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는 무대 뒤의 사람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재미있든, 아니면 그 반대이든 간에 쏟아지는 관심은 무대 위 출연자들의 것이다. PD와 스태프들은 프로그램 말미에 나오는 자막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물론 이전에도 프로그램에 함께 등장해 스타 PD로 이름을 날린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KBS)의 나영석 PD는 좀 다른 경우가 아닐까? 스태프와 출연자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그는 멤버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죽했으면 고정멤버들이 잇달아 하차하면서 새 멤버 영입이 절실한 ‘1박2일’에 네티즌들 사이에 나 PD가 새 멤버로 강력하게 거론됐을까. 나 PD는 예전에 내가 <스타골든벨>에 출연할 때 함께했던 사이다.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여하튼 사람은 잘 나고 볼 일이다.


김-우리가 <스타골든벨>이 정점을 찍을 때 함께 했잖아. 현정이(노현정) 결혼하기 전에. 정말 오랜만이다. 


나-그러게. 이렇게나 보네. 그런데 이 인터뷰 어떻게 하는거야? 나 형이 어떻게 했는지 못봤는데.

김-나도 1박2일 한번도 본 적 없어. 서로 욕먹을 일인데?

나-난 먼저 욕을 하거나 하진 않아. 형이 크게 술주정을 하지 않는 한. 

김-나도 그렇게 크게 술주정 한 적은 없어. 

나-맞다. 형 술 취해서 사회본 적도 있어. 결혼식 사회인데. 

김-남이 결혼할 때는 무조건 만취해야돼. 어때? 잘 나가는 프로그램 하는게.

나-피곤해. 많이.

김-원래 그래. 1등이.

나-1등? 신경 쓸게 너무 많아. 형은 안 피곤해? 그리고 이제 동훈이(하하)랑 그만 놀아. 동훈이는 자기 트위터에 맨날 형 사진만 올려. 

김-동훈이가 우리집 근처, 너무 가까이 살아서 그래. 어쨌든 프로그램을 보면 진행자가 중요한거야. 네가 <쾌남시대> 할 때 나랑 수정이(강수정)가 진행했잖아. 

나-그러고 보니 함께 일한 MC들은 다 시집을 보내는 재주가 있네. 희한해. 

김-그러게 싸그리 보냈어. 오정현 아나운서까지. 그 복이 언젠가는 나에게 오겠지. 근데 뭐가 그리 피곤하냐?

나-피디가 프로그램에만 신경쓸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뿌듯하고 그게 가장 편안한거야. 즐거움이고 낙이지. 그런데 어느순간 너무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하는 순간이 오거든.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관련 기사들도 많이 보게 되고, 여러가지 주변의 반응도 더 신경쓰게 되고. 예전에 뚝심있게 했다면 지금은 과외 상황에 대해 더 보게 되는거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까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얼마전에 설악산 갔다온 것도 말야.

김-봤어. 

나-형 봤구나? 산이란게 그냥 타는 거거든. 설악산을 가자고 했을 때 대피소라는게 있잖아요. 우리 생각은 대피소에서 자고 거기서 밥해먹고, 이게 낭만이라고 생각했어. 정상 코앞에서 밥해먹고 모포 빌려서 널부러져 자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인은 그 재미 모르잖아. 그래서 여행의 한 정보가 되겠다, 겨울산 모습도 멋진 풍경이 되겠다고 했어. 그런 생각 정도로만 접근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거야. 예전엔 재미있다, 없다로 끝난 거라면 지금은 감동을 자아내려고 일부러 산에 갔느니, 뭐하러 웃기지 않고 그런 걸 하느냐느니.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거지. 거기에 관한 너무도 다층적인 해석.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다가 늘 그런 식이 되다 보니까.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결단의 때가 오는거에요. 이런 저런 이야기 신경쓰지 말고 뚝심 갖고 해야하나, 아니면 사랑을 받는 만큼 그런 것도 감내하고 이끌고 나가야 하는건가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잖아. 그래서 늘 하던대로, 내 뚝심대로 하겠다고 생각하면 오만하고 아집에 쌓여 있다는 느낌을 받고. 인터넷 게시판의 코멘트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별 생각이 들어. 결국은 순진하게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좋았어요 하는 말이 듣고 싶은 거지.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이 웃긴다, 안웃긴다로 평가받으면 되는건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외에 너무 많은 시선이 덧씌워지기 시작하면서 서로 피곤해지는 지점에 다다른거지. 왠지 형은 그런 것 알 것 같아.

김-힘든 길로 접어들었구나 싶다. 왜냐면, 넌 이제 연예인이야. 방송에 나와 알려졌다는 것이 아니라, 1박2일을 하는 나영석피디는 그만큼 책임을 부여받은거야. 버겁지. 동료들에게 말하기도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하면 나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 연출하고 싶다고 맞받거든.

나-맞아. 내려놓고 싶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안들어줘. 

김-그 부담감이 보통이겠냐. 그래도 고맙지 않냐?

나-대부분은 고맙지. 관심에서 촉발된 것이고 그만큼 힘이 되지만 간혹 짐이 될 때도 있어. 나 너무 말 잘 하는 것 같지 않아? 힘과 짐. 각운으로.

김-힘인 동시에 짐이지. 가족같은 거거든. 그 짐을 매면 힘이 더 늘어나기도 하지. 해석이 좋지 않냐?

나-응. 나쁘지 않았어. 힘과 짐을 가족으로 어우르는 건.

김-피디로 느끼는 인간적 고뇌가 있을거 아냐. 사람도 들고나고. 요즘도 말이 많고. 멤버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도 있고. 그러고보니 잊을만하면 끊임없이 그러네. 힘들텐데.

나-여러 일이 많은데 김씨형 케이스를 이야기하면 그래. 형은 그 전부터 자신은 예능이랑 안맞는 인간같다고. 그래서 나는 형이 예능을 하면서 가수로서 인지도도 높아지는데 왜 그러냐고 말렸지. 그런데 그 형만의 세계가 있잖아. 자기만의 욕심도 있고. 더 늦기 전에 음악을 제대로 100% 집중하고 싶대. 이대로 가면 어영부영 자기 시간을 못 가질 것 같다고. 그런데 피디라면 협박을 하든 회유를 하든 잡아야 하잖아. 그 형 이야기를 듣다보니 막상 못 잡겠더라고.

김-네가 김씨형이랑 같은 코드가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안돼.

나-자신의 갈길을 찾아 떠나고 싶대. 내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 인생에서 그 사람의 갈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 

김-출가하겠다는 거잖아. 그형. 내려놓고 떠나겠다.

나-그래서 물어봤어. 형 뭐할건데? 그랬더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 보면 나중에 손끝이 움직이면서 뭔가 하고 싶다고 처음에 드는 생각이 있을 것 같대. 그러면서 그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일 것 같다는 거야. 난 무척 궁금하더라고. 그게 뭐가 될지. 그래서 그럼 가시라고 했지.

김-김씨형이 처음으로 손가락 움직여서 한 일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 문자 보낸거야.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뭐해?’이러면서. 

나-심심하구만.

김-욕심으로는 잡고 싶었지? 

나-그럼. 너무너무. 프로그램에서 보면 김씨형의 존재감이 크거든.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는데, 그런 모든 것 보다 그 사람의 인생이 더 중요한거지. 그래서 두번 말 안했어. 

김-다른 연예인은 두번 말 안하면 서운할 수도 있어. 잡아주길 바라는게 인지상정인데 김씨형은 좀 다르지. 너도 그걸 깊이 느꼈을거야.

나-그렇지. 

김-인기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부수적인 관심이 많아져. 그걸 이겨내는 방법이 있을까?


나-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이걸 프로그램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해. 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사람들이 처음엔 섭섭하더라고. 내 의도는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생각하지 싶어.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어.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었으니까 저렇게 생각하겠지. 만일 내가 오해 받았다면 이쪽의 책임도 분명히 있는거다. 다시 돌아보게 될 계기는 되더라고. 진짜 다음회에서는 좀 더 진정성있게 잘 해야겠다. 그런거지 뭐. 별 거 있어? 

김-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하면 스스로가 너무 불행해져. 

나-그건 안되겠어. 

김-아니, 그건 못하는거야. 

나-이러나 저러나 나 하는대로 하게 되더라고. 처음엔 신경이 쓰이는데 어느날 보면 내가 하던대로 하게 돼. 

김-그건 오만이나 독선이 아니라 고유의 결이잖아. 그 결을 보여줬을 때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거지. 그 결을 어떻게 바꿔? 

나-괜찮은데, 형? 포장이 예사롭지 않아. 요즘 시청자들은 누구보다 똑똑해. 난 그리고 그게 카메라를 통해 다 전달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것만 생각하면서 살아.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겠다고. 속일 구멍도 없는거고. 

김-사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결을 보여줄 때 시청자들도 그것을 그대로 느껴.

나-그래주길 바래. 

김-그런데 그 다음부터 나오는 것은 비난이라기 보다는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 개나리 보고 왜 노랗냐고 하는 건 취향의 문제거든. 

나-그런데 이런건 있어. 공영방송이 일요일 저녁 온가족이 보는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이분도, 저분도 만족시켜줘야 할 게 있거든. 우리 컨텐츠는 범용이어야해. 소수의 대상자가 아니라. 가능하면 최대 다수가 보고 만족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김-그래. 그러니까 힘들고 버거운거야. 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쩔 수 없이 1박2일은 무한도전과 비교를 당하게 돼. 너도 알게 모르게 김태호 피디라는 사람과 너를 비교해 본 적이 있을거고. 

나-그쪽 프로그램을 생각하죠. 김피디도 나랑 또래고.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되게 다른 프로그램이거든요. 내 생각엔 칼라가 굉장히 다르고 연출 스타일도 극과 극이고. 

김-어떤 면에서?

나-예를 들어 거긴 좀 더 세밀한 구성이라고 해야하나? 아이디어도 많고, 아기자기하고. 그런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재주가 있다면 우리 프로그램은 훨씬 투박해요. 그냥 풀어놓고 찍는 경우가 많으니까. 들어다보면 되게 다른데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고, 각 방송사의 대표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게 있지 않을까요? 

김-여성적, 남성적이라고 해도 될까?

나-그런 생각도 좀 있죠. 그쪽이 좀 더 세밀하고 보는 맛이 있다면 여기는 투박하지. 예전에 한 여성연예인이 우리 프로그램이 부담스러워서 못보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너무 마초적이라고. 자신은 패떳을 본다면서.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우리 프로그램은 우악스러운 코드가 지배하는 곳이거든. 난 그런 코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버리는게 힘들죠.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인데. 피디 입장에서 그 시청자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패떳의 코드를 가져올 수는 없잖아.

김-난 프로그램을 객관적으로 못 봐. 왜냐하면 나오는 사람들을 다 아니까. 출연자는 물론이고 스태프도 다 알잖아. 어, 저 형 나왔네 이러면서 보는거야. 그래서 웃긴 장면을 봐도 짠해. 저거 하나 웃길려고 얼마나 많은 것을 노력하고 시도했을까 하는걸 아니까. 

나-형 눈엔 보이겠지. 

김-감독, 스태프들이 저거 뽑아 내려고 얼마나 많은 회의를 했겠는지 눈에 밟히는 거야. 그래서 한번도 웃으면서 본 적이 없어. 

나-안되겠다. 형. 너무 슬픈 일이야. 형도 김씨형 따라 떠나. 1년만 갔다와. 

김-안그래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 다행인건 그런 노력은 나만 아는게 아니라 이젠 시청자들도 다 알아. 그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지.

나-맞아. 뭔지 알 것 같아. 요즘 시청자들이 그런 안목까지 뛰어나. 카메라 저편에서 열심히 했겠다는 것을 알지. 결과물을 떠나 이거 하느라 고생했겠다고는. 그렇지만 평가는 받으라는...

김-합리적 집단지성이지. 그런데 매번 받는 평가가 두렵지. 그런데 일등 하고 있으면 그런 두려움이 더 크지 않아?

나-그런건 또 별로 없어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랄까? 지금은 일등이지만 언젠가 내려가는 건 기정사실이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다른 좋은 게 나타나서 채워주고. 난 그래서 별 부담감이 없는게, 내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라고 생각해요. 장사지낼 때까지 갖고 갈건지. 방송국은 형도 알다시피 개편이라는게 있잖아요. 

김-알지. 뼈저리게. 내가 말아먹은게 많아서. 


나=내가 어느 순간 방송에도 나오고 그게 부담으로도 작용해요. 그런데 할만큼 하고 받을만큼 받았으면 내려갈 줄도 알아야지 

김-나영석이라는 사람이 느끼는 개인적인 고민은 없냐? 많이 알아볼텐데.

나-알아보죠. 

김-골든벨 할 때는 아무도 몰랐잖아. 거기서 느끼는 불편함은 어떠니?

나-솔직히 처음엔 좋았어요. 백화점 갔는데 막 알아보는거야. 아, 나 인기인인가봐. 나 떴나봐. 이런 생각했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한달이 지나면서 너무너무 부담스러워져. 자꾸 외출을 안하게 되고. 뭐라고 해야하나. 

김-개인의 일상성이 깨지는건데 부담스럽지. 모르는 친척이 생기지 않든?

나-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이잖아요. 저라는 사람이 연예인도 아니고 단순히 피디일 뿐인데 어떤 순간, 어떤 이유로 카메라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알아본단 말이죠. 뭐 가끔씩 택시타면 칭찬도 해주시고. 그런데 또 어떨때는 와이프랑 애 데리고 나가면 사진찍자고 하는 분들도 있고. 좋은 점도 있고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그래요. 일상이 깨지는 거지. 그럼 사람들이 그래요. 그럼 TV에 나오지 말았어야지. 맞아요. 다 내탓이야. 그렇지. 뭐가 오던 간에 다 내가 한, 내가 저지른 일의 결과야. 

김-너 가만히 보니 김씨형 냄새가 난다. 너도 앞으로 몇년내에 떠날 것 같은데. 

나-김씨형 사는 데는 꼭 가보고 싶어. 어제도 그 생각했는데 대단한 양반이야. 난 사람이지. 

김-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사람이지. 남이 뭐라든. 나도 이번에 갈려고 했는데 또 뭐가 걸리네.

나-이것도 하고 싶고 쉬기도 싶고 그런거야. 

김-맞아. 다 내욕심이지. 내 욕심을 합리화하면서 핑계를 대는거지. 그래서 어디서든 내 삶의 주인이 안되는거야. 그런데, 장기적 프로젝트 준비하는 것 있어? 비밀이며 안해도 돼.

나-없어.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난감하지. 그래서 자꾸 새 멤버로 누가 오냐고 질문하라 때 정말 난감해. 이번 프로 준비하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새 멤버 영입에 대해 잊고 있어. 그렇게 계속 가고 있는데 쉽지 않네. 


김-새 멤버는 어떤 멤버였으면 좋겠어? 

나-원론적인데, 난 착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어. 리얼 버라이어티 하면서 자기 본성을 숨길 수 없어. 방송에 보여주는 것이 있잖아. 피디로서는 그걸 뽑아 먹으며 살고 있는 거거든.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이어야 하고. 이 프로그램에 밸런스를 주는 캐릭터면 좋지. 웃음과 진정성과 패기와 연륜이 있는.

김-패기와 연륜? 청순 글래머와 비슷한 말인데?

나-글래머가 청순하면 안된다는 건 형의 편견 아냐? 쉽게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봤을 때 좀 새로운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지금 1박2일은 고정 멤버로 너무 오래 오기는 했어. 가능하면 새 인물이 와서 팀의 활력소가 됐으면 하죠.

김-예능도 흐름이라는게 있잖아. 앞으로 뭐가 뜬다, 앞으로 이런 류는 싹 사라진다. 뭐 이런게 있는데 1박2일의 피디 나영석이 보는 올 한해 예능판도는 어떨까?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게 있어?

나-일단 나는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없긴 해요. 그런데 그중 아주 재미있게 보는게 있긴 있어. 라디오스타랑 개그콘서트. 세바퀴랑 놀러와도 재미있고. 그러고 보니 거의 MBC네. 미안해요, 형. 놀러와 하는 시간에 SBS에서 형 프로그램 하는구나. 세바퀴는 올드한 포맷인데도 재미있게 보여주는 맛이 있고 놀러와도 컨셉을 잘 만들어 시청자 앞에 내놓는 재주가 있어요. 라디오스타는 웃기는데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프로그램이고.

김-웃기는데서 어떤 감동이 올 때가 있어. 

나-맞아요. 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보면서 넋놓고 웃을 수 있다는거 대단한거죠. 난 그리고 아직도 리얼 버라이어티가 초기 단계라고 생각하는게 우리 프로그램은 여행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룰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해요. 예능 판도는 그정도? 잘 모르겠네.

김-난 어떻게 될 것 같냐? 

나-냉정하게? 아니면 온정주의로?  냉정하게 말해 형은 슬퍼. 예능에서 쓰기엔 너무 슬픈 얼굴이 되었어. 만일 형이 예능계에서 슬픔의 아이콘으로 성공시킨다면 형은 대한민국 최고가 될거야.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생각은 들어. 아직은 과도기랄까? 형의 입담이나 재주가 많이 부각되는 프로그램이 없거든. 트렌드가 더 많이 바뀌어야 하고. 

김-내 원래 결이 그래. 예전에 그런 이야기 들으면 아팠을텐데, 그리고 지금도 좀 아픈데 요즘 수련해. 불교 경전 보면서. 됐고 앞으로 예능이 나가야 할 방향은 뭐라고 생각해?

