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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기엔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8할이 야구다. 동네 야구를 하며 자라난 촌놈의 소원이자 꿈은 푸른 잔디구장을 직접 밟아보는 것. 1999년 삼성라이온즈 대구구장 장내 아나운서 일을 시작하면서 떨리고 벅차오르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런 촌놈에게 ‘4번타자’ 양준혁(41)은 존재만으로도 기쁨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우상을, 전설을 넘어서는 신이다. 양신(梁神). 93년 프로데뷔 후 숱한 기록을 갈아치운 ‘한국 야구사의 기록제조기’. 그의 빗속 은퇴식을 보면서 ‘한 시대가 저문다’고 느낀 건 그의 당당한 체구만큼이나 묵직한 무게감 때문이었다.




양=야~, 니 와이래 늙었노
김=참~나, 형님은 늙은거 생각도 않나. 영감쟁이가. 그나저나 축하해야 되겠제
양=축하해도 되지. 안짤맀으니.
김=형님, 언제 한잔하입시더.
양=한잔 하자꼬? 내야 땡큐지.

김=우째 지내십니까.
양=마이 바빴지. 근데 내 니 안만날라캤다. 맨날 영감쟁이라고 머라 해갖고. 같이 늙어가면서
김=같이 늙어가는거 아입니더. 형님은 장가도 안가고 머합니까
양=니부터 가라.
김=에이. 형님부터 가야죠.
양=다들 그카면서 다 먼저가대. 내 핑계대고 형님 장가가라 해놓고는. 승엽이도 그래놓고 지 먼저 가더라.
김=그건 승엽이 잘못 아입니더. 형님 잘못이지. 근데 와 안가십니꺼?
양=니 어떻게 되나 보고 갈라꼬.
김=에이. 나야 갈라캤으면 벌써 갔지요
양=됐다 마. 근데 감기가 와갖고 정신이 몽롱하다. 긴장이 풀리면 그런갑다. 지난번에 은퇴경기 하면서 비도 오고 마음도 울컥하고... 그러다보니 감기가 오대.

김=큭큭. 삼진 세개 드시면 울컥할만합니다.
양=그러게. 어린애한테 먹으니까 욱하대.
김=그래도 그게 오히려 뭉클했어요.
양=머가 뭉클하노. 난 안타를 쳐야되는데 157키로를 꽂아뿌니까. 아, 참, 미치겠대
김=난 근데 안타보다는 마지막에 땅볼치고 뛰셨을 때 그 모습이 마음에 참 와닿습디다. 그동안 안타야 많이 치셨잖습니까. 
양=그래. 마지막이라도 내가 진짜 전력으로 뛰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날 광현이 볼은 도저히 못치겠더라고. 내가 광현이 신인때부터 쭉 쳐봤는데 그날이 공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진짜 그날 이 악물고 던지더라고. 그래도 내 은퇴경긴데 공 한번 안주겠나, 함 치볼라꼬 했는데 끝까지 안주대. 그래서 에이 치와뿌라 했다. 박경완 포수도 눈감아 뿌고.
김=으하하. 진짜예?
양=그게 오히려 나도 기분 좋더라. 순위하고 상관없이 그렇게 나오면 기분이 안좋겠지만 1등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기분 좋더라고. 

김=그나저나 세월 정말 많이 흘렀죠?
양=니 그때 한참 까불락거렸다 아이가.
김=형님은 야구 유니폼만 입었다 뿌이지 그게 어디 선숩니까? 깡패지.
양=내 스타일이 그래. 난 어쩔 수 없어. 알잖아? 껄렁껄렁거리는거. 그래서 내가 야구장에서 껌을 안씹잖아. 씹어뿌면 완전 가뿌는 거야. 나는 껌 안씹었는데 사람들은 씹었다 카는 기라. 껄렁껄렁하니까. 그래서 절대 안씹어.
김=그래도 어쩌겠어요. 씹는것처럼 보여요. 하하. 야구장에서 만세는 형님이 젤 많이 안 불렀겠습니까.
양=만세야 수도 없이 불렀지. 삼일절 되면 만세 삼창하고

