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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누구를 위한 표현일까. 연인을 위한 노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노래들이 부지기수지만 무엇보다 음악은 작자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대중을 위한 노래에 앞서 자신을 드러내는 예술작업이다. 음악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내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더 솔직한 ‘나’를 전달할 수 있을까 궁리 중”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 상황, 내 현실, 내 취향 그리고 내 사고를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아름답게 빚어내기 위해 악보와 씨름하고 악기 연주를 연마하고 노래를 반복해 부르는 게 음악작업이다. 음악은 분명 1인칭 작업이다. 상대와 제3자를 위한 게 아니다. 상대와 제3자도 결국은 나와 ‘깊이’ 관련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대중음악을 먹여살린다는 사랑과 이별 주제의 노래도 결국은 표현 주체의 고백, 독백, 방백이다. 한때 금지된 최희준의 오래된 명곡 ‘종점’ 한 곡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를 사랑할 땐 한없이 즐거웠고/ 버림을 받았을 땐 끝없이 서러웠다/… 싸늘하게 싸늘하게 식어만 가는/ 아아 내 청춘 꺼져가네’

어쩌면 굳이 얘기할 것도 없는 이 당연하고 단순한 사실을 들먹이는 이유는 자기표현이 점점 갈수록 어려워지는 참담하고 무기력한 상황이 심화되는 현실 때문이다. 자기표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말할 것도 없이 자본 혹은 자본을 향한 탐욕이다. 대중음악의 역사는 한마디로 가공할 만한 자본의 지배력에 맞선 아티스트 저항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예술만은, 음악만은 돈이 판쳐서는 안되기에….’

하지만 온통 돈을 위한 음악, 돈에 의한 음악, 돈의 음악이다. 음악예술보다 음악산업이란 말이 더 리얼하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예술과 산업이 동행해야 하지만 실은 산업에 무게가 쏠려 있다. 예술은 그저 산업을 위한 포장, 치장, 수단에 불과하다. 아이돌 가수와 걸그룹이 주도하는 글로벌 K팝의 진정한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래든 춤이든 가수의 자기표현이 아니라 기획사의 자본 획득을 향한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열린 'K-POP 패션쇼'를 관람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K팝의 화려한 댄스는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10대 청소년들을 사로잡고 있는 최고의 미디어 상품임이 명백하지만 응당 따라야 할 예술이란 평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춤의 동작을 보면 오로지 튀도록 구성해서 키드들을 현혹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자연스러운 음악적 발로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너무 작위적인 나머지 곡과 어울리지 않아 불편할 때도 있다.

각국의 젊은 세대한테 막강한 흡수력을 발휘할지는 몰라도 세대적, 예술적, 사회적 영향력은 미지수다. 유튜브 조회수 23억회를 돌파한 경이적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훌륭한 댄스곡이지만 영상콘텐츠 제작사 워치모조닷컴이 선정한 열 곡의 ‘즐겁지만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guilty pleasure) 노래’에 들었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K팝의 이미지가 시선을 빨아들이고 재미있긴 하지만 그다지 가슴에 남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확대해석할 수 있다.

막 나온 시사주간지 타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가수는 카니예 웨스트, 팀 맥글로, 테일러 스위프트, 뷰욕 등 네 사람이 선정되었다. 공통점은 빼어난 예술적 성과와 더불어 모두 남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아티스트라는 데 있다. 사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전위적인 가수 뷰욕은 인기차트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유고 출신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그가 아무리 최신식 테크놀로지, 패션, 이미지 혹은 사운드를 내걸어도 시류를 따른다고 볼 수 없는 것은 항상 그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세계를 전달하기 때문”이라며 “뷰욕은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될 용기를 가르쳐 준다”는 찬사를 보냈다.

솔직한 자기 고백과 몸부림이 사람들의 공감을 산다.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수준의 자기표현이야말로 다수 대중에게 다가가는 ‘보편성’의 원천인 것이다. K팝이 그러기 위해선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수의 자기표현을 위해 기획적 사고를 뒤로 물리는 예술 우대의 태도가 요구된다. 자본에 민감한 기획사가 주체가 되면 예술적 영향력은 끝이다.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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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