나-개인적으로는, 내 취향만 따지면 개그콘서트와 라디오스타를 가장 좋아해요. 조금은 가학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어느 정도 수위만 맞춰주면 재미를 위해 전력투구하잖아. 난 그런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내가 하는 프로는 주말 가족 시청 시간대야. 같잖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시간대 방송을 만드는 피디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개인적으로는 감동을 추구하지 않는데  그 시간대 프로그램이니만큼 8대2, 7대 2 정도로 2, 3은 재미가 아닌 다른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동이든 경치든 메시지든 뭐든 섞어야지. 전에 했던 외국인 특집에서 그들이 가족들과 만나는 것 보면서 찡한 느낌을 받고 엄마한테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거로 된거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주요한거지만 최소한의 메시지는 포기하지 말자 이거죠. 

김-나는 내 성향이나 결을 버리면서까지 흔히 말하는 재미에만 모든 것을 맞추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결이 맞지 않아. 예능엔 흠이 되겠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내 결을 유지하는 것은 내 생사가 걸린 문제이지. 변화가 싫다는 것이 아니라.

나-알아. 형은 형 몸에 잘 맞는 옷을 발견한 것 같아. 그게 토크 콘서트 같은 거야. 

김-모든 프로그램에 다 맞는 결을 갖추면 좋겠지만 내 결이 그렇다면 서로 맞지 않는거지. 지금의 예능이 잘못이 아니라. 

나-알았어. 김제동 아웃. 

김-너도 아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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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ㆍ“표절사태로 좌절했지만… 이제 날 돌아보는 시간에 감사”


장자는 ‘호접몽(蝴蝶夢)’에서 ‘내가 나비인겐지, 나비가 나인겐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주 몇 잔에 나도 장자가 된 건가. 소주병에서 요염하게 웃던 여자가 어느새 내 앞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희한하네. 자정이 되면 족자 속 미녀가 나와서 사내를 홀렸다는 옛날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게슴츠레 그녀를 올려다보는 순간 술이 확 깨는 한마디가 날아온다. “야, 김제동 정신차려.” 


자칭 ‘우주의 중심’ 이효리(33). 시대의 ‘섹시 아이콘’이자 ‘톱스타’지만 내겐 여동생이자 술친구, 아니 이제는 인생의 동지 같은 존재다. 끼와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녀의 미소에 대한민국 어느 남자가 마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마는, 난 그날 이후로 ‘혹시나’ 하는 마음을 ‘역시나’로 바꿨다. 






이효리“오빠랑 이렇게 가까이 앉아서 사진 찍어야 되는 거였어? 표정 좀 잘 잡아봐. 빨리 끝내자.” 김제동“흥, 나는 뭐 좋은 줄 아니? 나도 길게 하고 싶은 생각 없어.” _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오빠, 난 책 많이 읽고, 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그런 남자가 이상형이야.” “그거 내 이야기인 거야?” 대답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소주잔에 술을 채우던 효리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에휴, 얼굴만 좀 잘 생겼으면….”


-너 화장하고 나왔냐? 오늘 좀 다른 사람 같은데? 간만에 네가 예쁘게도 보이네. 


“사인해 줄까?”


-됐고, 너 지난번에 왜 울었냐? 나랑 유기견보호소 침수피해 복구하러 갔을 때 말야. 견사 철창 붙잡고 우는 모습을 나만 살짝 봤어. 


“보호소 바로 뒤가 도살장이었잖아. 청소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개를 마구잡이로 끌고 가는 거야. 한쪽에선 개집 청소하고, 한쪽에선 개를 잡으려고 끌고 가고. 갑자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허탈하게 느껴져서 속상하고 안타까웠어. 유기견보호소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너무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어서 가슴 아팠어. 그런데 뭐야? 일은 안 하고 날 주시하고 있었던 거야?”


그랬다. 유기견보호소의 철창을 붙들고 눈물짓던 효리는 정말 예뻤다. 효리가 “개나 고양이를 보호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얼떨결에 널 따라갔지만 네가 그런 곳에 봉사활동을 다닌다는 게 놀라웠어. 정말 깜짝 놀랐거든. 


“동물보호협회에 가입한 뒤에 보호소에 처음 가봤어.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열악한 환경인 거야. 이런 데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사람들에게 이런 실상을 알리고 싶었어.”


-첫인상이 어땠는데?


“지옥같았지. 역한 냄새에 동물들 우는 소리, 날아다니는 털이랑 굴러다니는 똥까지. 그런 데가 셀 수 없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충격받았어. 내가 30년 넘게 살면서 그런 데가 있다는 것조차 처음 알았으니까.”


-그전에는 고아원, 양로원에 주로 갔었지? 


“그랬지. 그런데 틱낫한 스님이 너무 할 일이 많을 때는 내게 와닿는 것을 먼저 하면 된다고 하셨어. 그래서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먼저 시작한 거야. 굳이 도울 사람도 많은데 왜 동물이 먼저냐고 하시면 딱히 할말은 없어.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까 그전에 안 보였던 불쌍한 사람들이라든지, 열악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다 같은 생명이니까.


“약자잖아. 그중에서도 동물은 사람에 비해 약자고. 어쨌든 그 일을 하면서 앞으로 폭을 넓히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생긴 거네. 


“주제 넘지만 그런 것 같아. 언제부터 왜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채식도 시작했어.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고. 그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잖아. 동물, 자연, 환경, 소외계층. 사람들이 먹는 가축들의 사료를 재배하려고 정작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잖아.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던 땅에서 밀려나니까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도 생기는 거 아닐까. 게다가 TV도, 게임도 은연중에 생명을 경시하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것 같아. 예전에 <패밀리가 떴다>를 촬영할 때 닭 잡는 장면도 많이 나왔잖아. 그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


-네가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고기 먹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제대로 잘 키워서 제대로 먹었으면 하는 거야. 워낙 많이 소비하다보니 유전자를 조작하고, 공장식으로 사육하잖아. 더 많이 생산하겠다고. 거기서 온갖 문제가 생기는 거지. 그게 싫은 거야. 잘 키워서 잘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소비를 줄여야 해. 제대로 된 환경에서 키워서 먹으려면 좀 비싸지겠지만 대신 먹는 걸 줄여야겠지. 몸에도 좋잖아. 난 육식이 아니라 공장식 사육을 반대하는 거야. 구제역도 그래서 생긴 거잖아. 결국 그 피해는 사람이나 환경에 가거든. 우리 어릴 때만해도 한 달에 한 번 고기 먹으면 많이 먹는 거였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세번은 먹는 것 같아. 그렇다고 사람들이 더 건강해졌어? 아니잖아. 그래서 난 소비를 좀 줄이자는 의미로 채식을 하는 거야.”


인터뷰를 하다보니 ‘섹시아이콘’ 이효리는 온데간데 없고, ‘환경운동가’ 이효리가 와 있었다. 효리가 채식을 한다고 하자 비난도 있었다. 과거 그녀가 한우홍보대사를 한 게 빌미가 됐다. 


“당시엔 기왕에 고기를 먹을 거면 수입쇠고기보다 한우를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홍보대사를 했어. 근데 유기견 보호활동을 하면서 고기 먹는 걸 줄여야겠다고 결심한 거지. 내가 뭘 하면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사실 구제역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었잖아. 축산농가도 고통이 컸고. 그런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 바로잡자는 거야.”


-너를 비난하는 기사가 쇄도하고 논란이 됐잖아. 그 때문에 너 충격받고 나랑 했던 약속도 펑크냈던 거 알지? 집들이 가기로 해놓고, ‘나 은퇴할 거야’ 이러기까지 했는데.


“오빠도 그때 비슷한 일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다. <나는 가수다>에서 재도전 사건이 터졌잖아. 그때 오빠도 은퇴한다며?”


-네가 뭐라 그랬는지 알아? 내가 은퇴한다니까 ‘오빠는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될 거야’라고 했어.


역시 효리는 톡톡 튈 때가 예쁘다. 2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를 읽어봤느냐고 했더니 “못들어 봤다”며 눙친다. 내가 사인해서 보내줬건만 은근한 내 자랑을 심술스러운 표정으로 뭉갠다. 대신 틱낫한 스님이나 법륜 스님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효리의 눈빛이 예전보다 깊어 보였다.





▲ “소비 줄이자는 의미로 채식… 육식이 나쁜게 아니라 공장식 사육 반대하는 것”


▲ “인터뷰를 하다보니 ‘섹시아이콘’ 이효리는 온데간데 없고, ‘환경운동가’ 이효리가 와 있었다.” - 김제동





-너 종교가 불교였니?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인데 불교사상을 존중하고 있어. 그리고 나한테 참 잘 맞는 것 같아.”


-너랑 나랑은 참 공통점이 많아. 그런데 왜 우리가 얼굴 맞대고 밤 늦도록 소주를 마셔도 스캔들 기사가 안 터지지? 네 마음이 나한테 안 땡기니까 그런 거야. 사람 너무 얼굴만 보고 판단하는 거 아니다.


“딱히 얼굴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전체적으로 안 땡겨.”


-그래서 우리같은 사이를 축복이라고 하는 거야. 서로 땡기는 것도 축복이지만 서로 전혀 안 땡기는 것도 축복이야.


“그래. 한쪽만 땡기면 얼마나 서로 힘들겠어. 난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라. 연예인이 참 좋긴 좋다고. 누군가가 ‘내일 봉사활동 가는데 모여주세요’ 하고 트윗을 한다고 얼마나 모이겠어. 그런데 오빠나 나 같은 연예인들이 트윗 하면 사람들이 모여주고 기꺼이 동참하잖아. 이건 연예인들의 특권이야. 이 특권을 의미있는 데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지.”


-이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정말 오늘 보면 볼수록 기특한데?


“내가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한 변화가 많았어. 지금 봉사활동한다고들 하지만 난 수행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좋은 일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어서 민망해. 내가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고,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나를 위해 하는 이기적인 활동인 거지.”


-난 네가 유기견보호소 계신 분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화도 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 사람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도 안하고 진짜 너희 엄마 아빠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네 진심을 알게 됐지. 봉사의 대상, 약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것 말야.


“종종 보면 봉사의 대상이 되는 분들과 봉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일이 생기면 봉사하러 갔다가도 정떨어지고 지쳐서 나자빠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끌리고, 해야할 것 같고, 힘들다고 울면서도 또 가는지 모르겠어. 언젠가 아는 날도 있겠지.”


-야, 우리 효리 도텄다. 이러다가 절에 들어가서 비구니 되는 거 아냐? 


“요즘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


-너랑 같이 보호소 갔을 때 여러사람이 함께했잖아. 구룡마을 피해 복구 갔을 때도 그렇고. 봉사하러 모인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정말 행복하더라.


“나도 그래. 봉사하면서 만난 친구와 예전에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와는 유대감이 완전히 달라. 의지하는 마음도 생기고, 동지같다는 느낌도 있어. 내가 춤추고 노래하며 살다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하고 생각해 봤지. 그냥 나와서 웃겨주고 즐거움을 주던 연예인이 안보여서 서운하다가 아니라, 나와 뭔가를 함께 하던 동지를 잃은 안타까움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만나서 느끼는 희열은 달라. 게다가 그 목표나 신념이 내 자신이 아니라 타자를 위한 것일 때 내 마음속에 채워지는 보람,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효리만큼 스포트라이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연예인이 또 있을까. 화려한 무대 위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와 명예를 양손에 쥐고 10여년을 보냈다. 그런데 그 세월동안 외롭고 공허했다고 했다. 늘 목말랐다고. 


“그동안 나랑 관련 없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기아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든 내 관심은 오직 나에 대한 것뿐이었지. 하지만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어. 그런데 지금? 나 행복해. 많이 좋아.”


녀석, 예쁜 줄만 알았더니 사람을 짠하게 울리는 재주까지 가졌다. 나는 울컥 올라오는 걸 참느라 벌컥 소주를 들이켰다. 








▲ “왜 하는지 모르면서 끌리고, 힘들어 울면서도 또 가고… 언젠가 봉사의 뜻 알겠죠”

▲ “봉사의 대상, 약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네 진심을 알게됐지.” - 김제동





“표절 사건 때문에 내가 방송을 쉬었잖아. 그동안 생각해봤어. 내가 13년간 활동했는데 단 한번도 쉰 적이 없는 거야. 매일 흔들리고 흩날리는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1년을 쉬면서 알게 됐어. 내가 원하는 게 뭐고 하고 싶은 게 뭔지. 그래서 표절 사건 때문에 미워했던 그 사람(작곡가)에게 감사의 절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사실 그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거든. 그런데 지금 너무 고마운 거야.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던 나에게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줬잖아. 스님이 그러셨어. 이 세상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다고.”


-맞아. 원하는 게 다 이뤄진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원치않던 일이 생겼다고 나쁜 것도 아니라고. 그땐 힘들어도 지나고 보면 새로운 깨달음이 있어.


“그땐 별의별 원망을 다하고 자책도 많이 했어. 창피했고, 내가 가진 인기를 다 잃어버릴까 두려웠지. 그 사람이 미웠고 찾아가서 욕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난 사기당했고 피해자인데 왜 악플을 달고 욕을 할까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던 거야. 그런데 지금은 고맙다고 하고 싶어. 그때 잘 됐으면 여전히 바쁘고 돈 더 버는 게 다였겠지. 인간이 알지못하는 힘이, 그러니까 우주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우주의 중심’아 잠깐 쉬거라. 난 그렇게 생각해. 하하”


-미치겠다. 우주의 중심 이효리가 어련하시겠어? 그래. 원망이나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는 순간 네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낀 거네? 사랑받을 때가 행복하니, 사랑할 때가 행복하니? 


“당연히 줄 때가 행복하고 좋지. 내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피해를 감수하면서 희생했던 기억이 없었거든. 그래서 지금 행복해. 나 요즘 행사도 안하잖아. 수천만원짜리가 와도. 그런데 얼마전에 한 군데 갔어. 내가 가면 1년 동안 유기견보호소에 개 사료를 대주겠대. 한달에 1t씩. 그래서 얼른 갔지.”


-네가 그동안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효리였다면 지금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찾아가고 있는 거야. 난 그게 기분이 참 좋아.


“내가 작년에 활동을 쉬게 되면서 만난 분이 그러셨어. 집에 금은 무지하게 쌓여 있는데 밥 해 먹을 쌀이 없다고. 정작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신 거야. 그 말씀을 듣는데 나를 위한 게 뭘까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내 바람은 그래.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잠깐 하다 마는 거, 이건 아니잖아.”


-난 네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너 행복한 대로, 즐겁게, 놀듯이 하면 되는 거야.


“어떤 때는 이것저것 안보고 스님처럼 산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만 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법륜 스님이 그러시더라. 산에는 이꼴 저꼴 없는 줄 아느냐고. 흠흠. 네가 행복해 보여서 참 좋다. 그런데 활동도 해야지. 앨범 작업은 안하냐? 


“해야지. 나는 계속 연예인으로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잘 해야돼. 그래야 사람들을 더 규합해서 함께 원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거든. 예전에 ‘텐미닛’으로 인기가 높을 때 이런 것들을 진즉 깨닫고 이야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그땐 내가 한 마디 하면 신문 1면에 나왔잖아. 내가 산 신발이 불티나게 팔리고, 어떤 액세서리를 했는지 관심 끌고…. 만약 그때 내가 유기견을 입양하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면 더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연예계 생활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 한때는 다 귀찮고 건성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방송도 더 열심히, 앨범도 더 잘 만들어서 멋진 연예인으로 살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그러니까 동기부여가 더 잘 돼. 나를 위해 살던 그 때보다 더 잘하고 싶은 거지.”


-장하다. 그때는 정상의 인기를 어떻게 유지할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왜 해야하는 건지 명확해진 거야. 장하다, 장해. 나 특강할 때 너를 청해 들어야겠다.”


“아 뭐야. 착한 이미지 너무 부담스러워. 그렇게 몰아가지마.”


-알아. 걱정마. 그리고 사람들이 너 착하게 안봐. 너 술 많이 먹고, 주정부리고, 노래방 가면 벽타고, 남자들 뒷목 잡고 이름 부르고, 이런 거 사람들이 다 알아. 절대로 너 착하고 조신한 이미지로 안봐.


“주변에 어떤 분들은 감동했다고 칭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 그런 사람 아녜요’하고 말하고 싶어. 민망해.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여러가지 모습이 있잖아. 특히 우리같은 연예인은 그 이미지란 게 무서운 거야. 누구나 욱하고 욕할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잖아. 예를 들어 이승기처럼 착하고 반듯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연예인이 누구한테 욕이라도 했다고 쳐봐. 확 가는 거잖아.”


-이중성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알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음 속에선 그걸 알 거야. 술 먹고 주정하는 것도 너고, 더러운 견사의 똥을 치우는 것도 너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귀쫑긋 세우고 듣는 것도 나고, 야심한 시각에 케이블 에로채널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나거든.


“알겠는데, 앞으로 특정한 이미지로 몰아갈까봐.”


-걱정마. 그러면 앞으로 봉사활동 갔다가 저녁엔 클럽 가서 춤추고 노는 건 어때? 부지런하다고 칭찬받을 만한 일일걸?


“오빠 언제 갔었어? 그 클럽 물 되게 안좋아졌겠다.”


-이거 왜 이래? 나 근래에 두번 갔었는데 인기 짱이었어.


“아, 됐고요.”


-알았어. 나랑 술만 마시다가 인터뷰란 걸 해본 소감이 어때? 