김=은퇴경기 때 어땠어요? 김광현 선수나 송은범 선수가 마운드에서 모자벗고 인사드릴때...
양=고맙더라고. 예를 갖추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나 역시 못 쳤지만 최선을 다한거고. 팬들도 좋아해주시고. 그래도 진짜 치고 싶었는데 타이밍 놓쳐서 못쳤어. 광현이 공 진짜 좋았어. 그런데 내만 못친게 아니잖아. 우리 그날 안타 한개 나왔어. 내가 삼진 세개 보태줘서 광현이가 탈삼진했잖아.
김=은퇴식할 때 어땠어요?
양=은퇴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고민 많이 해왔거든. 내가 팀에 한마디로 부담을 주면 유니폼 벗겠다고 마음 먹었어. 근데 올해 그 시기가 오는 것 같아서 한달 이상 고민했지. 그 과정에서 심적으로 삼십몇년동안 한 야구를 놔야되니 고민이 많았을 거 아냐. 막상 결정하고 나서 팬들이 텐트까지 쳐가면서 반대하니까 덜 외롭더라고. 축제같이 꾸며주니까 덜 외롭고 기분도 좋았고 너무 고맙고 그렇지.
김=그래도 무지 허전했을 것 같은데요
양=그럴 줄 알았는데 덜하더라고. 편안해.
김=앞으로도 계속 야구에 관련된 일을 하실거 아닙니까. 유소년도 그렇고. 


야구선수 강준혁. /경향신문 권호욱 기자


양=선수 관두면서 해야될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 서서히 해야지.
김=구체적으로 무슨일 해보고 싶어요.
양=축구는 인프라가 많이 돼 있는데 야구는 그런게 없어. 유소년 야구가 중요한데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나름 움직이고 있긴 한데 잘 되겠지 뭐. 우선 시작한다면 대구에서 먼저 해야지. 다른 데도 알아보고 있긴 하고. 선수출신이 그런 일을 해야되지 않을까 싶어.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야하는데.
김=그렇죠. 옆에서 계속 도와주셔야죠. 그런데 인생 끝까지 도와줄 분이 한분 계셔야할텐데.
양= 니 또 그 얘기하나

김=저도 어디가서 마음놓고 빨리 결혼하이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형님밖에 없습니더. 저는 이제 서른 일곱입니더. 어쨌든 아이들이 야구하면서 마음껏 뛸 수 있는 그런 인프라와 발판을 만들고 싶다는 거네요.

양=그렇지. 단순하게 생각하면 박찬호 이승엽 이런 야구 꿈나무들도 키우겠지만 내 관심은 야구를 통한 인성교육이다. 양준혁 야구교실을 나온 애들을 사회의 리더로 키우고 싶다는 거지.
우리 때는 야구하면 공부랑은 담쌓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는 공부하면서 야구하고, 중고등학생도 취미로 야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애들이 공부에 치이가 시간이 안나는데 주말에라도 좀 뛰게 해 주야지. 야구를 하면 그 안에 협동정신, 예절, 팀워크 이런게 다 있기 때문에 애들한테 가르칠게 정말 많다니까.
공부만 해라 이렇게 해가꼬는 교육이 안된다 이거라. 공부만 해가지고 약해빠진 애들을 어떻게 할거야. 스포츠를 통해 정신도 육체도 건강하고 맑은 애들로 키워줘야지. 내가 야구를 해서가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 


 김=형님은 진짜 애만 있으면 딱인데. 전적으로 동감해요. 동네에서 야구라도 할라카면 유리창 깨서 야단맞고. 우리 어릴때랑 달라진게 없어요. 아니, 지금은 동네 나와서 야구하는 애들이 없구나. 학교 운동장도 없고.

