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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전람회’라는 듀엣으로, 이후 솔로로 입지를 구축한 가수 김동률의 신보 바람이 거세다. 신곡 ‘그게 나야’는 공개된 지 10일이 지나서도 여러 음원차트에서 정상을 호령하고 있다. 1위에 올라도 2~3일을 지키기 어려운 이 삭막한 디지털 시대에 이 정도면 대단한 분전이요, 열풍이라 할 만하다.

나이 마흔이 된 중견가수임에도 그가 지금의 ‘핫’한 가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무엇보다 그만의 둔중하고 담백한 발라드의 대중적 흡인력 때문일 것이다. 팬들은 그 음악에 ‘김동률표’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붙여 환대를 아끼지 않는다. 게다가 음악의 대중적 위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당대의 추세, 즉 트렌드 측면에서도 그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지금의 음악 트렌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복고 흐름이다. 복고 시점도 저 옛날보다는 기억의 재구성이 쉬워서인지 ‘가까운 과거’를 겨냥한다. 근거리 노스탤지어 바람이다. 언론은 잇달아 복고의 중심추가 ‘7080(년대 노래)’에서 ‘90(년대 노래)’으로 넘어갔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90바람’의 결정타는 <응답하라> 드라마 노래들과 더불어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의 마지막 장면에 유려하게 흐른 곡 ‘기억의 습작’이었고 이 곡은 바로 전람회 시절 김동률이 쓰고 부른 노래였다.

재조명으로 기대감이 충만한 상황에서 ‘90 레전드’가 내놓은 신곡에 대중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게 나야’가 누리는 호응에 <건축학개론> 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김동률을 비롯한, 마지막 아날로그 시대로 규정되는 ‘90년대 음악’의 인기몰이가 식상한 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재 주류 음악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아이돌 음악이나 인디 음악에 신선함을 못 찾는 음악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순수했던 그 시절로 올라가 소리 옹달샘을 찾는다는 것이다.

인기요인 하나가 더 있다. 단적으로 김동률은 ‘보이지 않는 가수’라는 점이다. 동시대에 활약한 유희열, 이적, 윤상, 윤종신 등이 방송과 광고 등 보이는 매체 활동을 펼치는 반면 김동률은 영상으로 잘 포착되지 않는다. 그를 보려면 공연장으로 가야 한다. ‘동행’이란 제목을 단 그의 전국 투어콘서트 출발인 서울에서의 세차례 공연은 티켓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콘서트가 아니면 그를 볼 수 없다는 팬들의 심리가 개입하면서 강한 티켓파워를 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보이는 매체 활동을 자제하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음악 만들기와 공연에 집중하는 가수의 진정성을 팬들이 인정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안 보이니까 공연장으로 몰려가게 되고 음악에 매진하는 태도에 감동해 그의 음악을 듣는 게 만족스러운 것이다. 김동률 음악을 듣는 자신이 돋보인다고 할까. 문화평론가 강태규는 “이런 가수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보이지 않아 신비로운 것이다.

가수 김동률 (출처 : 경향DB)


이미 대중적 위상이 구축된 중견 가수의 경우는 대중에게 보여야 할지 아니면 보이지 말아야 할지 한번은 고민에 휩싸인다. 어느 쪽이 적절한지 단언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으면 신비를 축적하긴 하지만 대중의 기억에서 잊히고 사라질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고, 보이려고 하면 ‘뜨는’ 대신 여러 거추장스러운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멀티’ 시대라는 미명 아래 이것저것 다하고, 본분을 뒤로 한 채 예능적 기량에 골몰하는 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사고일 것이다. 공연장에서 말고는 보기 어려운 조용필과 서태지는 어떤 면에서 신비 측면의 역사적 수혜자다. 막 활동을 재개한 서태지의 경우는 오죽하면 비판조의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말이 동원되었을까. 이들이 여기저기에 마구 얼굴을 내밀었다면 음악인구가 느끼는 신선함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보이는 것이 가져오는 현실적 소득도 크겠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확실히 대중가수를 정의하는 조건은 대중적 친화력 그리고 그것의 정반대에 위치한 신비로움이다. 우리의 음악환경은 점점 이것을 몰아내고 있다.


임진모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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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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