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이제 곧 들국화의 첫번째 앨범이 나온다. 



뭔가가 부족했다. 감동도 강해야겠지만 느끼면서 멋이 있고 ‘함께’라는 자신감의 노래가 필요했다.


자신이란 무엇인지. 지난날 그때의 통제들. 그래서 생긴 낭만보다 가사로 쓰여지기 힘들고 해적판이었지만 손에 쥐고 꿈꾸는 미래. 


나는 무엇이 중요한지 그건 알았다.


왜 어두웠는지. 우리가 알았던 걸 확인해야 한다(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읽으며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불을 지펴 몸을 녹이면서 내는 “나요!”라는 작은 소리조차 위험했다. 


우리는 이미 포위되어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풀이는 김민기 음악에 대한 무례함. 나는 지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지러운 침묵. 나의 과거는 내 방에서 언제나 자신이 있고 없었다. 미칠듯이 모아둔 LP판을 들으며 좋은 부분을 흉내내고 그 LP판에 괜히 동그라미를 긋기도 했다. 내가 이 노래를 안다고 3번곡에 동그라미를 치는 신나는 기분. 그러나 그건 어쩌면 나에 대한 한심함(기타로 만들지 못하는 실력). 


삼청공원은 공부가 싫어 그저 피하고 피하던 나의 어두운 쉼터. 여자문제도 사실 이어갈 수 없는 돈의 문제.


그것뿐이 아니다. 나는 어렸다. 자유는 말뿐이었다. 알아야 상상도 할 테지만 설레였던 나는 너에게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침묵. 참 어두운 과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그림 그리기 그러나 또 한번 넘을 벽에 나는 적응하기 전 자신이 없다는.


그러나 내 할 일이 생긴 듯 밖에 나가고 형님과 친구들이 신나 보이던 과거. 그렇게 30대가 된 거다. 신나 보이는 거 허상일 지라도 신은 났었다.


그러나 그렇게 모여진 빚은…. 반성도 깊이 했다. 


어느날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나를 달라지게 했다. 잊을 수 없는 거울 속 내 모습. 엄청 놀랐다.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던 허약하고 바보같은 내 모습이 거울 속에 들어 있었다. 설마 또 다른 내 모습이 어딘가에 있겠지…. 그런 나를 가려주고 부정해주는 옆모습. 거울에 비친 내가 하나라면 나는 엉터리, 그 자체였다. 혼이 빠져나가 주저앉고 싶은. 


간절하면 열린다. 내가 지나 온 날들. 어릴 적 놀던 산과 나의 과거들이 천천히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내 인생은 방황을 자신있게 했다. 이유있는 안간힘. 다른 방법이 없다. 어릴 때 산을 뛰던, 넘어지지 않으려고 바위를 훌쩍 넘어 안착하던  내가 보였다. 그리고 또 거울로 나를 본 어느날 내곁 앞뒤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보였다 


나는 우리 같이 행진하자고 했다. 나는 우리가 되고 그런 스타일의 가수가 되어갔다. 


하는 거야. 하는 거야. 나는 노래할 거다! 크게!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행진!


<전인권 |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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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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