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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 최근 방영 400회를 맞았다. 어느덧 햇수로는 9년째다. 한때 30%까지 치솟았던 시청률 상승의 시기는 지났지만, <무한도전>은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주 방영된 400회 특집은 그 지속적인 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에피소드였다.

방송은 400회 특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보통 때와 다름없이 소박하게 진행됐다.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24시간을 함께하는 에피소드였다. 제작진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단둘이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어색해 하던 멤버들은 곧 목적지를 정하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관계와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무한도전>은 이 400회 에피소드에 ‘비긴 어게인’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치유와 재기의 서사를 담아낸 동명 영화처럼 위기로부터 다시 새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제목이다. 이 새로운 시작점에서 멤버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여백의 시간을 준 것은 <무한도전> 진화의 힘이 그 성찰에 있다는 것을 새삼 증명한다.

오는 18일로 400회를 맞는 MBC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10년간의 대장정을 자축하며 팬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준하, 하하,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출처 : 경향DB)


돌이켜보면,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위기설이 크게 대두될 때마다 성찰적 질문을 통해 그것을 정면 돌파해왔다. 2010년의 미션을 결산하며 문제점을 토론했던 ‘연말정산 특집’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찰적 질문은 2012년, 300회 특집에 이르러 조금 양상이 바뀌게 된다. 300회에서 멤버들은 방송 7년여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무한도전>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밝히고 ‘무한도전과 나의 예능 인생도 함께할 것’이라는 눈물 어린 고백을 남겼다. ‘연말정산 특집’이 외부의 시선으로 문제점을 들여다봤다면, 이때부터는 멤버들 자신의 성찰적 고민이 주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당시 <무한도전>이 겪은 최대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바로 지상파 방송3사 동시 파업이라는, 방송사상 초유의 사태다. <무한도전>은 5개월 넘게 결방했고, 방송 운영진으로부터 폐지 위협까지 받았다. 방송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쌓여왔던 멤버들의 고민과 진심이 300회 특집의 내밀한 토크 시간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파업 여파는 컸다. <무한도전>만이 아닌 지상파 예능 전체의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MBC <놀러와>, <나는 가수다>,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등이 파업과 맞물려 줄줄이 폐지되고, 간혹 <아빠! 어디가?>처럼 성공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복제품들이 줄을 이었다. 파업 이후 자유로운 표현과 실험이 더 위축되고, 창의성이 효율성 논리로 대체되며, 안정적인 경향만을 추구하게 된 결과다.

역으로 이러한 위기는, 과거에도 지금도 새로운 시도와 성찰을 멈추지 않는 <무한도전>의 가치를 더 강렬하게 확인시켜준다. 특히 올해 초 선보인 ‘선택 2014’는 가장 빛나는 사례다. 향후 10년을 책임질 차세대 리더를 뽑는다는 미션 아래, 실제를 방불케 하는 선거전을 벌인 이 특집에서 <무한도전>은 ‘위기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진리와 함께 개혁에 대한 열망을 담아냈다. 이는 2012년 대선 이후 실종된 정치풍자개그의 가능성을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 정국과 맞물려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참사 이후 널리 회자된 레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이 시대의 잠재적 낙원의 문은 지옥 속에 있다.” 재난이 파괴의 디스토피아를 가져올 것이라는 통상적 인식과 달리, 연대적 공동체를 통해 유토피아로 나갈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기존의 질서가 무너진 폐허 속에서 이전의 가치에 의문을 갖고 본질을 응시하는 것이 새로운 길을 여는 가능성이라 말한다. 갈수록 폐허가 되어가는 방송가에서 <무한도전>이 끊임없이 던지는 근본적 질문은 저자가 말한 그 대안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김선영 | 드라마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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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