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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오프라 윈프리가 부상하고 있다. 윈프리는 2월28일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로 나갈 가능성을 암시했다. “신의 계시가 있다면 출마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발언이었다. 이전까지 윈프리는 여러 인터뷰에서 대선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녀는 2018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에 해당하는 제75회 세실 B. 데밀상을 받았다.

 

윈프리의 젊은 시절은 유색인종, 사생아, 마약중독자, 성폭행 피해자라는 차별의 굴레 속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7살에 미국 미스 화재예방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저널리스트를 꿈꾼다. 목표는 이루어졌다. 윈프리는 1986년부터 무려 25년간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를 진행한다. 무려 140여개국에서 방영하는 이른바 토크쇼의 일인자로 입지를 굳힌다.

 

그녀의 생활신조는 크게 두 가지다. 종교와 개인으로의 귀화가 그것이다. 어떤 일이 닥쳐도 현실에 적응하는 인간형의 완성. 여기에 종교의 힘을 보태 고난을 극복해낸다는 가치관을 고수한다. 윈프리는 노력만 하면 신분 상승과 경제적 부가 따른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와 지력과 집념을 미국 사회의 중심부로 밀어 넣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성공신화의 공식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는 자수성가형 인물에 관한 줄거리다. 남들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시작한 그들의 악전고투는 자기계발의 소재로 차용된다. 이는 운동경기에서도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전력이 불리한 팀의 역전승은 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프로야구 원년 시절, 꼴찌 삼미 슈퍼스타즈의 1승은 선두를 달리는 야구단의 승리보다 언론의 주목을 더 많이 받았다.

 

여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역경을 물리치고 경쟁사회에서 일등이라는 자리를 차지한 상황논리가 건네는 의미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실제 성공신화란 도착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건각의 자화상이다. 달리는 자의 세계에서 일등은 늘 한 명뿐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일등으로 치고 올라서는 순간, 그가 처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깨끗이 사라진다. 누구나 일등의 가능성이 있다는 연유로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로 귀속되는 아찔한 순간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외적인 것에 의존하지 마라. 당신에 버금가는, 혹은 당신보다 나은 사람들로 주위를 채워라. 당신의 권한을 남에게 넘겨주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오프라 윈프리 십계명 중의 일부이다. 그녀의 주류이론이 맞다면 부나 권력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지 말아야 하며,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빈번해야만 한다. 애석하게도 빈부격차가 극에 달하는 미국 사회에서 이런 성공 이데올로기란 신기루에 가깝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윈프리의 출마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의 딸 이방카를 앞세워 미국을 부녀 대통령의 왕국으로 만들려는 계획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백악관의 실세 이방카보다는 방송재벌 윈프리가 보여주는 자수성가 이미지가 대중의 눈높이에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윈프리의 정치철학이 미국 제일주의를 제치고 세계평화를 향해 질주할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다.

 

소설 <노인과 바다>는 다의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작품이다. 산티아고 노인이 바다에서 상어 떼와 사투를 벌였던 상황은 무의미한 시간이었을까. 헤밍웨이는 독자에게 공을 돌린다. 어쩌면 우리는 우상신화에 등장하는 자의 유명세보다 산티아고가 잡았던 청새치를 보면서 녹록지 않은 생을 이해하고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산티아고는 삶의 불확실성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게 윈프리식 성공논리보다 소중함을 깨달은 현자였다. 오프라 윈프리의 꿈은 산티아고의 일상보다 비좁은 공간에 위치한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 <음란한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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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