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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결산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의 키워드’를 꼽는 일이 이번 연도처럼 무의미하게 느껴진 해도 드물다. 그 어떤 말을 떠올려도 2016년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묻혀서는 안 될 ‘올해의 키워드’를 발굴하고 강조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에서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올해 드라마계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연초 방송가를 집어삼킨 <태양의 후예> 신드롬부터 현재 방영 중인 <도깨비> 열풍까지, 2016년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로 시작해서 김은숙 작가로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그 못지않게 중요한 ‘낮은 목소리’들이 분명 존재했다.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박연선 작가의 <청춘시대>를 관통하는 ‘여성 연대의 서사’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성과다.

 

상반기 tvN에서 방영된 <디어 마이 프렌즈>는 평균 연령 60대 여성들의 생기 넘치는 인생 찬가를 그렸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70대 버전이라 불렸던 72세 동갑내기 희자(김혜자)와 정아(나문희)의 뜨거운 우정, 남편에게 배신당한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왔던 난희(고두심)와 ‘첩의 딸’이자 ‘불륜녀’라는 주홍글씨에 시달려왔던 영원(박원숙)의 애증관계, 딸 난희에게 상처를 준 영원을 보듬어주는 쌍분(김영옥)과 영원의 유사모녀관계 등 그동안 ‘할머니, 엄마, 아줌마’로 뭉뚱그려졌던 중노년 여성들의 개성적 표정과 다양한 유대의 드라마가 그 안에 있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디어 마이 프렌즈>가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억압당한 중노년 여성들의 오랜 아픔을 들여다본다면, <청춘시대>는 흔히 ‘청년 담론’에서조차 배제당한 20대 청년 여성들의 내밀한 상처를 어루만진다.       

 

예컨대 이 드라마를 주인공 중 한명인 예은(한승연)의 남자친구 고두영(지일주)의 시점으로 다시 쓴다면 학벌 중심 사회에서 소외당한 청년 세대의 전형적 비극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춘시대>는 그의 학력 콤플렉스 때문에 학대당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으며 데이트 폭력, 여성혐오 문화처럼 여성의 시점에서 시급한 청년 문제가 무엇인가를 환기시킨다.

 

또 다른 주인공 진명(한예리)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학자금 상환과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진명은 소위 ‘빈곤한 청년세대의 초상’이지만, 드라마는 여기에 남성이라면 겪지 않았을 직장 내 성폭력을 더하며 청년 문제를 여성의 시점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청년 여성들의 유일한 위로는 공적 서사가 주목하지 않는 상처를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는 연대의 목소리다. 극 중에서 예은이 극단적 절망에 빠진 진명을 위해 기도하는 장면은 그 절박한 목소리를 뚜렷하게 들려준다.

 

노희경 작가와 박연선 작가가 올해의 신작에서 공통적으로 여성 유대의 드라마에 주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상처 입은 비주류 인물들의 목소리에 늘 예민하게 반응해왔던 두 작가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긴급하게 치유해야 할 상처로 여성 이야기를 선택했다. 건국 이래 최대의 비리마저 ‘두 아줌마의 국정농단’으로 요약되는 여성혐오 시대에 더욱 소중하게 되새겨야 할 목소리들이다.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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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