양=맞아. 없어. 예전엔 학교 운동장이 컸는데 지금은 다 뚝뚝 잘라놨어. 백미터 달리기 할데도 없어. 정말 잘못됐다니까. 애들은 인터넷만하지. 숨바꼭질, 구슬치기 하는 애들이 없다 아이가. 어른들이 그렇게 만든거긴 하지만서도.
김=형님이 애들을 이렇게 생각하시는줄 몰랐네. 어디 인터뷰하시는거 보니까 애들 많이 낳고 싶다고 하던데.
양=내 그런 말 한적 없다. 결혼이든 아든 자꾸 그런거 물어보면 난 딱 잘라뿐다. 노코멘트 이러면서.
김=우째 영어도 그렇게 사투리로 하노.. 그런데 준비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어요
양=내가 시랑 관공서 이런데 찾아갔는데 니 가오세울라카나 이러면서 뭐 말도 안되는 소리 하더라고. 인식이 안돼있어. 공무원들 이런 사람들이. 마이 부딪혔지.
김=요즘은 야구도 컴퓨터로 게임하는 애들이 많은데. 그런데 그건 애들 잘못 아니잖아요. 어른 잘못이지.
양=그렇지. 자꾸 방에서 공부하고 게임만 하면 생각이 음지화돼. 몸도 안건강해지고. 그러면 나중에 커서 뭐할라꼬. 스포츠 잘하는 애들이 공부도 잘하거든. 정신력이 맑기 때문에.




김=맞아요. 야구는 진짜 머리 많이 써야지. 게다가 형님처럼 장화신고 물도 빼내야 하잖아. 어떻게 보면 팬서비스차원에서 웃자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씁쓸하고 슬프더라고요. 그게 현실이잖아요. 아직도 덕아웃에 쥐 나오죠?
양=얼마전에는 락카 천장에서 고양이가 뛰어내려오더라카이. 천장 무너지는 줄 알았다 아이가.
김=시간이 그렇게 지나도 변함이 없네요. 대궐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선수에 대한 예의이자 관중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외국선수들이 와서 보믄 뭐라하겠노.
양=못 내놓지. 부끄러워서.
김=프로야구 구장의 열악한 상황이.. 진짜 말이 안된다 아입니꺼. 언제까지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이만큼 성공했다.. 이런거로 자꾸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양=우리가 맨날 돔구장 있어야 한다고 울부짖어봐야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 것 같다.

김=양신기배 야구대회 이런거나 하나 만드시죠.
양=제동이 니가 힘이 좀 되어주면
김=그땐 제가 장내 아나운서로 내려가겠습니다. 아이다. 제가 투수로 들어갈테니 공 좋은거 하나 드리겠습니다.
양=내 보기에 니 투수는 쫌 아인거 같다. 근데 장비 하나는 죽이더라. 승엽이꺼 써서 그러나.
김=장비는 죽이지요. 형님 장비나 좀 주이소
양=니한테 맞는게 어디있노
김=쪼라서 쓰면 되지요
양=내 유니폼도 다 반납해서 없다. 요즘은 공 주서주고 배팅 봐주고 그란다.
김=완전 군대 말년이네
양=글타. 요새 그기 내 할일이다. 직인다.
김=후배들도 이제 기어오르고 하지예.
양=안글튼데. 우리 애들 착하다. 니같은 후배 있으면 형님 이카고 영감쟁이 캐쌌고 할텐데 우리 애들은 착해갖고 그카지는 않더라.
김=바로 밑에 후배가 누굽니까
양=진갑용이. 갑용이가 바로 내 밑에다. 내가 나가줌으로 해서 우리 팀 연령이 확 떨어져뿌따. 내가 일조한게 많다니까.

김=은퇴 전 경기땐가. 9회 2사 만루때 형님 삼진먹었잖아요. 형님 삼진당하고 들어가는데도 관중들이 기립박수 치던데요. 그거 진짜 짠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느낌이 형님의 은퇴는 한 야구선수의 은퇴라기보다는 한시대가 간다는 느낌이대요.
양=그럴수 있겠지. 내가 그 자리를 십수년간 있어왔으니까. 항상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다보니까 팬들한테는 허전할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느낌 드는 사람 많다대.


