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운영되는 테마파크 형식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기존 실외에 공개된 디즈니랜드와 달리 시설 대부분이 마치 할리우드 촬영장처럼, 거대한 상자처럼 생긴 건물 내부에 숨겨져 있다. 영화 촬영 세트를 그대로 활용하여 영화의 한 장면에 관객이 배우처럼 주요 스토리텔링을 체험하게 테마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심슨가족>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심슨관’에는 놀이기구와 유사한 기구에 아이맥스 화면을 느끼며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되어 있다. 실제 롤러코스터를 촬영한 가상현실 화면은 대개 스릴과 속도감을 통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하는 데 비해, 심슨가족이 타는 롤러코스터는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동작을 재현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극심한 원심력에 허공으로 몸이 튕겨 나가고, 주위 건물 사이를 관통해서 날아 다른 편에 있는 롤러코스터에 안착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물에 풍덩 빠졌다가 다시 허공으로 솟는 등 관객의 몸이 구현될 수 있는 한계상황을 초월과 왜곡으로 느끼게 한다. 가상현실에서는 실제 영상보다 애니메이션이 구현해 낼 수 있는 환상적 느낌이 더 과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험이다. 결국 가상현실은 실제 경험을 재현하는 것보다 더 극한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도록 전달되어야 공감도가 높아진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본능적 한계가 빨리 전달되어 장시간 보게 되면 개인에 따라 구토와 어지러움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제작되고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는 ‘HMD(Head Mounted Display)’라는 영상구현장치를 머리에 쓰고 감상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무게감과 화장과 땀이 묻어나는 등의 불편함이 실재한다. 영상기술과 HMD의 혁신이 계속되면 가상현실을 지금보다 더 편하게, 선명한 화질로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가상현실이 주는 신기함은 첫 경험의 놀람으로 그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재사용률과 재방문율, 콘텐츠에 중독되는 형태가 여전히 성인용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에는 하숙집 주인 아저씨가 어느 사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한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시티폰(city-phone)’이라는 통신기기 프로젝트였다. 1990년대 일명 ‘삐삐’로 불리던 ‘페이저(pager)’라는 전화번호 무선호출기는 유럽과 미국에서의 주사용층인 의사와 비즈니스맨 중심의 소비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에서는 10대 청소년들과 젊은층의 통신문화로 특화된다. 그러한 문화는 다양하게 페이저를 소비하는 새로운 행태와 연계되어 공중전화 부스마다 호출 전화번호로 연락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이 발신 전용 휴대전화인 ‘시티폰’이었다. 시티폰은 시티폰2까지 진화하며 프로젝트로서의 가능성을 여론화했는데, 직후 등장한 PCS폰에 의해 순식간에 잊힌 기술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혁신기술이라며 등장하지만 전혀 다른 패러다임에 밀려 사장되는 기술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첨예한 기술 진화의 경쟁 결과이다. 한동안 유명 배우들이 TV 광고에서 안경 쓰고 보던 입체TV가 ‘4K’ ‘8K UHD’ 등 초고화질 TV에 묻혀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워진 현실도 그러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는 실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융합현실(MR) 콘텐츠가 체험형 게임으로 제작되고, 웹툰·영화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특화되어 특정 플랫폼으로 유통된다. 그러나 여전히 얼리어댑터와 마니아 중심의 콘텐츠라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화질 영상 구현과 더 가볍고 간편한 HMD, 맞춤형 스토리텔링 개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형 실내 테마파크 등이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집객용 콘텐츠 플랫폼 형태인 ‘LBVR(Local Based VR)’의 사업 모형이 플랫폼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는데 쇼핑몰과 백화점 등에서는 이러한 모델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기술혁신의 방향이 가상현실을 관통해 진화할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영상기술의 패러다임이 혁신의 차원을 흔들어 차세대 지능형 콘텐츠와 결합할 것인지 주목된다. 아무리 놀랍고 흥미로운 영상기술이라도 ‘이야기’를 놓치면 소비자가 다시 찾지 않는다는 콘텐츠의 진리를 기억해야 할 때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 만화애니메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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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