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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음악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뮤지션을 꼽으라면 아마 밴드 ‘혁오’일 것이다. 지난해 데뷔했을 때는 인디음악 쪽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더니 올해에는 어른들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꽤나 대중적인 이름으로 점프했다. 텔레비전, 그것도 대세 예능프로 <무한도전>에 출연한 덕분이다. 여전히 막강한 TV의 영향력에 힘입어 언더에서의 ‘암약’에서 벗어나 주류에 거뜬히 진입한 것이다.

무엇보다 음악의 개성이 밴드의 상승을 이끌었다. 분류와 수식이 어려울 정도로 혁오의 음악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버무려져 있다. 록이지만 펑크(Funk), 힙합, 그리고 멋진 곡 ‘후카’가 말해주듯 블루스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고 심지어 비틀스의 느낌도 난다. 기존의 것들을 통해 자신만의 음색과 표현방식을 찾았으니 전가의 보도라 할 ‘가공의 미학’의 최신 성공 사례인 셈이다. 사운드는 투명하지만 몽롱하고, 흑과 백의 느낌이 공존하며, 완급 또한 뚜렷해 무심한 것 같지만 때로 날갯짓이 힘차다. 이 부담스럽지 않고 ‘쿨’하며 세련된 음악이 근래 우리 음악 소비자들의 청취 감성을 건드렸다고 할 수 있다. 음악 관계자들은 혁오를 두고 줄곧 ‘제때 나온’ 음악이라고 규정한다. 시의성은 음악과 대중이 결합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노랫말도 그렇다. 포기와 불안을 친구로 삼고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곡 ‘와리가리’의 마지막 가사는 ‘다들 그렇게들 떠나나요/ 이미 저 너머 멀리에 가 있네/ 여기에는 아무도 안 올 테니/ 그냥 집으로 돌아갈래’이며, 상기한 ‘후카’는 그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내용이다. ‘언제부턴가 주위에 남는 친구가 많아/ 어깨에 슬쩍 손을 올리는/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 다시 또 너 몰래/ 스쳐서 버려진데도/ 거꾸로 웃음을 지어줄게/ 너희들 품에 내가 있잖아’



4인조 밴드 혁오_경향DB



혁오는 노래를 부르는 오혁을 포함, 밴드 멤버 네 명 모두가 20대 초반의 한창 나이다. 그들 눈에 비친 세상,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 서로 간의 갈등과 연민 등이 함축된 톤의 노랫말에 실려 있다. 분명 그들 세대에게는 ‘삶의 노래’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조금은 다른 패턴의 삶, 그리고 다른 색조의 소리를 듣고 살아온 그들 윗세대가 어떻게 느끼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얼마 전 여러 후배 가수들의 도움을 받아 신곡 ‘너와 나’를 발표한 전인권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삶은 애환이 가득하고 그 대중의 애환을 멋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제 음악의 목표지요. 요즘에 최헌의 ‘오동잎’ 같은 노래가 있나요? 음악이 기예화되면서 지금은 대중이 술 한잔 기울이며 애환을 풀 때 들을 노래가 사라지고 있어요.”

그는 이어서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 젊은 밴드와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절했습니다. 왜냐면 아직 그들에게 애환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죠. 한번 생각해봤어요. 그들의 노래가 지금 길거리를 분주하게 운전하며 고생하는 택시기사분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애환을 모르면 음악은 수학이 되어버립니다.”

대중적인 음악은 어떤 평가를 받든, 또한 어떤 형식으로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낸다. 하지만 젊은이들과 어른들 간의 감성과 정서의 체계가 달라도 너무 달라 한 노래가 두 세대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줄 가능성은 점점 줄고 있다. 이것을 굳이 근래 돌출된 세대갈등이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사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음악의 전성기에도 신구 세대의 정서를 동시에 포괄한 가수와 노래는 드물었다.

각 세대는 그 음악과 메시지가 다른 세대와도 접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더 고민해야 한다. 젊은 음악가의 경우, 한때의 인기만 누리려는 목표를 잡지는 않을 것이고 오랜 이력을 원한다면 비전을 넓게 짜야 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젊은 감각에 대한 어른의 이해는 두말할 것도 없다. 대전제는 신구 모두 삶의 애환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게 잘 안되고 있다.




임진모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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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