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넓은 정원 뒤를 잇는 장미꽃밭/ 높고 긴 벽돌 담의 저택을 두르고/ 앞문에는 대리석과 금빛 찬란도 하지만/ 거대함과 위대함을 자랑하는 그 집의/ 이층방 한구석엔 홀로 앉은 소녀/ 아아, 슬픈 옥이여/ 아아, 슬픈 옥이여.”


한대수의 대표곡 중 하나인 이 노래는 그의 가족사와 연관이 있다. 한대수는 중학생 때 조부모와 대학 사택에서 살았다. 할아버지는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신학대 초대학장인 한영교씨였다. 아버지는 미국으로 건너간 뒤 실종됐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떠났기에 늘 혼자였다. 수위 두 명이 지키는 사택은 꽤 호화로웠지만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었다. 말하자면 옥이는 그 공간에 갇힌 소년기의 한대수였던 셈이다. 이 노래는 슬픈 한반도를 형상화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금지곡이었다.


한대수 음악의 뿌리는 외로움이다. 고1 때 실종된 지 10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를 찾아 미국 롱아일랜드로 가서 2년여를 살았다. 아버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백인 여성과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여전히 혼자였다. 기타를 치면서 한 곡, 두 곡 만든 노래들이 한대수의 대표곡이 됐다. 미국에서 뉴햄프셔대학 수의학과에 입학했지만 적성에 안 맞아 자퇴하고 뉴욕 사진 학교에 다녔다. 그가 장발을 휘날리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공연했을 때 한 연예매체에서 “한국 땅에 히피가 상륙했다”라고 대서특필했다.


핵물리학을 공부한 아버지 한창석씨가 10년간 실종됐던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FBI가 찾은 아버지는 가족도 못 알아보는 기억상실 상태였다. 북한이 납치해 핵 개발에 투입했다가 돌려보냈다는 설도 있었다. 아버지는 이 부분에 대해 끝내 함구했다.


한대수는 러시아 태생 부인 옥사나와의 사이에서 뒤늦게 얻은 딸을 키우며 살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 머물다 귀국한 한대수가 새 앨범을 만들어서 발표한다고 한다. 반갑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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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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