김=형님, 근데 공개적으로 한효주씨 팬이라했는데 한효주씨 만난적 있죠

양=안 만났다니까. 그냥 <동이>를 열심히 보고 있는거지. <동이>에 숙종이 깨방정으로 많이 나오니까 나도 어떻게 깨준혁이라고 이름 지어 트위터에 올렸지.
김=와따. 형님이 어떻게 <동이>랑 연결시켜 볼라고 지은 거네요.
양=내 한효주씨 사인도 받았다. 누가 받아주더라. 내 이름 써갖고. 그거 받아보니 팬들이 이런 기분으로 사인을 받는구나 하는걸 또 한번 느꼈지. 막 날라갈 것 같과 힘이솟고 그카더라. 그날 하루는 진짜 해피하더라.
김=으하하. 그래갖고 그거 들고 시합하셨습니까.
양=그거 집에 액자해서 만들어놨지. 한번씩 우울하면 그거 보고. 그러면 기분이 업이 되지.
드라마에서 <동이> 아들 있잖아. 왕자. 그 아들 보면서 나 어렸을 때 같다는 생각이 들드마. 그래서 내가 트위터에다 그 아들이 내 어렸을 때 모습이랑 닮았다 캤더니 바로 반응 싸늘하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라는 글이 열개나 올라오더라고. 그래서 급 사과했지. 바로 꼬랑지 내리고.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카고.. 
김=그럼 지진희씨 보면 어떤 느낌 듭니까.
양=내가 깨방정 된 것 같지. 저자리에 내가 있어햐 하는데. 내스스로 사람드한테 깨방정, 깨준혁 그칸다.
김=우하하. 아들한테까지 감정이입 되기 시작한거 보면 중증인데요. 형님, 근데 한효주씨 몇살인지는 압니까?
양=24살. 근데 뭔상관이고. 내 혼자 좋아하는데. 팬으로 좋아하는데 그게 뭐 어때서. 니도 내랑 비슷한 처질낀데 내 기분 모르나?


2010년 9월 19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삼성-SK 경기 5회말이 끝나고 열린 양준혁 은퇴식에서 
SK 김성근 감독이 양준혁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맞아요. 혼자서 팬으로 좋아하는데. 압니다. 야구얘기 하입시더. 은퇴한다고 하고나서 그다음엔 한순간 한순간이 무지하게 아쉽고 힘들지 않아요?
양=나도 막 더 아쉽고 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희한하게 아무렇지도 않더라.
김=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이인데 더이상 만날 수 없으니까 일부러 정떼려고 모진척하는 것 같아요.
양= 맞다 그런것같다.
김=남녀관계에서도 정떼듯이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경험 있으시잖아요.
양=나름대로 인생을 반 이상 살았다고 봐야하는데 있다고 봐야지. 없다면 거짓말이지. 니는 없나
김=고마 야구얘기 하자니까요. 전에 무릎팍도사 나갔던것도 화제가 마이 됐지요.

김=요것만큼은 꼭 하고 싶다 이런게 있나요
양=아까도 애기했지만 지도자로서 이런 선수 키우겠다, 세계적인 스타 만들겠다, 물론 키우다 그런 선수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내 꿈은 아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리더로, 인성이 갖춰진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앞으로 내가 총대메면 선후배들도 많이 돕고 같이 뜻을 하는 사람도 생기겠지.

김=형님이 생각하는 야구는요
양=어렵긴한데 내한테는 애인같기도 하고 부모같기도 하고 정떼기도 힘들고. 삼성라이온즈 품에서 그만둬서 행복하고... 말로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무한한 기쁨을 주는 존재이고.

