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을 넘어선 디즈니의 실사 <알라딘>은 기존 이야기 틀을 바꾸어, 자신의 남자를 술탄으로 만들어낸 내조의 여인이 아니라, 스스로 술탄이 되는 공주의 적극적인 삶을 그렸다. 또 북유럽 동화를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 맞춰 개봉한 <겨울왕국>도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자 주인공을 표현하여 부모들이 딸들에게 찾아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클라이맥스 장면에 등장하는 여성 영웅 집단의 독립적인 클로즈업은 이제부터 어떤 시리즈가 차세대의 주역인지를 예감케 했다. <캡틴마블>의 대표선수 등극과 기대되는 역할이 그렇고, 최신 엑스맨 시리즈 <엑스맨: 다크피닉스>의 주인공으로 막강한 능력을 선보인 진 그레이의 화려함까지 여성 영웅의 주체적 선두 기능은 이미 시작되었다. 


영화 '알라딘'의 한 장면


실사판 <인어공주>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사람이 흑인 여가수 할리 베일리로 알려졌다. <스파이더맨>도 흑인 고교생 시리즈가 시작되었고, <캡틴 아메리카>도 흑인 미군장교가 방패를 들고 미국 대표 히어로 역할을 해낸다. 무슬림 이민 3세 여고생이 어두운 슬럼가의 해결사가 되고, 한국의 대학입시 재수생이 슈퍼빌런이 되어 히어로들에게 막아내야 할 숙제를 제시한다. 북한에서 탈출한 새터민이 억압받는 인권의 현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히어로가 되고, 한국의 구미호가 ‘어벤져스’의 일원이 되는 스토리텔링이 마블과 DC코믹스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정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의 <지정생존자> 시즌 3를 보면 백악관 홍보행정관이 게이로 등장한다. 그냥 성소수자로서의 캐스팅이 아니라, 적극적 구애와 연애, 이별과 3각 관계 등 동성연애도 일반적인 사랑의 다양한 상황을 공유한다는 스토리가 매회 등장한다. 미국 OTT 드라마의 시즌제가 확대되면서 전형적인 할리우드 서사구조의 장르화가 한계를 보이고, 일반화된 연성화 캐릭터로는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문제 인식의 대안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이러한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딜레마 상황에서 창의적 발상의 전략가로 등장하여 스토리의 복선을 긴박하고 통괘하게 해결해내는 부분에서는 그들이 갖는 독특한 정서적 교감이 사회 곳곳의 구조적 문제에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로 작동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1990년 소련 붕괴 이후 세계 유일 경찰국가로서 우뚝 선 앵글로색슨의 아메리칸 파워를 메타포로 표현한 대표적 상품이었다. 프라이드 록(pride rock)에서 어린 심바를 들어올리는 마법사 원숭이의 표정은 대서양을 건너 북미대륙에 청교도들의 종교적 신념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 조상들에게 바치는 사제의 엄숙함이었다. 이런 차별화된 인종적 신념은 이제 할리우드에서 고전적 추억이 되고 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을 신봉하는 백인 우익집단의 등장은 이러한 사회적 반향의 역설적 저항이 아닌가 싶다. 실제 이러한 <라이온 킹>조차도 특수효과의 기술적 수준이 거의 실사에 버금가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를 표정과 함께 영상으로 살려내 그러한 인종적 오해를 피해간다. 


오는 11월 ‘디즈니’ ‘픽사’ ‘스타워즈’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연합함대 <디즈니플러스>가 론칭된다.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OTT시장의 세계대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플랫폼 전쟁의 시작과 끝은 콘텐츠와 IP의 볼륨이다. 할리우드가 지향하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비상구는 여성과 젠더, 유색인종의 다양성, 성소수자의 차별화된 감성, 그리고 특수효과의 멀티 리얼리티로 전략화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유교적 전통이 유리천장을 지키고, 종교적 신념이 성소수자의 정서를 배척하는 상황이니, 한류 콘텐츠의 안타까운 한계가 보인다. 발상의 전환과 고정관념의 혁신이 필요하다.


<한창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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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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