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넘게 경향신문에서 ‘김제동의 똑똑똑’ 코너를 진행해온 방송인 김제동씨와 한겨레의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 진행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사진 왼쪽)·서해성 작가(오른쪽)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중간다리를 놓은 건 양사의 담당기자들이었다. 말하자면 ‘말품’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품앗이’ 자리를 만들자는 의도였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교수 작업실에서 3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의 인터뷰는 때로는 촌철살인의 유머와 날선 비판이 어우러지며 불을 뿜었다. 한마디로 ‘유머’와 ‘직설’로 그린 우리 시대의 ‘걸개그림’이었다.



난 ‘먹물’들에게 거부감이 있다. 이 땅의 서민들보다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겪어보지 못한 삶에 알량한 이론과 얄팍한 동정심을 투영해 분석하고 판단하는 무리들. 고만고만한 ‘먹물’들끼리 어울려 세상을 다 꿰뚫고 있다는 듯 얘기하는 걸 보면 미안하지만 반감부터 생겼다. 당신들이 펼치는 ‘말의 성찬’이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 가슴까지 적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겨레의 ‘직설’도 내가 가진 프레임으로 볼 때는 그랬다. 지난해 ‘노무현 관장사’ 파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그 코너 말이다. 한홍구 교수는 명문가에서 나고 자란 대표적인 역사학자이고, 지주집안 출신이라는 서해성 작가는 대한민국 운동권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다. 호기심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먹물에 대한 내 편견과 반감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적어도 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발가락양말을 신은 서 작가와 산신령처럼 기른 턱수염에 한복을 차려입은 한 교수는 같은 작업실을 쓰며 함께 살다시피하는 ‘소울 메이트’다. 그러나 한편으론 면박과 핀잔을 주고받으며 묘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톰과 제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분들을 만난다고 했을 때 혹자는 그랬다. ‘구라빨’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만나 ‘구라로 일합을 겨루는 장’이 되지 않겠느냐고. 그 말의 이면엔 주제와 수준을 따지자면 네가 명함을 내밀 자리가 못된다는 우려가 담겨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한 교수에게 F학점을 받았다. 수업을 한번도 못들어갔기에 얼굴을 대면한 것도 처음이다.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바둑판이었지만 저잣거리에서 십수년간 단련된 ‘맷집’을 믿어봤다. ‘쪽수’에 밀렸기 때문일까. 질문보다는 대답하기 바빴다. 



김-종로구 재동이네요. 한선생님. 저한테 에프주신 분 하고 친한척 하려니.

한-그러게 나도 친한척 하려니. 에프준 학생하고 마주 앉아보니까. 

김-전 전문대 11년 다녔거든요. 그때 그 학교 앞에
올에프라는 술집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 에프에 에이가 두개였어요. 관광영어와 관광레크리에이션. 관광레크리에이션은 선생님이 저한테 배웠습니다. 관광영어는 외국인 선생님이었는데 에이주셨죠. 그 두분에게 일부러 에프달라고 찾아간 적 있어요. 올 에프 성적표를 가지고 가면 석달간 술이 공짜였거든요. 그래서 정정기간에 에프달라고 했어요. 기왕 먹은 학사경고. 




서-나가수 말인데요. 실패했는데 기회 안주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김-제가 어제 범죄 심리 담당하는 분과 술을 먹었거든요. 그분 말씀 중 와닿는 게 보통사람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기회를 더 주자 하면 공감했을 텐데 김건모라는 가수는 기득권의 전형, 이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자리에 가 있는 사람이라고 보인다는 거죠. 그래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제 상황에 대한 변명이라면. 동네 노래방에서 노래 너무 잘하는 형인데 되게 좋아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 잘보이고 싶어 노래 열심히 하는데 동생입장에서 보니까 막판에 오바를 한거죠. 그래서 이 형 한번만 더 시켜주면 안되겠냐. 처음 녹화였으니까. 그 이야기였는데, 저는 상처받았던게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까지 하더라고요.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을 좋아했는데 어떻게 그걸 깰 수 있냐. 처음에는 반발했죠. 이것까지 떼붙이나. 그런데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워낙 전체적인 분위기가 원칙과 상식을 지키지 않는 분위기니까 '여기서만이라도 이걸 보고 싶다'는 마음이겠죠.

서-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가수를 재미있게 생각했던 이유는 슈스케처럼 아마추어들이 경쟁하는 건 있지만 이른바 시장 상품으로 인정된 사람들이, 그러니까 대중문화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경쟁하는 것은 방송에서 뿐이죠.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 현장평가를 받고. 재벌들도 그렇게 공정해봐라,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피디라면 처음 떨어뜨리기 때문에 탈락시키기 힘들겠다 싶더라. 

한-난 떨어뜨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건 탈락대상을 주는 거잖아. 프로그램 대상 자체가 달랐으니까, 기득권자도 탈락할 수 있는 것이 재미인데 그게 헝클어지니까. 거기에 대해 불만같은데.
 
서-일반적으로 봤을 땐 유명한 대중연예인이 같이 다니니 잘 몰라요. 일반인이 어떤심리 가졌는지. 일은 저질러졌어. 수습이 문제야. 이제 진짜 실력을 어디서 보여줘야 하느냐. 15명이 대중과 먹고 사는 사람인데. 정치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서 대중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김건모가 아니라 나는 가수다 프로가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졌어요. 이소라가 '나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던데, 그 말이 좋더라구요. '나는 기자다', '나는 피디다'라는 자부심이 있어야 해요. 그렇게 지난주에 칭찬해 놨어요. 

