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건 모두 금이라고 믿는 여인이 있어요./ 그녀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고 하지요.’(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And she’s buying the stairway to heaven.)

 

 

1971년이 저물 무렵 선보인 레드 제플린의 4집 앨범은 태생부터가 남달랐다. 재킷에는 나무 등짐을 진 노인의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앨범 타이틀, 밴드 이름, 멤버 사진도 없었다. 속칭 ‘타이틀 없는 4집 앨범’에 수록된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은 팬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파격적인 곡 구성과 문제적 노랫말,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담고 있었다. 음악다방이 유행하던 1970년대 DJ들은 이 곡을 플레이해놓고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무려 8분짜리 대곡이었고, 그만큼 리퀘스트도 많았다.

 

지미 페이지는 발라드풍으로 시작하여 크레센도(점점 세게)로 마무리되는 교향악 같은 노래를 썼다. 중간 부분에 지미 페이지의 기타와 존 본햄의 드럼이 주고받으면서 폭발하고,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가 절규할 때면 듣는 이를 전율케 한다.

 

플랜트가 쓴 노랫말은 천국과 지옥, 삶과 죽음을 얘기한다. 그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와 펜을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손이 마구 글을 써내려갔다”면서 “첫 문장을 쓰고 난 뒤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영혼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노랫말은 구약 성경이나 고대 켈트족의 신화 속 문장들을 떠올리게 한다. 천국의 계단은 구약 창세기 28장 12절의 ‘야곱의 사다리’를 연상케 하고, 켈틱 문화에서 만날 수 있는 신비주의와 주술적 이미지도 노랫말 곳곳에서 드러난다. 돈으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도 살 수 있다고 믿던 한 여인이 실패와 성찰을 통해 그런 삶이 무가치함을 깨닫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즘처럼 하늘이 높은 가을, 사다리를 놓고 몇 걸음만 오르면 감히 천국을 훔쳐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물론 배경음악이 중요하지만 말이다.

 

<오광수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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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