 <왜>도 음반 판매량 집계 차트에서 주간 1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유노윤호는 올 상반기 방송될 드라마 <포세이돈>에 캐스팅된 상태이며, 최강창민은 배우 이연희와 함께 24일부터 방송되는 <파라다이스 목장>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JYJ 역시 지난해 10월 <더 비기닝>을 발매하면서 해외에서 50만장의 선주문을 기록했으며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OST도 10만장 넘게 팔아치우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 드라마에 출연했던 박유천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든든한 ‘이모부대’를 얻었으며,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김준수는 출연작마다 매진행렬을 이어가며 티켓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다음달 개막하는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그가 출연하는 1만5000석 전 좌석이 5분 만에 매진됐다. 

대중문화계에서 뜨거운 이슈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이들은, 그렇지만 TV에서는 ‘얼굴 없는 가수’다. 본연의 무대인 음악프로그램은 고사하고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지난해 말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연기자’ 박유천과 <성균관 스캔들> OST를 부른 가수로서의 ‘JYJ’가 대중에게 얼굴을 내밀었을 뿐이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화제의 두 팀. 그렇지만 이들의 방송활동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뭘까? 방송종사자들과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거대기획사와 방송사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른 ‘눈치보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룹 JYJ의 준수, 재중, 유천


특정 기획사가 나서서 특정인의 출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기획사의 막강한 파워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방송제작진이 알아서 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 기획사들이 소속돼 있는 문산연(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은 지난해 JYJ 활동에 즈음해 이들의 활동 규제 요청 공문을 각 방송사와 음반사 등에 보낸 바 있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문산연 산하 제작자가 수십명이고 소속 가수들도 많은데 굳이 그들과 분란의 소지를 만들면서까지 특정한 한 팀을 출연시킬 필요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생각”이라면서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협의하거나 특정 기획사가 개별적인 의견 표명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SBS의 한 예능PD도 “소속사와 법적 갈등을 겪고 있는 연예인을 출연시켜 괜히 시끄러워질 필요가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PD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SM이나 JYP, YG와 같은 대형 기획사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신경을 쓴다”면서 “막말로 JYJ 한 번 출연시켰다가 소녀시대, 샤이니, F(x)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반면 방송국 안에서 기획사의 영향력을 덜 받는 드라마국이나 교양국은 이들의 출연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다. 이 때문에 같은 방송사 내에서 이들의 출연을 두고 국간 갈등이 비화되기도 했다. 


둘만 남았지만 ‘신기’는 계속된다 경향신문 > 문화 | 2011.01.13 08:05
갈라진 ‘동방신기’ 방송활동 차별 경향신문 > 문화 | 2011.01.11 20:52
JYJ, 음반 이어 출판시장 공략 경향닷컴 > 문화 | 2011.01.10 15:25
JYJ-동방신기, 트위터VS땡스투로 감정싸움 스포츠칸 > 연예 | 2011.01.06 19:16

JYJ가 지난해 말 녹화한 SBS <좋은 아침>은 당초 이달 5일에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예능국의 반발로 방송이 보류된 상태다. 또 지난해 말 JYJ가 KBS 연기대상에 출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드라마국과 예능국 사이에는 “앞으로 음악프로그램에 가수들 섭외 안되면 책임질 거냐”는 식의 설전이 오가기도 했으며, 문산연은 KBS 드라마국장 등을 방문해 이들의 출연을 철회해주기를 요청했다.

이 같은 갈등에 대해 방송가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거대 기획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암묵적으로 연예인의 활동을 막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동방신기 분쟁과 같은 사례가 빈발하면 누가 제작에 나서려고 하겠느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잘잘못이 가려지기도 어려운 문제이고 양측 간 앙금은 남아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대중이 이들을 얼마나 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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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됐고 2011.01.22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m짜증 난다 jyj yg로 가면 좋겠네

김천<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위클리경향 898호>



금요일이면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를 달군다.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출연자를 응원하거나 심지어는 실시간 중계까지 하고 있다. 
결승전을 앞두고 당일 방송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공중파 음악프로그램도 하기 힘든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또 한 명의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시청자가 환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엠넷 관계자는 오랜 준비와 기획에서 성공의 원인을 꼽고 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은 3개월 동안이지만 이미 3~4년 전부터 이와 같은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을 위해 특별기획팀이 마련됐다. 세계 곳곳에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와 다른 개성과 창조성을 만들기 위해 애쓴 것이 주효했다.” 



Mnet ‘슈퍼스타K 2’ TOP11에 선발된 주인공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존박, 김그림, 앤드류 넬슨, 
김지수, 강승윤, 이보람, 장재인, 김은비, 허각, 김소정, 박보람. |Mnet 제공


그 남다른 특성은 바로 노래 속에 담겨 있는 개인의 삶과 이야기를 드러내고 보여주는 데서 찾았다. 
단순히 누군가 잘 부르는 노래를 듣고 보는 것이 아니라, 노래 속에 담겨 있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기에 세상의 공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노래의 선택부터 개인의 성장과정과 삶의 이야기가 절절하기에 음악이 갖는 감동의 힘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노래 속에 담긴 개인의 삶도 보여줘

방송사 내부에서도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제작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전한다. 
“이런 국민적 관심은 케이블방송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엠넷은 그동안 마니아들이 찾아보는 채널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즐겨 시청하는 공익적 성격도 충분히 갖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앞으로의 제작 방향까지 고심하게 만들었다.” 

음악프로그램으로도 무언가를 느끼고 얻고 배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방송사에서는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이다.

