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영웅은 영화 속에 산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이상 <저스티스 리그>),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이상 <어벤저스>) 등이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은 ‘꿈 없는 시대의 꿈’이자, ‘신 없는 시대의 신’이다. 그들은 대중의 뿌리 뽑힌 삶을 위안하는 희망의 상징이다.

 

현대의 영웅은 관객들의 꿈속에 산다. 위대한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말했듯이, ‘영화는 현대의 신화’다. 현대의 악당들도 영화 속에 산다. 검은 가면을 쓴 <스타워즈> 최고의 악당 다스 베이더, <해리포터>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 <배트맨> 고담시의 뒷골목 악당 조커, <스파이더맨>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토퍼스, <원더우먼> 전쟁의 신 아레스, 우주 종족 치타우리와 인공지능 악당 울트론이 날뛰는 <어벤저스>, 절대 에너지원 ‘마더박스’를 손에 넣으려는 스테판 울프와 파라데몬 무리들이 설치는 <저스티스 리그>의 세계 속에서, 현대의 악당들은 여전히 극장 안의 어둠 속을 배회한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 스틸 이미지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선과 악의 선명한 대립 속에, 악의 무리들은 넘쳐나고, 세상은 종말을 향해간다. <저스티스 리그>는 마블 시네마의 <어벤저스> 시리즈에 맞서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고담시의 우울한 철학자 배트맨은 무거운 사색을 내던지고 목표의식에 투철한 지구방위대 ‘팀장’이 된다. 아마존 공주 원더우먼은 당당한 여전사로 팀원들을 추스른다. 바다의 왕자 아쿠아맨이 남성미를 뽐낼 때, 기계인간 사이보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영웅 캐릭터를 제시한다.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이 흐르는 가운데, 번개맨 플래시는 DC 코믹스의 어두운 톤을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순화시킨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둠스데이와의 격투 끝에 장렬히 전사했던 슈퍼맨은 무덤에서 부활한 예수처럼 세상을 구원하고자 활약한다.

 

영화의 상상력은 현실의 반영이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이제 한두 명의 영웅들로는 세상을 구원할 수 없는 역설적 현실을 말해준다. 인류는 지구생태계의 파괴, 유전자 조작, 인공지능의 위협, 전쟁과 테러, 자본주의 양극화와 생존경쟁 등으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 종 전체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고대의 영웅들이 악에 맞서 홀로 고군분투했다면, 현대의 영웅들은 서로 힘을 합치고도 어둠의 세력 앞에 쩔쩔맨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영화의 엔딩에 흘러나오는 비틀스의 명곡 ‘컴 투게더(Come Together)’는 더욱 강력해진 악당들에 맞서는 슈퍼히어로 ‘정의단’의 활약을 상징한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할리우드 문화상품의 마지막 도피처다. 2000년대 이후, 마블과 DC의 만화적 상상력은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의 영웅주의 서사와 결합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기댄 스펙터클 액션 블록버스터는 글로벌 영화 시장을 제패한다. 하지만 영화, 만화, 음반, 캐릭터 상품, 패션, 놀이공원 등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복합 엔터테인먼트 자본의 ‘프랜차이즈 마케팅’이 세상을 구원하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뤼크 고다르는 ‘소리와 신과 잠이 사라진 20세기를 영화가 구원했다’고 갈파했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는 꿈과 희망이 사라진 21세기를 구원하기에 무척 힘들어 보인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는 현실의 고통을 무마하는 2시간짜리 진통제에 불과하다. 스크린 속을 신나게 활보하며 악당들을 혼내주긴 하겠지만, <저스티스 리그>의 초인적 영웅들은 현실의 악당들과 맞서기엔 터무니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것은 웃고 즐기다가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꿈처럼 사라지는 슈퍼히어로의 환영이다.

 

<정헌 | 중부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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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