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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화예술계의 빅뉴스 가운데 하나는 모던 포크 가수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밥 딜런이 과연 이 상의 수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는 가수인가, 시인인가? 분명한 것은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대변되는 시대정신이 ‘읽는 텍스트’에서 ‘듣는 텍스트’로의 문화사적 전환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듣는 텍스트’란 말하듯 쓰여지는, 혹은 실제로 말을 하는 언어 텍스트를 뜻한다. 우리는 온갖 사적인 감정과 뉘앙스가 표현된 카톡 메시지와 페북 메시지를 ‘읽지’ 않고 사실상 ‘듣는다’. 같은 은유적 맥락에서 우리는 신문기사를 읽는 것보다 그 아래 어딘가에 모여서 분노하거나 빈정거리고 있는 댓글의 ‘목소리’를 더 즐겨 ‘듣는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손가락 끝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소리가 나는 동영상 속 메시지들을 우리는 실제로 듣는다. 발터 베냐민이나 월터 옹과 같은 이들이 ‘기술복제시대’와 ‘2차적 구술시대’라고 일컬었던 새로운 시대의 본격적 개막은 20세기 말까지도 지체되다가 ‘디지털혁명’을 겪은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그 잠재력을 활짝 발휘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수평적으로 만나 감성적으로 대화하는 언어가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0월17일 (출처: 경향신문DB)

 

듣는 텍스트의 시대에 모든 언어는 노래가 된다. 전통적으로 노래의 정치적 힘은 특유의 공유가능성과 전달력에 있었다. 노래 속 언어는 쉽게 기억되는 운율을 통해 의도된 메시지를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보다 훨씬 간편하고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전통적 노래 형식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최근의 촛불 정국에서 새로운 민중가요가 예전처럼 활발하게 만들어지거나 불리지 않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수단으로 한 정치적 메시지는 더 이상 노래가 아니라 감성적 언어 그 자체로도 널리 퍼져나갈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링크된 동영상 속 누군가의 정치적 발언, 재치와 풍자를 담은 시국 관련 편집 영상들은 수천 수만명이 공유하는, 그 자체로 새로운 ‘민중가요’다. 그것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새롭게 불러지고 들려지는 ‘밥 딜런의 노래’인 셈이다.

 

전통적 노래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감성적 언어라고 해서 논리나 과학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유튜브로 공개된 ‘자로’의 다큐멘터리 ‘세월엑스’는 이 새로운 감성적 언어의 불온함이 오히려 합리성과 상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의 화자는 흔한 내레이션을 쓰지 않고 자막의 텍스트만으로 우리에게 친밀하게 말을 건다. 대화체의 반말을 쓰는 파격과 함께 그는 다음과 같은 다큐 제작의도를 밝힌다. “미리 하나 말해둘게. 나는 세월호 사고 원인을 잠수함 충돌로 단정하는 게 절대 아니야. ‘외력’ 존재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절실함을 느끼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이 다큐를 만든 거야.” 이어서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이 자막으로 한 단어씩 조심스럽게 ‘들려온다’. “하지만/ 솔직히/ 너무 두려워.” 러닝타임이 무려 8시간49분에 달하는 ‘세월엑스’는 듣는 텍스트 시대의 방대한 연구 논문인 동시에 새로운 양식의 감성적 서사시이자 서정가요다.

 

한국의 기성세대는 이 새로운 디지털시대의 ‘밥 딜런’들이 내는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들이 요구하는 ‘합리적 공감’의 장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서글픈 일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듣는 힘이 약해진다. 청각이 노화되어 높은 주파수의 음들이 잘 들리지 않는 것이 한 가지다. 하지만 그런 생물학적 차원에서만 못 듣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사회적 청력은 더욱 감소한다. 옛 성현들은 이 사실을 간파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성인(聖人)’이라는 한자에 ‘귀’ 모양을 새겨 넣었을까? 위기 상황에서도 ‘서면보고’를 고집하고 질문과 대답을 회피하던 대통령, 은밀하게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청와대 비서진과 공직자들, 그 구태를 청산하고 한국인들 모두 새해에는 잘 듣고, 터놓고 대화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최유준 전남대 HK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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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