프로그램의 성공에는 독특한 경쟁방식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출연자와 계약 당시부터 철저한 거리를 둔다. 스타가 된 후에도 방송사와 관계없는 기획사와 일을 한다. 
특히 심사의 70%가 온라인과 문자투표로 이루어진다. 심사위원이 있지만 그보다는 시청자들의 판단이 더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슈퍼스타K는 온라인 게임과 유사하다. 자신이 지지하는 캐릭터를 정하고, 그 캐릭터의 성장을 돕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협력하는 과정은 게임의 요소와 함께 시청자를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들이고 몰입하게 만들었다. 

홍익대 영상대학원 박장순 교수의 평이다. 
“시청자와 상호 반응하는 인터액티브 형식의 프로그램 진행이 성공의 한 가지 요소다. 방관자에서 적극적 참여자가 된 시청자는 프로그램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출연자는 시청자 개개인의 아바타(화신)이며, 프로그램은 게임의 장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은 복합적이다. 음악 프로그램에 리얼리티쇼, 게임쇼, 버라이어티쇼 등 최근 방송에서 볼 수 있는 형식은 모두 동원된 셈이다.

프로그램 제작사인 엠넷은 태생이 음악전문 채널이다. 음악시장의 침체는 곧바로 회사의 기반이 취약해진다는 현실과 통한다. 그런 참에 경영진에서는 슈퍼스타K의 성공이 음악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 대표가 이 프로그램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를 귀띔했다. 
“이제 곧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분석과 평가가 나올 것이다. 슈퍼스타K를 통해서 축적된 경험은 미래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내년 시장을 내다보는 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10월 8일 Mnet ‘슈퍼스타K 2’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려 
후보 4명(왼쪽부터 강승윤, 장재인, 허각, 존박)이 합동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음악전문가들은 한국 음악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음반은 팔리지 않고, 노래와 가창력보다 춤과 예능적 요소가 시장을 좌우하는 형편이라 텔레비전에서 음악 프로그램은 오래 전부터 쇠락하고 있었다. 

초저녁 시간 10대를 타깃으로 삼거나, 늦은 시간 흘러간 노래를 들려주는 장년층 대상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런 참에 슈퍼스타K는 시청자의 연령층을 무너뜨렸다. 연령과 계층에 관계없이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기고 느끼며 배우는 프로그램이 됐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노래를 듣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만으로도 긍정적 평을 받는다.

전문채널의 과제와 나아갈 길 시사

그동안 우리 방송시장은 공중파방송국 위주로 형성됐다. 케이블, 위성, IPTV 등 매체는 늘어났지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경쟁력 있고 특색 있는 콘텐츠 제작에는 실패했다. 
한 마디로 차려진 밥상은 많으나 정작 먹을 것은 없었다. 특히 케이블 방송사들은 인기 있는 공중파 프로그램을 사와 재방하는 편성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시청률 확보에 급급하여 지나친 선정성과 상업성으로 비판 받는 일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슈퍼스타K는 시사점이 크다. 

장기적 투자와 특성화된 프로그램은 전문채널의 숙제이자 운명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로 방송시장은 더 큰 성장과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미 거대 신문사들의 종합편성채널 진출과 해외자본에 대한 방송시장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칫하면 케이블 텔레비전은 공중파의 들러리로 전락하거나 소리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기에 방송의 관행과 무기력의 갈림길에서 슈퍼스타K가 보여주는 성공의 시사점은 크다. 대규모 물량공세나 베끼기가 아니더라도 자그마한 차이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와 교훈을 함께 줄 수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프로그램 막바지에 안타깝게 탈락한 출연자의 말은 슈퍼스타K를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기적을 얻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을 하나씩 하나씩 가능으로 바꾸는 것을 배웠다. 이제 프로그램 밖의 세상에서도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통해 노래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가수의 삶과 꼭 맞물려 있어 마음을 울리는 소리로 전해질 수 있게 만들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보통사람들이 꿈을 접지 않고 불가능에 도전하여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현실 속에서 묻어버린 개개인의 꿈을 일깨우는 것이라면 노래를 듣고 보는 이는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시청자는 똑똑하다. 프로그램을 통해 즐길 뿐 아니라 배우고 자신을 성장시켜간다. 마치 슈퍼스타K의 출연자들처럼 평범한 돌멩이에서 저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스스로 관행의 속박을 거부한다. 방송제작자들이 슈퍼스타K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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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종 문화에디터 sjkim@kyunghyang.com



여운이 좀체 가시질 않는다. 

이미 막 내린 한 음악 전문 케이블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이 정치사회적인 화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이 가야 할 감동 정치의 길”이라고 했고, 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공정사회의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인생역전’의 주인공 허각, 그리고 덩치 큰 공중파의 시청률을 한순간에 눌러버린 케이블·위성채널 엠넷(Mnet)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사회의 어떤 ‘급소’를 건드린 걸까.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슈퍼스타K 2> 총괄연출자(CP) 김용범 프로듀서(PD·35)를 만났다. 김 PD는 <슈퍼스타K>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시즌1과 시즌2 연출을 도맡았다. 
그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타났다. 약간 헐렁한 카디건 차림에 수염을 깎지 못해 조금 피곤해보였지만 ‘모범생’ 같은 모습이었다. 후배 사진기자에게 “에스에스오공일(SS501)이 아니라 더블에스오공일”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대중음악에 대한 ‘무식’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슈스케 신드롬’을 일으킨 케이블·위성채널 엠넷(Mnet)의 <슈퍼스타K 2> 총괄연출자 김용범 PD. 
134만명이 참가해 ‘한국판 폴 포츠’ 허각이 최종 우승자가 됐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방송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바쁜 것 같다.