“괜찮네. 친해서 그런지 속에 있는 것도 술술 털어놓게 되고. 내실 있는 이야기도 하게 되고. 제법이야. 하하”


술기운이 올라오는 걸까. 오늘따라 효리가 미치도록 예뻤다. 아니,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어쩌겠나. 난 조용히 소주병 속 미녀에 눈을 맞췄다. 그래, 산다는 건 좋은 거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하면서 흘러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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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몇 달 전 ‘한밤 트위터 설전’ 때문에 주목받은 사람이 있다. 나우콤 문용식 대표(52)다. 그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서로의 트위터를 오가며 ‘키보드 배틀’을 펼쳤다. 

문 대표는 정 부회장의 트위터에 “슈퍼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 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일이니?”라는 댓글을 달았고, 정 부회장은 “문용식 대표님이 저에게 보내신 트윗, 마지막 반말하신 건 오타겠죠?”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둘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덕분(?)에 두 사람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됐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했던 문 대표가 주목을 받았다. 나도 ‘트위터 설전’이 아니었더라면 문용식이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우콤이라는 IT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 같은 기업인과 설전을 벌인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시절 ‘시국사범’으로 6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감옥에 있었고, 최근에도 아프리카TV 운영자로서 ‘저작권 방조혐의’로 구속된 이력도 눈길을 끌었다.


문=발단은 저작권 문제였어요. 저작권 방조로 구속한 사례는 없었는데. 1심에선 집행유예가 나왔고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았어요. 그래서 상고했고 앞으로 유무죄를 다퉈야죠. 발단은 영화제작가협회에서 영화 불법다운로드를 갖고 문제를 삼았어요 10여개 업체를 수사했는데 피디박스 포함해. 그런데 나우콤은 다른 업체에 비해 죄질이 양호했어요. 그런데 그때가 촛불이 활발할 때였어요. 아프리카 TV가 촛불영상이 활발하게 떠돌고 기여하다보니까 대검에서 구속수사를 지시한거죠. 그래서 난리가 났죠. 사건의 발단은 저작권 문제인데. 
그 당시 한달 반을 있었어요. 서울 구치소에. 20년만에 간거죠. 그런데 이건 벌금을 받은 개인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봐요. 모든 인터넷, 모든 네티즌이 유죄라는건데. 

김=그런데 굿 다운로더 운동도 있고 저작권 보호해야 하는데 대해서는 동의하시는거잖아요. 

문=동의하죠. 보호해야하고요. 그런데 제가 말하는 건 좀 다른 차원이에요. 창작물은 널리 이용되는 것이 좋죠. 창작자의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요. 물론 공정하게 이용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지금 법은 저작자 보호에만 집중되고 이용자의 공정한 이용에는 너무 무관심해요. 현행 저작권법은 근본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법은 창작물이 희소할 때,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이죠. 아날로그 시대에는 컨텐츠와 미디어가 결합돼 있었죠. 책은 인쇄되어서 종이로, 영화는 극장에서. 음악은 음반을 통해서. 그게 아날로그 시대의 컨텐츠 유통방식이죠. 그런데 디지털 시대에는 컨텐츠와 미디어가 분리돼 있어요. 모든 컨텐츠가 수평적으로 통합됐죠. 아이폰에 책, 영화, 음악이 다 들어가요. 디지털 컨텐츠를 무한정 볼 수 있고 무한전 전송할 수 있어요. 유투브에 하룻동안 올라오는 동영상이 1년치 지상파 방송 분량이거든요. 디지털 시대에는 시대에 맞는 저작권 보호체계가 만들어져야 해요. 
지금 법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할까만 궁리해요.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무제한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되 그만큼 창작자가 보상받으면 되는겁니다. 


김=그게 핵심이겠죠. 

문=디지털 문화를 향유하고 보상받는 것이 관건인데 결국 어떻게 보상하느냐가 문제겠죠. 그럼 디지털 문화를 향유할수록 이익을 받는 업체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파는 업체들과 통신망, 즉 인프라를 통해 돈을 버는 회사들이죠.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컨텐츠를 유통시켜주는 사이트들이 있죠. 디지털 컨텐츠의 자유로운 향유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돈을 버는 그런 업체들이 버는 돈의 일정 부분을 디지털문화 향유세 형식으로 내고 그것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고 봐요. 디지털은 모든 사용기록이 로그로 남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그만큼 보상해주면 되는거죠. 소비자에게 직접 일일이 돈을 받으려 하지 말자는 거죠. 

김=직접세 형식으로 된 것을 간접세 형식으로 전환하자는 거네요. 

문=그렇죠.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는 노래에 따라 저작료를 내잖아요. 노래방 기계도 이런 식의 보상체계를 만드는데 디지털에서 못할 게 뭐가 있나요. 이런 디지털문화 향유에 대한 것부터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해요. 디지털 시대에 일류국가가 될 수 있는 거고요. 4대강 삽질을 해서 선진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문화강국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고 강점이에요. 그리고 지식문화강국으로 가는데 핵심적으로 풀어야 할 연결고리가 디지털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거죠. 

김=해외사례는 어떤가요. 

문=모든 나라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죠. 그런데 어느 누구도 시도를 못하고 있지요. 지금 이 대로는 모든 국민들을 범법자 취급하는데 이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떳떳하게 즐기도록 해주고 보상을 해주는 체계를 만들어야죠. 

김=그러니까 제작자 입장에서 대 원칙은 창작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많은 사람이 향유하되 그 과정에 아무도 피해보는 사람이 없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대안적 보상체계를 만들자. 그런 이야기인거죠? 
문=그렇죠. 

김=대표님도 트위터 활발하게 하시잖아요. 얼마전에 화제가 되기도 하셨고.

문=제가 제동씨 만난다고 했더니 네티즌들이 궁금한 것 많다며 물어봐달라고 하던데요. 

김=아유 참, 이거 대표님 인터뷰입니다. 평소에도 대표님이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 많이 하시고 한바탕 토론도 벌이셨잖아요. 신세계 정용진 대표와 트위터 논쟁으로 화제가 되셨는데 어떻게 된건가요?

문=처음에 그 트윗 메시지를 보고 화가 좀 났었어요. 내가 팔로워도 아니기 때문에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이 리트윗을 하다보니 보게 됐죠. 정부회장이 자사의 복리후생에 대해 자랑하는 내용이었어요. 이러저러한 부분을 개선했더니 달라졌다는 거였는데 제가 든 생각은 피자 팔아서 동네 피자가게 다 죽이고 구멍가게 다 죽이면서 자기 회사 복리후생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게 속에서 화가 나더라구요. 제가 먼저 시비를 걸었죠. 그런데 제 생각엔 그냥 대응 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맞받아 오길래 논쟁이 붙었던거고. 그런데 전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아요. 이마트에서 1000명이 일한다고 치면 그중 900명은 하청업체 비정규직이에요. 그 900명이 하루 14~15시간 뼈빠지게 일해도 한달 월급이 150만원 남짓인데, 그들의 희생과 착취가 있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이 분에 넘치는 보상을 받는거죠. 재벌기업의 초봉은 세계 평균 이상이에요. 90%가 넘는 사람들을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뻔히 그런 사회구조를 아는 사람이 자기 직원 챙겨준게 자랑할거리냐 싶은 생각이 들었던거죠. 같이 거래하는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사회적으로 바른 기업이 되어야지 자기만, 자기 식구만 잘먹고 잘사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냐 싶었죠. 대기업의 오너가 할 이야기는 아니다 싶었어요. 

김=그런데 논쟁의 요지는 다른 쪽으로 튀었어요. 

문=그래요. 반말했어요. 화가 나서 반말했는데 그것가지고 좌빨이네 이념적으로 시비를 걸대요. 대기업이 바르게 하라고 했는데 그걸 왜 좌빨취급하죠? 왜 이념으로 재단하는지, 거기에 엄청 화가났어요. 왜 이리 분노가 많냐고, 분노로 사회가 멍든다고 했는데 사실은 대기업의 탐욕이 사회를 멍들게 하는거 아닌가요? 

김=그런데 대표님은 기업을 하시는 입장이시잖아요. 일견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 않나요? 기업운영 철학의 차이
로 볼 수도 있는거고요. 

문=이건 기업 경영철학의 차이가 아니고 기업이 본연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겁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 고용창출과 세금납부죠. 이윤을 내고 세금을 내서 국가 인프라가 돌아가게 해야죠. 그런데 대기업은 그 두가지를 안합니다. 좋은 일자리 창출 안하죠. 돈만 벌면 되니까. 정규직 갈수록 줄이고 국민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죠. 세금도 납부하지 않잖아요. 조사만하면 비자금이 수조원씩 나와요. 원천은 탈세죠. 세금낼 것을 사주가 챙겨요. 그래놓고 사회봉사한다며 생색내죠. 환원한다고 하고. 그러지 말고 너희 돈으로 기부 안해도 좋으니까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고 하고 싶어요. 정말 문제가 많아요. 그래서 국민이 대기업을 보는 눈길이 안좋아요. 기업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드는 짓을 계속 하고 있고. 

김=대기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많이 공급해서 싸게 파는 것. 결국 소비자들이 이익을 본다고 주장을 펼쳐요. 일견 보면 그 의견이 맞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논리로서만 봤을때는요. 

문=전형적인 강자의 논리죠. 소비자는 한편으로는 소비자면서 한편으로는 일하는 사람입니다. 소비주체이면서 노동자죠.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고요. 소비자한테는 좋지만 일하는 입장에선 안좋을 수 있어요. 일하는 사람을 보호해주면서 더불어 소비를 하게 해줘야죠. 파리만해도 도심 상권 반경 30킬로미터 안에는 마트가 못 들어와요. 마트에서 술도 못 팔고요. 사회적 합의에 의해 규제가 가능한거죠. 대기업 통크게 해야지 너무 쪼잔한거 아닌가요? 중국, 유럽가서 경쟁하지 왜 구멍가게와 경쟁하냐고요. 대기업이 자기들이 잘나서 대기업이 된 건 아니잖아요. 군사정권이 얼마나 대기업을 많이 보호해줬어요. 노동조합 못 만들게 하고 저임금해서 착취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런 국민들의 희생 위에서 성장한 것이 대기업이거든요. 자기들이 잘나서 대기업이 된 것이 아니거든. 국민들에게 보답을 해야지. 
결국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을 다 비정규직 만들고 있는건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 쥐어짜고 안팎을 쥐어짜면 결국 뭐가 남을까요. 

김=얼마전엔 치킨 갖고 문제가 됐는데 치킨값에 거품이 끼지 않았냐는 논쟁이 뜨거웠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싸게 먹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컸었고. 

문=그렇죠. 그 문제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종 안에서 부당하게 폭리를 취해 답합의 구조가 있는지를 밝혀야 하고 있다면 시정되어야죠. 하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예요. 담합의 문제죠. 그런 담합의 문제를 풀기 위해 유통대기업이 치킨에 손을 대야하는 건 아니잖아요. 담합과 공정경쟁의 문제는 다른 것이고 봐야할 잣대도 다르죠.

김=어떻습니까? 본인이 좌빨이라고 생각합니까?

문=이 사회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면 좌빨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전 자랑스럽게 좌빨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김=전 이런 갈등을 볼 때마다 대기업도 잘되고 중소기업도 잘되고 다 잘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왜 안되는걸까요?

문=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기업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요. 30대 대기업의 상장주식 시가 총액이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50%를 넘어요. 문어발이잖아요. 전자부터 식품 건설 유통 금융까지. 미국의 구글이 건설을 하나요? 애플이 식품사업을 하나요? 대한민국 공무원 공기업 수출대기업은 이미 특권층이에요. 상위 10%를 차지하죠.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대기업의 마른 수건 짜내기 전략에 미래가 불안해요. 그러니 R&D(연구개발) 투자를 못하죠. 경영자도 불안한데 종사자는 말할 것도 없죠. 영세상인, 자영업자들 망해가고 청년백수가 양산되잖아요. 정말 불안한 사회가 된 거예요. 
지금 대한민국 키워드는 불안이에요. 상위 10%만 OECD 동종업종보다 더 높은 소득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불안하고 어려워요. 이런 사회가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유지될 수 있을까요? 더 큰 불행이 오기전에 가진것을 내놔야 해요. 국가에서 불안한 국민을 돌봐줘야 하는데 이건 정치가 해줘야죠. 

김=결국 이야기는 한군데로 가네요. 같이 잘 살아야 하는 것. 최소한의 기본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거죠. 

문=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을 지켜줘야 합니다. 

김=대표님께서도 기업을 하고 계시잖습니까. 기업이 힘들 때도 있으셨고, 가치가 충돌할 때도 있지 않나요? 본인이 가지고 싶은 신념을 버리고 싶을 때도 있고. 이렇게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뭔가요? 기업인으로서 볼 때요. 

문=우리 회사 전 조직이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은 첫째 정직한 회사예요. 두번째는 소비자에게 탁월한 서비스를 주는 회사. 세번재는 따뜻한 조직이죠. 그렇다고 대충하지는 않아요. 고과도 엄밀하게 하고 조직에 안맞는 사람은 권고사직도 해요. 그런데 그전에 배려하고 기회를 주는 거죠. 
저는 20년간 기업을 운영해 온 기업인이에요. 기업인으로서의 소중함과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알죠. 기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성실하게 일하고 건실해요. 소수의 사람들 문제 때문에 기업 전체가 도매급으로 욕을 먹어요. 특히 재벌 대기업. 안하무인 무소불위죠. 모든 잘못과 비리는 자신들이 해놓고 국민들에게 정직했으면 좋겠다. 이게 말이 되나요? 그게 안타까운거죠. 기업하는 사람들 대부분 애국잡니다. 특히 제가 종사하고 있는 IT 분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속에서 살고 있어요전 얼마든지 정직하게, 선의를 갖고서도 기업을 성공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김=그건 안철수 선생이랑 비슷한 말씀이네요. 

문=그런가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고 성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봐요. 예전엔 자본과 기계가 부가가치를 낳았다면 지금은 지식문화시대잖아요. 노동자의 창의성이 생산력의 원천이에요. 돈갖고 사업하기는 더 힘들어질 거예요. 창의력과 주인의식을 자발적으로 키워내지 않는 조직은 더 힘들어질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정직하고 소통해야 해요. 관리감독 통제하는 리더십으로는 안나와요. 디지털시대의 리더십은 수평적 리더십이 불가피해요. 그게 살길이고 나갈길이죠. 앞으로 정직한 기업만 성공하는 그런 사회가 될거예요. 

김=기업이 그렇게 해야한다는데 대해서 기업이 공감하면서도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문=습관이죠. 그 습관에 젖어 있는 것. 그걸 탈피해야 해요. 익숙한 것과 결별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건강한 기업이 많이 나올 거예요. 

김=기업 입장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네요. 그런데 그런 주장을 이념적 논쟁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무례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한 것을 이념이라고 하니 무시당한 것 같고 화가나요. 

김=감옥에 갔다 오셨잖아요. 

문=5년 1개월 살았죠. 독방에. 20대의 절반을 거기서 보냈어요. 

김=감옥에 갔다온 게 부끄러운 건가요?

문=그렇지 않아요. 전 강도폭력으로 갔다왔다고 습관적으로 말해요. 하하. 

김=제가 이 말을 여쭤보는 것은 ‘너 감옥에 갔다오지 않았냐?’ 하는 이 논지가 옳은 것이냐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예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비교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일제 치하에 감옥 갔다 온 독립유공자에게 ‘너 감옥갔다 왔잖아’라고 하는 것은 논지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문=전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봐요. 지금 사회가 민주화 됐죠? 

김=되어가고 있었죠.

문=지금은 재벌이 정치권 눈치 안봐요. 예전에 기업인들이 중앙정보부 가서 콧수염 뽑히고 하던 그런 세상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눈치 안보게 된 게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고초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감옥갔다 온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두발 벋고 살고 있다는 고마움과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마치 남이야기하듯 그래서는 안된다고 봐요. 

김=여야 통틀어 감옥갔다온 사람은 많죠. 감옥에 갔다온게 개인적으로 부끄럽지는 않으신거죠? 

문=정부회장이 감옥갔다 온 분이네 해서, 이 이야기를 왜 하나,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네 하는 느낌이었어요. 

김=20대때 갔다오신 거잖아요. 그때 혹시 연애하고 계셨나요? 

문=저 때문에 집사람이 고생했죠. 옥바라지를 해야하는데 직계 존비속이 아니면 면회도 안되고 편지도 못 써요. 그래서 내 옥바라지를 하려고 혼인신고를 했어요. 보통 사실혼이 법률혼보다 빠르기 마련인데 저희는 법률혼이 사실혼보다 빨랐어요. 서류상으로 아내가 돼서 옥바라지를 할 수 있게 된거죠. 서울에 홀로 계신 어머니 집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시누이 학교 가르치고 내 옥바라지 하고... 

김=주변에서 평생 업고 다니라는 소리를 들으셨겠어요. 

문=그렇죠. 

김=대표님의 당시 행동을 지금 국가 보안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죠?

문=그렇죠. 똑같습니다. 

김=그 일 때문에 민주화 유공자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같은 법이 존속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네요. 

문=법은 필요한데 법을 적용한 재판이 잘못됐다는 논리죠. 그 법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게 만든 것은 법이 잘못된 거잖아요. 수정하거나 없어져야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에요. 미네르바가 구속된 전기통신법도 마찬가지고요. 

김=지금 인터넷이나 트위터가 부작용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어떤 것이든 부작용 없는 게 있겠습니까만 부작용이 있다고 그 시스템 전체를 억압, 압박하겠다는 논리는 말이 안돼요. 그렇게 치면 국회의원 중 벌금형 받고 또 선거 하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잖아요. 그 논리를 대면 정치집단 전체를 없애야 하는건데 말예요. 

문=부작용을 이야기하고 내세우는 사람들은 무서운거예요. 

김=소셜 네트워크를 자기도 사용하면서 왜 그런거죠?

