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계절에 펼쳐진 페스티벌에서 스틸하트가 ‘시스 곤(She’s Gone)’을 앙코르송으로 열창했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블랙 사바스가 부른 동명의 노래가 먼저 떠올랐다.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다. 청춘의 한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지 않았다면 실연의 아픔을 겪지 않은 중년이리라.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에 비해 저평가됐지만 4인조 메탈밴드 블랙 사바스는 2017년 해체될 때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1976년 발표된 이 노래는 1973년 발표된 ‘체인지스(Changes)’와 함께 유독 한국에서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1995년 이들의 내한공연 때 공연기획사 측이 두 곡을 꼭 불러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기타리스트 토미 아이오미는 연주를 안 한 지 오래됐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결국 기획사의 설득으로 ‘체인지스’만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당시 한국 팬들은 ‘시스 곤’을 앙코르로 부를 것으로 굳게 믿었지만 그들은 끝내 부르지 않은 채 무대를 마쳤다. 블랙 사바스는 그때도 여전히 ‘파라노이드(Paranoid)’나 ‘아이언 맨(Iron man)’ 등 다소 묵직하면서도 악마적인 노래들을 내세우는 반종교적이고 음산한 분위기의 밴드였다.

 

이 노래는 1976년 발표한 앨범 <테크니컬 엑스터시>(Technical Ecstasy)에 수록된 곡이다. 애절한 멜로디와 다소 상투적인 노랫말의 ‘시스 곤’이 1970년대 말 한국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은 뭘까.

 

“너무 오래 당신을 기다려 왔어요/ 당신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요. 어쩌면 좋아요(I’ve been a long long time, waiting for you/ I didn’t want to see you go/ And now it’s hurting so much, what can I do)” 이 노래 속에서 오지 오즈번의 애절한 보컬은 마치 나훈아의 그것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고 절규하던 나훈아의 록 버전쯤 될까. 그래서인지 1970년대 말 대학가의 음악다방에서 DJ들이 자주 틀어댔다. “오늘은 왠지…” 하면서 말이다.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mx2.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