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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빌보드 차트 정상 문턱에 다다른 곡 ‘스테이 위드 미’로 급부상한 영국의 신인 가수 샘 스미스는 이 노래를 수록한 데뷔 앨범의 머리곡으로 ‘머니 온 마이 마인드’를 배치했다. ‘내 머릿속에 돈’이란 제목을 내걸었는데 그가 외치는 바는 ‘내 머릿속에 든 것은 돈이 아니고 난 엄연히 사랑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 난 압박을 느꼈어/ 난 숫자를 보고 싶지 않고 천국을 보고 싶어/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곡을 써줄 수 있느냐고 묻지만/ 죄송하게도 행복하게 곡을 그렇게 만들 처지는 아니야….’

사람을 위해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을 위해 혹은 업계를 위해 곡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애처로운 호소로 들린다. 물론 그의 선택은 사랑이란 이름의 예술이다.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이런 내용의 노래를 부르게 됐는지 그 연유는 알 길이 없지만 우리든 외국이든 최근 단단히 돈에 눌리고 있는 음악계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근래 음악계는 돈 때문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고 돈 때문에 역설적으로 게토화되고 있다.

19세기의 클래식 음악과 이후 등장한 대중음악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온 원리는 음악의 순수성, 진실, 정직과 같은 것들이었다. 진정한 작품은 시간과 돈에서 벗어나 음악에 영원한 형식을 부여한다는 고상한 믿음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음악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혼을 불사르며 예술의 금자탑을 쌓았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 하나로 충분하다. 하지만 음악도 상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대중들의 최종 소비라는 산업경제의 틀 아래 있다. 이것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음반을 만들고 유통 계약을 하고 마케팅 계획을 짜는 모든 길목마다 자본이 으르렁거린다.

흔히 한 뮤지션이 주류가 됐다는 말은 대중과의 친화 단계를 가리키는 동시에 돈이 없어 궁상을 떠는 불우 시대를 마감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류 음악계는 온통 고(高)비용이기에 여간해서는 실패한 앨범과 활동의 가수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거대 기획사에서 배출한 아이돌 그룹이라도 대중적 반응이 저조하면, 다시 말해 들인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갈수록 이 자본은 막강하고 잔인해져 유일한 버팀목인 아티스트 정신을 분쇄해버린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자본에 투항해 백기를 든 음악가, 즉 돈 때문에 음악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다보니 진짜 음악을 하겠다는 사람들마저도 주변인들로부터 ‘속으로는 돈 생각 하면서…’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거나 허세를 질타당한다. 샘 스미스가 여기에 분노했을 것이다. 자기만은 산업(돈)과 예술(사랑)이 대치하는 현실에서 돈에 굴복하지 않겠다면서.

인디밴드 '크라잉넛' (출처 : 경향DB)


자본의 가공할 침투력은 심지어 독립을 뜻하는 인디 음악계에도 파고들었다. ‘네 스스로 하라’는 인디의 슬로건 ‘DIY’는 자본으로 둘러싸인 기성 질서에 타협하지 않음을 천명하는 것이다. 독립은 말할 것도 없이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의미한다. 하지만 근래는 대다수 인디 음반사들이 음원과 음반 유통의 경우 대자본의 회사와 연계하고 있다. 자본과 상업적 주류 시스템을 배격한다는 캐치프레이즈의 인디가 자본과 손잡는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선 인디의 개념을 아티스트 정신으로 풀지, 마케팅 방식이나 주류로의 부상을 문제 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태도지, 방법론과 성공 여부는 아닌 것이다. 인디 출신으로 스타가 된 밴드 크라잉넛은 주류가 됐다는 외부 비판공세에 대해 “인디는 무조건 배고파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격했다. 돈과 음악의 키가 비슷해야지 지금처럼 돈으로 너무 기울면 음악은 사망이다. 손익그래프에 집착하면 유행의 대세에만 눈이 간다. 그러니까 지겨운 아이돌 그룹과 허접한 예능을 토해내는 것이다. 너무 심하고 빠르게 ‘기업 음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를 쉬게 해주는 음악예술마저 기업국가, 기업사회에 종속되어야 하겠는가. 돈 없으면 음악도 못하는 세상이다.


임진모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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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