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피어린 항쟁의 세월 속에/ 고귀한 순결함을 얻은 우리 위에/ …/ 숨소리 점점 커져 맥박이 힘차게 뛴다/ 이 땅에 순결하게 얽힌 겨레여.”




몇 손가락에 꼽히는 ‘조국 찬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노래를 조영남, 송창식, 김민기, 윤지영 등이 불렀으니 뚜렷한 주인이 없다. 1970년대 초 음악평론가 이백천과 기자 정홍택이 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이백천이 천재 뮤지션들이라며 정홍택에게 소개한 대학생들이 김민기와 양희은이었다. 두 사람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청년들에게 매료됐다. 그래서 전국의 대학을 돌면서 공연하는 통기타 팀을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그 팀이 함께 부를 노래가 필요했다. 서울 충무로 라이온스호텔 3층에 방 2개를 빌려 합숙을 했다. 김민기와 송창식, 조영남, 윤형주, 양희은 등 소위 ‘세시봉’ 멤버들이었다. 김민기가 노랫말을 쓰고, 송창식이 곡을 붙여 완성했다. 기타를 치면서 떼창을 할 수 있는 엔딩송으로 만든 것이다.


처음 이 노래를 불러 앨범에 수록한 가수는 조영남이었다. 1971년에 나온 그의 앨범에 ‘동해의 태양’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됐다. 이어 1972년 송창식 2집에 ‘내 나라 내 조국’이란 제목으로 발표됐다. 1974년 포크싱어 윤지영의 2집 <고향 가는 길>에 김민기가 내레이션에 참여하여 수록됐지만 이 앨범은 검열 때문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김민기가 공을 들였던 남자 포크싱어 윤지영도 자취를 감췄다.


1993년 김민기가 작품집을 내면서 내레이션 부분도 정리해서 넣었다. 처음 만들었을 때의 내레이션과는 사뭇 달라졌다. ‘나의 조국은, 나의 조국은 저 뜨거운 모래바람 속 메마른 땅은 아니다. 나의 조국은 찬바람 몰아치는 저 싸늘한 그곳도 아니다. 나의 조국은, 나의 조국은 지금은 말없이 흐르는 저 강물 위에 내일 찬란히 빛날 은빛 물결.’


아직도 동해바다에 서면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르면서 피가 끓는다. 우리에게 제2의 애국가쯤 되지 않을까.


<오광수 경향플러스 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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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