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장우혁을 안다. ‘10대들의 우상’으로 누구보다 화려한 소년기를 보냈고 여전히 카리스마적 존재로 남아 있는 남자. 그에게서 과거를 소환하는 일만큼 간편한 일이 없겠지만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그는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 이제 새로운 장우혁을 알아야 할 때다.







균형과 조화, 포지션을 아는 남자

솔직히 말하자면 기자는 ‘H.O.T.’의 팬은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 주위의 약 75%의 소녀들이 흰 비옷에 흰 풍선을 흔들며 ‘다섯 오빠’들의 이름을 외치는 동안 뱅글뱅글 돌아가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묵묵히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해두련다. 그를 인터뷰한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에서 부탁받은 사인지를 들고 인터뷰 장소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지인들의 이름과 사인지에 받고 싶은 멘트를 매치시키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촬영장에 도착해 그와 마주하는 순간 기자는 그 소녀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카메라 앞에 선 그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한 흡입력을 가진 남자였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타’는 그를 두고 하는 말인 듯했다. 1996년 열일곱의 나이에 H.O.T.로 가요계를 평정한 그는 그룹 해체 후 ‘JTL’로 두 번째 데뷔를 치렀으며 2005년 솔로로 돌아와 이제까지 다섯 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17년 가수 생활 동안 세 번의 데뷔는 그에게 균형과 조화 그리고 스스로의 포지션을 파악하는 영민함을 갖게 했다.


“H.O.T. 시절 팀에서 아웃사이더와 같은 역할이었어요. 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트도 적었고요. 본능적으로 저의 위치를 파악했죠. 팀의 일부로서 조화와 균형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던 것 같아요. 그 후 JTL과 솔로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보게 됐고요. 하나만 보게 되면 다른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게 되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그것을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죠.”


한창 활동할 때에도, 공백기를 가질 때에도, 그에게는 한 가지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음악이었다. 하지만 장우혁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투자 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냈다.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으려면 경제적인 힘이 필요했어요. 많은 연예인들이 당시 음식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그 방면으로는 전혀 수완이 없었고, 대신 혼자 알아보고 공부해서 이룰 수 있는 걸 찾았죠.”


그는 경제성과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 한 가지에 집중해 모든 의지를 발휘하는 스타일. 강남에 건물을 짓겠다는 목표를 세운 동시에 바짝 허리띠를 졸라맸다. 살던 집도 줄이고 영수증도 모았으며 가계부도 썼다. 그뿐 아니다. 건축 시공과 부동산, 나아가 경제와 환경까지 관련된 모든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최근 화제가 된 ‘장우혁의 3백억짜리 빌딩’은 단순히 ‘장우혁이 가진 재산은 얼마인가’ 하는 호기심이 아닌 ‘그는 어떤 남자인가’라는 존재의 증명으로 생각해야 옳다.


“사실 그런 화제성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썩 유쾌하지는 않아요. 다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건전하고 건강하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누군가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면 그건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 심장이 뛴다

현재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엔터테인먼트사를 운영하고 있다. 음반 프로듀서와 제작자,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알던 가수 장우혁의 새로운 면모인 동시에 ‘현직’에서 한 발짝 물러선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에요. 아직 초기 단계라 제가 전체적인 일들에 관여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하면 그땐 가수로서 창작에 관련된 일들을 할 계획이에요. 지금은 그 과정 중에 있고요. 요즘 저의 모든 관심은 일에 집중돼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심장이 뛰어요. 시간이 모자라요. 식사 준비하는 시간을 아끼려고 밥도 식판에 먹을 정도예요(웃음).”





쉴 땐 쉬되, 일할 때는 최대한 타이트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리스트업하고 순서를 정해 기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렇게 살면 스트레스 받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살아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단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다.


“어느 순간 저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부터인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굉장히 치밀해지고 완벽해지려 노력했어요. 춤도 타고난 게 아닌 오로지 연습과 노력의 결과였고요. 어떤 일을 제대로 하려면 꿈에 나올 정도로 집중해야 해요. 그게 습관이 돼서 다른 일들도 그렇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수와 사업, 개인적인 생활. 현재 본인을 이루고 있는 여러 부분을 흐트러짐 없이 컨트롤하기 위한 본인만의 매뉴얼이 있다. 그만의 방식이 연예인 혹은 스타라는 이름에 수반되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해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그 두 배가 넘는 나이가 되기까지 부침이 많은 연예계에서 휩쓸림 한 번 없이 자신을 지켜온 그다.


“겉모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회사도 번듯해야 하고 좋은 차, 좋은 옷을 입어야 하고, 또 그런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 모습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예인으로 살아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의외다. 중요한 건 지금 그가 끝이 아닌 시작점에 서 있다는 거다.


“H.O.T.라는 타이틀은 분명 저에게 의미가 큰 이름이지만 위험한 타이틀이기도 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1세대 아이돌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데 현재가 아닌 과거의 모습으로 보려는 시선들 때문에 자꾸만 벽에 부딪히거든요.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어요. 과거가 저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게 리얼은 아니에요.”





남자의 30대. 누군가에겐 절체절명의 순간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A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나면 B였을 수도 있다.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주관을 가지고 우직하게 본인이 선택한 길을 가면 언젠가는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고 장우혁은 자신 있게 말한다.


“저는 오래된 콘텐츠라 계속 재생되고 가공해서 다시 새롭게 나와야 해요. 지금 한창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대로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쌓아나가다 보면 앞으로 10년 후쯤엔 저에게 축적된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굳은 심지를 가지고 목표를 향해 그것을 지켜나가는 사람, 그것이 진정한 젠틀맨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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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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