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방송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중계방송을 편성한다. 다양한 채널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중계하며 광고 경쟁을 벌이는데, 시청자들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며 신뢰하는 채널을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그동안 자신이 자주 찾았던 채널을 무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의 시청 경험과 반복적인 선택의 결과가 선호 채널로 잠재된다. 이러한 선택행동 때문에 방송 플랫폼은 어린이 채널에 투자한다. 어린이 채널의 반복적인 시청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채널 선택의 우선적 변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BS가 첫 전파를 내보낼 때에도 ‘빛돌이’라는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어린이 콘텐츠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고, KBS와 MBC도 창사 초기부터 미국과 일본의 수입 애니메이션을 집중 편성하며 어린이 시청자를 불러 모았다. 포털사이트도 어린이용 앱을 경쟁적으로 출시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도 어린이 채널과 어린이 콘텐츠에 의미있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결국 어린이 채널의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은 언제나 미래 시장의 선점을 위한 의도적 투자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하루 광고 수주액보다 여섯 살 어린이의 유튜브 방송이 더 많은 광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고수익을 올리는 상위 30대 유튜버 중에서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어 장난감 등을 가지고 놀이를 하는 영상의 채널이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 유튜버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어린이 출연자에 대한 보호와 인권문제가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부모가 입양한 어린이들을 착취하며 의도적인 방송 영상을 연출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콘텐츠를 제작하다 적발됐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국내에서도 유튜브 출연 어린이에게 지나칠 정도의 연출 영상을 강요한 것이 입증되어 아동학대 수준의 법적 처벌이 내려졌다고 한다.


최근 구글 유튜브가 어린이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연관된 광고정보의 제공과 광고 노출 또한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구글이 광고 수익을 위해 13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약 2000억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1000억원 상당의 어린이 콘텐츠 제작펀드를 조성하여 좋은 콘텐츠 제작에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구글은 유튜브에 2020년 1월1일부터 13세 이하 어린이 콘텐츠에는 광고 규제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인공지능 엔진에 의한 실시간 검색으로 13세 이하 콘텐츠의 규제를 명확히 해서, 관련 제작사들에 맞춤광고 제공 및 무분별한 광고 편성을 금지하고,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는 광고만을 선별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기존 어린이 콘텐츠의 매출 및 수익이 30%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덧붙였다. 어린이 콘텐츠 제작사들에 대해 시장의 변화와 규제의 수준을 미리 대비하라는 공지였다.


정책에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정책의 명분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 정책 수행과정에 나타나는 또 다른 부작용과 폐해를 관리해낼 수 있는 대책이 항상 병행되어야 한다. 유튜브라는 사기업의 반성과 자체 규제를 이끌어낸 미국 법원의 판결은 유효하나, 유튜브 광고특수로 수익의 대부분을 충당하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또 다른 유탄을 맞게 되었다. 13세 이하 콘텐츠의 표현 기준과 규제의 수준을 사전학습하여 대비해야 할 시간이다. 14세 이상 콘텐츠만 기획하면 된다는 망상이 아닌 한국 특유의 유아 콘텐츠 시장을 지켜내는 대책이 필요하며 정부기관과 학계의 공조가 절실하다.


<한창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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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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