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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줌도 안되는 권력층 횡포에 분노… 나도 영화보며 울었다”


공지영(48)이란 이름은 당대의 보통명사다. 이 시대에 그의 이름 앞에서 자유로운 이가 얼마나 될까. 그의 날카로운 펜끝에서 생산된 소설과 영화, 에세이가 독자와 관객을 울고 웃게 한다. 나에게 공지영은 예쁘고 글 잘쓰지만, 술 마시면 한 얘기를 또 하는 ‘동네누나’였다. 적어도 며칠 전 누나의 초대로 영화 <도가니>의 시사회에 가서 펑펑 울기 전까지는 그랬다.


몇년 전 지방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졌던 성폭행 사건을 다룬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전국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 때문에 지영이 누나의 트위터는 불이 났다. 수많은 멘션이 밀려들고, 누나 역시 그 사건과 관련된 각종 자료며 기사, 이야깃거리들을 하루종일 트윗, 리트윗하느라 바쁘다.


 



공지영 “무대인사 갔을 때 공유 옆모습을 봤더니 그리스 조각이야. 연기도 감동적이었는데 잘생기기까지 했어.” 김제동 “누나, 나도 조각상 중에 뭐 없을까?” 공지영 “그리스 신들이 탄 수레 끄는 사람도 있어.” 김제동 “아이구, 됐어요. 이래서 난 잘생긴 데다 개념까지 있는 사람들은 짜증나. 조국 교수처럼 말야. 뭐 하나 부족한 게 있어야 인간미도 있는 거지.” _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공개적으로 소감도 많이 밝혔겠지만, 막상 영화보고 나니 느낌이 어때요? 


“확실히 영상으로 표현되는 게 장난이 아니야. 강렬하고 무섭다는 걸 느꼈어요. 나도 작품 쓰면서 꽤 많이 감정이입하고 썼는데 영화를 보니 훨씬 더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받는 충격은 더 클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성추행, 성폭행이란 단어를 별 생각 없이 말하잖아. 그런데 아이가 화장실에서 당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게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 그 중대성을 몰라요.”


-성폭행과 함께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적 비리가 다 드러나잖아요.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계층이동이 심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멈췄지. 그게 1990년대 중반인 것 같아요. 이후엔 공고화가 진행된거고. 중하층이 상류층으로 진입하려는 것을 상류층이 막잖아요.”


-사다리를 걷어차는 거네요. 


“그렇죠. 자기끼리 혼인하고 인맥, 혈연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 가열차게 진행된 거죠. 내가 이 책을 2년 전에 냈는데, 구상하고 쓰는 동안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연행되고 미네르바가 구속됐어요. 용산참사가 일어나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돌아가셨고. 사회가 그렇게 형편없이 무너져 가고 있던 차에 이 영화로 뚜껑을 여니까 ‘도가니’가 지방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 대한민국에 퍼져있다는 게 확인된 거죠. 한줌도 안되는 권력층의 횡포와 부패는 더 심해지고 있는 거고. 나도 보면서 화가 나고 눈물이 많이 났어요.” 


-제가 두 칸 옆에서 봤는데 많이 우시던데. 


“연기도 너무 잘해. 공유씨도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고. 얼마나 절절하게 연기하는지 느껴져요.”


-원작이 좋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게 말해주면 좋지.” 


-영화를 보면서 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고민하게 돼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하고.


“그 이야기로 내 트위터 멘션이 몽땅 채워졌어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의 일에 눈감고 살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이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어디선가 저런 아이들이 짓밟히고 있다는 걸 깨닫고 미안한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어머, 세상에 저런 일이 있었네’ 하고 느끼는 게 아니라, 누구나 다들 너무 잘 알고 있던 일인데 그냥 외면하고 있었던 거죠.”


▲ “짓밟히는 약자들 목격… 나도 곧 저렇게 되겠구나

사람들에게 일깨워줬지”

“현실에서 얻은 상처가 안으로 쌓이고 쌓이다가 영화를 보면서 표출되는 거네요.” - 김제동


-영화 만드는 과정도 힘들었다던데요. 


“원작을 사간 제작사가 무척 가난하고 힘든 회사였어요. 그분들은 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뭉쳐 있더라고. 그래서 대기업을 물리치고 그분들에게 줬는데, 제작과정에서 자금을 못 구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나한테 준 원작료도 다 빚이었을 텐데. 공유도 톱스타인데 미안했지. 천신만고 끝에 CJ 한자락을 잡아서 촬영이 개시돼 나름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런데 제작사가 영화를 찍는 내내 주변에서는 냉소했었나봐. 요즘같이 먹고 살기 힘든데 누가 저런 불편한 걸 보느냐고. 고사를 지내러 갔다가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죠. 스태프, 배우 모두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봉사하다시피 참여했더라고.”


