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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위상 추락한 책, 문 닫는 동네서점 맥주 이름과 똑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을 뒤흔들어 놓은 지 벌써 여러 달이 되었다. 요동치는 세계의 혼란을 지켜보며 이제까지 누려오던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불안도 짙어졌다. 그런 가운데 전염병과 관련한 책들이 미디어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를 예견했다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은 책은 딘 쿤츠의 소설 과 데이비드 콰먼의 다. 쿤츠의 책은 지난 4월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중국의 우한지역을 연상케 하는 ‘우한 400’이라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고 있고, 떠도는 음모론과 유사한 내용 때문에 이 책의 화제성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 콰먼의 책은 허구가 아닌 과학적 논증을 통해 이미 10년 전에 오늘날과 같은 인수 공통 전염병의 대유행을 예고했다는 점과 코.. 더보기
미셸 폴나레프,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할머니가 살았던 시절에/ 정원엔 꽃들이 만발했지/ 이제 그 시절은 가고 남은 거라고는 기억뿐/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세월인가? 아니면/ 무심한 사람들인가?’ 5월의 하늘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1971년 프랑스의 샹송가수 미셸 폴나레프가 발표한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maman)’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1980년대 한국의 반독재 시위 현장에서 불렀던 노래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흩어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 개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 더보기
내 마음 어디 있을까 不求利之生(불구리지생) / 이익을 구하지 않는 삶吾心何處在(오심하처재) 其在彼風內(기재피풍내)其風何處去(기풍하처거) 吾不欲知之(오불욕지지)내 마음 어디 있을까, 그것 저 바람 안에 있지그 바람 어디로 가나, 나 그것 알고 싶지 않다네 이익을 구하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런데 왜 그런 삶을 살지 않지? 그건 욕망 때문이지. 욕망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내 안 그리고 바깥의 자극과 선동으로부터 오지. 어느 쪽이 강력할까? 물론, 바깥의… 산업 문명은 인간에 대한 끝없는 욕망 자극과 선동으로 연명하고 확장한다. 어떤 연유로든 산업 문명이 와해되고 필수 생산과 필수 소비만 가능한 세계가 도래한다면? 이렇게 욕망이 확장된 인간들은 견디기 어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산업의 그물망 바깥.. 더보기
[몸으로 말하기]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봄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봄기운마저 이리도 소중하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할까. 불안과 함께 사는 가운데 가정의달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평소에 무덤덤하게 지낸 가족에게 의미를 두는 기회가 왔는데 그 마음을 실행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 있는 이들이 새삼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어버이날이라고 하지만 어머니날로 기억되던 그날이 오면 나는 세상을 떠난 지금의 나보다 더 젊은 엄마를 여전히 그리워한다. 엄마를 떠올리기 위해 뒤를 돌아보면 어느 봄날에 엄마가 춘 춤이 따라온다. 사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에 뒤돌아본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이 기억도 해마다 조금씩 수정되는 것을 보면 내가 상상 속에서 만든 오해 투성이일지도 모르겠다. 어쨌.. 더보기
[문화와 삶]음악에 숨었던 언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활에 타격을 입으면서 삶을 돌아보게 됐다. 정신승리 같지만 긍정적인 점이다. 더 이상 수동태로서의 삶에는 미래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삶을 재구성해보기로 했다. 일이 들어오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버젓한 어른이라면 창업을 한다거나 시장을 분석하는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어른으로 자라지 못했다.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나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제법 글을 쓰는 편이었고, 운 좋게 글로 밥을 먹은 지 20년 가까이 되니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한다는 감각은 있지만 그걸 스스로의 이론으로 정립하지는 못했다. 그러니 한창 글쓰기 강의가 성행할 때도 제의에 응할 수 없었다. 사기꾼이 될 수야 없.. 더보기
정태춘 ‘5.18’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피가 끓는다. 군홧발 소리, 헬기의 굉음과 함께 시작된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어느새 눈물이 흐른다. 정태춘에게도 ‘80년 광주’는 노래 인생을 바꾼 대사건이었다. 그해 5월4일 정태춘은 박은옥과 결혼했다.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그에게 예비군 비상동원령이 내려졌다. 예비군들이 모인 학교 운동장에서 풍문으로 광주 이야기를 들었다. 황석영의 광주보고서 를 읽기 전까지 그는 ‘시인의 .. 더보기
안치환 ‘부용산’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안치환 앨범 (1997) 수록) 박기동 작사, 안성현 작곡의 ‘부용산(芙蓉山)’은 반세기 동안 금지곡이었다. 안성현이 월북했고, 지리산 빨치산들이 주로 불렀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어교사 박기동은 누이동생이 스물네 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자 전남 벌교의 야산인 부용산 자락에 묻고 돌아오면서 이 시를 썼다. 그는 목포 항도여중으로 전근 가서 음악선생 안성현을 만났다. 안성현은 해방 직전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엄마야 누나야’를 쓴 작곡가였다. 두 사람은 안타까운 죽음과 맞닥뜨린다. 교내에서 천재 .. 더보기
[여적]‘북페이백’ 캠페인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 판매를 위한 광고문구가 아니다. 카피라이터가 고안한 독서 슬로건도 아니다. 교보문고 입구에 새겨놓은 글로, 교보생명 창업주 대산 신용호의 좌우명이다. 독학으로 공부한 신용호는 젊은 시절 1000일 동안 열흘에 책 한 권을 읽겠다는 ‘천일독서’를 통해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뒷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책을 통해 사람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정인영, )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다’(워즈워스),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선생이다’(바슐라르). 책과 독서에 대한 명언은 차고 넘친다. 선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책읽기를 강조한 것은 책이 정신활동의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창조와 사유의 힘은 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