김-어쨌든 무조건 제 잘못이죠.

서-제동씨는 정확하게 직업을 개그맨이라고 하나요?

김-저는 사회자에요. 개그맨이라는 호칭이 싫어서가 아니라,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개그맨은 다 할줄 아는 사람이어야 해요. 개그, 사회, 연기, 웃길 줄도, 울릴 줄도 알고. 재석·호동·휘재형이 개그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마이크 들고 사회만 볼 줄 알아요. 그래서 개그맨이라는 호칭이 붙여지는 것이 과하다 싶어요. 흔히 말하는 개콘·웃찾사에도 한번도 나온 적 없어요. 폭소클럽에는 '사회보는 법, 대중앞에 서는 법' 할 때 한 번 나왔어요. 그때도 어떤 분위기였냐면, 방송나가기도 그렇고 못나가기도 그렇고.

서-개그맨이란 말을 쓰나요?

김-전유성 선배가 처음으로 개발한 말이에요.

서-코미디와 개그의 차이가 뭐예요?

김-제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웃김으로서 눈물과 웃음을 주는 것, 코미디라는 말에 이 말이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한-어떤 의미에서는 차장이 어느날 안내양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식모는 가정부가 됐고. 식모와 파출부는 분명히 다른데, 그게 왜 달라졌어야 했는지. 어떤 의미에서는 새롭게 포장해서 나가는 건데 그 포장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왜냐면 그 때 코미디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장르였고, 정말 웃음과 슬픔과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개그맨이 되면서 더 화려해지고 템포가 빨라졌죠. 그런 맛이 있었는데 거품이 꺼지고 난 요즘은 코미디도 갈 데가 없고 개그도 갈 데가 없고 그런 것 같아요.

서-개그맨은 한국에서만 쓰는 특별한 말이니까, 전유성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행동에서 말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니까 토크 중심으로 바뀐 거죠. 과거보다는 현학적이 되다보니 속도는 빠르고. 개그는 코미디에서 발전한 말이죠. 개그라는 말은 그렇게 보면 
엠씨에 가까운거죠.

한-어릴 때부터 끼가 있었어요? 

김-없었어요. 그런데 늘 조용하다가 판이 벌어지면 끼가 생겼어요.
 5살 때 동네어른들 앞에서 책상위에 올라가 돈을 받았던 기억나요. 군대에 있을 때는 훈련병 때 교관 흉내를 냈는데 교관님이 상사였어요. 대위분이 옆에 있다가 웃고. 중위, 상사 다 웃고. 그때 계시던 중대장이 '얘 문선대 보내봐.' 그래서 제 인생이 그 때 바뀌었어요. 제대하고 나와서도 과에서 신입생 환영화 사회봐달라고 하고, 다른 과에서도 와달라고 하고. 다른 학교 총학생회장도 축제 사회해달라. 그래서 제 길이 열렸죠. 

한-실력으로 바닥에서 소문나면서 떴네요.
우리가 성공담은 많이 들었는데 나갔다가 못 웃긴 적이 있나요?

김-사회자로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웃겼는데 안 웃으면 안 웃긴척 하는 거에요. 안 웃긴 척 해야 해요. 예를 들어 안
웃으면, '그래서~' 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요. 웃기고자 했던 의도가 없었던 것처럼. 숨길 수 있어야 해요. 

한-나도 강연 다니면서 재미있는 표현 써요. 어디가면 빵 터지고, 어디가면 아무도 안웃어. 왜 그럴까요? 내 잘못인가.

김-들숨 날숨 차이도 있어요. 그건 무대에 서 있는 사람의 100% 잘못이에요. 대중이 늘 옳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도, 설 이유도 없어요. 한때 겜돌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오늘의 사회자를 소개하는데, 난 여기 사회자로 왔으니 놈자 빼고 다시 소개하라고 했어요. 겜돌이 찾아보라고. 난 여기 사회자로 왔으니까. 치받았던 거죠. 그러니까 객기를 부렸어요. 과대표는 미치는거지, 이런 미친놈이. 학생은 상관없는데 정체성에 관해서 겜돌이라고 부르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그 때 '겜돌이 사회자의 차이 보여드릴께요.'하고 2시간 동안 몇명 토하게 만들었어요. 웃음으로 고통을 줬지요. 지금도 동대구역에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데, 그 한가운데에 사회자 김제동의 사무실을 내자. 천명 이천명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지자.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싶었어요. 

서-위대한 광대의 꿈을 갖고 있었네요.

김-그땐 거창하지 않았는데, 겜돌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는 용납할 수 없었고 바꾸고 싶었어요. 그 과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그 문화를 바꾸고 싶었어. 

서-지금 웃음 이야기했는데 나 김제동에게 웃음이란 무엇인가요. 

김-제가 학교 나가서도 학생들에게 하는데, 내가 당신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신 웃기고 싶다.' 이거에요. 싫어하는 사람 웃기고 싶지 않거든요. 전세계 어디도 없어요. 나는 이사람이 너무 싫은데 이사람 웃는 거 보고 싶을 이유 없어요. 어떤 썰렁한 농담도 가치가 있다는 것은 웃기려고 시도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거든요. 

서-가장 고통스러울 때는 그 사람이 우리에게 웃길려고 한 의도가 없는데 우린 웃을 때에요. 예를 들면 이명박. 이 때 전쟁이 나요. 자신은
웃기려는 의도가 없는데, 우리가 웃겨. 웃기려고 하는 사람은 적의가 없지. 진짜 의도가 없는데 많이 웃게 돼.

