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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은 주인공들이 도망치는 영화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주인공은 딸을 안고 뛰고 있다. <부산행>은 한국에 생소한 좀비를 주제로 했는데도 1000만명 관객을 끌어모았다. 좀비들은 산송장이므로 당연히 죽지 않는다. 도망치는 것이 유일한 생존책이다. 아메리카 서인도제도의 원시종교인 부두교에 기원을 두고 있는 좀비는 주술사가 마술적인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들을 말한다. 부두교에 따르면 독성분이 든 좀비 파우더를 상처부위에 침투시켜 가사상태에 빠뜨리면 산소결핍에 의해 뇌가 파괴되고 기억과 의지력을 빼앗긴 좀비가 탄생한다. 좀비는 주술사에 의해 조종돼 노역에 동원되는 존재로도 묘사된다. 무거운 죄를 진 인간이 그 형벌로 좀비가 되기도 한다.

 

좀비가 지금과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 등 3연작을 통해서다. 그는 고전적 호러인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을 버무려 좀비의 새로운 전형을 탄생시켰다. 좀비의 홉혈성과 흡혈 피해자의 좀비화, 인간을 먹는 카니발적 요소, 느릿느릿 움직이는 산송장의 몬스터화 등이 그의 영화를 통해 만들어졌다.

 

조지 로메로 감독. AP연합뉴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신파 코미디적이거나 판타지적인 요소를 배제, 기존 호러영화 작법을 탈피했다. 이런 방법으로 그는 관객을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몸서리치게 했다. 영웅적인 인물이나 억지 로맨스도 없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관객들의 기대도 배신했다. 그래서 상영 초기 ‘폭력적이고 불건전한 영화’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체 시리즈’는 좀비영화의 전범이 되었고 오마주 작품들도 속속 제작됐다. 핵공포, 테러, 신종전염병 등 재난은 좀비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부산행>도 그 가운데 하나다.

 

‘좀비의 창조주’ 로메로 감독이 지난 16일 영면에 들었다. 평소 좋아하던 존 포드의 영화 <조용한 사나이·1952>의 OST를 들으며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호러와는 딴판의 ‘로맨틱 코미디’인 <조용한 사나이>의 주제곡 ‘Isle of Innisfree’는 망향의 심정을 담고 있다. 그의 마지막 길 동반자로 어울리지 않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의 OST일 것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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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