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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벨벳 골드마인(Velvet Goldmine)" 의 한 장면. 이 만큼 글램 록을 잘 표현하는 장면도 보기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여태까지의 얘기를 잠깐만 돌아보면, 70년대에는 오직 사이키델릭 록/프로그레시브 록, 헤비 메틀만 존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보이는 데는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1960년대의 반문화, 그리고 그 송가 격으로 나타났던 록 음악은 이후 ‘진정성’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계속 끌고 다니기 시작한다. 록 음악 또한 뮤직 비즈니스에 포섭된 것임을 몇 번은 얘기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는 주류 쇼 비즈니스와는 다르다, 식의 시각은 계속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건 이런 저런, 록 음악의 역사를 다룬 저작들만 들춰보아도 어느 정도는 명확해 보인다. 그리 큰 반응을 얻지 못했던(너무 혁신적이었다든가 등의 이유로) 뮤지션들보다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뮤지션들에 대한 평가가 박하게 나오는 장면은 그런 책을 읽어 보았다면 꽤 익숙한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70년대에 상술한 장르들 외에 ‘대중적으로 큰 반응을 얻었던’ 음악은 물론 존재했다. 물론 이런 음악들 모두가 록 음악을 얘기하면서 다뤄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특히나 뒤에 얘기할 데이빗 보위(David Bowie) 같은 뮤지션들을 빼 놓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인데, 어쨌거나 이런 음악들이 기존, 그리고 동시대의 록 음악과는 다른 맥락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글램 록(Glam Rock), 또는 글리터 록(Glitter Rock)이라 불리는 장르가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글램/글리터라는 말은 이에 해당되는 뮤지션들의 화려한 의상이나 메이크업 등에서 유래된 명칭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지금 포털사이트 네XX에서 ‘글램 록’ 으로 검색하면, ‘글램 록의 영향을 받은 구두 디자인 연구’ 식의 논문들이 검색된다)그렇다면 글램 록은 사실 음악적으로는 꽤 다양한 모습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통상 글램 뮤지션으로 불리지 않는 이들이 그 커리어에서 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 예도 꽤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엘튼 존(Elton John)이나 로드 스튜어트 같은 이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러나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이들은 비르투오소적인 연주력을 요구했던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헤비 메틀과는 달리 시각적인 면모를 대단히 중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1960년대의 반문화와는 ‘다른’ 미국의 주류 쇼 비즈니스에 대한 환상을 반영한 것이었고, 특히나 10대 청소년, 그 중에서도 헤비메틀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웅들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어려웠던 소녀들을 위한 음악이라 해석하는 것이 중론으로 보여진다.

글램 록을 열었다고 할 만한 밴드는 아마 티-렉스(T-Rex)일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때문에 겨우 알려졌다고 생각한다)이미 데카(Decca)에서 솔로작을 발표했었으나 실패했던 마크 볼란(Marc Bolan)이 중심이 되었던 티-렉스는 “Electric Warrior” 등에서, 사실 기존의 로큰롤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많은 음악을 건드리고 있었고(훵크에, 프로토펑크에.... 물론 부기 사운드도 있다) 풍성한 볼륨감과 볼란 특유의 보컬은 이 앨범을 영국 록의 중요했던 한 순간으로 만드는 데 충분했다. 이후의 앨범들은 사실 “Electric Warrior” 에 비하면 매우 미흡한 평단이나 대중의 반응을 얻었고, 77년 볼란이 요절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20th Century Boy’ 나 ‘Bang a Gong(Get It on)’ 같은 노래는 현재까지도 계속 회자되는 곡이다.


T-Rex - Bang a Gong(Get It On)

아마 가장 유명한 글램 록 뮤지션은 분명 데이빗 보위일 것이다. 그리고, 보위는, 소위 ‘글리터 록’ 밴드들이 화려하고 장식적이었던 사운드로 쇼 비즈니스를 재현하는 모습이었다면, 기묘하게도 ‘쇼 비즈니스를 통해 예술을 추구하고 있던’ 당대의 록 음악에 대한 도전적인 모습으로서도 의미를 보여준다.
보위는 사실 글램 록만을 추구했던 뮤지션은 아니었고, 데뷔 이래 소울, 포크, 아방가르드, 댄스, 인더스트리얼, 테크노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민첩하게 변화해 간 뮤지션이었으나,(물론 뭘 하더라도 세련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들려준 덕에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친구였던 볼란의 영향으로 1970년에 발표한 “Space Oddity” 부터는 분명한 글램 록 사운드를 들려 주었고, 가장 유명한 작품일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 에서는 그야말로 ‘인공적이고 휘황찬란한’ 이미지로서, 가공의 인물인 지기 스타더스트를 또 다른 자아로 내세우면서, 기존의 록 음악이 보여주었던 반항성을 희화화시키면서 당대 록 음악의 안티히어로가 되었다. 거기다... 보위는 외모가 받쳐주는 사람이었다. 앞서 엘튼 존도 잘 빼 입고 글램을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제일 옷 못 입는 뮤지션으로 뽑혔던 엘튼 존과는 달리 보위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했다. (이런 더러운 세상)

(좌측 사진은 데이빗 보위. 저렇게 생긴 분을 엘튼 존이 어찌 이기겠나)


David Bowie - Space Oddity


Bowie의 미덕 중 하나는 이런 것도 잘 한다는 것이다. David Bowie - Changes

물론, 이렇게 튀면서 딴지 거는 사람은 정을 맞기 마련이지만(이 풍진 세상), 보위는 그렇지 않도록 탁월한 멜로디감각과 풍성한 사운드 등으로 자신의 예술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런 공격을 비껴나갔다. 보위 본인의 작품도 뛰어났지만, 벨벳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루 리드(Lou Reed)와의 공작은 그런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된다. 물론 좀 더 언더그라운드에 침잠했던 루 리드와 보위는 달랐지만, 적어도 둘 다 글램 록의 전략을 수용한 점만은 분명하고, 리드의 “Transformer” 앨범의 프로듀스를 다름아닌 데이빗 보위가 맡았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사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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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