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발표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갑자기 나타나 반짝하고 빛나다 사라져버리는 그런 놈들과 비교하지 마!”라고 외쳤다.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들과 우리의 차이점이 뭐냐고 묻는 기자님들에게는 “실력”이라는 한 단어의 답을 던졌다.   


20대 때 나의 음악은 꽤 직설적이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확실했다. 얼굴, 옷차림, 목소리부터 걸음걸이까지 지적당하던 그때 나에겐 모두가 ‘하나같이 꼭두각시, 모두 같은 줄에 매달려서 춤을 추는 슬픈 피에로’처럼 보였다. 


항상 남의 시선에 진심을 숨기고, 예의라는 탈을 쓴 가식적인 모습에 갇혀 모두 똑같은 표정, 똑같은 추임새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미디어 속의 인형들이 슬퍼 보였다.  


사실 항상 “넌 안될 거야”란 말을 들었다. 내가 하는 음악은 절대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것과 싸우고 날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어린 타이거JK는 열등감 때문에 더 공격적이고, 때론 오만함에 가득 찬 찌푸린 인상으로 랩을 했다. 물론 지금은 내 관점이 옳고 내가 선택한 방향만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있다. 


내가 시작한 작은 기획사 필굿뮤직에서 신인가수 비비가 어제 신보를 발매했다. SBS <더팬>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3등을 하면서 주목받은 가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라는 미니앨범을 만들어냈다. 앨범커버 콘셉트, 뮤직비디오 콘셉트, 그리고 곡 선곡부터 작사·작곡까지 혼자 해냈다.  


스물두살의 가수 비비는 보컬의 성량이 뛰어나지 않고, 춤실력은 어설프기까지 하다. 보컬 트레이닝이나 전문적인 안무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카메라 테스트도 하지 않은 채, 비비는 윤미래, 비지, 드렁큰타이거와 함께 크고 작은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소신껏 자기가 쓴 가사들을 무대에서 뱉어냈다. 


비비는 앞서 몇몇 기획사의 오디션을 봤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외모에 대해 여러 가지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비비가 직접 쓴 가사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비비는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비비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초 실력을 키워주는 연습생의 길을 포기했다. 고등학생인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이해해줄 기획사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직접 방구석에서 녹음한 곡들을 올렸다. 음악은 비비가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윤미래가 사운드 클라우드에 떠돌아다니는 비비의 목소리를 발견했다. 이렇게 우리는 비비를 알게 됐고, 만나게 됐다. 기묘하게도 다듬어지지 않은 그의 목소리와 가사, 손짓 그리고 리듬을 타고 있는 움직임에 묘한 끌림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설픈 비비의 동작과 저음을 트레이닝을 통해 교정해야 하는가를 두고 나는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12일 비비의 미니앨범을 위한 첫번째 음감회가 열렸다. 이날 자신의 타이틀곡 ‘나비’를 부른 비비는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세상에서, 저는 결점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의 중요함을 말해주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의 대변자가 되고 싶어요.”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는 1998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첫 방송 무대에서 이 곡의 전주가 흐를 때 느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타이거JK 뮤지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mx2.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