한 -웃기고 자빠졌네 그런 말도 있잖아요.

서-그렇지, 그땐 웃기고 자빠진거죠. 웃는 사람이 괴롭거든.
 
감-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웃어주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거든요. 웃기려 했던 사람, 웃는 사람 모두 상대를 인정하고 좋아하는 원초적 증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웃는다는 것은 당신 이야기를 경청했다는 것이죠. 

서-김제동 학생의 사회사의 이야기 중에 초기에 웃기려고 했는데 안웃으니 바께쓰에 물을 부었다는데 그 이야기 뭐예요?

김-티비에서 말한 건 아닌데, 잘못 전달된 것 같네요. 물을 머리에 붓고, 물인줄 알고 포카리스웨트를 부었다가 끈적한 적이 있었는데.
기득권 아닌 상태에서 마이크잡는건 대단히 거대한 권력이죠. 마이크는. 마이크로 제 목소리를 전달하는건 거대한 권력이라고 생각해요. 마이크 잡지 않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은 당신들과 내가 생각이 똑같다는 것을 늘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그래야 대중은 마이크든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인정해요.
유명 가수 공연이 끝났는데도 끝까지 남아서 제 이름을 연호해줄 때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이 그 교감밖에 없었어요. 그게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아마 이번에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김-대통령께서 웃길 의도가 없었는데 사람들이 웃어요. 이건 웃기려는 선의와는 다른 거에요. 세상에서 가장 웃긴게 
진지하게 웃긴거거든요. 장례식장에 갔는데 앞사람이 흰색 발가락양말 신고 절하는거예요. 웃음을 참아야 할 때 웃기는게 가장 웃깁니다. 예를 들면, 보온병 들고 '포탄입니까'. 소주병 들고 '이게 폭탄주'. 전혀 웃기지 않는 것을 가지고 웃기는 것, 그게 진짜 웃긴거죠. 그런 것은 웃기려는 선의가 아니라 블랙코미디, 슬픈 유머죠. 

서-2주사이에 있었던 일만 얘기하죠. 일본이 원자력 터졌는데 원자발전소 준공식하러 가고, 엄기영 후보자는 삼척에 원전 짓겠다고 하고. 그런 것들이 코메디인거죠. 블랙코미디. 정말 웃기려고 한 의도가 없는데 쓴웃음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앞으로도 그런 웃음을 계속 웃어야 해요. 

한-일본 뉴스를 보면서 얼마나 슬펐겠어요. 이것만 안 그랬으면 얼마나 내가 가오가 났겠어. 엄기영도 얼마나 민망했겠어요. 내 신세 좆같다고 생각했겠지. 

서-노통 노제 때 빼도 안티가 많았어요?


김-많았죠. 제 안티는 노무현 대통령 이전에는 '잘난 척한다, 알면 얼마나 아냐.' 그런 것들이 좀 있었고 두드러지진 않았죠. '알고보니 너 전문대 출신이더라.' 이런 얘기. 저 정확하게 미네르바하고 일치합니다. 30대 중반의 전문대 독신. 고졸대통령 용납안되던 사회적 분위기까지 몰아가면 오바일수 있겠지만.
노통 노제가 3일전 기사 났어요. 유족의사 반영됐다는 것 보고 아무것없이 수락했어요. 전 기술자에요. 원수졌다 해도 그 집 상이 나면 그 집 가서 그 사람 보내는데 집중했던 그 문화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회자로서 내가 가진 기술이 필요하다면, 관을 짤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도와야겠다. 
돌아가신 분이면 적어도 장례기간만큼은 모든 은원이, 원한관계가 있다하더라도 장례기간 만큼은 있는거죠. 게다가 은이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고. 그래서 갔던 건데 좌우모두에서 십자포화를 맞았죠. 좌에서는 명계남 문성근을 놔두고 왜 너 개그맨 따위가. 게다가 이명박 취임식 사회본 새끼가. 그때 그 취임식은 국가행사고, 선택에서 결정이 난 사항이면 늘 대중의 선택이 옳다는 생각에서 사회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정당 행사가 아니니까.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좌우 양쪽 십자포화 맞을 때 되게 힘들었어요.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없고, 이야기할 데도 없고. 취임식 사회보고, 전임 대통령 장례식 사회보고. 이런 사례가 없어. 하버드대 사회봤을  때, '취임식 사회봤는데 그 대통령 죽었냐' '아니 다른 대통령이다'. 쇼킹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노제 전날로 기억하는데 사회보러 가면서 그 때 들었던 생각은 '너무 아저씨한테 미안하다'였습니다. 나는 살아서 내가 어떤 평가 받을지 고민하고 있구나. 지금 슬퍼해야 하는 것이 나의 본질인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는게 너무 죄송스럽더라구요, 돌아가신분에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그날 슬퍼하는데 집중하자 했어요. 그래서 올라가서 대본대로 사회 안보겠다고 그거 접었어요. 멘트까지도 다 적혀있었어요. 민감한 시기니 될 수 있으면 이걸로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서-대중들이 현존 가해자라고 생각해요. 
난 이해 안 되는게 일본이 우리 싫어하는거였어요. 우리가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죄의식을 벗어나는 것은 미안한 놈을 공격하는 거거든. 

한-가해·피해로 인식할 때는 대등할 때나 하는거지. 깔보는 거야.

서-죽음 후에도 깔보는 것은. 계속 깔보다가, 미안함을 반전시키는 방법은 계속 미워하는거예요. 

