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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타일의 곡을 만들어주세요!” 과거에 일부 음반 제작자들은 작곡가에게 자신의 소속 가수에게 줄 신곡을 의뢰하면서 아예 당시 팝 음악계에 유행하고 있는 곡을 들이댔다. 이 곡을 참조해 곡을 써달라는 주문이다. 같아서는 안되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작곡가들은 곤혹스럽지만 요구를 무시하기가 어렵다. 신인 작곡가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어떤 기존의 작품을 상정해놓고 곡을 새롭게 혹은 다르게 구성하는 것을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쪽에서는 대중가요의 진행에 일정한 틀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에 없던 것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고 항변한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는 논리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본뜨기는 베끼기와 다름없으므로 절대로 안된다고 못을 박는다.

대중음악은 늘 표절의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친숙한 것을 좋아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면 기성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한 발짝이 아닌 반 발짝만 앞서가라!”는 말은 가요계의 오랜 속설이다. 또한 어떤 음악가, 작곡가도 어릴 적부터 무수히 들어 뇌리에 저절로 입력된 곡들이 부지기수다.

곡을 쓰다가 조금만 실수해도 표절의 덫에 걸릴 수 있다. 심지어 남의 저작권을 침해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유사하면 표절 판정을 받기도 한다.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이 만든 노래 ‘마이 스위트 로드’가 이 우연적 표절 혹은 잠재적 표절에 해당된 대표적 사례다. 그만큼 서구 음악계는 표절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사실상 도둑질이라는 것이다.

표절 시비에 휘말린 가수 지드래곤(왼쪽)과 씨엔블루 (출처: 경향DB)


하지만 음악의 창의성이 뿌리내린 나라라는 미국에서도 저작권 침해와 표절 사건은 줄어들지 않는다. 존 레넌, 레드 제플린, 마이클 잭슨 등 상당수 슈퍼스타들이 여기에 걸려들었다. 근래 우리도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박진영의 ‘섬데이’, 비의 2012년 신곡 ‘부산여자’ 그리고 지난해에는 힙합 뮤지션 프라이머리가 표절 의혹과 논란으로 고초를 겪었다. 앞으로도 표절 논란이 감퇴할 것 같지는 않다.

유행하고 있는 음악의 스타일이 그게 그것인 장르 획일화는 창의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작곡가를 표절의 늪으로 유혹할 수 있다. 일례로 소위 후크송 패턴에 길들여진 아이돌 댄스음악만이 존재한다면 작곡가들은 시류에 맞춰 그런 곡들만 써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의도치 않게 서로서로 유사한 곡들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써달라는 물량이 많아 창작력의 고갈을 느끼는 인기 작곡가의 경우 이 과정에서 때로 ‘의도’를 갖고 남의 것을 들여다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래서 하나 둘의 장르가 독점하는 판이 나쁘다는 것이다.

표절 문제가 자주 불거지면 우리에게 좋을 리 없다. 가뜩이나 우리 대중가요가 K팝이라는 타이틀 아래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는 시점에서 베끼기 사례들이 돌출하면 한국 대중음악의 브랜드 이미지는 타격을 받게 된다. 지금은 화려한 댄스에 박수를 치지만 행여 그 노래가 남의 것을 훔쳐 가공한 것이라면 어떤 외국 음악팬이 K팝을 듣겠는가. 가뜩이나 위기의 징후가 없지 않은 K팝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표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단속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작곡가와 제작자는 양심으로 창작에 임해야 한다. 사실 이 방법밖에 없다. 표절은 상대방의 이의제기가 있어야 성립되는 친고죄로 제3자나 공적 기관이 끼어들 법적 근거가 없다. 베테랑 작곡가 이정선은 말한다. “한창 때, 힘들여 써놓은 곡들을 가끔 주변인에게 들려주면 어떤 곡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었다. 솔직히 내 생각은 어딜 봐도 비슷한 구석이 없는 나만의 창작이라고 확신했는데, 그래도 그런 말을 조금이라도 들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악보를 찢어버렸다.” 작곡의 길이 고통임을 알지만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나만의 것을 찾는 자세가 요구된다. 순수와 양심이 K팝을 살린다.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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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