문=지금까지 없던 것이죠. 대중을 조직할 수 있는 가장 값싸고 효율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주어진 것이거든요. 촛불 집회도 그런 것이고. 무섭죠. 그러니까 통제하려고 하는거죠. 예전의 대중은 지도자가 조직했지만 지금은 대중을 조직하려면 대중 전체의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해요. 미디어로 볼 때 예전에는 통제해서 일방향으로 했던 미디어 시스템이 쌍방향으로 바뀐거예요. 서로 소통하고 그것을 통해 균형을 잡죠. 아무리 신문방송이 보수화되어도 균형을 잡아주는 대중들의 미디어가 인터넷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있는 거예요. 음식도 한쪽을 편식하면 병에 걸리듯 미디어를 편식하면 국민 정신이 병에 걸려요. 이것을 균형잡아주는 것이 인터넷이죠. 

김=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 공감하는 주제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전한 균형이 이뤄지리라 봐요. 건강한 대중이 건강한 사회를 이룰 것이고 거기서 일어나는 부작용도 건강한 대중들이 대중지혜로 극복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보시는거죠?

문=그렇죠.

김=미디어는 지금까지 높은 사람만 나왔던 매체잖아요. 우리 이웃의 이야기보다는 높은 사람, 우리 옆집 아저씨 보다는 오바마대통령 얼굴을 더 자주봐야 해요. 과거의 미디어는 높은 사람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 미디어는 우리 이웃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거죠. 미디어의 힘이 분산되면서 권력 대 이동이 시작됐다고 보는거죠. 

문=과거에 권력을 누렸던 올드 미디어는 이제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겁에 질려 있는거죠. 예전에 보수 매체들이 뭐라고 주장하면 하룻밤 사이에 여론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백날 해도 안바뀌어요. 아젠다 세팅 능력이 더이상 안먹히는거죠. 올드 미디어 파워가 급격히 약화됐어요. 그러니 불안한거죠. 그래서 시비를 걸려고 난리를 치고. 권력 상실의 불안감이에요. 

김=그래도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생활침해, 개인정보침해 이런 문제들은 나오고 있잖아요. 

문=개인이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자기가 관리하고 조심하고, 더불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죠. 정보관리에 대한 교육, 미디어에 대한 교육 말이에요. 

김=저도 그런 부분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 분명한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죠.

문=단순히 막을 수 없다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산업과 교육, 생활에 접맥시켜서 한단계 미래로 나가야죠. 인터넷이 인간존재를 혁명적으로 바꿉니다. 

김=그런데 그 시절, 80년대에 IT쪽으로 눈을 돌리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선견지명이 대단하셨던 거 아닌가요. 

문=그런 이야기 듣는데 엄밀히 말하면 선견지명이 아니라 호구지책이었어요. 감옥갔다와서 나이도 많은데 대기업이 뽑아주겠어요, 국가고시가 되겠어요? 그렇다고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아이디어로, 소액의 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었어요. 

김=그래서 말 그대로 ‘벤처’를 하신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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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한 해가 간다. 우리 모두에게 심난했던 한 해가,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한 해가 간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여기 서 있다. 그 끝에서 ‘뉴스감별사’ 혹은 ‘뉴스가공자’로 부를 만한 한 사람을 만났다. 타고난 유머감각으로 TV뉴스를 재가공해서 해학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웃기는 앵커’ 최일구(50·MBC <주말뉴스데스크> 진행자).

수년 전 그를 처음 볼 때부터 나는 그에게 ‘중독’됐다. 말하자면 ‘일구 폐인’인 셈이다. 동네 슈퍼마켓 아저씨, 택시기사님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듯 친근한 뉴스를 전하는 그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났다. 이브에 만날 사람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걸 알면서. 



김-작년에 저 토크콘서트 때 오셨잖아요. 그 때 뵙고 처음인거죠? 저야 뭐 평소에도 잘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최-바빠요. 일주일이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몰라. 토, 일 두번 뉴스 진행하는건데 일요일 밤에 다음주에 뵙자고 인사하고 나면서 좀 쉬어야지 하는데 어영부영하다 금방 금요일이야. 벌써 뉴스 진행한지도 두달이 지나갔고.
발령은 10월초에 났는데 곧바로 무릎팍 도사 출연해라, 아침프로 출연해라 이러면서 다녔지, 광고 찍었지. 뉴스 하기도 전부터 별 거 다했어요. 별거 아닌것처럼 보이는 광고 사진도 20㎏짜리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라 죽겠더라고. 어찌나 힘들던지. 하기 전에도 신경 많이 썼지. 뭔가 시청자에게 다가갈 부분이 없을까 하고. 그래서 앵커가 직접 나가서 현장을 만나면서 역동성을 가미하자고 했어요. 뉴스가 달라지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위해서지.

김-연평도때도 직접 가시고 낙지 파동때도 가시고, 현장 많이 나가시던데요. 

최-그렇죠.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빌려준다는 코너도 그래서 나온거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사람들 이야기, 기자들이 뉴스 만들면 기껏해야 10~12초 정도 나오는데. 그래서 마이크를 빌려드린다고 하는 거죠. 무안 갯벌도 가보고 SSM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정릉시장도 갔었는데 너무 안타까운거야. 골목에 마이크 들고 돌아다니는데 그때 외치던 아주머니, 할머니들 이야기. 결국 그 사람들이 무너지면, 그들도 대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인데 전체 소비기반이 무너지는 거죠. 서민층이 무너지면 대기업이 만든 제품을 누가 사겠어요. 난 정말 상생에 어긋난다고 봐요. 

김-제가 개인적으로 팬이라서 뉴스는 거의 빠지지 않고 봅니다. 배현진 아나운서 때문에 보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씀 드릴게요. 하하. 그런데 앵커와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전달자의 차이가 뭔가요? 최앵커님이 하시는 걸 보면 뉴스의 취사선택, 앵커의 자유의지가 굉장히 많이 반영돼 있는 것 같아요. 

최-뉴스 취사선택과 편집에 대해서는 나도 부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책임자가 따로 있는거고, 앵커멘트는 제가 직접 다 하죠.
뉴스진행하면서 원칙이 몇가지 있는데 우선 앵커멘트는 짧게 하자는 것. 모든 설명은 기자들이 해주는거니까 괜히 앵커가 길게 해봐야 소용없고. 두번째는 유머가 있어도 좋겠다는 거예요. 물론 앞부분에 나오는 주요한 뉴스, 당사자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그런 뉴스에 유머를 섞는다는 건 아니죠. 나중에 중후반 가면서 분위기가 쳐지고 천편일률적인 느낌이 들 때 있잖아요. 게다가 주말이잖아. 그러니까 좀 액셀레이터를 밟아보자고 하는거지. 유머도 섞고. 그런데 시청자들이 좀 오해하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종잡을 수 없긴 해요.
그래서 이게 맞는건지 싶고. 5~6년전에 뉴스할 때는 툭툭 던지는 멘트가 재미있다고 하시던데. 제동씨도 알잖아. 공연이 끝난 뒤의 쓸쓸함. 나도 그래요. 앵커가 참 외로운 자리다 싶어. 인터넷에 나오는 거 보면 마음도 아프고. 엊그제 인터넷 기사 보니까 최일구 어록만 남고 시청자는 다 떠났다 이런 뉴스가 나왔는데 마음 아프더라고. 요새는 분당 실시간 시청률 그래프가 있어서 지금은 뉴스 끝나고 그것도 봐야해. 분석회의 해서 이기면 좋아서 술마시고 지면 속상해서 마시고. 그래서 매일 술이지. 

김-원래 앵커의 뜻이 조정경기를 할 때 뒷자리에 앉는 사람이라는 뜻이래요. 방향을 잡고 무게중심을 잡는. 저는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해외뉴스 보면 앵커가 기자들하고 농담도 하고 웃기도 하고 자연스럽고 좋더라고요. 유머도 섞고.

최-영어가 다 들리는가본데. 난 하나도 안들리는데. 유머는 어쨌든 복잡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데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갑갑할 때 툭 던지는 한마디에 사람들은 흥이나고 용기를 갖고 살 수 있게 돼요. 유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5년전보다 더 확고해졌어요. 옆에서 뭐라고 하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강해지는데 딜레마이기도 하지...

김-요즘 정치 뉴스는 유머를 안섞어도 될 것 같아요. 워낙 코미디가 많으니까. 여하튼 유머를 사용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뉴스의 무게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에서 대놓고 뭐라고 하는 것은 비난밖에 안되잖아요. 웃으면서 뒤에서 슬쩍 치는게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머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가 아니라 누가 봐도 공분할만한 문제들인거죠.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일각에선 연성화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그렇죠. 공분을 불러일으킬만하거나 누구나 공감할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짧게 멘트를 한마디씩 하는건데 그 한마디만 가지고 연성화라고 지적하는 것은 동의하고 싶지 않아요. 뉴스라는게 앵커가 진행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기자들이 취재한 콘텐츠가 뉴스인데 제 멘트 하나로 전체 뉴스가 연성화된 뉴스, 코메디 뉴스인양 윤색되고 있잖아요. 물론 진행방식에서는 연성화일 수 있지만 뉴스 컨텐츠가 연성화된 것은 아니죠. 그래서 딜레마이고 고민이긴 해요. 우리 뉴스에는 고발 뉴스도 많고 강한 메시지를 담은 것도 많은데 인터넷에 뜨는 뉴스를 보면 내가 멘트한 것만 갖고 왈가왈부하니까. 얼마전에도 내가 영구 흉내를 낸 걸로 ‘최일구 뒷수습’ 이걸로만 뉴스가 뜨지, 뉴스데스크가 무슨 뉴스를 다뤘는지는 부각이 안되잖아요. 유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유머를 하는건데 자꾸 주객이 전도돼서 우리 뉴스 전체가 웃긴 뉴스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위축돼요. 딜레마이고 고민이죠. 

김-아마 그런게 아닐까요? 기존의 형식을 깰 때 사람들이 느끼는 최초 거부감같은 것 말예요. 주류 뉴스에 들어와서 이렇게 하시는게 처음이니까. 사람들이 느끼는 이중적 기대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앵커와 시청자가 가까웠으면 좋겠다 싶지만. 제왕적 카리스마도 요구하고. 이 두가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는거죠. 재미도 있으면서 한편으로 앵커가 저래도 돼? 하는 이중적 기대감이죠. 제가 봤을 때는 제대로 된 뉴스,사회에 필요한 뉴스를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유머가 수단이 되는건데, 그 유머만 가지고 자꾸 이야기하고 부각되니까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최초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최-생각해봤는데 우리 사회 발전 단계에서 아직 수준이 그정도인것 같아요. 서구에선 자유롭게 한다면서요. 우리 사회가 갖고 온 역사적 토대를 봤을 때 톨레랑스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수백년에 걸쳐 민주화와 근대화를 거쳐온 서구와는 우리 사회가 다르죠. 톨레랑스가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도 그런 모순이 있잖아요. 서구에서 통용되는 것을 부러워하면서 막상 그런 것을 시도하면 ‘저거 뭐야?’ 이러면서 찬반 논쟁이 붙고 논란이 되는 것 가아요. 시간이 지나야지. 실험이라고 보여져요. 시간이 지나고 방송환경이 달라지면 나같이 재미있게 하는 앵커가 인기를 끌지 않을까? 
그나저나, 장가는 언제 갈려구요?

김-아침에 갈려구요. 아유 참. 언제 가는지 묻지 마시고 누구와 할 건지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중매나 좀 서주시든가. 

최-앵커로서 권위잡고 각잡고 이러면 나는 그게 훨씬 쉬워요. 힘 주고 인상 빡빡 쓰면서 프롬프터로 나오는 기사 본문 읽기만 하면 되는건데, 그거야 식은 죽 먹기지. 그렇게 좀 안하려고. 뉴스도 상품이거든요. 쇼핑 채널에서 쇼호스트가 눈에 띄게 하려고 많은 노력 하잖아요. 앵커 역할도 그렇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우리 상품을 더 구매할 수 있게 할까 하는거죠. 써준대로만 하지 않고 통찰력이 있어야 하니까. 어떻게 할까 데스크들과 의논하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거죠. 그렇게 하려면 힘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요.

김-뉴스에 대한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사람들도 있지요? 


최-장난하냐? 코미디 하냐? 이런 이야기는 마음이 아파요. 당사자가 첨예하게 맞서는 뉴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뉴스도 있잖아요. 난 그래서 딱딱한 방법 대신 부드럽고 재미있게 시청자들에게 툭 던지는 방법으로 뉴스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에는 동의 못해요. 호소하고 싶지. 잘 보시면 그래요. 엄중한 뉴스에 대해서는 표정하나 안바꿔요. 총선, 지방선거 때 개표방송 하면 그땐 정말 표정 하나 안바꾸죠. 시청자들이 오해를 하시거든. 그땐 넥타이를 어떤 색깔 맸는지 갖고도 앵커가 특정 당을 지지하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거든. 

김-뉴스를 쇼호스트가 상품 파는 것에 비유하셨는데, 물론 뉴스가 단순한 상품은 아니죠. 그런데 쇼호스트가 자기 확신을 갖고 물건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최앵커께서도 MBC 뉴스에 대한 자부심을 전제로 뉴스를 전달하실텐데요, MBC 뉴스만의 차별화, 강점이 뭔가요?

최-어려운 질문이네. MBC라는 사풍 자체가 인간미가 있어요. 사람들이 푸근하고, 인간미 있는 집단이지. 그래서 뉴스에도 인간미, 사람 냄새가 나요. 

김-제 생각에도 그런 뉴스가 시청자들에게 앵커가 우리와 공감한다는 느낌을 줄 것 같아요. 전에 대형마트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 찾아가셨잖아요. 화가나서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하시던 한 어머니 이야기 들으면서 시청자들도 저같은 그런 느낌을 가질 것 같아요. 

최-상권 이야기가나와서 그런데 우리 도쿄 특파원이 일본도 그런 문제가 심하다고 뉴스를 전해오면서, 골목 상권이 여전히 살아 있는 한 지역의 비결을 전해줬어요. 그게 바로 교류더래요. 지역주민들, 이웃들과의 교류 때문에 편리한 대기업형 마트가 있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골목에 있는 가게들이 많고, 가게들이 단골을 유지하면서 상생하고 있다더라고. 동물과 달리 사람은 태어나면서 누군가 돌봐줘야 하잖아요. 사람보다 다른 동물들은 훨씬 독립적이죠. 사람들은 날 때부터 지켜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동물이고. 그래서 대화와 소통이 중요해요. 시청률 경쟁은 이후 문제고, 난 시청자들, 뉴스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후회없이 교류하고 소통하고 싶어요. 

김-오죽하면 곰하고도 소통을 시도하셨으니 뭐…. 하하. 말씀 안하셔도 소통을 잘 실천하고 계시잖아요. 전 뉴스의 질도 중요하지만 앵커와 시청자들이 갖는 교감도 중요하다고 봐요. 저 사람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거죠. 

최-얼마전에 편지가 왔어요. 화정 사는 분인데 글로 직접 쓰셨어요. 고 1여학생 엄마라는데 내가 진행하는 뉴스를 보면서 그분 딸이 내 팬이 됐대요. 컴퓨터 바탕화면에 동방신기를 지우고 나로 바꿨다니 말 다했죠. 내용은 그분 딸이 나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거예요. 방송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결국 용기내서 썼다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면 안되겠냐고 보내셨더라고. 난 그 편지를 읽으면서 여고생이 안보던 뉴스를 보게 만들었다는 것, 인터넷에 빠져 있는 젊은 층이 뉴스를 보게 만들었다는 것, 그런데서 의미와 보람을 느꼈어요. 그래서 연락했죠. 어차피 12월25일이 토요일이니까 방송국 오시라고. 그랬더니 시간이 안된대요. 그러면서 내년 1월2일날 오겠다더군.

김-우하하하. 원래 팬들은 언제 오라고 하면 만사를 다 제쳐놓고 자기 시간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안된다고 하셨다니 너무 웃긴데요. 크크크.  어쨌든 보람이셨겠어요.

최-그렇죠. 그런데 계속 되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걱정이 돼요. 회사 내부에서도 기자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희화화 시킨다는 문제제기가 있으니까. 내 멘트 때문에 웃기는 기자, 웃기는 뉴스가 될까봐. 소통을 위해 어느선까지 가야 맞는건지 싶고. 인터넷에 그런 기사만 좀 덜나왔으면 좋겠어요. 그저 시청자들이 알아서 보고 판단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앞에 나온 모든 뉴스를 제치고 말레이곰 이야기만 나오니까 전체 MBC 뉴스가 그런거 아니냐는 시선이 부담돼요.

김-유명세죠 뭐. 

최-내 개인이야 상관없는데 나로 인해 우리 구성원, 시청자들이 상처받을까 그게 걱정돼요.

김-최앵커가 생각하시는 뉴스의 기능. 즉, 뉴스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을 줘야한다는게 있을것 같은데요. 

최-기본적으론 정보겠죠. 그리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하자면 감동과 용기를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뉴스 역시 남의 이야기거든. 책을 왜 읽겠어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남의 삶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며 더 성숙한 단계로 나가기 위한거잖아요. 고전은 그게계속 검증되면서 인류역사 2천~3천년간 계속돼 온 책들이고. 뉴스도 정보만이 아닌 그런 감동과 용기의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방송뉴스가 용기와 감동을 체험하게 하는 장치가 되었으면 하시는거죠. 