“아직도 프로그램이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회의, 후속 프로그램 제작, 줄줄이 잡혀 있는 인터뷰와 회식 등 일정이 빡빡하다.”

- 케이블TV로는 기적이라고 할 만한 20%의 시청률이 나왔다. 이런 ‘초대박’ 성과를 낸 기분이 어떤가.

“<슈퍼스타K 2>의 캐치프레이즈가 ‘기적을 노래하라’여서 기적이 이루어진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다. 처음부터 노래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것이 시청률보다 더 중요하다.”

- 보너스는 받았나. 

“이야기는 들었다. 올해는 좀 두둑한 보너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슈퍼스타K 2>의 인기를 언제 실감했나.

“매회 현장의 열기와 문자투표에 놀라곤 했다. 70대인 작은어머니가 ‘잘 보고 있다’고 전화를 하셨다. 조카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시는 분이었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고 하셨다.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아버지와 딸이 함께 시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을 것 같다.

“스태프 모두 사생활을 반납했다. 1년 동안 회사에서 먹고 잤다. 늘 조마조마한 순간을 겪어서인지 심장병까지 생겼다. 정말 후회없이 일했다. 혼기가 지나가는데 연애도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독신으로 늙을까봐 걱정이다. 하하하.”

- 어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낮에는 환풍기 기사로 밤에는 행사장에서 노래하며 꿈을 키워온 허각이 우승자였기에 더욱 감동적인 드라마가 됐다. 허각의 우승을 예감했나.

“시청자 투표가 나올 때까지 제작진도, 심사위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각은 163㎝의 작은 키, 통통한 몸에 얼굴도 미남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도 노래를 잘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고, 무대를 휘어잡았다. 노래 잘하는 사람 중에서도 그처럼 애잔하거나, 기쁘거나, 뭉클한 감정을 잘 전달하는 가수는 많지 않다. 외모의 단점도 특유의 야생적인 매력으로 극복했다. 정말 좋은 곡과 만나는 순간 빵, 터질 수 있는 친구다.
허각은 꿈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다.” 

- 정치인과 종교인이 우리 정치와 사회가 허각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데….

“88만원 세대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보통 젊은이의 뜨거운 성공담이 감동과 희망을 줬다는 점을 평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허각을 비롯한 최종 11명(톱11)이 모두 화제가 되는 것도 대단하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모두 촬영과 녹음, 방송 출연, 각종 매체의 인터뷰로 정신을 못차릴 정도다. 연예기획사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허각, 존박, 강승윤, 장재인은 광고모델이 됐다.
정식 가수로 데뷔하지도 않았는데 강승윤의 ‘본능적으로’, 장재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벌써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 11명 모두가 개성과 매력이 뚜렷한 친구들이다.
자신의 절실한 노력에 따라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원석들이다.”

- 소위 ‘슈스케 신드롬’을 일으킨 이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을 꼽는다면.

노래를 듣는 재미를 일깨웠다. 서바이벌 리얼리티의 극적 재미, 휴머니즘의 요소도 잘 어우러졌다고 본다.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노래로만 경쟁해서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슈퍼스타K>만의 스토리텔링을 기획했다.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르게 된 배경, 경쟁자들이 합숙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 과정, 노래실력과 열정, 절박함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출연자와 시청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완성하면서 열광했다.”




- 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우리나라 참가자들의 문화 차이도 있을 텐데.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외국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자신의 속마음까지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나라는 겸양의 전통 때문인지 기쁨과 슬픔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지역예선에서 우승한 딸을 껴안으면서도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른다. 노래하겠다는 딸을 혼내기만 했지 안아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표현했으면 좋겠다.”

- 이 프로그램이 방송문화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본격적으로 문자투표라는 형식의 ‘쌍방향’ 방송을 시도했다. 사실 케이블TV는 시청자가 적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시즌1부터 반응이 좋았다. 올해는 문자투표를 확대했다. 이것이 케이블에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방송에서 쌍방향 프로그램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 <슈퍼스타K 2>의 성공이 침체된 한국의 음악시장과 연예계 세태에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 세대다. 음반 100만장이 쉽게 팔렸다.
1990년대 들어 음반시장이 급격히 무너졌다. 2000년대에는 음원판매로 가수들의 수익구조가 바뀌었다. 대형기획사들이 아이돌그룹을 앞세워 음악시장과 방송무대를 장악했다. 좋은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 장르가 획일화됐다. 
<슈퍼스타K> 참가자들의 미션곡을 선곡하다 보면 대부분 90년대 이전의 노래였다. 아이돌 중심의 가요계 풍토에서 보면 ‘흘러간 명곡’들이었다. <슈퍼스타K>의 인기는 대중이 ‘노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슈퍼스타K>를 계기로 또 한 번 음악의 황금기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 <슈퍼스타K> 출연자들은 실력이 출중한데도 왜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했나.

20대는 노래와 춤을 가르치는 동안 30대가 넘어버리기 때문에 기획사들이 중·고생만 찾는다. 노래실력보다 외모를 먼저 본다. <슈퍼스타K>는 외모, 나이와 관계없이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년에는 중·장년층도 많이 도전해서 노래와 인생으로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폴 포츠나 수전 보일이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 <슈퍼스타K>의 심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있었다.

