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었다. 그때는 그랬었다.


우리가 어느 선술집 같은 곳에서 어떤 상상 속에 사람을 그리며 기다리며 ‘그 사람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아서 안 나타나는 걸까?’(1970년대 20대의 간절한 꿈이었다. 우리가 젊은 시절에 바라던 것은 말로 다하지 못한다. 누를수록 그 마음은 커져만 갔고 유신의 몰락에 우리는 거대한 꿈을 잘못된 군인의 정신에 넘겨야 했다.)


‘너는’ 악보.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도 갖고 싶었지만 매일 친구가 사는 아파트 방에는 못 들어가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면 꼭대기층에 작은 소리로 기타 치며 놀기 좋은 공간이 있어 그곳에 자주 갔다.


대중음악의 힘은 엄청나다. 비틀스는 이 세상의 꿈이었다. 그들은 대중의 마음을 노래할 자격을 갖춘 사람들. 그 몇분 안에 모든 얘기를 담았다. 그들이 만든 음악의 천재적 균형감이란!


천재들이 맞다. 비틀스는 자신의 경험에서 얻게 되는 아픔을 멜로디와 목소리로 결론의 시작과 끝을 자신 있게 우리에게 방향감까지 느끼게 했다. 


어떤 음악인이든 주제가 생기면 그냥 시작되는 거다. 그전에 했던 공부에 의해서, 그것들이 기억날수록 어려워지는 창작의 세계. 대중음악 세계는 그 시대 대중의 흐름에 따라 여러 세계를, 자연과 사람을, 진실하게 함축하는 일. 인간적이지 못한 것들은 축제 같은 히트를 맛볼 수 없다. 특히 오랫동안 사랑받는 히트곡은.


요즘 내가 좋다고 만드는 두 곡이 있다. 한 곡은 우리 모두가 존경해야 할 분의 시로 만드는 곡. 존경한다는 건 닮고 싶고 내가 그분을 생각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거다. 꼿꼿하시고 척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등 힘겨운 시대에 진실을 모두 변호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감사원장도 역임했던 한승헌 변호사님. 그분께서 나를 선택해 주셨다. 


“여기 이 시집에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만들어 보는 게 어때?”


나는 깜짝 놀랐지만 왠지 인간적인 배려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


나를 선택해주신 데 대한 고마움으로 “예 변호사님. 제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광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시를 가사로 하여 노래를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변호사님께서 쓰신 시를 노래로 만들기 위해서는 변호사님의 많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막상 작업을 하게 되면 변호사님의 마음을 느끼게 해야 하는 것이어서 단어에서 조금은 안타까우실 때가 있으실 겁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서 “진보적인 형태(프로그레시브)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고 시작했고 지금 거의 만들어져서 녹음 날짜를 잡고 있다.


시는 ‘하얀 목소리’라는 민주주의를 외치며 젊음을 바친 분들에 대한 마음이 어디 한 군데도 피해갈 수 없는 노랫말 같은 시였다.


나는 이 시를 읽자마자 바다가 연상됐다.


산 정상의 차디찬 물처럼 당당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시인의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나타났다. 이분께서 살아오신 모든 것을 돌아보고 느끼고 싶어서 나는 일곱 권짜리 책 <한승헌 변호사 변론사건 실록>과 한 권짜리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도 구입해서 틈틈이 읽으면서 작업을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 글들이 만발한 꽃처럼, 그러나 안타까운, 아직 내 머릿속에만 그려지는 꽃 같아서 노래를 만들며 변호사님께 이해를 구하며 들려드리면서(이건 지금 말씀드리는 거다. 통기타 하나만 가지고 노래도 형편없이 불렀어도 나는 휴대폰으로 녹음한, 흥얼거리는 것을 보내드려야만 했다.) 효과가 있어서 변호사님의 뜻에 따라 바꾸게 된 것이 마지막 장을 노래할 때 아까 처음에 얘기한 것처럼 균형이 또렷하게 잡혔다. 노래는 5분30초로 조금 길지도 모른다.


“하얀 목소리/ 저 바다로 가는 길 어디/ 저 바다로 가는 길 어디/ 하아아얀 마지막 마주보던/ 눈동자/ 또 오셨군요/ 할 수 없지요/ 또 떠나시는군요/ 할 수 없지요/ 눈부신 앞뜰에서 인사를 하던/ 쓰러진 젊음/ 서울의 정오뉴스/ 아아 지워질 수 없어/ 이어지는 또 이어지는/ 아픔으로 묻는다/ 미운 자여! 미운 자여!/ 너는 또 누구냐/ 저만치 보이다가 침몰/ 또 침몰해버린/ 파도 속의 얼굴들/ 아아 지워질 수 없어서/ 아픔으로 다시 또/ 묻는다 미운자여!/ 또 오셨군요/ 할 수 없지요(바아다 바다로 아아아아 바다 자유여 나의 어머니)/ 또 떠나시는군요/ 할 수 없지요”


생략(노래가 나오면 들어보시길…).


<전인권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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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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