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은 대중음악 사상 가장 과소평가된 밴드로 꼽힌다. 1973년 데뷔 이래 15장의 앨범을 남겼다. 숱한 히트곡을 배출했다. 하지만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등의 1970년대 밴드들에 음악적 영향력에서 밀렸다. 마이클 잭슨과 U2로 대변되는 1980년대의 음악 사조에서도 뚜렷한 기념비를 세우지 못했다.

 

다만 이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음악 비평이 블루스에서 하드 록으로 이어지는 계보적 측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드 록을 완성시킨 레드 제플린, 프로그레시브 록을 대표하는 핑크 플로이드, 이런 수사가 퀸에는 붙지 않는다. 발라드부터 디스코까지 건드린 장르가 너무 많다. 어떤 계보로도 묶기 힘들다. 그들이 앨범보다는 싱글로 많이 회자되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비평의 역사에서 퀸이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다 하여 퀸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은 아니다. 프레디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 로저 타일러, 존 디컨은 모두 훌륭한 작곡가였다. 그들은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했다. 리더의 독재가 아닌 멤버들의 분권으로 돌아가는 밴드였다. 음악적 다양성은 필연이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 장면.

 

데뷔 이래 퀸은 클래식 음악과 과장된 가성, 그리고 신비주의가 혼합된 음악을 해왔다. 그들의 방향이 완성된 곡이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다. 대중은 늘 이 노래를 사랑해왔다. 1975년 발표된 후 현재까지 영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싱글이다. 이 노래는 음반의 시대에만 관심을 받은 게 아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유튜브 조회수는 6억뷰를 뛰어넘는다. 1980년대 이전에 나온 곡 중에서는 단연 1위다. 비틀스와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의 어떤 곡보다도 높다. 그만큼 혁신적이었다. 이 노래의 대성공 후, 프레디 머큐리는 “오페라와 록의 테마를 결합한다는 건 들어본 적 없는 얘기였다”고 회상했다.

 

보통 밴드의 노래는, 특히 퀸 같은 ‘공화국’적 밴드라면 멤버들이 곡의 창작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다. 하지만 이 노래만은 브라이언의 첫 번째 기타 솔로를 제외한 모든 것을 프레디가 주도했다. 화성 편곡, 베이스, 드럼, 기타 리프까지도. 다른 멤버들은 녹음 당시까지도 곡이 어떻게 완성될지 몰랐다. 자신의 악기만 연주했을 뿐이다. 왜 이 노래가 퀸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 그 자신이기도 한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오페라 파트에는 존 디컨을 제외한 세 멤버들이 화음을 쌓아 올렸다. 소프라노 파트를 프레디 머큐리가 담당했을 거라는 추측과는 달리 로저 타일러가 맡았다는 게 재미있다. 프레디는 중간 음역을, 브라이언이 저음부를 담당했다. 복잡한 녹음 과정을 거쳐 완성됐고 레코딩 비용도 영국 음악 산업 사상 가장 많이 들었다.

 

그해 10월31일, 즉 핼러윈데이에 발매된 이 비싼 곡에는 많은 우려가 따랐다. 엘튼 존의 매니저이기도 했던 존 레이드는 막 퀸과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자신이 새로 맡은 팀의 첫 싱글이 6분에 이르는 오페라 같은 곡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저었다. 베이시스트 존 디컨 또한 곡을 잘라서 발표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 로저 타일러, 그리고 브라이언 메이는 완강히 거부했다. 아카펠라로 시작, 발라드로 이어져서 오페라가 등장하고 화려한 록 기타 사운드가 터진 후 다시 발라드로 끝나는 이 공전절후의 음악 드라마에서 1초도 덜어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멤버들의 선택이 적중했다. 프랑스에서는 오페라 파트를 제거한 3분18초까지 편집본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버전에서 사라지는 건 그저 3분이라는 시간의 분량에 그치지 않는다. 그만큼 혁신적이었다. 프레디와 멤버들의 혜안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음악산업에서 창작자의 의견은 종종 비즈니스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이 범상치 않다. 퀸을 듣고 자란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층의 관람도 이어진다. 퀸이 그저 추억을 자극하는 과거의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다. 예로부터 노래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3분 이내에 끝나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이제는 30초 안에 결정적인 걸 보여줘야 한다. 긴 노래일지라도 핵심적 테마를 반복시켜 듣는 이를 붙잡아둬야 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화려한 음악 드라마가 나오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나온다 하더라도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런 환경이 됐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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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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