공정성과 객관성은 이 프로그램의 생명이다. 후배 PD들에게 우리는 수도승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청자 투표에서도 정확하게 룰을 정해놓고 공정성을 끝까지 지켰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이 노래에만 집중해서 우승자를 뽑았다.”

-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출연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까발렸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미화시키거나 다르게 편집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부모의 이혼 등 결손가정, 외환위기의 영향 등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다. 꾸미지 않아도 가슴 아픈 사연이 넘쳐났다. 노래 또한 절절할 수밖에 없었다. 노래에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자극을 더하기 위해 조작할 이유가 없었다.”

- 승부를 부추긴 점도 있지 않나.

“누군가 쓴 ‘허각의 사회학’이라는 글을 보고 쓴웃음이 나왔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음악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다. 1등을 뽑는 전국노래자랑 같은 거다. 재능을 뽐내면서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톱11이 지금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탈락자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 <슈퍼스타K>의 미덕은 탈락자도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 참가자들이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 흠집내기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인터넷이 ‘제3의 권력’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프로그램의 반응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도 없다. 네티즌은 월드컵처럼 확 끓어올랐다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린다. 익명성에 숨어 막 질러대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끼리는 사이가 너무 좋은데 네티즌들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마약설 같은 걸 퍼뜨리고, 이상한 사진을 퍼나르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 심사위원들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지만 그들은 프로답게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심사했다.

- <슈퍼스타K> 출신들이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기를 바라는가.

“자기 색깔이 확실한 가수가 오래도록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외모보다 매력과 열정이 먼저다. 톱11 가운데 외모가 뛰어난 친구는 별로 없다. 그런데도 노래를 듣고 있으면 위로가 되고, 행복해지고, 진한 느낌이 전해진다. 요즘 젊은이들이 성형하고 외모를 가꾸는 데만 관심이 많은데 자기의 숨은 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슈퍼스타K>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을 만났을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나.

“10대, 20대들은 형제가 많지 않다. 대부분 외아들, 외동딸이다. 그러나 사회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경쟁만 했지, 화합하거나 공동작업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그룹 미션이었다. 참가자들은 합숙생활을 통해 서로 돕고 노력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정한 음악의 친구들을 얻었다. 승자가 패자를 붙잡고 우는 것은 진심이었다. 이런 따뜻한 배려가 우리 사회에 더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는 ‘연예인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젊은이들에게 연예인은 욕망의 사다리와 같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부모들까지 자녀를 스타로 만들고 싶어 기획사를 찾아다닌다. 많은 젊은이들이 연예인을 동경하지만 그 길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 같다. 그런 사회현상이 보통사람이 화려한 연예인이 되는 ‘스타탄생’의 <슈퍼스타K>로 분출된 것이라고 본다.” 

- 공중파 방송에서도 <슈퍼스타K>와 비슷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한다. MBC는 이미 <위대한 탄생>의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SBS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환영한다. 다양한 개성의 가수들이 더 많이 나와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충분한 사전 조사나 탄탄한 구성 없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행방식은 물론 지원서 양식까지 <슈퍼스타K>와 똑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슈퍼스타K>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3년 동안 따로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기획안을 수없이 수정하면서 새로운 오디션 포맷을 만들었다. 우리는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

- 공중파와 비교할 때 케이블방송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도전 정신이다. 케이블은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실험을 해왔다. 이 프로그램도 엠넷이니까 가능했다. 엠넷은 음악 전용 케이블이면서 음악공장 같은 곳이다. 음원 유통, 포털사이트, 공연, 연말시상식 등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이 모여 있다. 올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케이블 채널도 공중파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PD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5살 때부터 서울에서 자랐다. 부모는 은퇴하고 공기 좋은 남양주 덕소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그는 청소년 시절 조용하기만 한 ‘범생이’였다고 한다. 영화와 음악에 파묻혀 살았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혼자서 영화관을 찾는다. 실험적인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새로운 영화는 거의 다 보는 편이다. 영화음악을 좋아해 CD를 많이 가지고 있다. 외국어대 영어과에 다니면서 번역작가의 경험을 쌓기도 했다. 엠넷은 군대에 다녀온 뒤 입사한 첫 직장이다. 입사 8년차. 그동안 <서인영의 카이스트>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가.

“실험적이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내년에 시작할 <슈퍼스타K 3> 연출은 후배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다.”

- 휴가계획은 세웠나.

“휴가는 받아놨는데 막막하다. 1년 동안 ‘쪽잠’을 너무 많이 잤다. 일단 집에서 잠부터 푹 자야겠다. 여행도 하고 싶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았는데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동안 못 본 영화도 몰아서 보고 싶다. 하루종일 영화관에서 보낼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겠다.”


■ ‘슈퍼스타K 2’는

134만명 예선 참가… 시청률 21% ‘초대박’

<슈퍼스타K 2>는 케이블TV의 위상을 새롭게 했다. 음악전문 케이블 방송국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는 CJ E&M 이미경 부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3년여의 기획과정을 거쳐 2009년 시즌1을 시작했다. 전국 지역예선에 71만명이 참가했다. 최종 시청률은 케이블TV로는 경이적인 8.5%를 기록했다.

