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019년 제 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표지


1월 초부터 불거진 ‘이상문학상 사태’는 2월4일 문학사상사가 올해 수상자 발표를 하지 않고 계약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낸 이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학사상사는 공식 입장문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출판사가 저작권 양도 조항에 대해 몰랐을 리 만무하지만, 만에 하나 몰랐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에 대한 무지는 출판사의 기본적인 자격을 위협하는 몹시 심각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구가 저작권 갈취의 고의성을 덮기 위해 공식 입장문에 쓰인다는 사실은 돈 문제에 대한 무지가 문학계에서 양해될 만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상문학상 사태’와 관련해 발표된 일부 글에서 문제의 핵심이 굴절되고 있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작가가 가지게 마련인 특유의 자존심” “상징권력” “창작자와 출판사는 동반자적 존재” “우정과 연대”와 같은 말들은 작가의 권익 보장과 불공정한 계약 거부라는 이번 사태와 섞일 이유가 없다.


돈 문제에 대한 무지가 용인되거나 그 심각성이 경시되는 현실의 밑바닥에는 문학의 경제적인 조건에 대해서 성찰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부정하기까지 하는 오랜 폐습이 있다. 한국 사회는 문학과 돈의 관계를 사유하는 데 있어 매우 미숙하다. 문학 작품에 그려지는 가난에 대해서는 열심히 공부하지만 현실에서 작가가 돈에 대해서 말하면 불편해한다. 한국문학의 독자가 늘어나길 바라지만 많이 팔리는 문학은 의심의 대상이 된다. 저작권, 선인세 및 원고료 지급을 비롯한 공정한 계약 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무디다. 집단적인 경제불감증이다.


이는 문학에 대한 관념과도 무관하지 않다.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한국 문학이 지켜내야 할 오랜 미덕이자 자부였다. 산업사회 이후에도 문학의 존재 이유를 보증해주고 소위 대중예술과 구분되는 가치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학을 위태롭게 만드는 근본적인 위험은 자본주의에 침윤되거나 시장 논리에 좌우되는 상황이 아니라 문학이 돈과 맺고 있는 관계 자체를 사유하지 못하는 무능력에서 온다.


문제는 그 사유의 부재와 미성숙의 대가를 개인이 매번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며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윤이형 소설가는 1월31일 작품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신이 “용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저작권’과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을 구별하지 못”한 채로 양도 문서에 사인했다며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은영 소설가 역시 같은 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작년에 우수상을 받았던 저의 안일함을 지난 몇 주간 돌아보며 채찍질”했다고 적었다. 출판사의 명백한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부조리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문학출판계의 열악한 노동환경,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안 등 새로운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문학계의 이 거대한 무지와 불감증을 깨려는 움직임이다. 여러 작가들이 문학사상사 업무거부 해시태그 운동에 가담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불공정한 계약 조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위인 동시에 문학장에 진입한 행위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발화하겠다는 의지다. 스스로를 무지한 상태에 두기를 거부하고 오랫동안 문학에 덧씌워진 순수한 이미지에 복무하지 않겠다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작가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할 때, 이것이 비단 돈 문제만이 아니라 그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학 자체의 문제라는 당연한 말을 언제까지 해명하듯 덧붙여야 하는가.


<인아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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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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