-일종의 재능기부처럼 만든 거네요.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촬영했어요. 영화 외적인 분위기는 별로였지만. 게다가 제작보고회에 기자들도 거의 안왔대요. 그런데 막상 언론시사회로 뚜껑을 열었더니 분위기가 확 바뀐 거죠. 입소문 나고. 예매를 시작하고 나니 결과도 놀랍고. 더 놀라운 건 사람들이 ‘이 영화는 전국민이 꼭 봐야 한다’고 홍보를 한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내가 보기엔, 약자들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당하는 것을 본 거죠. 모르던 게 아니라 외면하고 있던 것. 게다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봐요. 이 정부 들어 특히 심해지고 있는데, 이처럼 약자가 당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닌 거죠. 나도 곧 저렇게 짓밟힐 수 있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영화가 일깨워줬다고 할까. 사람들은 그래요. 부자들은 저 영화 안볼 거라고. 가난한 사람들은 보고 분노할 테고. 어쨌든 사람들은 가진 것이 많을수록 남의 눈을 의식하니 위선이나 꼼수도 부리는 거죠. 당장 분노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 이제 너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되는 겁니다.”


-현실에서 얻은 상처가 안으로 쌓이고 쌓이다가 영화를 보면서 표출되는 거네요.


“사실 이 작품을 쓸 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현실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고 감정이입을 하는 것 같아요. 원래 개봉은 지난해 이맘 때쯤이었는데 제작비 때문에 이번에 개봉된 거고. 그 1년 사이에 부패의 늪은 더 깊어졌고 우리의 무력감은 심해졌죠. 오히려 늦어진 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하늘의 배려일 수도 있고. 영화가 제작과정부터 잘 나갔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죠.”


-1년 사이에 불안감과 무력감이 더 커진 거네요. 


“내가 요 몇년새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화가 날까 생각해봤어요. 민주주의의 후퇴니 뭐니 하는데 핵심은 이거지. 지금 권력은 약자를 끝까지 짓밟아. 용산부터 시작해서 김진숙, 유성기업, 쌍용 등 모든 게 다.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싸운다고 쳐봐요. 플라이급이 덤비면 헤비급이 한대 뻥 찰 수 있어. 와서 또 덤빈다고 해도 한대 쥐어박고는 ‘까불지 마라’ 이러고 상대를 안하죠. 그게 무림의 세계에서도 자연스러운 건데 지금 권력이 하는 것을 봐요. 약한 사람이 잽을 한번 날렸다는 이유로 가루가 될 때까지 밟아. 항복은 물론이고, 관전자들이 잔인해서 못 보겠다고 할 때까지 곤죽을 만들어요. 그게 지난 몇년간 반복됐어. 매일 그런 뉴스를 접하게 되고. 아마도 현실의 그런 모습이 <도가니>를 통해 한꺼번에 분출한 거죠. 소설을 쓸 때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의도는 없었어요.”


-다들 무력감과 공포심에 빠져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모두가 함께 느끼고 있음을 확인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서로에게 힘이 된다고 느끼는 거죠. 다 함께 가서 봐야 할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고. 


“트위터 멘션에 이런 글이 왔어요. 밤 12시인데 좌석이 반 넘게 찼어요, 일요일 오전 11시인데도 매진이에요, 이런 식으로. 이런 걸 왜 알려주겠어요. 나 혼자만이 아니구나, 우리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거죠.”


-사실 그동안 우리 모두 사회의 문제에, 남의 일에 눈감고 살았던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관심만이 우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가 일깨워주고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하는 거죠.


“우리가 지난 10년간 너무 무장해제를 했어요. 사회의식의 무장해제. 역사의 반동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하잖아요. 또 의혹이 있어도 경제만 잘 되면 좋다고 표를 행사한 국민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죠. 오히려 다행이라고 봐요. 아마 이전의 10년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됐다면 시민운동, 민주주의의 역사를 전수해 줄 사람도 없고 그 소중함이 뭔지 알지도 못했을 거야. 사회의식을 놓는 순간 이렇게 된다는 것도. 지난 몇년간 저축은행이니 뭐니 그렇게 난리가 났어도 아무 말도 안하고 산 거잖아. 미국 쇠고기 수입할 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미국 소가 들어오면 싸니까, 그래도 없는 사람들은 좋아하며 사먹을 거라고. 그 심리가 뭐겠어요. ‘저들은 조금만 배 채워주면 별 소리 안해요, 자기들 먹고 살기 바빠 절대 딴 데 정신 팔 틈이 없어요’ 하는 거지. 내가 <도가니>에도 썼지만 이 지저분한 성폭행 사건에 왜 무진시의 엘리트들이 달려드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게 핵심이죠. 그들은 가문의 일원이고, 다같이 뭉쳐서 서로 지켜주는 거죠.”