김-저는 깔본다기 보다는 무서워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요. 깔 본 놈이 죽었는데 죽었는데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무섭다. 죽은 공명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것, 저는 그 공포감이라고 봐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 당 의원이 말했어요. 그 분 표현 빌리더라도 맞아요. 고해성사라고 봅니다. 두려움이 있으니까 죄를 고백한 것이겠죠. 어쨌든 그 두려움에 훨씬 더 많은 요인이 깃들여 있다고 봐요. 

한-그날 제동씨 이야기 들으면서 숨이 콱 막혔는데 저 이야기를 어마어마하게 울렸잖아요. 사회자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안 울면서 저 이야기를 할 수 있나. 보통사람에게 시키면 울먹울먹하다가 이야기 못했을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죽 하는 것을 보고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느낌이었어요?

김-늘 그런 부채의식을 안고 삽니다. 아저씨를 이용한 관장사를 하고 있다는. 저 역시 그런 부채의식 있습니다. 

서-나보고 이야기하지 말고. 

김-관장사가 아니라 관에 대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전 절독까지는 하지 않았구요. 

한-우리가 직설하다가 정말 당하네. 

김-절독과 분노 사이의 중도정도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때는 지배하는 정서가 분노와 슬픔이었어요. 저와 윤도현밴드는 그 전날 프라자호텔에서 잤습니다. 그날 아침에 서울광장이 개방됐습니다. 새벽 3시반 쯤에 내려보는데 경찰차들이 광장을 둘러쌌어요. 세상에서 제가 본 원중 가장 흉측한 원이었죠. '달도 해도 원은 다 아름다운데, 원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고 희망을 주고 영속성을 상징하는데' 그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겠다. 여기에 선동은 오히려 사람들의 감정을 해친다고 생각했어요. 있는 감정의 결 그대로를 살려주고 싶었어요 대본이 있었습니다만 대본없이 그대로 사회를 보겠다고 했어요. 
마이크 잡은 사람은 권력의 정당성 얻은 것이니,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하고 허락을 얻었어요. 멘트하고 내려와 울고, 닦고 올라가고. 울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다 우는데 나까지 울면 해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다 아는데요. 그랬습니다. 

서-늘 대중과 상대하고 살잖아요. 힘들게 성장하는 대중연예인 삶을 이해하지 않나요?

김-힘들지 않습니다. 다 그렇습니다.
사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왕조의 역사만 기록되어 있고, 있는자 역사, 승리한 자의 기록만 되어있는 것도 많고. '죽어서 안다'라는 말이 가슴에 꽂혀요. 힘없는 사람은 죽어야 안다니까.

한-실제로 죽어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쌍용 기억하자고 했잖아요. 죽어도 기록해야죠. 쌍용 14명 죽었는데. 한국 대중연예인으로 쌍용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은데 했단 말예요. 2년이 다 되어가요. 어떠세요, 주변에 쌍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김-저도 매순간 기억 못합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바꿔 말씀드리면 첫째 매형이 대우 거제조선소에서 배만들다가 철근에 머리를 맞아서 돌아가셨거든요. 하관할 때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보상금을 껴안고 있던 기억이 선명해요. 주로 오는 사람이 '이걸로 합의보든말든.' 이런 식이었어요. 그 땐 부지기수로 죽어갔어요. 늘 TV에서 데모 나오는 장면만 보면 저것들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새끼들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른들, 신문, TV가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렇게 생각했죠, 초등학교때는. 그 때 제 마음들이 연결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쌍용, 지문처럼 남았겠네. 

서-죽어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게, 물론 전태일도 죽어서 알았지만 쌍용 이후 14명 죽었어요. 그런데 신문도 안나오고 그 유족밖에 몰라요. 

김-그러니 뭐하고 계시냐고요, 학자라고 하시는 분들이. 제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그렇습니다. 죽어있는 사람을 통해 산 자에게 수혜줄 수 있는 기록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한-'직설'같은 것 만들어서 그래도 우리가 시끄럽게 일주일에 한면씩 떠드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담으려고 하는데 세상이 참 넓네요. 우리가 떠들어도 앰프 출력이 참... 

김-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죽은 사람들만 어떻게 죽었냐고 기록해야 하는가에요. 앞으로 이렇게 죽어서는 안될 사람을 끊임없이 기록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복안은 뭐에요.

한-복안은 답답하죠. 제일 중요한건 공감. 난 역사학자건, 언론인이건 가장 밑바닥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고통의 현장에서. 장자연이라는 한 사람이 죽음을 결심하기까지 그 어마어마했던, 그 괴로웠던 순간이 그 부분이 지워지는 것. 이런게 널리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구체적인 부분을 어떻게 생생하게 대중들에게 전달할 것인가. 그 중에서 그 순간을 어떻게 교감하고 전달할 것인지가 늘 고민이에요. 

서-죽음이란건 이렇게 정리합니다. 죽은자를 위한 장례, 산자를 위한 장례. 죽은 자를 위한 장례는 자연사로 죽은 사람. 그렇게 보면 4.19, 5.18, 
장자연, 광주는 산자를 위한 장례에요. 잊을 수 없는 것이고. 20세기가 고통스러운 것이 산자를 위한 장례였거든요. 살아서도 산채로 장사지는 삶을 계속 가고 있잖아요. 전태일의 장례는 쌍용에서 다시 치르고 4.19는 5.16에서 다시 치르는거고. 

김-역사서술 자체가 너무 잔인해요. 정말로 기록되어야 하는 사람은 늘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에프받은 학생입장에서 역사학자에게 에프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간첩사건을 조사하는데 억울해보이는 간첩사건이 수십수백건이에요. 진짜 억울해보이는 간첩사건 기록을 복사해 온 것이 열여섯건인데, 그중에서 네건했어요. 역사에 보면 너무 많으니까. 