시즌2는 지난 4월부터 대전, 인천, 대구, 광주, 춘천, 제주, 부산, 서울의 국내 8개 지역과 미국 LA 해외예선을 거쳤다. 134만명이 예선에 참가했다. 3차 예선과 ‘슈퍼위크’(심층 노래대결)를 거쳐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김지수, 김은비, 박보람, 앤드루 넬슨, 김소정, 김그림, 이보람 등 11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도전자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합숙생활을 하며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7월23일 시작한 본선 생방송 오디션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심사위원 점수(30%)와 사전 인터넷 투표(10%), 실시간 시청자 모바일 투표(60%)를 합산해 탈락자를 결정했다. 문자투표는 매주 평균 43만건, 마지막회에는 무려 130만건을 기록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승철, 엄정화, 윤종신의 코멘트 ‘제 점수는요’는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꼽힌다. 

최종 우승자 허각은 2억원의 상금과 QM5 차량 1대를 받았으며, 음반 발매와 2010 MAMA 시상식 무대 출연을 약속받았다. 시즌2 최종회의 최고 순간 시청률은 21.1%로 같은 시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압도했다. <슈퍼스타K>는 앞으로 일본(슈퍼스타J), 태국(슈퍼스타T), 중국(슈퍼스타C) 등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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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희 junehee.jung@gmail.com


바야흐로 '슈스케' 열풍이다. 이런 프로그램의 특징이자 저력은 처음엔 서서히 달아오르다가 막판에 폭발한 다음 끝난 뒤에도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데 있다. 
허각과 존박 사이에 벌어진 1-2위 표차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다소 생뚱맞은 어투로 진지하게 비판하는 이도 있다. '슈스케'라는 명칭을 듣고 사뭇 진지하게 '왜색'을 운운하던 내 지인은 그게 '슈퍼스타 K 2'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머쓱해 하더니만, 대뜸 요즘 세대의 그릇된 줄임말 세태로 화살을 돌리는 처량한 순발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소위 '슈스케'가 두 번째 시즌에 이르러 한국 대중문화 속에 안착하게 된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슈퍼스타 K 2>는 좋게 말하면 포맷 번안 프로그램이고 나쁘게 말하면 노골적인 모방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 K 2>를 보면서, 미국에서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아메리칸 아이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아메리칸 아이돌> 역시 영국에서 방영된 <팝 아이돌>을 그대로 미국에 이식시킨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슈퍼스타 K 2>는 포맷을 수입하지 않았고 <아메리칸 아이돌>은 포맷은 물론 사이먼 코웰이라는 신랄한 영국인 독설가도 수입했다는 점이다.






물론 <슈퍼스타 K 2>를 제작한 엠넷이 그와 같은 해외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랐을 리는 전혀 없다. 미국 프로그램이나 일본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껴서 한국 텔레비전에 올려놓는 행태를 지금 같은 '글로벌 동기화' 체제에도 반복하고 있을 멍청한 제작자가 한국 방송계에 버젓이 남아 있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륙의 짝퉁 문화'를 비웃던 한국인들이, 어렸을 때부터 즐겨먹던 새우깡과 빼빼로가 일본 상품을 마치 복사기로 본을 뜨듯 거의 똑같이 모방해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낀 참담함 덕분일지는 몰라도, 여하튼 한국이라는 나라가 적어도 낯 두꺼운 베끼기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거의 지났다고 믿고 싶다.


성공한
해외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는 건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특정한 아이디어가 과연 시쳇말로 '대박'을 칠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말 그대로 '쪽박'을 찰 수도 있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언필칭 문화산업이다.
성공한 프로그램 포맷은 그와 같은 위험도를 절반 이하로 감소시켜주며,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대중들로부터 인정받는 지난한 과정에 투자되어야 할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포맷을 수출해주는 쪽은 마치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본사처럼 노하우를 전수하고 매장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편리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는 글로벌 저작권 시장에서 호시탐탐 먹이를 노리고 있는 소송 전문 변호사들이 무시무시한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의 성향이라든가 규제기구의 심의 수준 등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이 전혀 다른 지역에서는 원본의 포맷을 빌려오되 그것을 유연하게 현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좋다.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포맷을 들여오는 데에는 또한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다. 예컨대 위험도를 크게 줄여준다고는 해도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닳고 닳은 저작권 소유자가 제시하는 조건이 수입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더욱이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는 이들의 관심은, 이 또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그렇듯, 포맷 수입자에 대해 최대한 큰 통제력을 발휘하는 데 있다.

수입해간 측에서 원 프로그램의 틀을 멋대로 변형해서 상품의 통일성을 망쳐놓지나 않도록 감시하고 수시로 개입한다. 그러다 보면  프로그램 포맷을 적절히 현지화시키는 과정이 예상치 못한 장벽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Mnet ‘슈퍼스타K2’ 결선 무대에서 우승한 허각이 축하 꽃다발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Mnet /스포츠칸




글로벌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포맷은 스타 탄생 프로그램인 <팝 아이돌>, <브리튼스 갓 탤런트>, <프로젝트 런웨이>나 엿보기 프로그램인 <빅브라더> 등과 같은 리얼리티 쇼 장르에 집중되어 있다.
대개 일반인의 참여를 통해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란과 이슈를 유발하며, 이것을 다른 대중매체가 받아주면서 사회적 시선과 대화를 증폭시키는 것이 핵심
이다.
시청자들이 특정한 등장인물과 맺는 ‘일체감’은 안정적인 시청자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뿐더러, 이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짭짤한 부대수입까지 발생시킨다. 그리하여
시리즈가 거듭되는 동안 이와 같은 리얼리티 쇼는 일종의 국민적 행사처럼 발전한다. 영국에서 여름 휴가철 동안 떨어지게 마련인 텔레비전 시청률을 <빅브라더>가 붙잡아주는 메커니즘도 그런 특성을 활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글로벌 히트 포맷은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의 리얼리티 쇼는 대개 일반인의 참여에 의해서보다는 연예인끼리 ‘패밀리’를 띠워 ‘1박2일’ 동안 ‘무한도전’하는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 형태로 굳어졌고, 오디션 방식의 스타탄생 프로그램은 이미 로컬 시장에서 검증된 준연예인급 일반인들의 ‘스타킹’ 장기자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름의 이유인즉슨, 심판관들이 던지는 멘트가 유럽처럼 신랄하기도 어렵고, 일반인 워너비 스타들의 탤런트풀이 미국만큼 넓고 다양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드디어 슈스케가 떴다. 게다가 케이블 채널로서는 대박을 넘어 초대박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해외 포맷인 <아메리칸 아이돌>보다는 한국적 스타탄생 포맷인 <전국노래자랑>을 좇은 선택이 주효했고, 스타 지망생들의 실력은 물론 눈물샘을 자극하는 개인사를 적절히 배치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누군가는 설명한다.

