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0여년 전 무명의 피아노맨이 LA 윌셔가와 웨스턴 애비뉴 교차로에 있는 술집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의 예명은 빌 마틴. 토요일 9시 단골손님이 하나둘 모여들고 옆자리 중년은 진토닉을 음미한다. 그는 말한다. 추억은 조금 슬프지만 달콤하니 추억을 연주해 달라고. 피아노맨, 오늘 밤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바텐더는 피아노맨에게 공짜술을 가져다 주고,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르며 모두들 조금씩 취해간다. 피아노맨의 여자 친구인 웨이트리스는 손님들의 추파를 잘도 피한다. 그들은 그곳에 모여 외로움이라는 술을 나눠 마신다. 술 취한 그들이 바에 앉아 노래를 듣다가 팁을 주면서 말한다.

 

 

“여보게, 자네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Man, what are you doing here?)”

그는 ‘피아노맨’으로 유명한 빌리 조엘이었다. 전 세계에서 1억장을 판매한 빌리 조엘은 살아 있는 팝의 전설로 ‘어니스티’ ‘업타운 걸’ 등 히트곡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뉴욕에서 태어나 자란 빌리 조엘은 피아니스트이자 권투선수였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여러번 가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71년 데뷔 앨범 <콜드 스프링 하버>를 내놨지만 여전히 무명이었고, 생업을 위해 LA에서 노래하면서 재기를 도모했다.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 끝에 다시 도전해 2집 앨범 <피아노맨>(1973년 11월, 컬럼비아 레코드)을 발매했다. 빌보드 27위, 미국에서만 400만장이 팔렸다.

 

그는 3년여의 LA 생활을 접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잇따라 뉴욕에 관한 노래들을 발표하면서 그는 뉴욕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됐다. 2008년 백발의 빌리 조엘이 한국을 찾았을 때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피아노의 울림처럼 청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팬들은 떼창으로 응답했다. 그는 당시 “‘피아노맨’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싫어하거나 남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으면 한 적은 없었다”면서 “수많은 피아노맨들 중에서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건 내가 그만큼 아이콘이란 얘기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은 때로 삶을 뒤흔들 수도 있다.

 

<오광수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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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