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나 달이 뜨나 음악이 흐르는 집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희귀 음반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한 번 들러보십시오. 코밑에 털 난 아저씨와 마음씨 좋은 젊은 오빠가 음악의 문을 활짝 열어드릴 것입니다.” 1992년 가을에 처음으로 출간한 아트록 잡지를 읽다 발견한 광고문구. 그곳은 서울 중심가에 위치했던 음악이 흐르는 집이었다. 


광고면에는 당시 정동길 초입에 위치한 음반점의 소개글이 보였다. “음악에 목이 마를 땐 메카의 문을 여십시오. 메카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1969년에 발표한 밥 딜런(Bob Dylan)의 음반 사진을 우측에 배치한 광고. 레코드점 이름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메카였다. 주소는 서울시 중구 정동 23-10번지. 신문로에서 운영하던 작은 레코드점에서 확장이전한 곳이었다. 


“60~70년대 록, 팝. 재즈, 블루스, 국악, 가요, 사운드트랙. 영미권 블루스 록. 절판 라이선스 대량 확보. LP, CD 위탁판매 환영. 음악업소 개업 문의 친절상담” 문구만 얼핏 보아서는 클래식이나 힙합 정도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음반을 구비한 듯이 보였다. 나는 가게문을 여는 11시30분경에 메카레코드에 들렀다. 이왕이면 반나절이라도 먼저 원하는 음반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날은 이곳에서 방송인 전영혁을 볼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메카레코드 건너편이 MBC 라디오 방송국 자리였다. 그는 1986년 4월29일부터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진행했다. 시그널 음악은 아트 오브 노이즈의 ‘모먼츠 인 러브’로, 방송의 첫 곡은 버클리 제임스 하베스트의 ‘플레이 투 더 월드’로 기억한다. 


메카레코드의 사장은 재즈와 솔 음악 마니아였다. 자연스럽게 인근에 위치한 다른 음반점에 비해 관련 장르의 음반이 많았다. 어떤 음반을 사들였을까. 그곳에서 재즈음반 레이블 OJC(Original Jazz Classic), 프레스티지(Prestige), 블루노트(Blue Note), 콩코드(Concord) 계열의 LP를 수집했다. 그 외에 블루스, 솔, 포크 장르의 LP를 메카레코드에서 사들였다.


시간이 흘렀다. 외근길에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메카레코드 사장이 서 있었다. 때는 1990년대 중반. 우리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서 조우했다. 그는 음반점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음반통신판매 사업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인지 자신감과 생기가 넘쳤다. 마음이 허전했지만 그에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주인이 바뀌고 마지막으로 메카레코드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라이브 CD를 구입했다. 아쉽게도 메카레코드의 공기는 적막하고 쓸쓸했다. 두 명의 아저씨가 운영하던 예전의 메카레코드는 20대를 함께한 일종의 대안공간이었다. 굳이 음반을 사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틀어주는 음악만으로도 좋았던 시간. 이후 홍대 지역으로 음반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김상중, 박진희 주연 영화 <산책>은 레코드점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음악애호가인 주인 김상중.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는 직원 박진희. 다른 취향, 다른 성격의 남녀는 음악을 매개로 공감대를 형성해간다. 영화는 인간, 음악, 공간이라는 3가지 변수를 음반점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레코드점이라는 음악공간이 없었다면 그들은 영원한 타인으로 사라질 관계였다. <산책>은 인연과 망각에 관한 영화다.


추억의 한 구석을 차지했던 메카레코드는 이제 없다. 음악의 메카로 불리던 광화문의 어감도 바뀌었다. 지금, 메카레코드에서 구입한 음반을 다시 들어본다. 제목은 비비킹(B. B. King)의 ‘더 스릴 이즈 곤(The Thrill Is Gone)’.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 <음란한 인문학> 저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