하지만 휴대폰 세일즈맨 폴 포츠의 ‘넬라 판타지아’가, 그리고 볼품없는 외모를 지닌 수전 보일의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이 반드시 압도적인 가창력만으로 입상하여 한국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아니다. 코니 탤벗이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 또한 예쁘고 앙증맞은 꼬마에게서 나온 것이기에 이른바 천상의 목소리가 되어 한국의 스타킹에까지 울려 퍼지게 된 셈이 아닌가. 




제목 MBC ‘무한도전’팀이 ‘도전 WM7 프로레슬링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 MBC /스포츠칸




결국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스타 탄생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그 포맷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게서 왔는지 <전국노래자랑>에게서 왔는지가 아니라, 개인적 역량과 사연 그리고 판관들의 날카로운 선구안이 어울려 특정한 종류의 성공 스토리 라인을 빚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요컨대
사람들은 단순히 ‘준비된’ 스타를 추인하기보다 ‘만들어져 가는’ 스타를 보고 싶어 하며, 그들의 ‘발전하는’ 캐릭터, 아니 심지어 ‘내손으로 만들어준’ 진행형 캐릭터와 함께 웃고 울고 떠들길 원하는 것이다.

물론, (영예의 1위 당선자 허각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행여나 지금 형성되어 있는 유대가 앞으로도 영원하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편이 좋다.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의 사연에 공감하며, 슈스케를 안 보는 지인들에게까지 문자 메시지를 날려 내 손으로 키워주고 싶은 워너비 스타는 또 다음 시즌에 어김없이 찾아와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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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 경향신문 논설실장


요즘 두 개의 두드러진 대중문화 ‘현상’이 시선을 잡아끈다. 
하나는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걸그룹 열풍이다. 당초 필자는 ‘열풍’이란 표현이 필시 우리의 희망이 담긴, 과장된 것이겠거니 했지만 그게 아닌가 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난 8월 말 9시뉴스인 <뉴스워치9>에서 한국 걸그룹 소녀시대가 이날 도쿄에서 새 앨범 발표회(쇼케이스)를 열었다는 소식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카라와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들의 일본 진출 소식도 전했다. NHK가 연예뉴스를 이렇게 비중있게 다룬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그럴 만한 뉴스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걸그룹의 일본 내 열풍에 대한 고무적인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궁금한 것은 한국 걸그룹의 경쟁력은 무엇인가다. 아시아 아이돌 문화의 종주국은 일본인데 어떻게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 아이돌에게 열광하게 된 걸까. 

가수 보아가 일본 가요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2000년 초만 해도 우리는 일본의 선진적 가수 양성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신세였다. 그런데 상황이 역전 기미를 보이는 거다. 
답은 차별성이라고 한다. 일본 걸그룹은 귀엽고 예쁜 소녀의 느낌인 데 비해 우리 걸그룹은 귀엽고도 섹시하며 성숙하고 프로 같은 느낌을 준다. 노래와 춤이 한 수 위고 팔색조처럼 변신에 능하다. 



Mnet ‘슈퍼스타K2’ 결선 진출자인 존박(맨 왼쪽)과 허각이 지난 15일 방송을 끝으로 탈락한 
장재인을 끌어안고 아쉬움을 나누고 있다. 사진 엠넷


‘소녀시대’ 노래와 춤 일본내 열풍

또 다른 현상은 국내 가수 발굴 TV프로그램 <슈퍼스타K 2>의 폭발적 인기다. 
몇주 전부턴가 필자도 대학생 딸들이 보는 이 프로에 빠져 금요일 밤을 보내곤 한다. 케이블 TV 엠넷이 미국 폭스 TV의 최고 인기 가수 발굴 쇼 <아메리칸 아이돌>을 본떠 만든 이 프로그램은 경이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시청률은 총 16.15%로 동시간대 지상파 방송들까지 압도했다. 
더 놀라운 건 134만830명이 이 프로그램 1차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전 국민 40명 가운데 한 명이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나 ARS 전화를 통해 오디션을 받은 셈이다. 

이미 <아메리칸 아이돌>의 대성공이 미국에서 하나의 ‘피노미논(현상)’으로 평가됐지만 <슈퍼스타K 2>는 이를 능가하는 한국적 사회·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일 만도 하다. 