김=형님 은퇴할 때 형님 아버님도 많이 화제가 됐어요.
양=그래. 삼촌도 야구하고 이래서 우리 아버지가 50년 이상을 야구 뒷바라지만 했다 아이가. 그래서 공이 사회인 야구 투수해도 된다. 우리아버지는 자신의 은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더라. 내 은퇴가 아버지한테도 의미가 커서 많이 우셨지.
김=그렇죠. 은퇴도 은퇸데다 남들은 그 은퇴식에 아들 데꼬 들어갈텐데 자취생 비슷하이 혼자 들어가니
양=와. 그 모습도 괜찮잖아. 나이든 아버지랑 같이 하는 것도. 꼭 얼라만 데꼬 드가야되나
김=형님 생각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래도 아버님 생각 하시라고요. 어쨌든 저는 아버지가 안계시니까 그런 모습 보면서 참 좋습니다.
양=그래. 맨날 마누라 나오는 것보다 아버지 나오는 것도 좋다 아이가.
김=어떻게든 빠져 나올라꼬. 형님 아버지 포스는 김성근 감독님 같아요. 반응이 거의 없으시잖아.
양=그렇지 도사지. 팬들도 마찬가지고. 선수보다 팬들이 더 많이 알아. 우리가 대충 행동하면. 그래서 정말 정성껏 해야돼. 나도 후배들한테 잔소리 마이 하는데 본인이 느껴야지. 10대0 20대0의 상황이라도 마지막까지 전력질주하며 최선을 다해야지 대충해서는 안돼.
김=그래요. 형님 마지막까지 1루로 전력질주 하시대요

양=그게 내가 선수생활 내내 지키려 했어. 마지막까지 공하나까지 최선 다한다고. 그게 프로지. 2루 땅볼 날아간다고 대충 뛰도 않고 돌아들어오면 안돼. 그건 인정안해., 프로 아니야.
난 어릴 때부터도 그것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습관이 몸에 뱄어. 만에 하나라고 모르는거야. 만분의 1이라고하지만 그 1이 일어나면 그게 만이야. 안타를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력으로 뛰면 수비수들은 당황하게 돼있어. 송구에러가 나거든.
안타 아니더라도 그렇게 안타를 만드는 것. 그게 진정한 프로지.
메이저리거들은 진짜 열심히 뛰어. 전에 한번 그 선수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야구는 신이기 때문이라 하대. 신들이 와서 보고 있는데 대충한다는 것은 그 신들을 모독하는거라고. 한구한구를 다 신성시하고 전력으로 살아야 한다는 거지.

김=감동적이네요. 저도 그래서 야구하면 최선을 다합니다. 제가 포지션이 유격수거든요.
양=니가 유격수한다는 건 쫌...
김=뭔소립니까. 제가 야구왕 김격숩니다.
양=야구든 뭐든 전력으로 해야돼. 본인이 갈구해야 뭐든 일어나는거야. 안타 1개 만들려고 수천 수만번 스윙했거든.


양준혁이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형님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힘든때도 있었지만 가장 잊지 못한 좋은 기억도 있었지요
양=2002년 삼성이 우승했을 때지. 내가 삼성 돌아와서 바로 그해 우승했잖아. 삼성이 그전에 결승에 여덟번 올라왔어도 우승은 그때가 처음이었지.
그전에 내가 어떤 소리 들었냐면 우승을 시키지 못한 4번타자라고. 잔인한 이야기였지. 우승하니 모든게 정리되대. 내가 초중고대 야구하면서도 한번도 우승 못했었거든. 그때가 처음 우승이었다. 살면서 최고로 기뻤던.
그런 날이 또 올까 싶더라. 희한하대 두번째, 세번째 우승할 땐 그 감정은 아니더라고.

김=제가 이벤트 팀에 있으면서 장내 아나운서였잖아요. 그때가. 잊을 수 없죠. 해영이 형 다음 타자가 형님 아입니까.
양=글치. 그때 승엽이가 홈런을 쳤어. 그리고 내가 한번 끝내 볼라고 긴장 입빠이 하고 있었다 아이가. 1사. 칠만하더라고. 승엽이한테 맞고 투수도 내려갔고. 그래서 내가 마무리를 멋지게 해주겠다꼬 재고 있는데 내앞에 해영이가 또 넘가뿌대.
김=진짜 기억납니다. 형님 모자 거꾸로 디비 쓰고 진짜 마이 울었습니다.
양=마이 울었지.
김=그때 승엽이가 3점홈런 친 방망이가 제 집에 있어요. 지금 한 6천만원 한다카대예.
양=니 땡잡았네
김=승엽이가 돌려달라하는데 안줄라꼬요.

