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 시대를 역행해 다시 트렌드가 되는 것처럼, ‘복고’란 흔한 키워드가 숨을 새로 불어넣어 다시 유행이 되곤 한다. 새롭다는 뜻의 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Retro를 합친 신조어 뉴트로(New-tro) 열풍이 불 듯 말이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내 얘기 같은 노래를 접한다는 것, 잊고 지냈던 기억의 한 조각이 추억의 부메랑처럼 돌아와 당시의 나를 생각하고 떠오르게 하는 일이다. 그만큼 기억 속 멜로디는 마치 지난날 여러 단면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나의 학창시절을 지배한 음악들은 온전히 추억의 대상이다. 음반을 구해 밤새도록 듣고 그게 전부인 하루였다. 그것이 곧 나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내 음악의 초석이 됐을 그때의 습관은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두루 음악을 접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힌 것도, 무대에서 노래하는 평생 직업을 찾게 된 것도 학창시절 두루 음악을 접한 것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마치 탐험가라도 된 듯 좋은 음악을 발견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늘 좋은 음악을 놓칠세라 라디오 앞을 지켰고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음반을 구입했다.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나를 자극하기 일쑤였고 라디오와 잡지는 나의 음악 선생님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좋아하는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더욱 간절한 추억인지도 모르겠다. 소니 워크맨의 로망과 LP판을 뒤적거리는 그 촉감을 떠올리면 여전히 행복하다.


하루 종일 앨범 재킷을 만지작거리며 워크맨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 음악을 듣던 시절의 희열은 분명 음원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쉽게 골라 듣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볍게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쁨이다. 소박한 취미라도 나만의 추억이라는 점에서, 내 인생에 가장 찬란한 기억 속 음악이라는 점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다양하고 좋은 음악이 수없이 많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손쉽게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레코드 가게를 열심히 다니면서 좋은 음악과 훌륭한 뮤지션을 탐구했던 나의 학창시절은 이제 추억일 뿐이다. 그 많던 레코드 가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서울 한복판에서 레코드 가게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음악을 듣고 금방 다른 곡으로 바꿔 들을 수 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에만 집중하던 그때의 나른함이 때론 그립다.


오랜만에 밥 말리 음반을 꺼내 들었다. 재킷 종이 모서리가 닳아버린 걸 보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게 음악을 들었던 시절들이 한꺼번에 소환된다. 순간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든다. 고작 차트 순위에 매달리고 진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닌가 싶다. 가끔은 어릴 적 꼬마로 돌아가 즐겁게 음악을 들어야겠다.


음반업계에서는 클래식이란 수식어를 함부로 붙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듣는 사람의 존중을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명반으로 거듭난다. 내 추억 속 음악들이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나의 오늘 하루는 나중에 더욱 빛날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 2019년이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 괜히 흐뭇해진다.


나의 음악도 누군가에게 훗날 최고의 추억이 되길 바라며….


<타이거JK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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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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