최-그렇죠. 그렇게 해보려고 하는데 말이 좀 많아요. 내가 무슨 악의를 갖고 한 것도 아닌데. 아직은 우리 시청자들이 서구식 뉴스진행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김-소탈한 권력자를 원하기도 하지만 소탈한 권력자가 소탈한 말을 하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비난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최-난 실험이라고 봐요. 다양한 실험. 시민의 성숙도도 연결돼죠. 톨레랑스의 정신 말예요. 우리 사회엔 아직 이런 부분은 부족한거죠. 

김-뻣뻣한 것이 너무나 익숙해서 그런걸 거예요. 정좌뉴스. 전 오히려 그게 부자연스러워요. 시청자들이 볼 때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인 것도 왜그런거죠? 

최-글쎄.그건 모르겠네요. 앉는 기준으로는 남자가 오른쪽, 여자가 왼쪽에 앉는건데 남성우월주의라 그런건가? ‘남자는 우측에 앉는다’. 배현진 아나운서랑 자리 바꿔볼까봐. 법칙도 아닌데 그러고보니 왜 그런지 모르겠네.

김-전 개인적으로 배현진 아나운서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전에 영구 흉내낼 때도 그렇고, 배현진 아나운서가 배를 잡고 쓰러지는 장면도 화제가 됐는데요. 함께 진행하시는 분들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안웃어야 하는데 웃길 때, 사람 미치거든요. 그런 면에서 사죄의 말씀 한말씀 하세요.

최-음, 배현진씨는 심성이 곱고 착해서 웃음도 많아요. 원래 착한 사람들이 잘 웃잖아요. 그런데 뭐 그렇게 미안할 것 까지야 없고, 너무 배잡고 웃으면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미안함이지.

김-뉴스가 궁극적으로 해야하는 일은 뭘까요?

최-왜 어려운 질문만 해? 결국 뉴스가 우리 사는 이야기인데 미디어를 통해 우리 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는게 문제죠. 우리사회 갈등이 좀 봉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뉴스가 해야할 일은 사회 자체의 갈등을 치유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봐요. 그런데 아직 먼 것 같아요.갈등이 치유되기 힘든 뉴스도 많고. 

김-이런 뉴스 전할 때는 살맛난다 싶은게 있나요?

최-정릉시장 갔을 때 상인들 이야기 들을 때예요. 보람 있었어. 그런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는 쉽게 안나가거든요. 잘해야 10초~12초인데 인터뷰 위주로만 3분 반 나갔어요. 이런게 진짜 뉴스구나 싶더라고. 반응도 좋았고. 공감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우리 좀 먹고살게 해달라고 할 때 아주머니들이 그렇게 외칠 때 나도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런 뉴스만 많았으면, 백성의 소리를 많이 전파해줬으면 하는거죠. 그게 뉴스의 본령이에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해주는 것. 그게 진짜 뉴스죠. 

김-수돗물 같은 뉴스가 아니라 우물같은 뉴스네요. 

최-비유가 기가 막히는데. 제동씨 어디선가 들었는데 군대에서 보초설 때 격언을 외우고 있었다면서? 나도 그거 보고서 인터넷 격언 100가지를 출력해서 스크랩해가지고 보고 있어요. 

김-보초는 아니고 화장실앞 소변기에 붙어 있는것 열심히 보는거죠. 뭐. 
영구 흉내는 미리 연습하신건가요? 즉흥적으로 하신건가요? 

최-즉흥이 어딨어요. 다 연습하지. 혼자서 해보고. 마지막에도 리포트 나갈 때 배현진씨한테 나 이거 한다고 하면서 연습까지했는데 막상 하고보니 옆에서 빵 터져서 웃고 있는거야. 그래서 뉴스 끝나고 ‘대련까지 해놓고 왜 웃냐’ 그랬더니 하여튼 웃겼대. 

그런데 제동씨 토크 콘서트는 대본 없어요? 나는 작년에 봤는데 보면서 이 사람이 보통이 아니구나 했지. 한마디 툭툭 던지는데 다 뼈가 있어. 어떻게 저런걸 다 머릿속에 담고 있을까 싶어. 

김-없어요. 제가 생각을 정리하고 올 한해의 이슈를 정리해서 준비하는건데 최앵커님이 뉴스의 문턱을 낮추고 싶은 것처럼 저도 무대의 턱을 낮추고 싶어요. 옛날 굿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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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음악적 자유 얻은 것 같아…록밴드의 틀 벗어나고 싶어졌어”


“똑바로 하라고 했지? 넌 너무 답답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알거든. 너희 집에 가봐. 냉장고 열면 한 달이 넘은 우유에, 묵은지를 넘어서 곰팡이 핀 김치까지…. 집만 크면 뭐해. 내용물이 너무 허접한데. 네 상태가 그런데 여자를 만날 준비가 돼 있겠냐고. 네 어머니도 답답해 하시잖아. 반성 안하냐?” 


바쁜 시간 쪼개 인터뷰하자고 만났더니 잔소리부터 날아온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 그렇지 뭐. 그런 집에 혼자 놀러와서 뭘 바라?”라고 맞받았지만 도현이 형의 말은 구구절절 옳다.


윤도현 형(40)과 나는 ‘톰과 제리’이자 ‘실과 바늘’ ‘삼겹살과 소주’다. ‘YB 윤도현’이기 전에 ‘방송인 김제동’을 세상 밖으로 불러낸 존재이자, 10년 동안 한결 같았던 내 삶의 위안이다. 지난 6개월간 형과 함께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우린 소중한 것을 얻었다. 형은 음악 속에서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됐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기쁨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김제동 “형은 진짜 동안이야.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형이래. 내가 노안이라 그런지. 어쨌든 옆에 내가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윤도현 “록밴드를 하기 때문인 것 같아. 재미있는 일을 하며 의욕적으로 사는 것, 그런 삶이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전부지.” 김제동 “내 목표도 그건데.” 윤도현 “그러려면 넌 뜨거운 사랑을 해야 돼.” _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월드컵 후 변했다는 말 이미 한번 들어봤잖아  그때 같은 실수 안할 거야”


▲ “나도 재도전 논란 후 욕 많이 먹었지만. 형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승엽이 홈런쳤을 때 같은 느낌.” - 김제동



- 명예졸업은 못했지만…. 어때?


“즐거웠지. 잠을 못 잔 건 빼고, 정말 고마운 일만 안겨줬던 추억이야.”


- 마지막에 불렀던 ‘내 사람이여’는 너무 좋았어. 형이 가슴으로 불렀다고 했는데, 난 들으면서 울었지. 형이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늘 보고 싶었거든.


“나도 2절 부를 땐 이를 악물고 불렀어.”


- 그런데 이젠 뭐 할 거야? 써놓은 곡도 많다면서? 


“앨범부터 낼 거야. ‘나가수’ 하면서 음악적으로 자유를 얻은 것 같아. ‘빙글빙글’부터 여러 곡을 리메이크 했잖아. 거기서 얻은 영감이 많아.”


- 어떤 게 제일 좋았어? 


“딱 꼬집을 수 없지. 우리가 해왔던 음악들이 아니니까 그 곡을 부르면서 새로운 세계를 맛본 거지. 록밴드는 이래야 한다, 저항성 있어야 한다는 식의 정형성에서 벗어나고 싶어졌어. 소재도 다양해졌고 해학과 풍자도 알게 됐고, 우리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 한 최대한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


- 지난달 단독공연 때 내가 게스트로 갔잖아. 사실 형 공연을 10년 전부터 바람잡이하면서 자주 봤는데 몇 년 전부터는 제대로 안 봤어. 뭘 할지 알겠고 뻔했거든.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 계속 보고 싶어지더라고. 형의 원래 음악색에다 ‘나가수’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이 추가되면서 완전히 시너지효과가 난 거지. 마치 제방둑에 갇혔던 물살이 터져나오는 느낌이었어.


“그래 나도 그걸 느꼈어. ‘갇힌 음악’에서 ‘열린 음악’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그런데 난 너한테 많이 미안해. ‘나가수’ 하면서 고생 많이 했는데 YB에 비해 너한텐 득이 된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방송분량도 잘 안 나오고.”


- 하하. 편집이 돼서 내가 형한테 잔소리하는 장면만 자주 나왔잖아. 댓글 보니까 내가 형인 줄 알고, 동생한테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분도 있었어. 하긴 우리가 일주일에 4~5일씩 붙어 있다 보니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했어. 또 ‘매니저’가 튀면 ‘가수’가 죽잖아.


“방송에서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린 프로가 되기에 아직 멀었나봐. 서로 너무 잘 아니까 눈빛만 주고받은 거잖아. 어쨌든 많이 미안해. 나에 대한 평판엔 자유로워졌는데 누가 네 이야기를 하면 신경 쓰여. 트위터에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도현이 형의 매력은 ‘솔직함’과 ‘따스함’이다. ‘재도전’ 논란 이후 욕먹은 걸로 치자면 에베레스트 3좌 정도는 정복했다. 그럴 때마다 형은 있는 그대로 얘기해주면서 나를 감쌌다. 나 역시 형이 행복해하는 걸 보면서 ‘진짜 매니저’가 된 기분이었다. 승엽이(이승엽)가 홈런쳤을 때의 느낌 같았다.


▲ “나가수 사랑 보답할 길은  팬들이 자존심 세울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 같아”

▲ “노래도 말도 입에서 나가는 순간 떠나는 거 같아, 우린 다만 활시위를 당기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거지.” - 김제동


“아이로니컬하게도 ‘나가수’에 출연하면서 월드컵 때 내 모습이 떠올랐어. 월드컵으로 떴으면서 월드컵을 부인했잖아. 그래서 욕을 많이 먹었지.”


- 형 기억나요? 그때가 나 서울 왔을 무렵인데 그때 형은 붕 떠 있었어. 왜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 있는 연예인 있잖아. 


“그땐 공연을 앰뷸런스 타고 다니면서까지 했어. 하루에 서너 개씩. 무슨 벼슬한다고. 신호도 다 무시하면서 다니니, 안에서 그런 가시방석이 없더라고. 그것 때문에 다들 힘들어했지. 이런 식으로 우리 음악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한쪽에선 못하겠다, 또 한쪽에선 누군 좋아서 하느냐고 싸웠지. 팀을 해체하겠다고까지 했었으니까.”


-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바빴는데 차이점이라면 그땐 진정으로 감사할 줄 몰랐던 거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 당시에도 고마운 마음이야 있었지. 그런데 어딜 가나 월드컵에 관한 질문만 해대니까 확 차올랐던 거야. 우린 그 전에도 계속 음악을 해왔는데 ‘월드컵 가수’로 정의되는 게 싫었던 거지. 그저 감사하고 고마워할 줄 모르고 어리광부리고 투정했던 거야.” 


- 맞아. 그때 대기실 들어가면 다들 축 늘어져서 한숨 내쉬고 있고, 형은 맥주 반 병 마시고 피아노 건반에 머리 박고 울기도 했어. ‘오 필승 코리아 아니었어도 됐다고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욕을 하는 거야’ 이랬어.


“누구나 한 번씩 그런 일이 있는 것 같아. 그런 과정을 거쳐야 나중에 깨달음이 있는 거지. 그때부터 슬슬 사람이 되는 거고. 너야말로 만날 술 먹고, 머리 박고 울지 않냐?”


- 내가 뭘?


“네 생활을 깔끔하게 정리할 때가 됐어. 우선 집 자체가 방황이야. 옷장엔 겨울옷과 여름옷, 세탁한 옷과 입은 옷이 뒤섞여 있고. 통닭도 그 동네에 살지도 않는 매니저한테 물어봐야 시키냐? 자기 집에 뜨거운 물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고, 하수도는 늘 막혀 있잖아. 너 여자랑 술마실 때도 재미없는 얘기만 골라서 하지? 등산 갔던 얘기, 절얘기, 읽었던 책 이야기…. 네가 토크콘서트 준비하는 열정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네 생활에 열정을 쏟아봐. 하루빨리 여자를 만나야 해. 그래야 뭐든 바뀌고 방송도 하는 일도 더 잘돼. 넌 사람들을 웃겨야 한다고.”


- 하긴 요즘 갈수록 누군가를 웃기는 일이 힘들어요.


“뜨거운 사랑을 해야 가능해.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만 서면 ‘애모’의 가사처럼 돼.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거지. 박노해 시인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 사랑이 제일 중요한 거야. 사랑이 있을 때 그 사람이 가장 빛나거든.”


- 그러고보니 박노해 시인이 그랬잖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밥먹고, 사랑하는 여인의 품 안에서 잠들고, 그게 혁명이라고. 


“그래, 박노해 시인 멋있다니까. 변했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람은 변할 수 있어. 내가 김민기 선생님이나 박노해 시인을 좋아하는 건 그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시는 게 사랑이기 때문이야. 전에 내가 어떤 발언을 하거나 어떤 곡을 발표했을 때 그분들이 가끔 조언을 해주셨어. 그런데 그게 의외의 내용이야. 노래에 사랑이 없다, 포용하고 감싸라. 그땐 이해가 안 갔지. 그런데 상대가 주먹질을 할 때 오히려 감싸주는 게 진정한 카리스마더라고. 난 그게 멋있어.”


얼마 전 만난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닌 온몸으로 나는 거라고 하시면서, 사람들이 칭찬하든 비난하든 그 말이 자신을 띄우거나 가라앉힐 수 없다고 하셨다. 결국 나 자신에게 따뜻하게 집중하라는 말씀일 터다. 


“인터넷에 보니 구룡마을에 또 갔더라.”


- 혼자 집에 있으면 뭐해. 가서 함께 일하면 재미있어. 일 끝나고 막걸리도 한잔하고…. 주민들이 처음엔 5분 정도 연예인 취급하시다가 나중엔 함께 뒹굴며 막 일 못한다고 혼내시기도 해. 난 그런 게 좋아. 참 형 미연이 알죠? 베이비복스 간미연. 전에 보니까 미연이가 말도 없이 내 뒤를 따라다니면서 일하는데, 진짜 일을 잘하는 거야. 내가 미클레인(미연+포클레인)이라고 별명 지어줬잖아. 침수주택 도배해야 한다니까 도배까지 배우러 갔어.


“미연이 어떻게 생각해? 흐흐흐.”


- 밀어붙이지 마. 걔가 왜 날 좋아하겠어?


“넌 그게 문제야. 효리하고도 봉사활동 갔다왔다며.”


- 유기견 보호소가 침수피해 입어서 같이 간 거야. 개집 벽돌 새로 깔아줬지. 오전엔 진짜 힘들고 벽돌도 무거웠는데 오후에 은진이(베이비복스 멤버였던 심은진)가 오니까 벽돌도 가벼워지고 일도 즐거워졌어. 히히히.


“은진이는 몇 살이야?”


- 걔도 누가 있겠지.


“그러니까 넌 문제라고. 걔는 이래서, 쟤는 저래서…. ‘이 여자는 내 여자니까 절대 건드리지 마라’ 하면서 목숨 걸고 사랑할 여자를 구해봐.”


또 시작이다. ‘파주 세탁소집 아들’은 ‘대구 딸부잣집 막둥이’를 여전히 애 취급한다. 하긴 인터뷰하던 날도 형은 파주시에서 열린 경기도 행사에서 ‘파주찬가’를 불렀다고 했다. ‘파주 세탁소집 아들’이 ‘파주찬가’를 부르는 가수가 됐으니 배울 점이 많은 형이다.


“2년 전에 파주찬가를 록버전으로 바꿨어. 그전엔 교가 같았거든.”


- 중·고등학교 교가도 록으로 바꾸면 어떨까.


“좋겠지. 요샌 지역노래도 따로 만드는 대신 대중가요에 지명이 들어가면 그 지역 노래가 되는 것 같아. 돌아와요 부산항에, 목포는 항구다, 춘천가는 기차 등 모두 그 지역 노래가 됐잖아. 억지로 구태의연한 노래를 만들면 신세대들이 안 불러.”


- 그렇죠. 노래란 사람들이 불러줘야 생명력을 갖는 거니까.


“우리 음악을 열렬히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고 그분들 때문에 우리 음악도 더 생명력을 얻게 됐잖아. 그러니 내가 어떻게 보답해야겠어? 우리 팬들이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고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음악 만드는 것, 그게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해.”


- 그 멘트 멋있는데. 형하고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노래도 그렇고 말도 그렇고 입에서 나가는 순간 우리를 떠난 거야. 판단은 그걸 듣는 분들의 몫인 거고.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활시위를 당기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것뿐이야.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명중되는 건 운명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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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삼촌들의 예쁜 조카, 군인 아저씨들의 여동생, 또래들의 애인이자 친구. 우리시대의 ‘소녀시대’는 걸그룹을 떠나 하나의 ‘문화 아이콘’ 됐다. 


이제는 현해탄 건너 일본에서까지 인기를 끌면서 굵직한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다. 행복하게도 김제동은 이들 멤버 9명의 ‘오빠’다. 흠흠. 아저씨지 무슨 오빠냐? 항변하신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네들이 나를 ‘오빠’로 부른다. ‘소녀시대’의 수영을 만났다. 

왜 수영만 만났느냐? 잘못하면 팬클럽에서 ‘짱돌’이 날아올 것 같아 해명하자면 이 인터뷰의 특성과 멤버들의 스케줄 때문에 일방적으로 소속사에서 추천했다. 그러니 오해 없으시길.

김-얼마만이고? 1년 됐나? 

수-에이 무슨 1년이에요. 하하 집에서 봤고. 반년만인거 같은데요.


김-어떻게 지냈냐?

수-일본 갔다가 한국왔다가. 한국에서 음반도 나오고.

김-에구. 다 죽어가네. 너무 힘들겠다. 

수-오빠 산에는 언제 가려고요?  요즘 산에 가는건 너무 추워요. 

