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우리에겐 조동진이 있다. 그가 떠난 지 벌써 1년.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고 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 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행복한 사람’부터 ‘제비꽃’ ‘겨울비’ ‘흰눈이 하얗게’ 등 그의 노래들은 시인의 감성을 뛰어넘는다. 한 시절, 그의 새 노래가 나올 때마다 탁월한 서정에 감탄하면서 듣고 또 들었다. 그가 동아기획을 떠나 동생 조동익, 장필순, 더클래식의 박용진 등과 하나음악을 꾸려갈 때 기자와 취재원 사이로 처음 만났다. 그의 말은 노래보다도 느렸다. 덕분에 길고 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조동진이 유명해진 건 1978년 ‘행복한 사람’이 담긴 첫 앨범을 내면서부터였다. 그의 절창 중 한 곡인 ‘나뭇잎 사이로’는 1980년 발매한 2집 앨범 수록곡이었다. 그가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로 활동하던 그룹 ‘동방의 빛’ 멤버였던 강근식, 배수연, 조원익, 이호준 등이 함께 참여했다. 이 앨범은 당시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도화선이 됐고, 조동진은 얼굴 없는 가수의 효시가 됐다. 조동진이 가요계에 데뷔한 건 첫 앨범 발표 훨씬 전인 1960년대 말이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2학년을 마친 뒤 휴학한 그는 명동 ‘오비스 캐빈’ 무대에 섰다. 1972년 조동진은 송창식, 이장희 등과 옴니버스 앨범에 참여하여 ‘작은 배’를 발표했다. 정릉 골짜기 술집에서 만난 시인 고은이 써준 가사에 곡을 붙인 노래였다. 조동진은 “시장 바닥에 죽어서도 히죽 웃고 있는 돼지머리를 보면 우리 고민이 무색해져”라면서 호탕하게 웃던 고은과의 만남이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다.

 

오는 15일 하나음악의 후신인 푸른곰팡이 소속의 아티스트들과 조동진 음악을 계승하는 후배들이 모여 추모음악회를 갖는다. 모든 문화 콘텐츠가 상업적 성취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시대를 거스르며 살다간 조동진의 과묵했던 발걸음이 그립다. 레너드 코헨을 닮은 조동진은 우리에게 천천히 걸어야 별도 보이고 달도 보인다는 걸 가르쳐 준 아티스트였다.

 

<오광수 출판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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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