그러나 이 두 개의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짚어봐야 할 대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것을 뭉뚱그려서 편중과 불균형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지나친 걸그룹 편중이다. 전문가들은 춤, 노래, 예쁜 외모를 갖춘 걸그룹만으로는 일본 시장에서 긴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대중의 취향은 변덕이 심하다. 일본 음악은 그 다양성에서 미국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섹시 코드 중심의 획일 단순성은 독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일본의 한국 걸그룹 열풍에는 그들의 대리·우회 만족적 측면이 없는지 살필 일이다. 
국회에선 요즘 걸그룹의 연소화와 선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오락 프로그램들이 어린 여자 가수들에게 섹시 댄스, 섹시 표정을 주문한다며 “이런 모습이 자꾸 방송에 나오니 학생들이 흉내를 낸다. 우리나라 초등생 42%가 가수, 8%가 탤런트를 꿈꾸는데 이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청소년 연예인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취업과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오후 10시 이후에는 방송 출연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얼마 전 가수를 지망하는 여고생의 매춘 강요 사건이 기사화됐다. 연예기획사 대표가 투자 명목으로 돈을 받은 대가로 이른바 스폰서에게 성접대를 하도록 강요한 혐의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헛된 연예인 동경이 지속되는 한 이런 사건은 근절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들이 TV에 나와 걸그룹 흉내를 내는 것 자체는 큰 문제라 할 수 없다. 예로부터 가무 음곡을 즐긴 조상의 후예들이 노래를 좋아하고 가수가 되고자 하는 걸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 도리어 노래는 고단한 삶에 큰 위안이 될 것이다. 

편중과 불균형 문화 독이 될 수도

그럼에도 요즘 세태는 우리의 문화적 편중과 불균형 문제를 성찰하게 만든다.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또 다시 좌절됐다고 실망하지만 우리는 시와 문학을 얼마나 가까이 하고 있는가. 베네수엘라가 국제 미인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나라면서 동시에 빈곤층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관련 글: 
http://tweeterpoet.khan.kr/7]를 통해 구스타보 두다멜 같은 걸출한 지휘자를 탄생시킨 음악애호국이란 것도 생각난다. 

걸그룹과 <슈퍼스타K 2>의 열기로부터 피어오른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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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에세이]“시월엔 나도 국민가수랍니다”
 
이용 | 가수



모름지기 ‘국민가수’라고 하면 코흘리개 아이들부터 노년층까지 그의 이름을 알고,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떳떳하게 “나는 국민가수다”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국민가수라고 주장하면 아마 이 글의 말미쯤에 살벌한 댓글들이 올라올 게 뻔하다. 네가 국민가수면 나는 국민 남동생이다, 네가 국민가수면 조용필은 뭐냐 등등. 뭇매를 맞고 피흘리면서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은 발언을 한 것 같습니다”라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하긴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비틀스나 스웨덴인들이 사랑하는 아바,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마이클 잭슨쯤은 돼야 국민가수가 아닐까.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많은 분이 알고 있다시피 시월이 되면 가수 이용의 스케줄 표는 빡빡해진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잊혀진 계절’ 덕분이다. 지난해 10월의 마지막 밤, 나는 국민가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가수 부럽지 않은 경험을 했다. 그날의 마지막 스케줄은 마산 공설운동장이었다.

서울과 전국을 오가는 스케줄을 마감하고 저녁 무렵 마산 공설운동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기함을 하고 말았다. 8000여명의 관객이 꽉 들어찬 공설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라인업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해체되기 전의 동방신기를 비롯해 그 당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 총출동하는 무대였다. 
한마디로 나는 그곳에 잘못 온 셈이었다. 슬쩍 객석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가 사랑하는 중년의 여성팬들은 안보이고, 10대 소녀팬으로 인산인해였다.



시월만 되면 이용을 '국민가수'로 만들어주는 노래, <잊혀진 계절>


그때까지만 해도 중년 팬들 앞에서 ‘잊혀진 계절’을 부르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시월의 멋진 밤을 장식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열광적인 10대팬들이 오로지 기다리는 건 동방신기 오빠였지, 이름도 ‘듣보잡’인 이용이 아니었을 게다. 
나는 주최 측에 아무래도 나를 끼워넣은 건 잘못된 것 같으니 그냥 돌아가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 가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데 객석에서 썰렁한 반응을 보일 때다. 그런 고통스러운 장면을 떠올리면서 나는 되도록 무대에 서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예고된 무대여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결국 소녀팬들의 열광 속에 공연을 끝낸 한 아이돌 그룹의 뒤를 이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분위기를 잡고 ‘잊혀진 계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 망신 좀 당하지 뭐, 딸보다도 어린 팬들 앞에서 박수를 받겠다는 건 내 욕심이지. 내가 국민가수도 아닌데….’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많은 소녀들이 내 노래를 따라부르는 게 아닌가.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그곳에 꽉 들어찬 모든 소녀들이 따라하는 것이었다. 분명 객석에는 <열린음악회>나 <가요무대>에서 만나던 중년 여성팬들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박수와 환호 속에서 무대를 끝냈다.

여하튼 감격적인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야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동방신기가 내 노래를 리메이크해 발표하는 바람에 모든 소녀팬들이 ‘잊혀진 계절’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무식하게도 동방신기가 ‘잊혀진 계절’을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동안 조관우나 박화요비, 김범수 등 많은 후배가수가 리메이크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돌 그룹까지 내 노래를 리메이크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동방신기 출신 김재중(영웅재중)이 솔로로 부른 <잊혀진 계절>



덕분에 기분좋은 시월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고 나오면서 몇몇 중년 여성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저편에서는 동방신기를 보려는 소녀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완소 중년팬’이 있었다. 그때 한무리의 소녀들이 몰려와서 사인을 요청했다.