김-넌 뭘 모르는 군. 산은 추울 때 가야 제맛이야. 그나저나 일본가서 1등하니 기분이 어떻디? 

수-안믿어지고 좋고 그렇죠. 모든게 신기하고. 예전에 제가 소녀시대 하기 전에 혼자서 일본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잖아요. 그 때만해도 너무 너무 나가고 싶어했던 일본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뮤직 스테이션>이라고. 당시에 일본에서 매니지먼트 회사에 왜 나는 저 프로그램에 안나가냐고 물어보고 조르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정말 유명해져야지 나갈 수 있거든요. 그 당시 활동하면서 꿈꿨던 프로그램인데 이번에 우리가 가서 그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거예요.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좋던지. 정말 뼈저리게 알겠더라구요. 그런데 그 기분을 다른 아이들은 잘 모르잖아요. 그냥 나가나보다 했을텐데 그게 얼마나 대단한건지 저처럼은 모르잖아요. 혼자 있었을 때는 할 수 없는 것이 친구들과 함께 와서 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고. 

김-뭉치니까 산거네. 

수-너무 좋았죠. 멤버들도 너무 소중하고 한명 한명이 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김-나가니까 어떻디? 많이 힘들거라고들 했지?

수-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죠. 우울할거다, 힘들거다. 그런데 우리는 함께 있으면서 우리들끼리 똘똘 뭉쳐 뭔가를 했죠. 그래서 마치 수학여행 온 것처럼 재미있었어요. 심각하게 우리 죽어도 성공해야해 이런 것도 없고 즐겁게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김-옛날에 활동할 때는 얼마나 있었어?

수-3년이요. 그땐 일본 아이랑 같은 그룹이었어요. 

김-이번엔 얼마나 있다 온거야?

수-왔다갔다 했죠. 한번 가면 2주정도 있다가 잠시 왔다가 또 가고. 우리끼리 디즈니랜드도 가고 재미있게 놀기도 했어요. 

김-난 디즈니를 별로 안 좋아해. 

수-왜요? 오빠? 

김-디즈니, 아니 눈이 큰 것들이 싫어. 

수-아유 참. 난 디즈니 너무 사랑해요. 하늘이 내려준 선물같아요. 사람에게 이렇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디즈니랜드인데. 팅커벨이 와이어 타고 갈 때는 너무 감동해서 울 뻔 했어요. 

김-네가 스물 두살인데 이제 놀이공원이나 미키마우스 보고 좋아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니? 

수-그건 상관없어. 우리 언니는 스물여섯인데 아직도 미키마우스 진짜 좋아해요.

김-됐고. 일본에 가면 소녀시대는 남자팬들이 많니, 여자팬들이 많니?

수-여자팬들. 우리나라도 여자팬들이 많아요. 

김-왜 그런거지?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건가?

수-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워너비 모델을 보여준다고 해서 동경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언니팬, 이모팬들도 많아요. 그냥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귀엽대요.

김-그래도 삼촌팬들이 제일 열광적이지?

수-아녜요. 동갑내기들이나 어린 친구들이 열광적이죠. 삼촌팬들은 오히려 조용하세요. 

김-마음은 열광인데 힘이 없어서 그럴거야. 힘이 딸려서. 소리 지르고 싶은데 2분 이상 지르고 나면 기침 나오고 목에서 뭐가 올라와. 힘들어. 그래서 그래. 아직도 팬레터 많이 받아?

수-오늘도 팬사인회했는데 팬레터 많이 받았어요. 

김-기억에 남는 건 없어?

수-너무 많죠. 일본 팬들이 한국어 공부해서 쓴 편지도 기억에 남고 온갖 정성을 듬뿍 담은 편지도 그렇고. 책을
읽고 선물해준 분도 있는데 그냥 책만 보낸게 아니라 두꺼운 노트에 일일이 좋은 구절을 적어서 그부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써주신 분도 있어요. 션 선배가 쓴 책을 보내신 분도 있었는데 그 분은 서평을 써주시면서 ‘언젠가 이분들처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벌써 결혼 생각해? 

수-그냥 생각해 본 적 있죠.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내 인연 말이죠. 얼굴은 물음표지만 존재 자체는 있을 거 아녜요. 그런 생각 해보면 누군지는 몰라도 그 존재가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요. 

김-그런 이야기하면 다른 멤버들은 뭐래? 

수-이상하대요. 하하. 

김-난 그런 생각하면서 37년을 날리고 있는데 얼마나 억울하겠니. 어딘가 있기는 있는걸까 이런 생각하면 내가 서글퍼져. 그런데 아이돌로 살면서 연애를 한다는 건 힘든 것 같아. 만나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스케줄도 워낙 바쁘고, 갈 수 있는 곳도 제한돼 있고.

수-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건 아니지만 전 연예인 친구가 많지 않은 편이에요. 

김-그래. 그런 얘기 그만하자. 내 코가 석자인데. 일본에서 밖에 나가면 많이 알아보지? 

수-그렇더라구요. 생얼로 나가도 소녀시대다, 수영이다 이래요. 그렇게 소녀시대에 대해 아시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김-아시아쪽에서는 원래 반응 좋았잖아. 

수-동남아, 대만에서도 무척 사랑해주시더라구요. 얼마전에 대만 콘서트 했는데 너무 놀랐어요. 그렇게 열광할 줄 몰랐거든요. 

김-왜 그렇게 소녀시대를 좋아하는거지? 뭐가 그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


수-에너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무대에 섰을 때 나오는 에너지에 대해서 저는 자부심을 느껴요. 그리고 소녀시대 멤버들 예쁘잖아요. 하하. 전 다시 만난 세계로 처음 데뷔했을 때 그 느낌이 기억나요. 무대에서 군무를 할 때 나오는 그 에너지와 열정. 그 느낌이 아직 그대로 소녀시대 멤버들에게 있어요. 

김-난 그 노래가 제일 좋더라. 

수-저도 그래요. 그 느낌도 너무 좋고. 지금도 무대에 설 때면 그 때의 에너지를 기억하며 힘을 내고 있어요. 그
리고 제가 멤버중에서는 좀 엄격한 편이에요. 

김-나이도 다 고만고만한데 엄격한건 또 뭐야? 

수-글쎄요. 전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하고 난 뒤에도 멤버들에게 다음엔 좀 더 이렇게 해보자는 의견도 많이 하고 안무에 대해 지적도 많이 해요. 줄 틀리거나 뭔가 일사분란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제가 많이 꼬집고. 한마디로 멤버들에게 ‘지적질’을 많이 하는거죠. 아홉명이 함께 움직일 땐 줄이 생명이거든요.

김-우하하. 나 지금 직업군인하고 인터뷰하는 것 같아. 그런데 네가 틀리면 어떡하냐?

수-애들이 지적해주죠. 틀린 것 잡아서 이야기해주면 전 고마워요. 단체생활을 하면서 배운것 중 하나는 말하는 방법도 있어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내 마음에 꼬투리를 잡겠다는 의도가 있으면 아무리 순화시켜도 의도가 나오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은 결국 기분이 나빠요. 그리고 내가 흥분이 돼있거나 화가 나 있으면 한 템포 쉬고 다음에 괜찮아졌을 때 이야기해요. 그럼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얘기하니까 오히려 받아들이는 쪽이 고마워하면서 받아들여요. 

김-왜 이렇게 철이 일찍 들었니. 옛날에도 그랬지만. 

수-멤버들이랑 있다보면 내가 어른이 된 것 같고 그래요. 연예인이란게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직업인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데뷔했는데도 아이들끼리만 있다보니 어른 같다는 착각을 하는거죠. 그런데 그걸 엄마가 많이 잡아주죠. 네가 아무리 소녀시대라해도 집에 오면 내 막내딸이지 소녀시대 아니다 이러시거든요. 평범한 집의 막내딸로서 누리고 해야할 것 하고 살아가도록 배려해주세요. 우리끼리만 있으면 연예인의 생활에 젖어 자칫 교만해지고 그럴 수 있는데 집에 가면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가끔 집에 갈 때가 참 좋아요. 그런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김-알겠는데, 자꾸 너랑 이야기하다보니 육군 상병하고 인터뷰하는 것 같아. 내무반 생활 이야기하고 자기가 어른이 된 것 같고, 정체성에 고민을 느끼고. 

수-한편으로는 우리끼리 있으면 어른인 것 같으면서도 내가 나를 통제해야하는 어른이 빨리 되어야 한다는게 너무 싫어요. 내가 당연히 어른이라는 것, 그게 어색해지지 않는 그 시기가 늦어졌으면 해요. 

김-소녀로 더 남아있고 싶은거지?

수-그렇죠. 

김-나도 그런 것 느낄 때가 있어. 예전에 난 어른들이 왜 사이다 글라스에 소주를 부어 마시는지 이해가 안됐어. 그런데 요즘은 내가 밥먹으면서 글라스에 소주 담아 마시거든. 나는 아저씨가 되어간다는 걸 그럴 때 느껴. 

수-나도 이런 감정이에요. 연예인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녹화가 끝나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아시잖아요. 뻔한것. 우리가 사는. 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의 생활이라고 해야하나? 한마디로 내가 어른인게 당연하고, 연예인인게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 그렇게 느껴지는 시점이 늦어졌으면 좋겠어요. 

김-초심하고 연결되는 거지?

수-초심인거죠. 겸손하자는 것과도 연결되고.

김-그래. 소녀시대 수영의 모습도 있지만 스물 두살 막내딸 수영의 모습도 놓치면 안되는거지.
수-그래요. 내가 일반적인 이십대의 생활을 안했으니까 정확히 비교는 안되겠지만 어쨌든 소녀시대로서 살면서 가질 수 있는 게 늘어나고, 거기에 익숙해지고. 또 그런게 두려워지면서 그게 익숙해지면 안될 것 같고 그래요. 흔히 말하는 연예인의 모습이 되고 싶지 않은거죠. 

김-그래. 그게 핵심이지. 그게 있어야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허탈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거든. 다른 사람에 의해 평가받지 않는 자신만의 지위와 위치를 간직하고 고수해야하는거지. 막내딸 수영은 연예인이 아닌 고유의 안락하고 편안한 지위지. 평가받지 않을 자유를 가진다는 것. 그거 중요한 것 같아.

수-소녀시대는 서로 닮아가는 것 같아요. 솔직히 다른 아이돌이 평가받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보니 소녀시대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목숨걸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죽어도 성공하겠어, 이런 마음 대신 데뷔 하는 것 만으로도 꿈을 이룬 거니까 좋은 친구들이랑 우리끼리 즐겁게 하자, 이걸 즐기자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무대에서 내려와도 허탈하지 않아요. 즐기고 내려왔으니까요. 다음엔 뭘 좀 더 해봐야지, 이런 마음이 드는거죠. 허탈함에 좌우되고 상처받고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일본 진출도 처음엔 부담이 있었어요.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출발하면서 우리가 즐겁게 하고 즐기고 오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숙소 생활도 함께 밥먹고 맥주도 마시고 TV도 보고 이렇게 지내면서 수학여행 온 것처럼 되더라구요. 일할때는 확실히 하고. 그런 모습을 순수하다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시작하면서도 소녀시대가 아시아를 재패하겠다 이런 목표는 아니었고요. 누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우린 그래요. 우리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건강하면 좋겠다고. 

김-마치 예비역 전우들이 다시 만난 소감 물어본 것 같은데? 흐흐흐.

수-물론 우리가 더 많은 나라에 진출하고 잘 되면 좋겠죠. 사랑받는 것도 감사하고. 그런데 돌이켜보면 딱히 한 것도 없어요. 우리를 위해 일해주는 분들이 낸 아이디어에 동참한 것 뿐이니까요. 한 곡을 만들어 발표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뒤에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 내서 세팅하고 일을 다 해놓으면 그저 우리는 가서 입혀준 대로 옷 입고 사진찍고 연습한대로 춤추고 노래하고. 내가 한 건 없는데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거예요. 막연하게 사랑받는게 좋다가도 이렇게 사랑받아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사랑받는 시간을 유지하려면 건강하게 잘 지내는게 중요하잖아요. 얼마전에 제가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그 순간 눈앞이 까마득했어요.

김-부담감이 심하구나. 네 나이 또래에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 보니. 난 너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그렇고 아이돌 보면 짠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물론 지금은 좋지만 언제까지 이대로 갈 수 있는 세상이 유지되는 건 아니니까. 하긴 너희들도, 또 평범하게 살아가는 20대의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고민을 똑같이 안고 살아가는거야. 그건 그렇고 일 마치고는 다른 멤버들하고는 뭐하고 놀아?

수-밥도 먹고 영화도 보러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네일아트도 받으러 가고 미용실가서 염색도 하고. 그게 다예요. 우리 나이의 평범한 아이들이 하는 건 다 해봐요. 

김-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고 난리나지 않아? 

수-그럴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러진 않아요. 하하.

김-소개팅하는건? 

수-그건 못하지만 딱히 부럽지는 않아요. 

김-난 선을 보는게 부러워. 왜냐면 내가 못보잖아. 선이라는 건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가는건데 나는 상대가 나를 알고 나오는거잖아. 얼굴이 알려지고 이름이 알려지는 순간 선이나 소개팅은 불가능한거야. 그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이런 설레임은 없는거지. 
하튼 앞으로 소녀시대가 어떻게 갔으면 좋겠니? 

수-마음같아선 유럽도 미국도 가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 무엇보다 팬들이 기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무너지지 않게, 그 모습을 유지하고 기대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죠. 우리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과 사랑해준 사람들의 노고와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김-팬들이 원하는 소녀시대의 모습은 어떤 것 같아? 

수-우리가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서 베스트의 에너지를 뽑아내고, 그런 모습을 통해 팬들은 우리에 대해 건강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 그거죠. 가끔 생각해봐요. 과연 나를 모르는 사람을 열광적으로 사랑한다는게 어떤 마음일까? 하고 말예요. 알겠더라구요. 내가 연예인으로서 그분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그분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란 걸 말예요. 그러니까 더 발전된 내 음악, 내 퍼포먼스를 보여 드리는 것이 그분들도, 우리도 서로 행복해지는 일이거든요. 

김-너랑 이야기하다보니 또 느끼는 거지만 참 어른스러운 것 같아. 내 또래같어.  예전에 상진이(오상진 아나운서)랑 너랑 나랑 <환상의 짝꿍> 같이 할 때 보면 상진이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것이 언제 철드나 싶었는데 넌 참 어른같고 꽉찼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수-아유, 난 내가 너무 철딱서니 없이 유치함에 깜짝깜짝 놀라요. 

김-어떤건데?

수-사소한 일에 삐치거나 생색내고... 초등학생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아요. 멤버들끼리 신경전도 꽤 하구요. 음... 예를 들면 내가 호피무늬의 네일 아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죽 하고 있었는데 마침 어느날 다른 멤버가 해온거예요. 또 내가 패션지를 보면서 예쁘다고 찍어놓은 가방이 있었는데 다른 멤버가 공교롭게 그걸 사가지고 올 때. 그런 때 괜히 고깝고 얄미운 생각이 드는거죠. 반대로 내가 네일 숍에 가서 어떤 무늬를 했는데 내가 제일 처음 시도한 경우가 있을 거 아녜요. 네일숍 언니들도 나보고 제일 먼저 시도했다고 칭찬해주면 괜히 으쓱한 것이 기분 좋고 자랑하고 싶어지고, 남들이 안 했으면 좋겠고... 그런 심리 누구나 있잖아요.

김-알겠다. 어떤건지. 그런데 멤버들끼리도 싸우긴 싸우는거지?

수-그럼요. 사소한 신경전을 할 때도 있고 큰소리로 대판 싸울 때도 있었죠. 그런데 애정이 있으니까 그렇게 싸우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맞어. 업무상 만난 비즈니스 관계라면 서로 감정이나 마음 섞을 일도, 싸울 일도 없는거지. 혹시 남자의 심리중에서 궁금한 건 없니? 남자의 이런 점은 정말 이해못하겠다 라던가...

수-술이요. 맥주는 한두잔씩 마시기도 하는데 소주는 정말 써서 못먹겠어요. 그렇게 쓴 술을 왜 마실까 싶고 컴퓨터 게임도 밤새 하는거 이해 못하겠고. 

수-오빠. 그런데 내가 데뷔하기 전에 어떤 패션잡지에서 CF를 찍은 적이 있어요. 그때가 중학교 2학년때였는데 짧은 인터뷰도 했죠. 그때 어떤 연예인 좋아하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저 제동오빠 팬이라고 말했어요. 

김-그런데 왜 그런 말을 이렇게 늦게, 그렇게 소근거리듯이 하니? 

수-애들이 알면 왕따시키거든요. 저 그리고 조인성, 조승우씨 완전 팬이에요. 한번도 만난적 없는데 꼭 만나보고 싶어요. 황정민씨도 그렇고.

김-야, 말 돌리지 말고. 갑자기 내 팬이라고 하더니, 왜? 지금은 팬 아니야?

수-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만나지 못한 상태에 있을 때가 팬이고 좋은거예요. 친해지고 나면 친한 선후배인거지 팬은 아닐 것 같아요. 오빠도 그런거교. 

김-흠. 나는 그런지 몰라도 조인성, 조승우는 다를걸? 걔들은 그냥 친한 선후배, 친한 오빠는 못 되는거야. 남자가 봐도 매력있거든. 
어쨌든 잘해라. 잘 챙겨먹고. 이상하게 난 자꾸 어린 친구들만 보면 짠해. 눈물 날 것 같고. 오늘도 대학가 갔는데 구내식당에서 뭔가를 먹고 있는 애들이 왜그렇게 짠해보이던지 모르겠어. 

