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엔드게임>이 최단기간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수입외화가 되었다. 안 본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마블이 만드는 불안감과 혹시나 요즘 말로 ‘핵인싸’는 안되더라도, ‘아싸’가 되면 안된다는 강박감 때문에 봤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180분 러닝타임 중에 화장실도 참아가며 봐야만 하는 이유를 주었고, 스토리를 이해하느라 몇 번씩 그동안 보았던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기억들을 소환하느라 전두엽과 후두엽의 주요 기능을 집중해야 했다. 참으로 분하면서도 어이없었던 부분은 디즈니가 만든 마블 히어로물들, <아이언맨>부터 <캡틴아메리카>를 거쳐 <어벤져스> 시리즈 모두를 꼭꼭 챙겨보았는데도 시간을 내지 못해 놓쳤던 유일한 영화 <캡틴마블> 때문에 영화의 아주 작지만 일부분이 이해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마블 유니버스, 즉 그들이 만든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화 자체가 해석이 안되는 회원제 팬덤영화로의 자발적 동참을 강요한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IPTV 유료영화를 구매, <캡틴마블>을 봤다. 신기하게도 이미 보았던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중요 부분 스토리가 확연하게 이해되며 앞으로 전개될 다음 시리즈들의 예측까지 다양한 힌트를 알게 되었다. 물론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도 다음 시리즈의 스토리 팁을 곳곳에서 제공한다. 이처럼 마블의 세계관은 서로 입체적으로 연계되어 거대한 스토리 큐브의 공간 내에 관객들을 팬덤으로 가두어버린다. 어느 누가 지키며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 세계관에 갇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드는 기술, 2009년 마블이 디즈니를 만나며 얻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2009년 전까지 실제 마블은 회사경영이 어려워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의 주요 캐릭터들을 다른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에 장기임대까지 주는 극약처방으로 버텨내던 만화출판사였다.  


2012년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하고,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디즈니군단에 편입시키며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우리 주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월31일 LA 디즈니랜드에 스타워즈 테마파크 ‘스타워즈:갤럭시스 에지’를 개관했다. 그리고 2018년 6월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며, 이전 마블이 임대했던 캐릭터들, <엑스맨>과 <데드폴> 등을 함께 집으로 불러들였다. 돌아온 캐릭터들이 추가로 만들어낼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내 생전에 그 이야기들을 모두 보고 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9년 14번째 새로운 웹툰 <히든> 연재를 준비하고 있는 강풀의 연작들을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입체적인 세계관의 정교한 스토리텔러가 있음을 알게 된다. 벌써 데뷔 20주년이 되는 작가 강풀은 2000년 <순정만화>라는 만화장르 이름과 동일한 제목의 웹툰을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며 한국형 웹툰의 독창적인 시대를 열었다. 마치 대항해시절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듯한 혁신이었고, 모차르트와 셰익스피어처럼 기존의 형식을 과감하게 거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실험이었다. 이후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서울 강동구 길동 주위에 사는 생활밀착형 초능력자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2004년 <아파트>를 시작으로, <타이밍> <어게인> <조명가게> <무빙> 등을 10년 동안 연재하며 각각의 이야기를 구축하더니, 2018년 <브릿지>라는 작품으로 그 세계관을 동일 시간대에 입체적으로 합쳐낸다. 앞으로 10년 동안 초능력자 웹툰을 5편 더 연재하며 세계관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그의 실험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형 웹툰 세계관이 보다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독자들이 그 팬덤에 갇혀보기를 제안한다. 한글워드 프로그램, 검색형 포털사이트, 무료 메시지 서비스 기반 소셜미디어 등 해외 서비스를 능가하는 우리의 자생적인 브랜드가 있듯이 콘텐츠 세계관에서도 그런 사례가 경쟁력 있게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풀의 <브릿지>를 챙겨보며, 그의 13편 웹툰을 다시 돌아보는 경험을 추천한다.


<한창완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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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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