김-저도 가수다에서 에프를 받았습니다만 저는 그런 고민이 늘 듭니다. 더이상 서민이라고 불리워지는, 그런 사람들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하는 죄책감. 처음엔 억울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 제가 집에와서 가만 생각하니까, 나도 어느새 기득권에 물들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맞다.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나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모르지만 사람들이 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청문회보면서 늘 욕만했는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죄책감이라고 표현하기조차도 너무 죄스러워. 

한-사람이 살다보면 늘 밑바닥에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늘 달라지고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어요. 운동권이 사회기득권이 되기도 하고. 자기들이 기득권자가 됐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서-기득권자가 나쁜게 아니라 그게 되었다고 인식하는 것, 성찰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요. 아니라고 해도 제동씨는 기득권자죠. 그걸 부인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죠. 그걸 인정했을 때 겸손이 가능해요. 기득권이 됐는데 자기가 아니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민주화 세력이 최고의 권력, 기득권이 됐는데 그럼에도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하니까 완전한 개혁을 못했어요.
제동씨가 기득권으로서의 권력을 잘 행사할 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류는 생길 수 있지만 중요한건 성찰의 자세를 갖는거죠. 대중과 함께 하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하는  그 약속을 환기하는 것. 그게 중요한거라고 봐요. 

김-지금 이야기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건모형이라는 거에요. 데
뷔 20년차인 가수고 200만장 판 가수인데. 형이 세계 언어만 할 수 있다면 대박인데. 형은 늘 그런 존경심. 가수 김건모의 목소리에 대해 존경이 있습니다. 이 가수의 무대를 더 볼 수 없다. 그게 안타까워요. 신인이어도 그랬겠냐는 비판, 맞죠.
전 정치인 중에 아무도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는게 화가나요. 왕조시대에도 왕이 머리풀고 기우제 지냈던 이유가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인데. 정
조 벽서 때 '내가 잘하면 이런게 없어질테니 경들은 간하지 말라.'는게 공감이 되요. 옳다그르다를 떠나서 공감이 되요.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 하는 공감이 된다는 거죠. 뭔가를 해줄 때의 위안보다 듣고 있다는 위안.

서-정치인들이 그렇게 미안해하고 들을 줄 알면 좋은데 안듣는거죠. 

한-어루만져줘야 하는데 MB가 남의 일 얘기하듯 하니까. 사람들 심정 같이 묻어버리고 싶었을 거에요.

서-대통령 권력이 어디까지냐고 말한다면 한계를 그을 수 없을텐데. 왜 국민이 슬픔을 느끼냐면 자기가 유리할 땐 권력을 무한정 사용하다가, 불리할 때는 벗어나려 하니 화가 나요. 아덴만 내가 결정했고 3분 전에 말했다고 하고. 공적에 대해선 자기가 다했고. 연평도는 철저히 통제하고. 구제역 문제는 농민파산, 생명파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 국민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인자한 인간미를 기대하는건데 면피하는 것에 상처를 받는거죠. 권력은 그 순간 따뜻해져야 하는데. 거짓말로도 따뜻하게 해야하거든요. 생명이 많이 죽었는데 안타깝다. 구제역 걸린 돼지 한마리 기르고 싶다는 그 말 한마디 하는게 왜 어렵지. 



한-대통령보다 더 절망적인게 참모들이에요. 월급받는 놈들 뭐하는거지. 정보기관 뭐하는거에요. 호텔 뒤지다 걸리기나 하고 사람들 마음 읽지 않고.. 쇼라도 했으면 해요. 마음만지는 걸 해야지. 

서-소문 못들었어요? 싫어하는 보고는 못올린대요.


한-권력의 생리에요. 모든 어느 시대나 다 했어. 그런데 어느 시대나 그래도 싫어하는 보고 올리는 사람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없는거지.

서-가계부채 900조에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데 그런 이야기가 안나와. 한국 TV는 세번의 변화가 있었어요, 꽃남이전과 이후. 꽃남이전만해도 부자가 나오면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그이후는 그들이 그리고 그들의 풍요와 부가 지배하는 것이 당연한 거죠.
서민용은 코미디인데, 코미디에서 빚 이야기 나오는 데가 하나도 없어요. 전셋집 난리도 아니라는데. 이런 서민들의 이야기를 코미디에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안나와요. 코미디 프로도 없어지고.

한-헐리우드는 정치적 발언하거나 현안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 많은데 한국은 거의 없잖아요. 그나마 제동씨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자신이 가진 견해를 밝히는데 다른 동료 연예인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그런 이야기 안합니다. 이승엽하고 전화할 때도 야구이야기 안합니다. 누구보다 깊이 자기 문제를 고민할테니. 동료연예인 만났을 때는 각기 자신이 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지지하든 하지 않든간에 그사람 입장에서 보면 저는 그 사람들 판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자기보다 더 고민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재도전의 기회 주라고 한것도 누구보다도 내가 한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내가 미안한거지.

한-그 재도전 논란보면서 씁쓸했다고 하는게, 우리사회의 문제가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는 거죠.