수-오빠같은 어른만 있으면 사회가 참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무척 설레었어요. 오빠랑 인터뷰한대서. 오빠랑 이야기하면 뭐랄까, 내가 박학다식해진 기분이랄까? 내가 오빠처럼 정신과 개념이 제대로 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내가 오빠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 범주안에 든다는 그런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김-어이구, 그걸 아는거야? 하하. 여튼 대중이 너로 인해 계속 행복할 수 있으려면 네가 가진 고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일거야. 소녀시대 수영이, 그리고 막내딸 수영이. 그 양쪽을 다 잘해내길 바래. 

수-지금 이 상태대로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잘할게요. 

김-그래. 무슨 일이 됐던 간에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을 바친다는 건 아주 중요하고 좋은 거야.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를 떠나 청춘을 불태울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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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 중에서.

‘울지 말라’고 했는데 울고 또 울었다. 외롭게 주저앉아 있던 내게 그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위로했다. 그 시구는 나에게 죽비소리였고, 따스한 어머니의 손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이 시대가 사랑하는 시인 정호승(60).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따스해지는 시를 쓰는 그를 서울 봉은사 절마당에서 만났다. 시인을 만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정-제동씨 키가 크네요. 생각보다. 

김-선생님은 멋쟁이신데요. 이렇게 근사하게 양복 입으신 모습 보니. 

정-오늘 날도 춥고 그래서. 양복 처음 꺼내 입었어요. 집사람에게 양복 다려달라고 했지. 

김-전 제가 알아서 다려입어야 하는데... 요즘은 자꾸 결혼 어쩌구 이런 얘기들이 많아가지고. 남들 결혼식만 자꾸 가요. 에휴.

정-제동씨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남 결혼식에 가서. 

김-아뇨 선생님. 남 결혼식이 중요한게 아니라 제가 결혼을 해야죠. 

정-제동씨는 노총각에 속합니까?

김-자꾸 사람들이 거기 넣을려고 해요. 

정-요즘은 그 개념이 없죠. 언제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랑 하는게 중요하죠. 언제를 생각하지 말고 누구를 새악하세요. 누가 있으신가보네. 

김-기자들이 자꾸 물어봐요. 얼마전에 설문했는데 제가 빨리 결혼시켜야 될 사람 1위로 선정됐대요. 

정-왜그럴까요? 심리적으로 불안해 보이거나, 외로워 보이거나, 아니면 뭔가 보완이 필요해보인다는 게 제대로 들킨 것 아닌가요?

김-아닙다. 전 그래서 요즘 언제 결혼하냐고 물어보면 아침 7시30분에 할거라고 해요. 

정-결혼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런데 남녀 모두 결혼은 굉장히 중요해요. 개인에게 혁명적인 일이죠. 다른 사람의 재촉에 조금도 관심갖지 마시고 누구랑 할 것인가만 생각하세요. 만남이 중요한거지. 20년전 쯤 언젠가 광화문에서 신문로 지나다가 새문안교회 앞을 지나는데 설교제목이 게시판에 붙어 있더라구요. 만남을 위하여 기도하라는. 그 말이 그때 굉장히 와 닿았어요. 

김-만남을 위해 시를 쓰신 적은 많으시잖아요. 

정-글쎄, 만남을 위해 썼나, 만나고 나서 썼나. 하하하. 

김-저는 선생님 시를 다 읽지는 못했어요. 

정-저도 그래요. 그걸 어떻게 다 읽었겠어요. 어느 몇구절 들으면 내 시라는 걸 알지만 확실하게 외우는 건 동시 1편, 시 1편 이에요.

김-그럼 선생님도 선생님 시가 시험으로 나오면 100점 못받으시겠네요. 

정-그렇죠. 시도 정답이 없어요. 신경림선생께서도 당신의 시가 문제화 된 것을 풀어보니 몇개 틀렸다고 그러시더라고. 저도 그렇게 살펴봤는데 틀린 경우도 있었어요.그다음부터는 풀 생각도 안합니다. 시험에 나오는 시의 문제는 정답이 있게 마련인데  상상력이 많은 학생은 틀리는거죠.  풍경달다 라는 시. 어떤 암자에 풍경을 달았는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풍경을 달아보는 경험이라는게 우리가 평생을 살아도 직접 해보기 어렵잖아요. 어떤 기회가 있어 풍경을 단 적이 있는데 바람부는데 울리는 풍경소리가 그렇게 좋더라고. 그래서 그걸 사서 아파트 베란다에 달았죠. 소리가 안나는거예요. 도시엔 풍경을 울릴 만한 바람이 안부는 거죠. 손으로 쳐봤어요. 그런데 바람이 내는 풍경소리와 내 손이 내는 것은 천지차이죠.

김-틀리는게 맞는 것 아닌가요? 얼마전 버스 정류장에서 고등학생 언어영역 문제집을 봤는데 시 한편에 형광펜으로 그어놓고 화자가 느끼는 심정, 주체, 대상 어쩌구 하는 그런 걸 보고 있더라구요. 저도 그런 시험 치기는 했지만 이게 맞는가 싶어요. 시를 즐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잖아요. 

정-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 시를 읽고 생각되는 바를 써라 하는거죠. 이 시의 어느 부분에 대한 학생 개인의 생각은 어떠냐. 이렇게 자기 생각을 쓰면 그 내용이 뭐가 됐든 정답인거잖아요. 그런데 아직 그렇게 하기에 채점하시는 분들이 너무 힘들 수 있죠. 논란의 여지도 많고. 

김-저는 가끔씩 시한테 두드려 맞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죽비로 내려맞는 듯한. 수선화에게가 그랬어요. 저녁이 되면 산그림자가 내려온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 구절이 가슴을 쳤었어요. 

정-아 그랬어요?

김-네, 어스름 저녁이 되면 산그림자가 마당까지 내려온다. 이런 모습을 그렇게 많이 봤으면서도 산이 외로워서 마을로 내려온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이걸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실 수 있을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율이 느껴져요. 전 지금도 그 구절이 맴돌아요. 진짜 많이 울었거든요. 그 구절에게 고마웠죠. 또 한편으로는 아직 내게 문학소년같은 감성이 남아 있구나 싶어 제 스스로가 대견스럽고 고맙기도 했죠. 

정-저는 대구 변두리에 살았어요. 산그림자가 내집마당에까지 내려온 환경에서 살았는데 시는 과학이나 논리 이전의 상태에 있어요.당연히 해가 지니까 내려오는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산그림자조차도 외로워서 사라지기 전에 인간의 냄새를 맡고 싶어서 인간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내려왔다가 사라지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외로움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수선화에게는 50대 초반에 섰는데 그 때 내 친구가 외롭다 하더군요. 집사람과 있어도, 자식에게서도, 친구에게서도, 직장에서도 외롭다고. 그래서 제가 그건 당연한거다 했어요. 그게 인간의 본질이죠. 외로움은. 당연한 걸 가지고, 본질을 가지고 외롭다는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나이가 50이 되도록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지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인간이기 때문에 외로운 거라고. 그리고 제가 그랬어요. 야, 외로우니까 사람이야. 이렇게요.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결국 나자신에게 한 말이 되더군요. 그 말 때문에 그 시를 쓰게 됐죠. 시는 항상 은유의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외로움을 어디다 은유화, 비유할 수 있을까 했죠. 봄날에 수선화 하나 화분에 피어 오르는 거 팔잖아요. 이거 인간의 가장 약하고 외로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연노란 빛이 외로움을 말하는 것 같고. 그래서 그 시를쓰게 됐죠.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를 이해하게 됐어요. 외로움은상대적이고 사회적인 것이지만 고독은 절대적인것, 존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절대자와 나 사이에서 느껴지는 고독문제보다 너와 나 사이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의 문제가 살아가는데 더 어렵고 힘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사람이 자기 혼자만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문제점이에요. 심지어 외롭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지금은 70대의 자살률이 더 높아요. 외로움이란건 당연한거니까 견뎌야 합니다. 결혼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새로운 외로움이 시작됩니다. 

김-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코끝이 찡해져서 눈물이 날라고 그랬거든요.

정-제동씨도 시의 독자잖아요. 시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중요한게 아니고 이 시가 내 삶을, 내 마음을 어떻게 건드리느냐가 더 중요해요. 이 시가 나의 삶과 어떻게 일치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전 시를 읽거나 그림을 볼 때 이 사람이 무엇을 생각했을까 이런 생각 안해요. 그저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하죠. 

김-선생님 시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그렇게 영향을 미치는데 선생님은 선생님의 시를 어떻게 보세요?

정-저는 1번 읽고 말아요. 싫어요. 내가 이걸 제대로 썼는지, 나의 진실을 다했는지 하는 성찰같은게 먼저 오죠. 그래서 마음에 안드는거예요. 자기 시집이 나오고 나서 한번은 읽어봐요. 혹시 오자는 없나 이러면서. 이렇게 읽고 나서 벅차오르는 충만한 기쁨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쁨이 약해요. 다음에 시를 쓰면 좀 더 열심히 잘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죠. 이번에도 그렇더라구요. 

김-연결되는지 모르겠는데 저도 제가 나오는 프로그램 못보겠어요. 손발오그라들고. 

정-편집하지 않나요?

김-저희에게 편집권이 없어요. 그래서 가끔 왜곡될 수 있고 제가 말했을 때 앞뒤가 있고 의도가 있는데 특정부분만 나오는 것을 보면 저게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그땐 웃기다고 했는데 다시 보면 손발 오그라들고.

정-얼마전 환면에서 제동씨 모습봤는데 제동씨 얼굴 참 좋은 얼굴이에요. 특히 안경벗으면. 운주사에 석불들 있는데 한번 화순 운주사 가보세요. 오해하지도 마시고. 전 운주사의 석불들이 주는 감동이 있어요. 얼굴이 거의 마모됐는데 우리가 기존 절에서 볼 수 있는 단정하고 잘생긴 느낌의 얼굴이 아니라 거의 마모된 얼굴이죠. 그런데 그 석불의 감동이 어디서 오느냐면 마모되고 못생긴 얼굴이기 때문에 감동이 있어요. 

김-오해하지 말고 들으라는 말씀이 없었다면 그냐 운주사 가고 싶었을텐데 그 말씀이 오히려 저를 좀... 

정-하하. 나이가 들면 노파심이 많아져서 그래요. 운주사에 와불이 계세요. 두 분이 누워있는데 그 중 한 부처님 얼굴이 완전히 마모돼있어요. 그거 봤을 때가 내 나이 40대 중반이었는데 그 얼굴이 내 얼굴 같더라고. 깎일 대로 깎이고 고통받을 대로 다 받은 그 얼굴. 손은 무릎위에 손바닥이 보이도록 놨고 눈은 저 앞으로 바라보는데 모든 것을 버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눈물이 나더라고. 나도 그 부처님 석불앞에서 한참을 서서 보면서 일체감을 느꼈어요. 그 부처님이 나자신의 모습이더라 싶은거죠. 눈물이 났어요. 나도 그 부처님 석불 앞에서 사진을 한장 찍었어요. 그 사진이 내 책상앞에 있지요. 그때부터 불교에 대한 책을 찾아서 읽고 제 시에 불교적 이미지를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제동씨도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삶을 사시잖아요. 앞으로도 그러실거고.

김-뭐, 얼굴도 마모됐으니까요. 

정-하하. 외모의 얼굴보다 마음의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인거죠. 육체의 얼굴은 가면같아요. 

김-사람이 마음이 그런게 육체의 가면을 잘 쓰고 싶어해요. 

정-마음의 얼굴과 육체의 얼굴이 일치되는 그런 분이 있어요. 시골 할머니들 뵙거나 간혹 가다가 거리에서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김-이번에 시 중에서 눈밭에 이렇게 발자국을 봤는데 새 발자국이다. 다행이다. 이런구절이 있어요. 

정-그런 시가 있나

김-제목이 눈길인가 그런데.

정-그런가, 아닌가. 

김-선생님. 죄송하지만 시 직접 쓰신거 맞죠? 제목도. 우하하. 어쨌든 눈위에 발자국을 발견하셨는데 새 발자국이라 다행이다. 여기서 느낀게 제 느낌입니다. 참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깊은 산속에 사람 발자국이면 새니까 걷다가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행이다.작은 것도 연민을 가지는거고. 

정-하얀 눈길 위에 더러운 인간의 발자국이 먼저거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뜻으로 썼어요. 시는 침묵속에서 이뤄지는 부분이 많아요. 끊임없이 숨긴다고 해야하나. 너무 드러내면 이해의 폭이 비밀을 잃어버리거든요. 인생에 많은 비밀이 있잖아요. 살다보면 그 비밀을 보게 되는 거예요. 이번 시집은 짧은 시들로 이뤄져 있어요. 사람들도 그렇잖아요. 나이들어가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은 말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이가 들면 술을 먹고 취해서 잠이 들거나 침묵하라. 너무 말하지 말라는 거죠.

김-저는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그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많아요. 

정-말이라는게 침묵의 무게나 의미의 깊이가 중요한거죠. 말의 횟수나 말의 종류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전 앞으로 김제동씨의 토크쇼가 굉장히 기대돼요. 라이브로 그렇게 계속한다는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속에 침묵이 있고 그것때문에 감동받고, 자기 내면의 어떤 부분을 해소시키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까요? 

김-저도 하다보면 완전히 몰입돼서 말을 하는 것 같은데도 말하다가 몰입돼서 말이 끊어지면서 관객과 응시하는 접점이 있는데 그 때 큰 울림을 받아요. 박수받고 소리치는 것 보다 침묵속에서 응시할 때 느끼는 관객과의 교감이 큰 울림이 돼요. 


정-관객도 제동씨의 말과 울림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분노와 상처를 치유받을거예요. 그래서 시도 그런 역할이 있어요. 인간의 삶을 성찰하게도, 시 존재 자체의 존재성의 역할도 있고. 꽃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홀로 피어있는 장미 그 자체의 존재도 소중하고 그런데 저 장미가 피어남으로 해서 무엇이 좋은가. 그러면 이 우주가,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그 장미를 바라보는 인간이 아름다워지고. 그래서 시도 인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결국 시가 인간을 위안해 주는 그게 소중한거죠. 시의 모성. 이런걸 소중하게 생각해요. 누구의 시든 모성적 역할을 하고요. 절대자의 사랑에는 모성적 부분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굉장히 공감될 때가 있어요. 우리가 건강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절대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어머니처럼 나를 사랑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신의 사랑이 쉽게 이해되더라고요. 인간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절대자에 대한 의존이 필요하기도 한 것 같아요. 

김-선생님 이번에 모두 엎드려 미사드리는 것 같다는 싯구. 비닐하우스 성당. 생각나세요? 미사와 와불, 기독교에 관련된 내용도 나오고. 저는 종교가 기독교인데 교회에 가본지는 오래됐고 산에 다니니 절에 더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정-교회나 사찰은 나름의 시스템이 있으니까 그 시스템안에 자주 드나들면 좋다는 거지만 그 시스템안에 자주 가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는 것 아닌가요? 그 시스템을 주관하는 사람 입장에선 불만족스럽겠지만.

김-전 가끔 술 많이 먹으면 집 앞 성당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한번씩 울기도 해요. 그러다가 신부님과 마주친 적도 많구요. 절에가도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우리어머니 알면 큰일나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정-저도 절에 가면 편해요. 제 어머니도 그래요. 저를 낳고 교회에 데려가 유아세례 받게 한 분이고 지금도 교회 열심이죠. 그런데도 전 운주사나 부석사 등 절에 갈 때마다 부처님앞에 가서 삼배합니다.처음에 부석사 무량수전 아미타불앞에서 해봤어요. 남들 하는거 따라서. 처음엔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상하게. 그 눈물이 어디서 일치되느냐면 성당가서 장궤대에서 무릎꿇고 기도할 때랑 비슷하더라구요. 우리가 얼마나 오만해요. 누군가에게 엎드릴 수 있다는게 좋아요. 타자에 대한 우월감을 지니고 살잖아요. 엎드릴 대상이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저도 집에서 108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까닭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무릎을 꿀고 내 몸을 바닥에 댄다는데서 느끼는 감동이죠. 

정-제 책상에 앉아 계신 부처님 상은 인사동에서 산거예요. 그 얼굴도 마모된 얼굴이죠. 불두들을 보면 얼굴이 다 달라요. 어떤 불두는 분노가 가시지 않은 것도 있거. 그런데 그 부처님 상은 손바닥만한 돌로 만든건데 미소가 참 좋더라고요. 그 앞에 십자보상도 뒀어요. 외로우실 것 같아서 두 분이 친하게 지내시라고.

김-친하게 지내시던가요? 

정-가끔 보상에 매달린 책상 밑으로 걸어다니시기도 해요. 도망자라는 시처럼. 

김-두분이 친하게 지내신다니 다행이네요. 언제 차 사들고 가겠습니다. 

정-저희 부모님이 계신 집이 제 작업실이에요. 그렇게 하는 것이 매일 부모님을 뵐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거예요. 떠나고 나시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 없잖아요. 제동시는 친한분 중에 세상을 떠난 분이 계신가요? 

김-아버지가 저 100일되기 전에 돌아가셨는데 알고 있던 분의 부재라는 개념은 아니고, 그런 면에서는 큰 매형이 계시죠. 제가 5학년땐가 돌아가셨는데 어릴 때 정말 좋은 썰매를 만들어주셨거든요. 제가 경북 영천이 고향인데 집 뒤 강에서 얼음배 만들어서 많이 타고 놀았어요.


