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을 다큐로 받네’라는 말이 있다. 농담으로 한 말에 상대방이 정색할 때 쓰는 표현이다. TV에서도 예능 장르에 요구되는 도덕률과 시사 장르에 요구되는 도덕률은 다르다. 전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이 적용된다. 프로그램의 목표가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데 있지, 정보나 가치를 전파하는 데 있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도를 넘을 때다. 즐거움은커녕 불쾌감이나 분노를 안긴다면?

 

개그맨 신동엽, 이영자, 정찬우가 출연한 KBS 예능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지난 21일 방송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에는 아빠의 스킨십이 고민이라는 여고생이 출연했다. 딸이 말하는 아빠의 스킨십은 사회적 상식에 비춰 분명히 과도한 수준이었다. 아빠는 평소 “내 새끼는 내 몸”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두 여동생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방송 후 관련 기사에는 비판 글이 줄을 이었다. 아빠의 행동도 문제지만, 방송사도 이런 내용을 내보내는 게 적절했냐는 지적이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소통부재로 인한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어보고자 한다’(홈페이지 소개 글)는 <안녕하세요>가 논란에 휘말린 건 처음이 아니다. 365일 술 마시는 폭력 남편, 넷째 출산을 한 달 앞둔 아내에게 세 아이 육아와 가게 일까지 시키는 남편이 등장했다. 소통부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법적 조력이나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러나 ‘다큐보다 더 다큐 같은’ 사연을 소개하고는 ‘예능 식’으로 어물쩍 마무리한다.

 

웃음은 사회적 금기를 깨뜨리는 통쾌함에서 나오지, 충격적 스토리를 전시하는 데서 비롯하지 않는다. 칼럼니스트 위근우씨는 KBS를 향해 물었다. “정권교체 후 새로이 결의를 다진 <추적 60분>에서 데이트폭력을 다룰 때, 같은 방송사의 <안녕하세요>에서 가정폭력에 준하는 문제를 예능으로 소비한다면 과연 우리는 그 결의를 신뢰할 수 있을까.”(경향신문 5월12일자 17면 보도)

 

<안녕하세요> 측은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운영한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라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진심으로 출연자들을 보호하고 싶다면, 자극적으로 소비될 사연을 제대로 걸러내면 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폐지하거나.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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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