김-강자들에게만 패자부활전,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져 분노하는 거에요.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이 프로를 통해서만이라도 공정사회를 보고싶었던 것인데.
 그런데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어렵고 힘없는 사람을 대변할 자격이 없어지는 건가요? 그 부분에 대한 죄책감, 갈등을 늘 갖고 있어서. 저는 상황이 역전된 케이스거든요. 내가 가난해봐서 아는데 나도 무명을 겪어봐서 아는데 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서-일제 강점기. 개화 이후에 중요한 좌파들은 상당수 지주출신이에요. 그건 부자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모른다는 건 아니에요.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면 되거든요. 이건희가 자기가 가진것 내려놓으면 되거든요. 일제강점기에 벽초 홍명희처럼 부자들이 내놓으면 되거든요. 

한-한국사회가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된게, 어느 사회나 그랬었지만 부잣집 자식, 귀족, 이런사람들의 헌신이 있었죠. 80년대가 문제도 많고 고통스러운 시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서울대 연고대 이른바 스카이 나온 사람들이 나는 왜 노동자가 되지 못했을까 하면서 현장가고 좌절하고 쫓겨나고 그 숫자가 몇만명이었거든요. 그 사람들이 그 마음을 계속 갖고 살아가느냐하면 '내가 옛날에 해봐서 아는데~' 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프랑스 혁명도 상당수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포기하고, 대중을 위해 돌리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러니 좋은 이론도 나오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부잣집 아들, 귀족으로 태어나더라도 스스로 내던지고 개척하는거죠. 문제는 그 전통을, 그 거룩한 유산을 어떻게 한국에서 잇느냐. 어떻게 한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가능하고 그가치를 어떻게 전승하고 계승하느냐는거죠. 내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어떻게 겸손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거죠. 그렇게 된다면 한국사회가 정말 좋은 사회가 되겠죠.

김-따뜻한 자본주의는 가능하다고 보싶니까? 
제 가슴에 남아있는 이야기는 자본주의 라는 말 자체에요. 자본이 어떻게 주의가 될 수 있느냐에요. 

한-따뜻한 자본주의, 불가능해요. 그러나 자본가는 따뜻해질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자본은 구조적으로 자본가가 아무리 좋은 맘을 갖고 박애정신이 투철해도 자본주의 자체는 따뜻할 수 없는거죠. 그래서 사회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해 규제와 룰과 탐욕제어장치를 만들어야죠. 

서-따뜻한 자본주의는 형용모순이죠. 따뜻한 얼음이죠. 형용모순. 소리없는 아우성. 베이지 않는 날카로운 칼날. 명제로는 성립할 수 없죠. 탐욕을 옹호하는 것이 자본주의인데 그것이 따뜻한 것은 불가능하죠. 돈버는 구조는 악랄할 수 밖에 없어요. 남의 이윤을 가져와야 하니까. 그런데 그것을 쓸 때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그렇게 벌었으니 쓰는 것은 인간의 가죽을 가지고 써라. 쓸 때라도. 너 먹는 것 말고, 남는 것 좀 내놔라. 너 딸한테 주고 재단만들지 말고. 무슨 재단 만들어서 자기 친구에게 재단 이사장 주고. 기부라는 것은 나와 무관한 공정한 타자에게 맡기는 거죠. 재척 사유가 있는 사람에게 무슨 진정한 기부라고 하겠어.
집행권한을 가질 수 없는데 줘야 진정한 기부죠. 300억원이면 그만큼 어치의 눈물과 피거든요. 

김-저도 자본가거든요. 
원래 내것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고 살려고 생각하는거죠. 기부는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전액은 돌릴 수 없고, 저도 일부 가질 겁니다만 분명한 것은 원래 내것은 아니라는 거죠.

서-자본주의는 자본사회가 아니라 화폐사회예요. 주머니 속의 거래는 없었죠. 추상적 셈법에서 날아간거지. 오늘날 고통은 금융자본주의고,
초과이익공유제는 남은 사과 나눠먹자는거에요. 처음에 잘 심자는 거지. 그거조차도 이건희는 반대하는데, 세금이나 잘내라고 해요. 

김-자본가는 따뜻할 수 있다는 것과 모순되는 말씀같네요.

한- 이건희가 구속이 되네 마네 하는 것에서는 따뜻하다고 보지 않아요. 정주영회장이 소떼 몰고 간거, 이런건 다른거지. 완전 쇼지만 잘하고 진실이 되고 역사를 만든거죠. 쇼가 나쁜 게 아니에요. 쇼가 왜 나빠요. 거짓말일 때 나쁜거죠. 진실을 확장하는 쇼. 정주영 쇼를 죽여버린게 나쁜거죠. 개처럼 벌었지만 황제처럼 쓴거지, 정회장은. 

서-기업도 욘사마도 일본에 돈 많이 내요. 한국사람이 고통받는 사람에게 이렇게 애정이 많구나. 이 정부는 북한의 고통에는 철저히 외면하면서. 인간의 따뜻함은 모두에게 같아야해요. 안 도와줘도 일어날 힘이 있는 일본에게는 이렇게 따뜻한데, 북한은 20년째 지진이고 똑같은 사람인데 왜 북한에는 관심을 못갖나요. 따뜻함에도 굴절, 색안경이 있는거에요. 따뜻함이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왜곡되어질 수 밖에 없는 이를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프레임이 있어요. 왜곡여부는 사람들 판단의 몫입니다. 흔히 말하는 좌파에 대한 비판 중에 왜 김정은 배가 나온거에 대한 거는 비판하지 않는가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런 시선이 존재합니다. 너 좌빨아니냐 옹호하는거 아니냐 하는 것. 북한의 삼대세습체제. 우리나라도 삼대째 해쳐먹는 인간이 많다 같이 비판해야 하는거 아니냐 했더니 어느 분이 나가다가 너 남북에서 다 미움받겠다 하더라고요. 
왕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야 해요. 북한 문제점은 명백해요. 근대사회 문제는 인격통치가 아니죠. 시스템통치이어야 하는데 북한의 문제는 인격통치, 초상화통치죠. 감시사회의 표본이거든요. 언제나 최고 권위자가 내 일상을 들여다보고, 존경을 강요당하는 것. 그런 기억이 있어요. 박정희가 내내 지켜보는 것. 그 사진을 돌려놓고 뭔가했죠. 좋은 사회는 시스템에 의한 통치, 합리적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통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것이 안되는 것이 북한의 문제에요. 그게 3대에 왔을 때. 북한이 저렇게 된 이유가 있지만 3대째 왔을땐 충격이죠. 그건 비판받는 것이 마땅하죠.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2가지 비판이 있어요. 자기가 서있는 처지에서 정확하게 바라보라는 것이죠. 