양=그때 내 감이 괜찮았거든. 10타수 5안타치고. 승엽이가 21타수 1안타하다가 그거 한방으로 떴고.
김=그때 대구구장 난리였어요. 다 울었지. 삼성팬들은 한이 많았다니까. 소주 글라스로 부어가지고 마시고 울고.
양=꿈인가 생신가 싶더라. 내 진짜로 얼굴을 꼬집었다.
김=알라처럼 팔딱팔딱 뛰었지예. 형님 근데 야구하면서 혼자 울었을 때도 있을 거 아입니까.
양=슬럼프 오면 사람 미치는거지. 죽어도 안되거든. 차타고 가다가도 울컥울컥한다니까. 미치제. 힘들어가고.
김=우예 극복하십니까.
양=많이 겪다보니까 페이스를 더 떨어뜨려. 바닥을 쳐야 올라오거든. 슬럼프왔을 때 허우적거리는데 그럼 더 힘들어. 밑으로 내려가 바닥을 치면 올라오게 돼 있어. 2002년도가 그랬어. 그때 내가 3할을 못쳤어. 그래도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하니까 뛰어다니고 공 주우러 다니고 그러면서 으쌰으쌰 했지. 내가 처음 삼성 다시 올 때 98프로가 다 반대했어. 선수협 이런거도 있었잖아. 그런데 내가 와서 솔선수범하고 하니까 구단 사람들이 다 바뀌더라고. 팬들은 다 찬성했는데 선수협 이런거 때문에 골치덩이였잖아.



김=형님 뛰는게 사실 민첩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알고 있죠. 머리부터 들어가잖아요. 머리나 좀 작습니까.
양=알고 있지. 내 폼이 목도리 도마뱀이라 하대. 그래도 20-20 네번 했어.
김=그렇게 뛰면서 도루도 쉽지 않은데. 홈런타자가 그렇게 빠르기도 쉽지 않잖아요.
양=200도루는 하고 싶었는데 결국 193개밖에 못했어.
김=왜 하고 싶다고 이야기안했어요
양=하믄 견제 들어오잖아.
김=하하하. 형님 뛸 때 이래 뛰잖아요. 막 휘저으면서
양=내가 봐도 폼은 안나더라.
김=허물도 벗으면서 뛰죠. 헬멧벗고. 선수들 진짜 웃기게 뛰는 사람 많지. 형님은 뚜드리고 돌아댕기지 승엽이 땅파고 손 들어제끼지 동주는 얼굴 떨지. 정태형같은 사람 공치기 전에 그 독특한 타이밍 잡는 동작 하지 말라하면 야구가 되겠냐고. 한수형도 기마자세에 팽이 돌리지. 형님은 만세 말고 방망이 한손으로 돌리고. 폼만 보면 조폭나오는 거 같잖아.
양=우리 때만 해도 홈런 치면 세레모니 못하게 했어. 그런데 보여줘야지. 팬이 좋아하고 야구선수도 엔터적인게 있어야해. 홍성흔이처럼 보여줘야지.
김=형님은 그거 안해도 자세 자체가 엔터적이에요.
양=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있긴한데 나는 후배들한테 막 하라고 해. 도루하고 나서도 세레모니 못하게 하잖아. 메이저리그는 하는데 여긴 대한민국이잖아. 다들 선후배고 그래서 분위기가 딱딱한것도 있지. 옛날에 그라고 나면 다음엔 저놈나오면 맞춰뿌라 했다고. 빈볼 던져서.
분위기 살벌했지.

양=니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웃기더라고. 장내아나운서 할때 제동이 나오면 그때 올 스톱이야. 그거 쳐다보느라 정신없이 재미있었지.
김=그때 완전히 꼬마땐데 형님같은 선수들 신이었죠. 롯데선수들도 사투리가 비슷하니까 좋아했어요. 감독님 중에 웃다 뒤로 넘어간 분도 계시고 기억나요. 주형광선수는 그 꼬맹이때 내 사인도 받아갔다니까요. 전 그때가 참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떠들고 웃다가 저녁에 술먹고. 아이고 선수들한테 다가갈 엄두도 못냈죠. 어디 감히. 형님은 그때 하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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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