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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는 생각보다 키가 컸다. 화면에서 만나온 그의 올망졸망한 얼굴과 가녀린 어깨만 보고 떠올렸던 상상은 그 앞에 서자마자 여지없이 깨졌다. 
170㎝쯤 돼 보이는 그는 킬 힐을 신은 발을 슬쩍 들어 보이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첫마디가 그래요. 그런데 오늘은 이것 때문에 좀 더 커보이긴 하죠”라며 슬쩍 웃는다. 

그의 얼굴은 화려한 서구형 미인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세상사 모르는 듯 티없이 맑은 표정,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선한 눈망울. 그 눈매엔 삶을 일찍 알아버린 듯한 성숙함과 배려가 배어 있다. 
올해 고작 스물셋이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훨씬 성숙하고 무게 있는 역할로 대중앞에 나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사진 강윤중 기자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동이>에서도 그는 10대부터 40대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냈다. 
9개월간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드라마가 끝난 뒤 지독한 독감에 걸려 인터뷰 내내 코맹맹이 소리를 내야 했지만, 그의 말투와 표정에서는 20대 초반이 갖는 발랄함이 넘쳐났다.

“정말 많이 부담됐죠. 잠도 잘 못자고, 관심과 기대도 버거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경력에, 이렇게 큰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부담되는 건 당연하다고. 그리고 그 부담감을 극복하겠다는 것조차 욕심이라고. 모든 것을 놓고 흐름에 맡겼어요.”

지난해 <찬란한 유산>으로 톱스타로 떠올랐지만 타이틀롤로 사극을 이끌고 가기엔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이 문제였다. 
초기엔 악플과 악평도 많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차오르다보니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도 많았다. 

그런 욕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준 건 300년을 앞서 산 동이였다. 연기자로서의 고비가 닥칠 때마다 그 상황에서 희망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좋은 면만 바라보려고 힘썼던 것. 

이 같은 의식적인 노력은 다소 우유부단했던 그의 성격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내면의 에너지도 쌓아올렸다. 동이가 남긴 가장 큰 선물인 셈이다. 

“그래도 동이랑 저랑 비슷한 점은 별로 없어요. 동이는 정의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고 매번 박수받을 행동만 하잖아요. 그런데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착한 역할을 주로 맡아서 그런지 감사하게도 실제로도 착할 거라고 봐주시는데…, 이미지죠. 하하.”



경향신문 사진기자 블로그: 한효주, 그녀는 예뻤다


사람들을 만날 땐 웬만하면 밝게 웃는 낯으로 대하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한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마다 입 모아 칭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끔씩 우울하기도 하고 넘쳐오르는 감정을 폭발시키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밝고 건강함만 있을 거라고 착각 아닌 착각을 하는 주변 사람들이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도 종종 있다. 

“사실은 재능에 비해 욕심이 너무 많아요.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죠. 학창시절에도 특별한 구석이라곤 없는 평범 그 자체였는데 속은 욕심이 많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저 지금은 좀 괜찮아진 거예요. 커가면서 완전히 ‘용’된 스타일이거든요.”





평범함이 싫어 주어진 일은 모두 열심히 했다. 달리기를 하면 반드시 1등을 해야 했고 모든 승부는 이기지 않고는 못 배겼다. 피아노·기타 등 악기도 열심히 배웠고, 특별히 예쁘다는 생각은 안했지만 충동적으로 모델 선발대회에 덜컥 지원해 대상도 받았다. 
인기 청춘시트콤 <논스톱>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관객 600만명을 동원한 영화 <투사부일체>에 출연했고,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봄의 왈츠>에서 주인공까지 꿰차며 화려한 신인시절을 달려왔다. 

그리고 <찬란한 유산>과 <동이>까지. 최근엔 음악방송과 음악 페스티벌에까지 나가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아주 평범했다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그는 보면 볼수록 욕심이 정말 많다.

“아직도 신기해요.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영화 같은 삶을 매일 경험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이 절 알아보고 좋아해주시는 것도 그래요. 일상으로 돌아오면 배우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거든요. 사실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는 건 순간적이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안개 같은 거잖아요.”





털털함이 지나쳐 사우나에 갈 때도 남의 눈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한 번은 탕 속에 들어가 있는데 누군가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해 난감한 적도 있다. 
평소엔 싹싹하고 애교 많은 딸이자 손녀.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의 정은 각별하다. <동이> 촬영 당시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들을 촬영장에 초대해 손녀 키워 준 보람을 듬뿍 안겨드렸다. <찬란한 유산>의 진혁 PD는 “이웃집 소녀 같고 조카딸 같은 친근한 마스크에 밝은 생각에서 우러나는 표정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효주의 자연스러운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얼마 전 이창동 감독님의 <시>를 봤어요. 어쩜 1분 1초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그렇게 밀도가 꽉 찬 영화가 있을 수 있는지 충격이었다니까요. 욕심을 내 보자면, 앞으로 그런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물셋의 여배우. 이 나이에 이만한 생각의 밀도와 내공으로 다져진 배우도 찾기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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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