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염(脊髓炎·myelitis)은 척수의 염증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뇌와 사지를 잇는 중추신경계 기능이 망가진다.

 

발가락을 꿈틀거리고, 새벽녘 잠결에 이불을 슬쩍 걷어차고, 엉덩이를 옆으로 빼고 방귀를 뀌고, 다시 두 다리를 쭉 펴서 기지개를 켜는 정도의 동작들은 많은 생각과 계산 없이 이루어지는 당연한 몸의 움직임들이다. 오줌이 마려우면 누고, 배에 가스가 차면 방귀로 배출하면 된다. 특히 방귀를 뀌는 경우,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자유의 희열을 느끼면서 큰 소리와 메아리를 즐기며 그 공간을 지배할 때엔 정말 시원하다.

 

때로는 격식과 예의, 혹은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을 피해 항문근육을 조절하는 온몸의 세포와 조직들을 조정해 익명의 악플러들처럼 몰래 ‘쉬쉬’ 하면서 가스를 내보내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연덕스러운 표정연기 그리고 혹시 억울하게 방귀 누명을 쓰는 제3자가 생겼을 때 모르는 척하는 뻔뻔함이다.

 

타이거JK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 앞에서 방귀는 웃음가스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큰 방귀는 소리, 길이, 템포에 따라 각각 다른 웃음을 자아내며, 때로는 소리 없이 퍼지는 냄새 지독한 방귀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짓는 미소’라는 굉장히 모순적인 상황을 선물하기도 한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런 동물적인 인간들의 당연한 행위들이 불가능해지는 병이 척수염이다. 정확한 이유 없이 뇌에서 보내는 신호들이 멈춰버리는 척추 안에서, 이 신호들의 고속도로인 척수가 염증을 동반해, 꽉 막힌 도로에 신호를 운반하는 차들이 멈춰 서 있거나, 잘못된 신호와 엉킨 방향판들로 충돌하기 시작한다. 의도적인 것인지, 얼굴이 험하게 생겨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타이거JK가 강하고 거침의 상징으로 거듭나기 시작할 무렵, 나의 몸에는 잔근육과 빨래판을 연상시키는 복근이 있었다. 나는 얼굴에 꽃이 피는 미남 미녀들이 장악하는 시장 밖에서, 힙합이라는 비주류 음악 대표로, 가수 비 다음으로 청바지 브랜드의 대표모델로, 패션계에서도 모델로 불려 다니면서 복근 노출을 부탁받던 섹스심벌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복근이 멋진 상남자로 이미지화되어 있던 나에게 척수염은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안겨준 가장 원수 같은 희귀병이었다. 가장 큰 고통은 뇌에서 보내는 당연한 신호들의 장애였다. 방귀를 뀌고자 하는 욕구가 온몸을 떨게 해도, 한두 시간을 집중적으로 배를 누르고 때리고 방구석을 뒹굴뒹굴 굴러봐도, 배출되지 않는 가스. 이렇게 2년을 고생했다. 척수염 투병일기는 아마도 두꺼운 책 10권 정도 나올 분량의 더럽고 추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섭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나는 방귀가 주는 행복감을 깨달았다. 희귀병에 걸려 투병을 시작할 때 의사 선생님들이 처방한, 치료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사항들이 있었다. “음식을 꼭꼭 씹어 천천히 드세요. 물을 마시세요, 물이 좋습니다. 술과 담배를 줄이시고, 조금이라도 걸으세요. 좌욕을 하세요. 그 어떤 약보다도 지금 제가 말씀드린 주의사항들을 우선 지키셔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똥, 오줌입니다. 절대로 참지 마세요. 먹으면 제때제때 싸야 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와 장운동, 이런 간단한 것들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찡그린 미소를 유발하는 방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리고 방귀가 주는 행복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싶다. 만약 방귀를 자유롭게 뀔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명심하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까지도 척수염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내게 척수염은 ‘방귀의 행복’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줬다. 이뿐만 아니라 척수염과 턱수염은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을 때 리듬감이 비슷하다. 타이거JK만 쓸 수 있는 단어의 발견이다.

 

2019년 기해년을 맞이하며 모두가 뿡뿡대는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타이거JK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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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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