한-북한이 우스꽝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이 한국사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것을 침묵하는 것이 우습다는 것을 지적하면 그게 좌빨이 되지. 

서-북한 비판하라는 겁니다. 그 비판하는 사람이 그 잣대로 한국에도 비판하라는 거예요. 인혁당 8명 죽을 때 아무도 북한 인권 이야기하는 사람중에서 독재시대 인권문제 이야기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요. 자격증문제야. 서티피케이션이 없는거지. 

한-우리가 자격증받고 민주화운동했냐고요. 그것보다 내가 분노하는 건 그 때 침묵한 놈이 북한인권이야기하는건 이의가 없지만, 그 때 죽인 놈들이 북한인권이야기하는 거에요. 그 가해자들이, 남한에서 서준식같은 고문가해자들이 북한 인권이야기하는 것은 화가 나. 자기들이 다 누리고 있는 자유도 그들이 가장 미워하는 좌빨이 만들어놓은건데.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정신을 망각하고 있는거죠. 절차 민주주의가 가져온 위대한 선물을 망각하고 우리를 좌빨로 모는 거지. 
'북한에 과한 휴머니즘의 문제입니다. 휴머니즘 그게 바로 좌빨이론입니다.' 그래서 쓰러질 뻔 했어요. 세상에 인본주의가 좌빨이라는건 처음봤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 인권 보편성, 배고픔의 보편성 말하는 것은 인간 본연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죠.

김-아까 하셨던 말씀 중에 든 생각은, 고양이를 밖에 집어던지고 개를 무참하게 괴롭혔던 사건은 분노하고 분노해야 당연한 사건이에요. 그러나 그 너머도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아이들이 이렇게 자신의 폭력성을 건강하지 못하게 표출해야 했는가. 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구제역 때 몇백만 마리를 생매장시킨 것에 대한 분노는 일어나지 않는가. 그 책임 소재는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지가 고민된다는 것이죠. 

한-살처분이라는게 구덩이 파고 묻는거잖아요. 구덩이 파놓고 묻어. 한국사를 보면 구덩이파고 묻어서 인간살처분한 적이 있었어. 누구나 고양이 사건에 분노해요. 그런데 사람을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문제로 몰아가. 

서-잘못됐지만 책임묻기는 힘들어요. 증세가 거기 나타난거지. 고쳐야 할 건 따로 있죠. 유아원때부터 자본주의, 스펙을 끝없이 강요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1%에 못 끼어요. 이러한 스트레스가 누적되서 충동조절장치가 고장나고 어느순간 폭발한 거에요. 그래서 그런 사건들은 사회억압과 같이가는 문제죠.


한-이 대목에서 김제동하면 착한 연예인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착하게 보여야 한다는게 부담스럽거나 힘들다거나. 우울증도 있었다던데. 우리사회에서 착하게 살자는게 강요하는 건 아니더라도 사회적 압력을 받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김-트라우마가 심해서. 그래서 사람들이 실망을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죄송하다는 것이고. 연예인들은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힘들어요. 그러니 염치가 없어서 이야기를 못할 뿐이죠.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염치가 없고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늘 무엇인가에 억눌려 있습니다. 대중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 이미지, 창, 지켜보고 있는 것. 그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 그게 힘듭니다.
심정적으로 공감합니다. 길거리 편하게 다니고 싶다고 하면 소주잔 던지면서 뭐라고 해요. 손잡고 다니면서 연애하고 싶어요 하는데 '나도 누가 내 연애 관심가졌으면 좋겠어, 이 새끼야.'하고. 사람들 대다수가 검색창에 자기이름 쳐보고 실망해요. 결과가 없으니까.

'절대로 난 착한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것도 오바예요. 그럼 '나 너 착한사람으로 생각 안했어. 왜 지랄이야'하죠. '저 착해요'라고 이야기해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제가 선택하는 것이 결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에요. '난 이런 놈이에요', 그리고 판단은 개개인 입장에서 하는 판단의 문제이고 그걸 존중해요. 사람은 바꿀 수 없는거고요. '왜 내뜻 몰라줘요'하면 난 그것 역시 심정적 독재라고 생각해요. 늘 그런 것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제가 정신분석하면서 선생님이 '중과적, 이중적 감정.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해서 공감하는 능력이 상담했던 모든 사람을 능가해. 최고다. 초능력에 가까울 정도로 발달해 있어서 힘들거다. 끊임없이 사람들 눈치를 본다.'했어요. 다른 사람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사람씩 표정이 편집돼 보여요. '다 보인다 새끼들아'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것 같아. 다들 생각 하는게 다 보여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게 늘 공황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서-장애라기 보다 강박이죠. 

