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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 지금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은 그런 처지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이후 공영방송에서 민감한 현안과 탐사 보도는 실종된 지 오래다. 최근 금기가 풀리면서 첨예한 이슈에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불신의 벽은 높다.

 

지난 22일 MBC <PD수첩>은 ‘문화예술계 성추행 파문’편을 방송했다.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만 뜨겁던 이슈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으로 방송된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선정적인 편집, 기존 논의의 반복, 성문제 보도에 대한 안일한 감수성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그럼 그렇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16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최순실 게이트, 위기의 검찰’편은 조금 달랐다. 탄탄한 취재와 구성으로 ‘검찰을 수사의 주체에서 객체의 자리에 놓아야 한다’는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역시 “너나 잘하라” ‘죽은 권력 물어뜯기’라는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려웠다. 프로그램 자체가 함량 미달이든 그렇지 않든 공영방송은 이제 외부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

 

공영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들이 몰락한 폐허의 벌판에 독야청청 서 있는 것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다. 애초 <그알>은 주로 범죄·추리·미스터리 사건들을 세밀하게 극화해 풀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정통 시사라기보다 <경찰청 사람들>이나 <궁금한 이야기 Y>와 같은 연성 시사에 가까웠다. 가볍고 선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정통 시사의 공백기를 거치는 동안 <그알>은 온갖 사안에 대한 진실 추적의 짐을 떠안게 되었고,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현안을 다루며 시청자의 답답함을 풀어주었다.

 

그사이 <그알>의 기조가 크게 변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알>의 팀장을 지낸 장경수 PD는 <그알>의 흥행요소로 ‘미드 같은 재현’ ‘중년 탐정의 역할’ ‘공분과 변화’를 꼽았는데, 소재가 달라질 뿐 프로그램의 초점은 예나 지금이나 재미, 공분, 카타르시스에 있다.

 

그런 <그알>의 경쟁주자로 지난해 등장한 것이 JTBC <스포트라이트>다. 같은 방송사의 <뉴스룸>과 손석희가 쌓은 신뢰를 이어받아 최근 ‘추적! 최순실 게이트’ 시리즈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스포트라이트> 역시 성분과 기조는 <그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소재, 자극적 재연, 들뜬 어조의 내레이션, 선동과 카타르시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시사의 예능화’는 비단 <썰전>과 같은 프로그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살아남아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는 시사 프로그램들은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예능화해 있다. 예능화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그것만 있다는 것이다. <그알>이 하지 못하는 일, 즉 지금처럼 거대 이슈가 생겼을 때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현재의 정치·사회 권력을 감시하고 현안을 객관적으로 진단·검증해 사전에 새는 구멍을 막는 일, 그런 탐사보도를 뚝심있게 해나갈 시사 프로그램 역시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알>과 <뉴스룸>과 <스포트라이트>를 칭찬하고, 현장에서 공영방송 취재진에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무너진 공영방송과 언론의 자유를 되살리려는 노력에도 에너지를 조금만 나누었으면 좋겠다. 영화 <자백> <다이빙벨>은 TV로 보면 좋을 작품 아니었나.

 

이로사 | TV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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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