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를 통해 강제 소환되는 콘텐츠 중 작고한 DJ 이종환이 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디스크쇼> 등 음악 프로그램의 이름을 달고 그의 목소리가 추억의 팝송과 함께 전파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가 생각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하늘 아래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는 일입니다/ 알고 지내던 모든 것들이/ 바로 내 자신의 삶이 되었지만/ 안녕이란 말을 하기도 전에/ 좋은 시절은 이별을 고하는군요.”


이종환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 낭송과 멜라니 사프카의 슬픈 목소리가 어우러진 ‘더 새디스트 싱(The Saddest Thing)’은 이런 가을이면 사춘기의 기억 어디쯤 잠복해 있다가 튀어나온다. 1947년 뉴욕주의 퀸스에서 태어나 연기자를 꿈꿨던 그녀는 음반기획사를 영화사로 착각하여 오디션을 보러가는 바람에 가수가 됐다. 1967년 첫 앨범을 낸 뒤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였던 피터 스체커릭과 이듬해 결혼한다. 그러나 사프카는 밥 딜런이나 존 바에즈 등 거물 포크싱어들의 명성에 가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1973년 발표된 ‘더 새디스트 싱’은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곡이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 한국에 불어닥친 포크 열풍과 유난히 슬픈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취향과 맞물려 라디오 프로그램과 음악다방 리퀘스트곡으로 사랑받았다. 


2006년에서야 첫 내한공연을 왔던 멜라니 사프카는 반전 및 인권 활동을 해왔던 포크싱어답게 공연에 앞서 임진각을 방문하여 눈길을 끌었다. 칼라 보노프, 리타 쿨리지 등 미국의 여성 포크싱어들과 함께한 무대였지만 ‘더 새디스트 싱’만으로도 올드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 노래가 유행했던 시절에 그런 속설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이 노래를 신청해 들으면 반드시 헤어진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덕수궁 돌담길을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과 다를 바 없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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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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