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가객 김광석이 1994년 발표한 4집 수록곡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지금은 유명 시인이 된 류근이 작사한 노래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서른 즈음에’ ‘일어나’와 더불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시집 <상처적 체질>과 <어떻게든 이별>을 내고 방송에도 출연 중인 류근이 이 노랫말을 쓴 건 무명 시인 시절이던 1991년경이었다. 군에서 제대한 그는 집안이 망해서 다니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복학할 등록금이 없었다. 한 후배가 아르바이트 삼아 노랫말을 써보라고 했다. 당장 밥벌이가 급했던 그는 하루 만에 29곡의 가사를 썼다. 가수 윤선애의 앨범에 들어갈 곡이었지만 음반사가 망해서 빛을 보지 못했다.


몇 년 뒤 김광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의 새 앨범에 ‘너무 아픈 사랑은…’을 쓰겠다는 거였다. 녹음실에서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류근은 살짝 실망했다. 군복무 시절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연인을 잊지 못해서 쓴 노랫말이었는데 슬픔이 묻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번 듣다보니 역설적 슬픔이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거금 50만원을 받아서 한숨을 돌렸다, 김광석도 죽기 직전까지 무대에서 부를 정도로 이 노래를 아꼈다.


이 노래의 작사가와 작곡가로 인연을 맺은 류근과 김광석은 홍대 근처 김광석의 작업실 등에서 만나 5집 앨범 작업을 같이했다. 그러나 5집 앨범은 끝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김광석이 자살로 세상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류근과 김광석이 콤비를 이룬 노래가 더 나왔을 것이다. 김광석은 생전에 류근에게 저작권협회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당장 10만원의 협회비가 없었던 류근은 발표된 지 17년 뒤에야 저작권 등록을 했다. 그는 매달 술값 이상의 저작권료가 나와서 감사하고 있지만 먼저 보낸 김광석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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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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