정-나도 어릴 때 얼음배 많이 탔어요. 요즘 아이들은 얼음배 탈 기회가 없죠. 위험하잖아요. 얼음과 얼음 사이를 건너뛰면서 우리는 놀았잖아요. 항상 그런 위기 가운데 있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얼음이 있으면 숨구멍도 있잖아요. 시를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어요. 어느 부분의 얼음의 숨구멍과 같은 존재가 시다. 김제동씨도 마찬가지예요. 제동씨의 사회적 역할이 없다면. 제동씨는 어둡게 얼음장처럼 얼어버린 이 시대의 숨구멍과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김-제 역할이 아니라 유머나 웃음의 역할이죠. 그 말씀 들으니까 결빙이라는 시가 생각나는데요. 

정-나는 생각 안나는데 어떻게 다 기억해요?

김-그렇게 껴안아야 삶의 새로운 숨구멍이 생겨요.뜨거운 순간이지. 서로 한몸이 되는 것. 한몸을 이룰 때 차갑게 이루는 것이 아니고 뜨겁게 이룬다.서로 덜 미워하며 살아야겠죠. 결빙이라는 시에 그 의미가 숨어 있죠. 시라는게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 언 강을 봐도 결빙이라는 시 때문에 덜 추울 것 같습니다. 뜨겁게 어니까. 겨울 쩡쩡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무섭게 느껴졌는데 프리허그 하는 거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시한테 고맙고 시인에게 고맙습니다. 저희에게 숨구멍같은거죠. 

정-제가 가까이 지냈던 분 중에 육신의 형처럼 생각했던 분이 정채봉 시인이에요. 그분이 떠난지가 내년이면 10년인데요 3, 4년쯤 지났을 때 지하철 타고 가다 참 보고 싶더라고. 샘터에 근무했으니까 혜화역에 내리면 바로 찾아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죽었으니까 내가 보고싶을 때 만날 수 없잖아요. 죽음은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게 죽음이잖아요. 정시인도 엄마 얼굴을 모르고 자랐어요. 지니고 있는 유일한 사진이 스무살 때 엄마인데 그래서 산문집 제목이 스무살 어머님이라는게 있어요. 제동씨도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비슷하겠죠. 그래서 내가부모님 돌아가신 뒤에 보고싶어할게 아니라 자주보자. 그래서 작업실을 부모님 집으로 옮겼어요. 그럼 매일 볼 수 있잖아요. 

김-시에도 그런 내용 쓰셨더라구요. 어머니한테 하시는 내용 중 유난히 죽음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신 것 같아요

정-그렇죠. 죽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자기 삶의 화두다. 인생의 화두가 사랑이듯 같은 의미로 인생의 화두가 죽음이지 않은가 싶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생각이 들어요. 죽음은 바다의 파도같아요. 파도가 밀려와서 절벽에 부딪히면 파도가 사라지잖아요. 그렇다고 바다가 없어지나요? 죽음이 이런 것 같아요. 터키에 에페소라는 도시가 있는데 로마시대에 225만명이 살았대요. 그 유적을 보니까 상점, 집창촌, 대저택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들이 살았던 집은 남아 있지만 인간이 사라진거죠. 그런데 인간이 사라졌을까요? 영속성의 한 선 속에서 점을 하나씩 찍고 가는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이 어떻게 보면 연약한 존재지만 어떤 의미에선 굉장히 위대한 존재인 것 같아요. 

김-그 속에서 갈등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인간은 나약하기도 하고 위대하기도 한데 어떨 땐 이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느껴지다가도 어떨 땐 그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시대잖아요. 

정-우리가 다 테레사수녀님처럼 살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느껴지더라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야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면 안돼요. 믿음을 버리면 지구가 사라질걸요. 전 20대를 70년대에 살았잖아요. 20대 전체를 군부독재의 시대를 살아왔어요. 그땐 어두움에 완전히 호떡처럼 눌려서 살았다고 해야할까.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면 어둠이 존재해요. 먼 역사를 봐도 우리 현대사를 봐도 다 어둠의 순간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럴거예요. 왜 어둠이 있느냐, 밝음을 위해서죠. 그래서 우리가 별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이라는 밤하늘을 통과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별이지만 별은 어둠이 존재해야 빛나요. 신부님이 하신 말씀인데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증오도 필요하다는 거죠. 역사라는 시간은 밝음을 지향하기 위해 흘러갑니다. 아마 2020년, 2030년을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밝아진 시대를 살지않을까요?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제가 70년대 뚝섬에서 나루배를 타고 봉은사에 왔어요. 여기 허허 벌판이었지. 법정스님이 팔만대장경 번역사업 하고 계셨어요. 우리 삶이 KTX타고 가는 삶이라면 불과 40년전은 배타고 다니던 목가적 시대였어요. 

김-가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누구를 만나러 가는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그래요. 만나고 돌아오는 시간도 더 오래 머무르고 길었으면 좋겠다고요. 대구에 연고가 있는데 예전엔 가면 반드시 하루를 잤어요.그런데 요즘 대구는 당연히 하루만에 갔다오는 코스죠. 속도가 인간적 관계를 끊어버리죠. 

김-빨라지고 삭막해지면서 많은 것을 끊어버렸어요. 요즘 애기들 참 예쁘잖아요. 아이만큼 예쁜 꽃이 없는데 아이를 예뻐하면 경계의 대상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정- 어떤 의미에서 사악하고 불행한 시대죠. 엘리베이터를 여고생과 탔을 때 오히려 내가 경계의 대상이 되지요. 나를 위협적인 존재, 불안한 존재로 생각할까 싶어서 눈도 들지 못해요. 그래야 저 사람이 집에 편히 가지. 어제만해도 일원역앞에서 버스를 탔는데 아이를 데리고 탄 엄마에게 아이를 앉히라고 했더니 싫어하더라구요. 

김-하도 끔찍한 사건사고가 많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너무 빨리 퍼지고 알려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불신이 자꾸 생기고.
누구한테 웃고 다가가는게 이상해지잖아요. 버스를 편하게 타고 가려면 옆사람 보고 히죽 웃으면 된다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니까요. 어떻게 해야하죠?

정-할 수 없어요. 그런 시대를 사는거예요. 보다 성숙된 사회로 나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어떤 때는 정말 하루가 긴장속에서 살아가야 할 때도 있고, 지하철에서 싸운 적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피해버리고, 점점 회피하는 삶을 살아요.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데. 그럴 땐 우리사회에서 사는게 힘들어요. 운전자 역시 자기도 보행자일 때가 있는데 너무 무시하는 거야. 어떨 때는 차를 차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김-선생님도 그렇게 화가 나실 때가 있군요. 

정-그럼요. 자기 스스로 차를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김-저도 아직 수양이 덜됐는지는 모르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가 있어요. 내가 대우받겠다는게 아니라 사람으로서 예의를 갖춰달라는거죠. 공원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아이랑 엄마가 다가왔어요. 그럼 당연히 인사하고 이러면 좋은데 아이를 데리고 바싹 다가와서는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봐, TV에서 봤지?’ 이러는 거예요. 아이는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절 쳐다보고 엄마는 계속 손가락질로 가리키고. 제가 이런 행복한 일을 하는게 누구덕분인지 알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줬으면 하죠.

정-그런 고충 충분히 있을거예요. 그럴 땐 속으로 욕을 한번 하세요. 

정-다른 사람의 삶을 쫓아갈 필요는 없어요. 내 삶은 내 삶이다. 그 누구와도 비교해서도 안되고 비교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수없이 비교하면서 살잖아요. 그런데 그럴수록 초라해지고 비루해져요. 젊은이에게는 목표를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러면 불행하죠. 나이가 든다는 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나이가 들어서도 기어이 하려고 하면 거기서 불행의 씨가 싹트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족하는 것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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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ㆍ“학부모·학생의 교권침해 막는 조례안 시의회에 제안”


어린 시절, 학교 다니면서 짜증나는 일 중 하나는 ‘장학사님’이 오실 때다. 교장선생님 이하 학교 전체가 한 달 전부터 법석을 떨며 환경미화를 하고, 모종도 옮겨 심고, 운동장에 돌도 주워 날라야 한다. 교실이며 복도 마룻바닥에 양초를 듬뿍 칠한 뒤, 얼굴이 비칠 정도로 반질반질하게 걸레질을 해댔다. 그렇게 ‘꽃단장’을 하고 맞이하는 장학사님 앞에서, 어디 한 번 제대로 숨이라도 쉴 수 있었나. 특히 나 같은 말썽꾸러기에겐 선생님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김제동, 많이 컸다. 그 장학사님보다 훨씬 ‘높은’ 교육감을 만났다. 지난 24일, 취임 1주년을 앞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집무실을 찾았다. 


 



 

곽노현 “사람은 누구나 배우기 좋아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배우는 것을 고역으로 생각하고 배우는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고 있어요. 이것이 공교육이 저지른 가장 큰 죄라고 봐요.” 김제동 “재미있는 학교가 만들어지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좀 더 즐겁고 행복해지는 학교가 되도록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시민으로서 갖는 바람은 그겁니다.”_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교육감으로서 첫돌을 맞으신 건데, 축하인사보다는 평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죠?


“그렇죠.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가지 부족함과 한계도 느껴요. 교육을 바꾼다는 것은 교실 안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맺는 관계를 바꾸는 것이죠. 그것을 리드하고 주도할 선생님의 자발성과 열정을 어떻게 지필 것인가가 관건인 것 같아요. 지난 1년간 느낀 것은 선생님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과도한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 같은 건가요? 학생들과의 친밀감을 가져야 할 시간에 행정업무에 치이는 선생님의 현실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동안 교육청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일에 전념하는 것을 방해해왔어요. 교육청이 실시하는 각종 연구·시범학교 사업, 각종 경연·경시대회 하는 것이 수도 없이 많아요. 교육청이 일률적으로 제시하고, 공문 내리고, 독촉하고, 결과를 보고받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앞으로는 교장선생님이 중심이 된 학교 공동체가 스스로 찾아서 필요한 일을 하도록 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온갖 사업들을 50% 이상 줄이려고 해요.”


곽 교육감은 선생님들이 위를 바라보지 않고, 아이들을 쳐다보도록 구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을, 교장선생님은 교육청을 바라봐야 승진이 되는 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그 구조를 바꾸기 위해 교장 평가지표를 완전히 새로 구성했어요. 교장의 활동 만족도 조사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이 평가하는 비율을 40%로 높일 겁니다. 교장선생님은 교사와 학부모, 또 공교육의 주인이랄 수 있는 학생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교육청은 학교 속으로, 학교는 선생님 속으로, 선생님은 아이들 속으로 가자는 거죠.”


-권한은 아래로 분산시키고, 결정은 학교주체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을 꿈꾸신다는 거네요. 


“그렇죠. 이것은 모든 단계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겁니다. 권한을 나눠주면 새로 받은 권한은 반드시 민주적으로 행사되고 통제되어야 해요. 학교는 민주주의의 체험학습장이고 실천장이거든요. 학교 공동체가 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학교는 이런 이상적인 의미에서 거리가 있어요. 교육의 목표는 성찰적인 민주시민을 키우는데 있어요. 우리가 모든 학생을 서울대에 보낼 순 없어도 모든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기르는 것은 가능합니다.”


-지금 공교육은 이런 교육을 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지금 학교는 보편과 기초는 간데없고 특수만 판치고 있어요. 특별가산점, 특별지원금을 주는 활동에만 매달리거든요. 교육청이나 교과부가 각종 정책사업을 하며 지원금을 주고, 실적을 보고받고,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형식적이고 관료적이죠. 당연히 학교 입장에서는 돈받고 점수얻는 일에 매달리는 거죠.”


곽 교육감은 각종 특별정책사업 때문에 정작 교육의 본질이 요구하는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우리 학교의 현실이라고 했다. 문화예술체육교육,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 권리존중과 같은 교육이 수업시간에 이뤄지지 않고 대신 위로부터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에 아이들이 동원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래서 연구학교, 시범학교, 중점학교, 거점학교 하는 식의 400여개에 이르는 사업 중 80%를 임기 내에 정리하겠다고 했다.


▲ “교사들 교육 전념하게 사업 50% 이상 줄여 과도한 짐 덜어줄 것”

▲ “어린 시절, 학교에 ‘장학사님’ 오실 때면 학교 전체가 한 달 전부터 법석 떨었는데.” - 김제동


-학교의 자율성을 늘리고 대신 골고루 지원하겠다는 거네요. 


“이런 사업을 확 줄이고, 여기 붙어 있는 특별 지원금을 모아서 학교에 골고루 나눠주면 모든 학교가 혜택을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그렇게 말해요. 지금까지는 교육청이 ‘장악’을 했다면 앞으로는 ‘장학’하자고.”


-일각에선 비판적 시선도 있어요. 학생인권조례 같은 건데, 학생인권만 강조하다가 교권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권과 학생인권은 충돌하거나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우선 학생인권을 얘기해볼까요.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사람이 특권층이라면 그 반대는 노예겠지요. 우리 학생들은 어디에 가까울까요? 학생들이 우리가 바라는 책임 있는 인간으로 자라게 하려면 자유와 권리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선택하게 해야죠. 학교가 타율과 통제, 비교와 경쟁이 심해지면 아이들의 인성도 타락하기 쉽습니다. 정당한 교권은 아이들의 권리와 자율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학부모가 교실에 들어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거나 학생들이 선생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이런 부분에는 정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학부모가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거친 언행을 보인다면 학교장이 고발하고 사회가 처벌해야 하는 거라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교권보호 조례안을 서울시의회와 협력해 만들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학생들의 교권침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이 부분은 체벌로 대체해 왔는데, 체벌이 금지되면서 아이들이 처음 맛보는 자유와 권리를 남용하는 측면도 있죠. 그래서 체계적인 교육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안 그래도 체벌이 없어져서 교권 침해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또 체벌 대신 뭘로 지도하느냐는 분들도 많죠. 특히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온 뒤에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더 많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무례한 행태를 보인 학부모가 늘어났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고요, 단 일부 학생들이 체벌 금지를 기화로 대들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좀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잘못된 거죠.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발전을 하려면 진통이 따른다고 봐요. 이 진통은 이전에 우리가 소홀했던 결과이기도 하죠.”


-전 선생님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문제아·학습부진아·비행청소년 특별 전담반이니 뭐니 하는데 이런 식의 분류가 더 큰 상처가 되는 것 같아요. 잘못된 행위는 꾸짖어야겠지만, 그 너머에 그럴 수밖에 없게 된 이유도 있겠죠. 그런데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100% 공감해요. 저도 학교를 중퇴한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해요. 우리를 나쁜 아이로 보지 말아달라고요. 그런 편견의 시선이 제일 싫다는 거죠. 아이들을 어떤 추상적인 집단의 구성원으로 보는 건데 여기에는 차별적인 시선이 불가피하거든요. 특정 집단의 편견과 단점을 덮어씌우는 거죠. 개별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꽃이 되게 하는 것, 그게 교육적 소통이라고 봐요.”


-제 생각엔 진보교육감, 보수교육감 이렇게 말하는데 이건 아이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해요. 이념과 상관없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면 충분하잖아요. 


“저도 진보냐 보수냐 하는 표현이 어색하다는데 동의해요. 교육은 한 세대 후를 길러낸다는 의미에서 진취적이어야 하고, 반면에 전승해야 할 전통적 가치와 토대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선 보수적이어야 하거든요. 그것 모두 교육의 본질이죠. 진보니 보수니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교육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냐를 따져야죠. 정호승님의 시 중에서 ‘봄길’이라는 시가 있는데 ‘길이 끝나는 곳에서 스스로 봄길이 되어 간다’는 구절이 있거든요. 지금 한국 교육은 양극단으로 모순에 빠져 있는데 이 상황에서 내가 봄길이 되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진보·보수 따지지 말고 교육 본질에 부합하는 게 어떤 것인지 따져야”

▲ “문제아·학습부진아·비행청소년 특별전담반 분류 자체가 아이들에겐 더 큰 상처가 되는데.” - 김제동


-제가 교육감님께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오락부장이나 체육부장처럼 인기 많은 아이들, 아니면 싸움짱들을 불러서 대화를 나눠 보시는 게 어때요?


“안 그래도 얼마 전 학생 대표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진 적이 있어요. 교육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그들의 기분과 생각이 어떤지 들어보는 자리였는데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다음에는 이런 자리에 짱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저도 트위터에 그 내용을 띄웠어요. 각 학교에서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이번엔 제가 물어볼게요. 제동씨가 대안학교 하고 싶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그 학교는 10분 공부하고 50분 쉬는 것이 특징이라면서요?”


-좀 바뀌었어요. 1분 공부하고 59분 쉬는 걸로. 하하. 


“전 그 이야기 듣고 우리도 발상을 바꿔보자고 했어요. 우리가 혁신학교에서 수업시간을 80분, 쉬는 시간도 30분으로 늘리는 식의 실험을 하는데, 그런 실험 말고 수업시간을 줄이는 실험도 하자고요. 아마 시간당 학습효율은 훨씬 높을 것 같은데. 그런 힌트를 줘서 고마워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또 허심탄회하게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도 필요할 것 같고요. 예를 들면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연예인이 그렇게 꿈꿀 만한 직업은 아니란다’라고 이야기 들려주는 연예인도 있으면 좋겠고. 그걸 DVD로 만들어 낙도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울교육청에서도 유명인사들의 강연을 제작하여 온라인으로 접속해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송윤아씨랑 박원순 변호사도 참여하셨어요. 제동씨도 참여해주시면 고맙죠.”


-헉, 이런 뜻하지 않은 곳에서 형수님의 이름을 듣게 되다니…. 형수님이 하셨으면 저도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전 결혼하지 않은 여선생님이 많은 학교에서 강의하게 해주시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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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