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과 인공지능 기술을 처음 접목한 196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 선구자 머스 커닝햄(오른쪽).

뉴럴링크 공동창업자이자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컴퓨터 칩을 이식한 돼지의 행동을 두 달째 관찰 중이라고 한다. 가로 23㎜, 세로 8㎜ 동전 모양의 초소형 칩은 블루투스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결이 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이나 척추손상 등의 치료 기술을 개발하려는 목적이긴 하지만, 급속도로 미래를 향해 치닫는 현대 과학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나뿐인가.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 같은 현대 과학이 일상생활에 적용되어 편리함을 제공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법칙은 시공간 예술이자 현장성을 강조하는 공연예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음악을 분석하고 이에 어울리는 안무도 척척 해주는 시대에 돌입했다. 한 동작, 한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며칠 동안 고심하는 인간의 절실함과 창작력은 이제 구시대적 유물이 될 수도 있겠다.

 

무용과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은 1960년대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구자 머스 커닝햄이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댄스 테크놀로지를 통해 새로운 창작의 길을 열었다. 커닝햄은 백남준, 존 케이지와의 협업을 통해 현대예술의 진일보를 이뤘다. 이런 실험적인 시도들은 요즘 공연장에서 모션캡처, 가상현실, 비디오 댄스, 증강현실을 활용한 이머시브(immersive) 공연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 중이다. 특히 춤과 영상의 결합은 다양한 표현력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비디오 댄스나 댄스 필름 같은 새로운 장르로도 주목받고 있다.

 

4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뜨거웠다. 모차르트와 인공지능의 작곡 맞대결도 눈길을 끈 적 있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오류를 줄이고 완벽에 가깝게 무장해 인간 고유 영역인 예술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무용에서도 새로운 안무 도구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안무가가 늘고 있다. 많은 시간을 쏟아 땀으로 만들어낸 몸의 예술 ‘무용’도 인공지능에 자리를 내줄 것인가. 과연 인공지능이 공연 도중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즉흥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대본에 없는 동작이나 표정으로 멋진 애드리브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마지막 영역은 예술이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부인해도 무용가의 찰나적 영감과 무한의 창작력이 인공지능과 조우하면서 탄생한 조금은 낯선 춤, 대단한 혼합이 이 시대의 관객에게 새로운 상상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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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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