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 드는 그녀에겐 계속 전화가 오고/ 내가 전화하는 그녀는 나를 피하려 하고/ 거리엔 괜찮은 사람 많은데 소개 받으러 나간 자리엔/ 어디서 이런 여자들만 나오는 거야.”


신세대나 신인류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요즘도 1990년대생, 즉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탐구가 한창이다. 1994년에 015B(空一烏飛)가 발표한 이 노래도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문제가 있다. 압구정동에 ‘오렌지족’과 ‘야타족’이 등장했던 시절이니 노래는 당대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지만 화자인 남성은 여성을 외모만 가지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여고생 팬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네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냐’면서 이 노래를 만든 정석원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 1990년대 팬들은 그 이전 세대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했다. 요즘엔 댓글로 의사를 표현하지만 그 시절엔 기획사나 언론사 등에 전화를 했다.


015B는 신해철이 주축이 됐던 무한궤도의 뒤를 잇는 그룹이다. 무한궤도가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뒤 멤버였던 정석원, 조형곤, 조현찬이 정석원의 친형인 장호일과 함께 결성했다. 그룹명은 ‘무=0, 한=1, 궤도=5B(Orbit)’를 장난스럽게 바꿨는데 그 의미를 묻는 이들이 많아서 ‘공중을 나는 한 마리 까마귀’(空一烏飛)라는 한자를 끼워 맞췄다.


장호일(본명 정기원)은 서울대 신문학과 출신이고 동생인 정석원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팬들로부터 쏟아진 잘난 체한다는 질책은 명문대생이라는 배경도 한 요인이었다. 015B는 보기 드물게 앨범마다 객원가수를 기용했다. 그 객원가수가 훗날 대한민국 가요계의 풍성한 보컬을 양산하는 저수지 역할을 했다. 윤종신, 김태우, 김돈규 등을 비롯하여 이승환, 박정현, 다이나믹 듀오, 호란 등도 객원가수로 참여한 바 있다. 특히 윤종신은 015B의 노래와 궁합이 잘 맞아서 독특한 목소리의 솔로 가수로 우뚝 서는 데 큰 힘이 됐다. 여하튼 상큼한 노랫말과 실험적인 사운드로 1990년대를 주도하던 015B의 음악이 그리워진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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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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