“아저씨, 사인 좀요. 아저씨도 우리 오빠들 노래 잘 부르시던 걸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한 중년 여성팬이 발끈하면서 한마디 했다. 
“얘들아. 그 노래 원래 이 오빠가 부른 거야. 왕년에 이 오빠도 하이틴 팬들이 줄을 섰어, 얘. 지금은 국민가수야. 국민가수.” 
그래서 그날 난 졸지에 국민가수가 됐다. 소녀팬들부터 중년여성, 소년들부터 아저씨들까지 따라 부르는 노래를 히트곡으로 갖고 있는 국민가수가 됐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나는 내내 행복했다. 그래, 시월이 되면 난 누가 뭐래도 국민가수다. 시월의 마지막 날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방송에서 내 노래가 흘러나오는 감격을 맛볼 수 있는 가수가 아닌가. 국민가수 선배님들, 용서해 주세요. 시월엔 이용도 국민가수랍니다.




박화요비의 <잊혀진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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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대앞에서 가장 ‘핫’한 밴드는?

인디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의 입에서 ‘데이브레이크’라는 답을 얻기란 어렵지 않다.

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에너지 넘치고 유쾌한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이들에게 ‘인디씬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것은 이들의 무대를 한번쯤 보면 안다.

전주가 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심상찮은 환호로 달아오르더니 이내 팬들의 ‘떼창’이 이어지며 공연장은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한다. 올 여름 주요 음악페스티벌마다 이들의 무대는 내내 그렇게 달궈졌다.

최근 내놓은 2집 앨범 대표곡 ‘들었다 놨다’는 말 그대로 2말3초(20대 말 30대 초반) 여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중독성 강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그녀 앞에서 마음과 행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남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톡톡 튀는 노랫말과 감성적인 멜로디로 풀어낸 노래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헤이 내 마음을’이라며 반복되는 후렴구는 한번 들으면 도저히 따라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말랑말랑하고 결이 부드러우면서도 흥이 나는 노래들은 이들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지난달 초 내놓은 2집 음반은 발매 한달 만에 5000장 넘게 팔렸다. 인디밴드로서는 드문 반응이다.



왼쪽부터 정유종, 이원석, 김선일, 김장원. |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이원석(보컬), 김선일(베이스), 김장원(건반), 정유종(기타). 30대 초중반인 이들이 밴드를 결성한 것은 4년 전. 이원석과 김선일은 ‘브런치’라는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다.
하드록을 추구하던 밴드라 음악성이 맞지 않아 고민하던 끝에 탈퇴한 뒤, 알음알음 알게 된 동생들(김장원, 정유종)과 의기투합했다. 인디밴드였지만 대형 기획사에 소속됐고, 2007년 데뷔음반을 낼 때만 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라이브공연 무대를 갈망했지만 실제로는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홍대앞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조차도 소속사와 생각이 많이 달랐거든요. 그렇다고 소속사 의도대로 방송을 할 기회가 척척 생기는 것도 아니고 원하던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서 불러주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했죠.” (이원석)

이들 표현을 빌리면 ‘3년간 어둠속에 묻혀 있었다’. 해체위기에 갔던 이들에게 날아든 한줄기 빛은 EBS가 유망한 인디밴드를 선정·소개하는 프로그램 <스페이스공감>이었다.

“그토록 원하던 페스티벌(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부상으로 주어진다는 이야기에 ‘저거다’ 싶었어요. 다행히 지난해의 헬로루키로 선정되면서 대중 앞에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죠.” (김선일)

지난해 열렸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은 그때까지 이들이 서 본 무대 중 가장 큰 규모였다. 검증이 안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관객이 가장 뜸한 오후 1시.

“무대에 서니 앞에 12분이 계시더라고요. 세어 봤어요. 이렇게 ‘뻘쭘’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 점점 관객들이 모여드는 거예요. 4곡을 불렀는데 끝날 때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어요. 그 감동은 말로 다 못하죠.” (정유종)

민트페스타,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비바코리아록페스티벌 등 주요한 페스티벌을 휩쓴 이들은 지난달 말 첫 단독공연도 가졌다. 입소문을 타고 공연 3주 전 표가 매진됐다. 상상마당에서 열린 이 공연 역시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는 파티로 변했다.

“2집 발매를 기념한 공연이었는데 참석한 모든 분들이 2집 가사를 거의 외워오셔서 노래를 따라하는 거예요. 관객들의 합창에 라이브로 반주를 해드렸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몰라요. 저희들의 음악 목표가 함께 즐겁기 위해서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목표대로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하죠.” (김장원)

이들의 곡 상당수는 후렴구가 반복되면서 따라부르고 싶게 만드는 후크송 같은 성격을 지녔다.

“함께 즐기고 노는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어요. ‘싱어롱’을 위한 일종의 장치인 셈이죠.” (이원석)

곡을 만들 때도 각자 모티브를 가지고 와서 수다떨고 장난치듯 뼈대를 구성하고 색을 덧씌워 살을 붙인다. 하루 만에 곡이 뚝딱 만들어질 때도 있다.

“밤 새우고 머리싸맨다고 좋은 음악이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멋있는 척, 어려운 척 하는 건 싫고 솔직하게 우리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음악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우리 곡을 듣고 ‘아 좋다, 신난다’ 하시면 그걸로 된 거예요.” (김선일)

“홍대앞에 다니면 사인해 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져서 놀랄 때가 있어요. 인기란 게 한낱 거품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냥 기분이 안 좋고 힘들 때 함께 놀아주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밴드. 공감을 주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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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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