김-발가락이 왜, 볼펜 왜 내이야기 지루한가. 알려진 사람이 되면서 힘든거죠. 물론 염치없다는 것은 대전제로 깔려 있어요. 그런것 감수하고서도 이름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착하게 보인다는 것은 전적으로 그분들의 판단과 자유다. 착하게 보든 보지않든. 상처가 안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분들의 자유라는 것을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단계에 조금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싫어해도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 좋아해도 존중받을 수 있는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나 늘 염치없다는 데에 전제를 깔고. 특히 요즘 힘이 듭니다.
법륜스님 뵈면서, 그러시더라고요. 요즘 견디는 중이에요. 노란색 책. 노란색 위험한 색이긴 하지만 세상 니 맘대로 되는 일 없다는 것 인정해야 니가 편하다. 너도 니맘대로 못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어떻게 다 니 마음먹은대로 되길 바라냐. 니 마음먹은데로 세상일 되어도 결코 좋은 것 아니다. 여기 깔린 전제 역시 대중들이 옳다 싶어요. 

서-오늘 전체 이야기 정리하면. 김제동 사회사의 <나는 가수다> 트라우마 치유과정. 

한-지난 토요일 만나서 했으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지금 제 정서 전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죄책감과 미안함이에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늘 큰집에 살면서 관장사, 저는 서민장사하는 것 아닌가. 착한척 하는 이미지에서 느낀 것하고 같습니다. 늘 힘없고 약한 사람을 팔아서 내가 투영되어지는 모습을 나도 모르게 만들어가고 싶은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 

김-큰집살아요. 잘살고 있으니 물어보지 마세요. 나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그게 제일 미안해요. 이 일 터지면서 니가 노통얼굴에 먹칠했다는 트위터 보고 상처 깊은 데를 찔린 것 같았어요. 이건 과하다 싶었는데 몇시간 있다 보니 맞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다. 

서-맛있는 음식점의 원리가 뭐라고 생각해요? 오감에 맞추면 돼요. 다양한 것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혹시 단음식만 좋아하는게 아닌가해요. 이번에 겪고 있는 일은 대중들이 제동씨가 차린 말의 밥상에 여러가지 중 하나만을 드신게 아닌가. 더 지나면 대중은 제동씨는 이렇게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라는걸 알았을텐데. 
난 안티없는게 불안해요. 우리가 말하는 것에 대해 저항감 반발심이 생겼으면 좋겠어. 안생기면 어쩌나하는 우려가 있어요. 제동씨는 우리와 다르죠. 전투라기 보다 대중의 심리, 결을 따라가는 사람이니까. 좋은 뱃사공은 물결을 따라가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야 배가 흔들리지 않고 힘 덜 들여 가요. 늘 좋은 뱃사공이었는데 돛을 잘못 틀면 긴항해에서 같은 결로 갑니다. 오늘 치유가 되어서 떠났으면 좋겠네요. 

한-우린 말 팔아먹는 사람이에요. 제동씨는 급이 다르지만. 이런 둘이 하는 장사고. 관장사 사건때 나는 비껴갔어. 100건 즘 악플 중 내 이름은 거의 없었어. 서가 그거 많이 당해봐서. 

서-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성찬을 차릴 수 밖에 없어. 대중에게 단말만 할 수 없어요.
악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그래요. 그래서 이 업종에서 대중과 함께 사는 것은 어렵죠. 제동씨 말 중에 제일 재미있는 말 중 하나가 네잎클로버 따러 가면 세잎 클로버를 많이 밟아야 하는데, 행운을 잡기위해 행복을 밟아야 하는 거다. 그 말에 정말 감동받았어요. 그런 정신을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은 이번 상처처럼 남의 세잎클로버를 밟지않고 살수 있다는 거죠.

김-상처라고 하기에도 염치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영희 국장, 김건모, 소라누나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았어요. 첫 탈락자가 나오니 다들 공황상태였어요. 이런 형태는 처음이었으니까. 말그대로 실제상황이었으니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행운은 꺾였을지 몰라도 행복은 남아있을 지 몰라요. 미리 매를 맞았으니까 조금 더 사람들이 원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길을 일찍 잡았어요. 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고 대원칙인 '좋은가수, 좋은 무대'를 주말황금시간대에 보내고 싶다는 중요한 원칙과 서바이벌이라는 규칙을 동시에 지키는 좋은 기회로 삼아줬으면 좋겠어요.
이제서야 술이 깨네요. 핑계같지만 편하고 솔직할 수 있었어요. 두분 만나서 흔히 말하는 먹물들에게 느꼈던 반감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좀 깼습니다. 깨주십시오. 노블리스 오블리주. 귀족으로서의 의무. 제가 자발적으로 먹물이라고 해드릴께요. 이정도면. 다른 분들에게 스스로 먹물이라고 이야기하지 마세요. 

서-제동씨는 다른사람이에요. 다른 연예인들과는 달리 자기언어를 갖고 있어요. 그 배경은 독서가 있겠죠. 제동씨는 자기 길을 개척해가는 사람이에요. 말의 길은 동시에 포승의 길이기도 해요. 더많은 대중을 끌어안는 연예인이 되었으면해요. 그런 연예인이 한국에 있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한-노제 때 대중과 공감하는게 이런거구나. 그 탁월한 능력, 결읽기. 그걸 좀 계속해서 해줘요. 다들 줄타고 싶지만 줄탈수 있는 사람많지 않잖아요. 그 역할을 계속하기위해서는 오만 잡동사니를 다 듣고 보고 정리하고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끊임없이 실력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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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