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대중문화블로그TV POP!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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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3! 4!’ 1994년 여름, 룰라가 데뷔했다. 처음부터 이들이 ‘문제적 그룹’이 될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고영욱, 김지현, 신정환, 이상민의 4인 멤버로 출범한 그룹은 신정환의 군입대로 채리나를 영입해 2집 <날개 잃은 천사>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단일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면서 1990년대 댄스그룹의 인기를 견인했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는 ‘천상유애’가 표절시비에 휘말리면서 곤두박질쳤다. 결국 멤버들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침묵에 들어갔다. ‘여기 숨쉬는 이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많은 기쁨과 한숨들이 뒤섞인 이곳에서. 쓰리, 포.’ 날개 꺾인 그룹의 처지를 대변하는 듯한 가사를 담은 이 곡이 룰라를 살렸다. 그 시작은 김성재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LA로 건너간 이현도와 손잡은.. 더보기
백석이 열망한 ‘불의 시학’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었다. 이 장편소설은 한국전쟁 이후 러시아문학을 주로 번역하던 백석이 1956년 동시를 발표하며 다시 시작활동을 하다가 1962년 역시 동시를 발표하고 절필한 시기까지를 서정적 문체로 복원했다. 작품을 읽으며 백석이 자문했던 세 가지 질문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첫 번째 질문. “나는 왜 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을까?” 이 질문은 백석이 한동안 시를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당의 선전선동에 동원되고 수령의 우상화에 이바지하는 시를 쓸 수는 없었다. 사람살이의 정겨움과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깃든 “음식 이름들, 옛 지명들, 사투리들”의 시어는 박살나고 “미리 제작한 벽체를 올려 아파트를 건설하듯이 한정된 단어와 판에 박힌 표현만으로 쓰인” 사회주의 공화국의 시만 넘쳐났.. 더보기
전인권 ‘사노라면’ 살아가는 일은 절대 녹록지 않다. ‘사노라면’이 끊임없이 리메이크가 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요즘 들어서 이 노래가 더 절실하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때도 올 테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행복하지 않던가/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쭉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지금 부르는 것과 조금 다른 이 가사는 1966년 발표한 쟈니리가 부른 ‘내일은 해가 뜬다’의 일부다. 이 노래는 1987년 들국화를 해체한 전인권이 허성욱과 <추억 들국화>라는 앨범을 내면서 수록해 유명해졌다. 그 이전에는 대학가 운동권 가요로 구전되던 노래였다. 노래의 주인을 되찾아준 건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였다. 그는 이 노래가 1966년 발표된 쟈니.. 더보기
듀스 ‘여름 안에서’ 비와 이효리, 유재석 세 사람이 뭉친 싹쓰리가 첫 번째로 택한 음원은 ‘여름 안에서’였다. 듀스의 <리듬 라이트 비트 블랙>(1994년)의 수록곡이다. 1993년 혜성처럼 나타난 듀스는 이현도와 김성재로 결성된 힙합듀오였다. 지금도 듀스는 한국 흑인음악과 댄스음악의 태동에 기여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현도는 한국어 라임의 기본을 제시하면서 힙합과 댄스의 세련미를 구축하는 데 일조한 아티스트였다. 그러나 팀이 해체된 뒤 김성재는 불의의 사고로 숨졌고, 이현도는 음악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니가 있어/ 환한 미소와 함께 서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친숙한 노랫말만큼이나 이 곡은 매년 여름이면 생명력을 가지고 리메이크를 거듭해왔다. 소녀시.. 더보기
저 들에 불을 놓아 한 십여년 전의 일이다. 어느 공연장에서 ‘윈디시티’라는 밴드와 함께 공연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경쾌한 레게 리듬이 나를 무대 옆으로 이끌었고 기분 좋게 그들의 연주를 들었다. 그런데, 노래 사이에 드럼 연주자가 느닷없이 “농사를 지어, 농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랐다. 그 얼마 뒤에 다시 그를 만났다. 나는 그가 정말 농사를 짓는가 물었고, 그는 충청도 어디선가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놀랐고 그가 존경스러워졌다. 요즘 도연명의 시를 읽고 있다. 그는 41세에 귀향하여 남은 생을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며 안빈낙도의 삶을 살았다. 귀향, 귀촌한다는 일은 그런 것이다. 세상의 허명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에서 이익을 구하지 않고 흙 가까운 곳에서 소박하고 자유롭게 산다는 .. 더보기
[노래의 탄생]세라 브라이트먼 ‘넬라 판타지아’ 엔니오 모리코네의 별세 소식을 듣고 세라 브라이트먼의 노래 ‘넬라 판타지아’가 떠올랐다. 누구든 첫 소절만 들어도 “아, 그 노래” 할 정도로 유명하다. “나는 환상 속에서 모두들/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봅니다/ 나는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이 노래의 출발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화 <미션>이다. 1986년 제작된 영화로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엔니오 모리코네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인디언 부족과 맞닥뜨린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가 오보에를 꺼내 들고 연주하는 곡이다. 실제로는 세계적인 오보에 연주자 데이비드 애그뉴의 연주다. 지금도 잔인한 식인종으로 알려진 과라니족이 겨눈 화살 앞에서 침착하게 이 곡을 연주하던 가브리엘 신부의 간절한 눈빛이 아.. 더보기
[여적]안치환의 ‘아이러니’ 그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16년 전이다. 경향신문이 처음 라디오 광고를 해보자고 배경음악을 수소문했다. 여러 가수의 노래를 ‘염가’로 섭외했지만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짧은 공익광고에 나가도 무너지면 안 될 ‘공정가격’이 있다고 매니저에게 상담을 넘겼다. 그때 “나중에 신문사 잘되면 소주 한잔 사주세요”라고 웃으며 허락한 사람이 있었다. 안치환이다. 그는 ‘내가 만일’이란 노래 끝에 “응원해주세요. 대한민국 새 신문 경향신문”이라는 육성도 직접 더했다. 사원주주들이 만드는 독립언론으로 새 길을 갈 때였다. 그의 이름 석 자가 소탈하고 커 보였다. 고마웠다는 말 다시 전한다. 고향이 화성 매향리인 것도 1990년대 말 그의 콘서트장에서 알았다. 기타를 멈췄다. “내 고향이 매향리예요. 놀라셨죠. 지.. 더보기
[노래의 탄생]어니언스 ‘편지’ ‘편지’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까? 아무도 편지를 하지 않는 시대가 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편지는 대중가요의 주요 소재였다. 그중에서도 어니언스의 그것은 원조 격이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 내려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버렸네.’ 어니언스는 1972년 임창제, 이수영, 윤혜영으로 결성됐다가 윤혜영이 빠지면서 남성 듀오로 활동했다. 김정호의 곡 ‘작은 새’로 알려진 뒤 ‘사랑의 진실’로 인기 대열에 올랐다. 임창제와 김정호는 무명 시절 북한산 기슭에서 함께 음악공부를 한 사이였다. 편지를 소재로 한 애틋한 이별 노래가 수록된 건 1973년 발표된 독집앨범이었다. 작곡은 임창제가 맡았으며 노랫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