지영 누나는 본의 아니게 시사회 때 젊은 친구들에게 호통을 쳤다고 했다.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가 우리보다 얼마나 더 잘살았는 줄 아느냐고. 하지만 상류층의 부패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이런 식으로 상류층이 똘똘 뭉치는데 우리가 눈감고 있으면 어떡하느냐, 나는 많이 살았지만 앞으로 창창한 20대가 이렇게 눈돌리고 있으면 어떡하느냐. 영화를 보러왔다가 ‘잔소리’를 듣고 간 20대들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 “성희롱해도 또 의원 되고 여기자에 폭언 일삼는데

그런 국회 뭘 기대하겠어”

“난 약하지만 함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목격자가 늘고 있어 희망적이다.” - 김제동


-대중들이 각자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몫이라는 게 있는데, 누나가 제시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런데 그렇게 호통치고 이야기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와요?


“생각하는 것을 그냥 말하는 거지. 난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 아줌마라고. 이 아줌마가 피부로 느끼고 있으면 다들 느낄 거 아녜요. 난 특별히 정치의식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번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야만의 시대 같아요. 좌도 우도 아니고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


“상식과 몰상식, 양식과 무식의 대결이지.”


-성희롱한 사람을 다시 국회의원 만들어놓고 자기들끼리 죄 없으면 돌을 던지라잖아요.


“이 사건이 예전에 「PD수첩」으로 방송된 적이 있었어. 요즘 다시 보기로도 많이 본다는데, 실제 가해자 8명에 수많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죠. 소설이나 영화는 축소한 건데 현실이 더하다니 끔찍한 거고. 소리도 못 지르고 들리지도 않는 아이들의 장애를 전적으로 이용한 거잖아. 게다가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그런 사건이 2005년에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앞으로 이런 범죄는 공소시효도 없애고 가중처벌을 해야해요. 그럴려면 국회의원들이 발의를 해야 하는데 답답하죠. 영화에서 서유진이 말했던 것처럼 ‘발정난 나라’니까. 성희롱 했던 사람을 다시 국회의원 만들고, 여기자에게 까불면 맞는다고 하고.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뭘 기대하겠어요.”


-그런데 누나는 어떻게 이런 걸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다른 작품을 쓰려고 준비하던 중이었어요. 촛불시위 때인 것 같아. 기사를 봤는데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순간 청각장애인들의 울부짖음이 법정을 울렸다’는 구절이 나와요. 이상하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들이 울부짖었을까. 사건을 찾아봤는데 정말 기기묘묘해요.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자료를 찾아보고 광주로 내려갔죠. 당시 광주는 이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것처럼 절망감과 초토화된 울분만 남아 있었어요. 피해자들과 함께 3년을 싸웠던 분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큰 승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하면서 열심히 취재했죠.”


-시사회 때 보니까 판사, 변호사도 많이 오셨던데요.


“보고 나서 괜히 민망해서 괜찮으셨냐고 물어봤어요. 기독교인들에게 미안한 부분도 있고. 이번에 최고의 악역을 연기한 배우가 장로님이래요. 오히려 그분은 그래서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정말 하나님 잘 믿고 올바른 신앙을 갖고 있는 분들이 모독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영화는 필요한 거죠. 그런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죠? 


“지금 있는 시설이나 시스템만으로도 돼요. 문제는, 한번도 아무도 감시·감독하지 않았다는 거니까.”


-작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요?


“나도 한동안 개인적인 부분에만 치중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봤잖아. 부패하는 권력을. 한눈은 내 삶을, 한눈은 우리가 선출해서 권력을 위임해 준 그들을 봐야 해요. 눈을 떼고 있으면 그들이 우리를 성폭행하러 올지 모른다고 생각해야지. 지켜봐야해요.”


흥행이나 반응만 놓고 본다면 누나는 작가로서 행운이고 행복하다. 나 역시 코미디를 하는 사람으로서 코미디 소재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행운이다. 동시에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불행한 시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건, 약하지만 함께 손을 잡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목격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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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