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결성된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팬덤(fandom)은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콘서트 시작 전부터 몰려든 팬들로 공연장과 주변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고, 사상 초유의 이런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비틀스의 열광 팬들에게 ‘비틀마니아(Beatlemania)’라는 이름을 붙였다. 1964년 미국에 진출한 비틀스는 영국 출신 뮤지션들의 미국 공략,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선도했으며, 전 세계에 록밴드 열풍과 청년 문화의 폭발을 불러일으켰다.

 

외신들은 K팝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를 비틀스 팬덤에 자주 비유한다. 세계 주요 도시 순회공연에는 수만명의 팬들이 몰려와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출시되는 뮤직비디오마다 억대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 중 ‘DNA’는 10억 조회수를 넘겼다. BTS 팬덤을 주도하는 팬을 가리키는 말은 ‘아미(ARMY)’이다. 청춘을 위한 대표자라는 뜻이지만 BTS를 지키는 군대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BTS는 아미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팝 공연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웸블리스타디움에 입성했고, 미국 4대 음악시상식에도 모두 참석했다.

 

BTS가 ‘다이너마이트(Dynamite)’라는 디지털 싱글로 한국 가수로는 처음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핫 100은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횟수,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BTS의 이 노래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곡이란 의미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핫 100 2위에 7주 연속 오른 게 종전 K팝의 최고 기록이었다. BTS는 이미 앨범 판매량을 척도로 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는 4개 앨범이 1위를 기록했다.

 

BTS는 K팝 역사에 남을 이정표를 세웠다. 영어권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빌보드 차트의 맨 윗자리에 K팝 그룹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비서구권 아티스트를 대하는 서구권 대중의 패러다임 전환”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뽕’이라고 할 것 없이 뿌듯해해도 될 성과다. BTS의 디스코풍 노래 한 곡이 만들어낸 반가운 소식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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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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